Home / 로맨스 / 내 아래 너를 두고 / Chapter 181 - Chapter 190

All Chapters of 내 아래 너를 두고: Chapter 181 - Chapter 190

192 Chapters

181화.

181화.“하! 쥐새끼만도 못한 놈의 허튼 수작에 여진이를… 의심하다니. 천하의 머저리가 따로 없군. 젠장!”쾅!준석은 대리석으로 된 욕실 벽을 주먹으로 힘껏 쳤다.얼마나 세게 쳤는지 툭 튀어나온 굵은 뼈 위로 살이 찢겼다. 상처 난 살 위로 선홍색 액체가 맺혔다.준석은 이천에서 여진이과 별아를 만나고 난 뒤, 여진을 의심하며 이혼을 했던 과거를 후회했었다.그렇다고 해서 한정혁과 호텔 룸에 들어간 여진의 사건을 잊은 것은 아니었다.다만 새롭게 시작하기로 한 마당에 들춰봐야 긁어 부스럼만 만들기에 묻어뒀던 것일 뿐.한데 그 의문이 이렇게 개 같은 만남으로 풀리다니!그것도 생각지도 못한 끔찍한 사실을 마주하고서야 말이다.쾅!준석은 다시금 대리석 벽을 주먹으로 세게 쳤다.뭉친 붉은 액체가 대리석 위로 도장을 찍듯 새겨 졌다.마치 윤여진을 의심하고 괴롭게 했던 지난 잘못을 잊지 말라는 듯 그의 심장에 깊이 각인시켰다.그녀를 처음 만난 날 제 심장에 ‘내 거’라 새겼던 각인처럼.***다음날, 오후.연희동의 주방이 분주했다.준석의 귀국 일정이 앞당겨졌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아주머니가 계시지만 여진은 준석의 식사를 직접 챙기고 싶었다.출장 일정이 길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기름진 음식을 주로 먹었을 것 같았다.여진은 나름 솜씨를 발휘해 담백한 음식으로 식탁을 채웠다.식탁 중앙엔 그녀가 좋아하고, 준석도 잘 먹는 도미찜을 놓았다.여진은 준석이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전히 모르고 있었다.여진과 이혼 후 식탁에 생선이 올라오면 정색하던 준석은 여진과 재결합 후 신혼 때의 식성으로 다시 바뀌었다.서 씨 아주머니 또한 준석의 식성에 대해 여진에게 더는 아는 체를 하지 않았다.“아주머니, 여기 간 좀 봐주세요.”국자에 담아 여진이 건네준 소고기뭇국을 아주머니가 살짝 맛을 봤다.아주머니가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딱 좋아요, 사모님. 저보다 더 잘하시는데요. 대표님이 좋아할 맛이에요.”“정말요? 급하게 하느라 정신없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8
Read more

182화.

182화.“왜…, 라니요. 당신 출장 다녀와서 오랜만에 집에서 먹는 거라 내가 직접 하고 싶었어요.”여진은 준석의 반기지 않는 말투에 저도 모르게 마음이 상했다.음식을 준비할 때 설렘이 와장창 깨지는 기분이었다.준석은 뾰로통해진 여진의 표정을 보며 그제야 자신이 그녀의 마음을 몰라줬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아, 미안. 난 당신이 음식 한다고 고생하는 게 싫어서 그런 거야. 별아도 있고. 다른 의미는 없어.”“고생스럽지 않아요. 다른 사람도 아닌 준석 씨가 먹는 거잖아요. 오랜만에 즐겁게 준비했는데….”여진의 서운한 표정이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알았어. 맛있게 먹을게. 자, 들어가자.”준석은 여진의 기분을 풀어주려 그녀를 한쪽으로 껴안으며 긴 복도를 같이 걸었다.여진에게서 이런저런 음식 냄새가 은근히 번져 와 그의 후각을 간지럽혔다.자신의 귀가를 기다리며 주방에서 분주했을 여진을 떠올리니 준석은 미안함이, 더 몰려왔다.그가 복도 중앙에 멈춘 채 여진을 마주 봤다.이윽고 그녀의 얼굴을 제 커다란 손안에 부드럽게 가두었다.“왜요?”여진은 여전히 섭섭한 표정을 지은 채로 그를 삐뚜름하게 올려다봤다.준석이 그녀의 보드라운 뺨을 다정히 쓰다듬다 아내의 표정이 귀여워 입가를 올렸다.“내 아내가 너무 예뻐서.”그의 말에 여진의 얼굴이 저절로 붉어졌다.“여진아.”“네.”“그래서 오늘 메뉴는 뭐야?”“이것저것 많이 했는데, 메인 요리는 당신 좋아하는 도미찜이에요.”해맑은 얼굴로 말하는 아내를 보며 그 기분에 이끌리듯 준석도 부드럽게 웃으며 입을 뗐다.“난 이 세상에서 윤여진이 만든 도미찜이 제일 맛있더라.”“후훗. 그럴 줄 알았어요.”기분이 풀어진 여진을 보며 준석이 그녀의 뺨에서 손을 내렸다. 그러곤 다시금 그녀를 껴안으며 물었다.“우리 딸은 뭐 하나?”“거실에서 아빠 기다리고 있죠. 아! 별아한테 가려면 먼저 손 닦는 거 잊지 말아요.”“하하, 당연하지.”준석은 여진의 말에 짧게 웃고는 그녀의 입술 위로 쪽, 뽀뽀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8
Read more

183화.

183화.보육원은 편백으로 된 숲을 지나서 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었다.규모가 작은데도 불구하고 울창한 숲을 끼고 있어서인지 아늑하면서도 고요했다.차를 주차장에 세운 성훈은 건물 한편에 있는 원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미리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면담을 요청한 뒤 오는 길이었다.성훈은 원장과의 만남 후 곧장 남윤설을 만날 계획이다.원장실이 가까워질수록 성훈의 걸음은 눈에 띄게 빨라졌고, 걸음걸이에서 그의 초조함이 고스란히 배어 나왔다.똑똑.원장실을 노크했다.안에서 기다렸다는 듯 문이 먼저 열렸다.“정성훈 씨시죠?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제가 이곳 원장입니다.”원장이 문 앞에 서서 성훈을 반갑게 맞았다.성훈이 고개를 깊이 숙여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정성훈입니다. 불쑥 연락드렸는데 만나주셔서 감사합니다.”“아닙니다. 우리 보육원에 큰 기부를 해주신 분이신데, 저희가 먼저 찾아가 인사드렸어야죠. 이렇게 먼저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자, 이쪽에 앉으시죠.”그랬다.성훈은 남윤설의 소식을 듣고 확인 절차를 거친 뒤, 보육원에 상당히 큰 금액을 기부했다.원장으로서는 성훈의 방문이 여러가지로 반가웠다.그는 성훈이 보육원에 거액을 기부한 배경을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원장은 성훈과 소파에 마주 보고 앉았다.“남윤설 선생님 일로 궁굼한 게 많으시죠?”“네, 그렇습니다.”원장은 굳이 시간을 끌지 않고 성훈이 듣고 싶어 하는 윤설의 이야기를 시작했다.“남윤설 선생님이 우리와 함께 산 지도 십 년이 흘렀습니다. 저희한테도 남 선생님은 가족 같은 존재입니다. 그간 남 선생님이 사랑으로 키워서 보낸 어린 친구들이 수십 명이죠.”“….”성훈은 원장의 이야기를 집중하며 묵묵히 들었다.“저도 윤설 선생님이 기억을 잃게 된 경위를 가족에게 들어 잘 알고 있습니다. 아이를… 낳다가 그렇게 됐다고요.”“…네.”“중학교 시절까지만 기억이 있는 윤설 선생에게 친아들에 대한 기억이 없다 보니, 동생이신 남이준 씨께서 그 부분에 대한 말을 아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9
Read more

184화.

184화.윤설의 소식을 전하던 원장은 말을 멈추고 시간을 확인했다.이내 원장실 창문으로 보이는 잔디 광장을 한번 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점심 먹기 전에 아이들이 삼십 분 정도 잔디 광장에서 놀다가 들어갑니다. 선생님들이 아이들 데리고 나올 시간이네요. 다행히 오늘 볕도 좋아서 아이들이 뛰놀기 아주 좋겠어요.”원장의 말에 성훈이 창문 밖으로 시선을 두었다.완연한 가을볕이었다.깊게 익은 햇살이 금빛을 머금고 초록의 잔디 위에 부드럽게 내려앉아 있었다.성훈은 그 볕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며 윤설을 머릿속으로 그렸다.이미 흥신소에서 윤설의 사진을 받은 뒤였으나, 그 사진은 단정한 차림의 증명사진이었다.십 년이 넘게 흐른 시간 앞에서 성훈은 사진으로 윤설을 추억하고 싶지 않았다.어서 빨리 그녀를 만나고 싶었다.그때였다.서너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우르르 잔디 광장으로 뛰어나왔다.더러는 빨리 달리다 넘어진 아이도 있었는데, 함께 나온 선생님들이 조심하라는 말과 함께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 세워주고 있었다.그 모습에 성훈은 더는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그가 원장에게 이만 일어나겠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서둘러 잔디 광장으로 향했다.제 첫사랑이자 제 아들의 엄마인 남윤설을 만나기 위해.***같은 시각, HK 재활 병원.재활 병원의 의료진들이 VIP 고객의 응급 이송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응급 이송 대상자는 바로 여진의 엄마, 이정희였다.오늘은 그녀가 그토록 원하던 미국으로 떠나는 날이다.몇 시간 전부터 와 있었던 여진과 준석은 응급 헬기가 대기하고 있는 병원 옥상으로 이정희와 함께 이동했다.엄마가 헬기에 실리기 직전, 여진은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었다.그런 여진을 준석이 어깨를 끌어안아 연신 다독였다.딸에 대한 애정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이정희는 눈물 바람인 딸이 못마땅했으나, 사위인 준석의 눈치를 살피며 여진에게 ‘차 서방과 잘 지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9
Read more

185화.

185화.파주 보육원.금빛의 강아지들이 뛰어노는 것처럼 포동포동 귀여운 아이들이 시끌벅적 잔디 광장을 뛰놀았다.“노아야!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윤설이 6개월쯤 된 아이를 품에 안은 채로 서서 노아라는 아이를 살피며 소리쳤다.그녀의 말에 노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잔디 위를 빠른 속도로 자유롭게 누볐다.“노아야!”재차 불렀지만 아이는 더 멀리 달려 나갔다.“남 선생님, 내가 가 볼게요.”곁에 있던 동료 선생님이 윤설을 안심시키며 아이를 향해 걸어갔다.노아는 선생님이 제게 다가오자 더 빠르게 도망치며 반대 방향으로 뛰었다.그 모습을 보며 윤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미소 지은 채 고개를 흔들었다.그러곤 제 품에 있는 아이의 등을 토닥이며 잔디밭에서 뛰노는 아이들에게 다시 시선을 두었다.그때.“노아야! 멈춰!”동료 선생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무슨 일인가 싶어 윤설이 소리 나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순식간이었다.또래치고도 덩치가 있는 노아가 쿵! 하며 윤설과 세게 부딪혔다.“윽!”그 충격에 윤설의 몸이 싱싱 달리는 자전거에 부딪힌 듯 심하게 흔들거렸다.윤설이 품에 아이의 머리를 보호하며 꽉 끌어안았다. 아이를 안고 있어서 더 균형을 잡기가 힘들었다.“어머, 어떻게 해! 남 선생님!”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동료 선생님은 크게 소리치는 것 말고는 도울 수가 없었다.부딪힌 노아는 엉덩방아를 찧더니 금세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벌떡 일어나 다시 다른 방향으로 달려 나갔다.반면 중심을 잃고 크게 휘청거리던 윤설은 곧 뒤로 넘어질 지경이었다.“어, 어!”그때였다.윤설의 등 뒤에서 누군가 번개처럼 나타나, 그녀의 흔들거리는 몸을 망설임 없이 와락 끌어안았다.“…!”윤설은 이래저래 깜짝 놀랐으나, 제가 안고 있던 아이가 안전할 것을 생각하니 삽시간에 마음이 놓였다.“하아, 정말 고맙습니다.”그녀가 안도의 숨을 내쉬며 저를 뒤에서 껴안고 있는 사람에게 말했다.“윤설아, 괜찮아?”“…!”이 목소리는…!품이 단단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9
Read more

186화.

186화.그 바람이 윤설의 긴 머리카락을 가볍게 건드리며 지나갔다. 윤설은 살랑거리며 휘날리는 머리카락을 손을 들어 귓가에 꽂았다.성훈이 묵직해지는 심장을 겨우 다독이며 그 모습을 찬찬히 눈에 담았다.남윤설은 시간이 멈춘 듯, 그대로였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똑같았다.새하얀 얼굴은 한결같이 맑고 투명했으며, 등 아래까지 오는 머리카락은 그늘 밑에서도 은은하게 빛이 났다.성훈이 입가에 추억을 머금은 채 조용히 읊조렸다.“반장은 여전하네. 변한 게 하나도 없어.”“…!”그 말에 흠칫 놀라며 윤설은 성훈과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얼른 돌렸다.성훈이 고개를 윤설 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이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우리가 그래도 내외할 사이는 아닌데….”윤설이 저와의 사랑을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중학교 때까지는 기억한다고 했다.그래서 일부러 반장과 부반장이었던 그 시절의 호칭을 꺼낸 거였다.한데 그의 기대와 다르게 윤설은 영 모르쇠다.그렇다고 기억을 잃은 여자에게 과거를 계속 떠올리도록 유도하는 게 좋은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11년 만에 만나서 할 행동은 더더욱 아니었다.“윤설아, 그동안 잘… 지냈어?”흔하디 흔한, 오랜 시간 묵혀 왔던, 쉽지 않은 안부를 물었다.“….”윤설은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성훈은 그녀의 무반응에 더는 기다리지 않고 제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냈다.“난 잘 못 지냈어.”“…!”그제야 윤설은 성훈을 향해 고개를 휙, 돌렸다.그녀의 눈동자는 금세 걱정으로 깊게 드리워졌다.그 눈동자를 집요하게 응시하며 성훈이 말을 이었다.“네가 많이 보고 싶어서, 잘… 못 지냈어.”윤설과 헤어진 뒤로 성훈은 어떤 여자도 만난 적이 없었다. 그러니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사랑만큼은 분명히 그랬다.윤설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잠시 머뭇대다가, 마침내 꾹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거, 거짓말….”하. ‘거짓말’이라는 말이 이렇게 듣기 좋고 반가운 대답이었나.성훈은 윤설의 한마디에 입꼬리를 한껏 들어 올렸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1
Read more

187화.

187화.한 달 뒤.[HK 그룹 차준석 부회장, 회장 취임]대한민국 경제지의 모든 일면이 차준석의 경영 승계로 도배가 되었다.[차준석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미래 중심의 글로벌 기업을 향한 HK 그룹의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자회사로 가지고 있던 ‘오토매틱 로봇’을 필두로 내세워 대대적인 연구 개발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회장 취임과 동시에 혁신적인 인사 개편으로 기존에 있었던 경영환경 불확실성을 완전히 잠재웠습니다]성훈이 건네준 보도 자료를 확인하던 준석은 만족스럽게 입가를 올렸다.하나 그것도 잠시. 그가 다시 눈빛을 곤두세운 채 신규 투자 보고서를 세세히 살폈다.준석은 정식으로 회장에 취임한 뒤로는 기존보다 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똑똑.노크 소리와 함께 성훈이 들어왔다.“회장님, 점심 식사하시죠.”정적을 가르듯 성훈의 목소리가 울렸다.그제야 준석이 결제 서류에서 시선을 떼었다. 잘 다듬어진 눈매가 성훈을 포착하며 미세하게 누그러진다.“오늘 점심은 뭐지?”“성북동입니다.”“왜 멋대로야.”“갈비탕 좋아하시잖아요. 시비는 사절입니다.”성훈의 응수에 준석이 코웃음을 흘렸다. 그의 마음이 반쯤 기운 표정이 역력했다.성훈이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요즘 일정도 많으셨잖아요. 집무실에서만 식사하신 지 일주일째입니다. 오늘 정도는 바깥 공기 좀 쐬셔야죠. 회장님 기분 전환도 필요하고요.”준석이 비스듬히 성훈을 흘겨봤다.“누가 너더러 내 기분까지 챙기래.”“저 아니고, 형수님이요.”“…뭐라고?”성훈의 말에 준석이 눈을 크게 떴다.그 모습에 성훈은 은근히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형수님 걱정이 보통이 아닙니다. 이러다간 회장님 도시락까지 싸 들고 회사로 오시겠어요.”“여진이가 도시락을?”여진의 손끝에서 정성스레 만들어진 도시락을 떠올리는 순간, 준석의 눈빛이 곤란함에 흔들렸다.기대감보다 난감함이 먼저 스며든 이유는 분명했다.여진은 지금도 그가 생선을 좋아한다고 알고 있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1
Read more

188화.

188화.은근한 숨결이 그녀를 간지럽혔다.준석이 양팔로 그녀의 몸을 더 바짝 감쌌다. 이내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내렸다.쪽, 하는 달콤한 울림이 여진의 귓가에 습하게 스며들었다.여진이 그 감촉을 느끼며 꽃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꽃보다 꽃을 들고 온, 남자를 좋아하죠.”“그런 말은 날 보면서 해야지.”준석이 여진을 단숨에 저를 보게 돌려 안았다. 그가 그녀의 허리를 더 강하게 끌어당겼다.열기를 품은 남자의 손길이 여진의 등을 위아래로 진득하게 쓸었다.그 손길에 여진은 움찔하면서도 제 시야에 들어온 남편의 탄탄한 가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고개를 살짝 들기만 해도 지나치게 잘생긴 남편의 얼굴이 저를 향하고 있을 텐데.샤워 후 물기가 맺혀 있는 남자의 몸은 그녀의 눈동자를 쉽사리 놓아주지 않았다.여진은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그녀의 얼굴이 복숭앗빛으로 후끈 달아올랐다.오랜만에 야릇한 분위기가 침실을 가득 메웠다.“오늘은… 어떻게 이렇게 일찍 들어왔어요? 엄청 바쁘잖아요.”HK 그룹 부회장이라는 직함을 달고부터 남편은 일분일초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왔다.그런 그에게 회장이라는 직함은 그 무게를 더하게 했다.늦은 귀가 후, 이제는 아기방에서 분리 수면을 하는 별아를 한번 보고, 잠에 취한 여진을 품에 안고 자는 것도 그에겐 사치였다.“이러다가 내 아내 얼굴 잊어버릴 것 같아서.”“설마요.”그가 여진의 턱끝에 손을 뻗으며 낮게 웃었다.“설마 맞아. 그러니까 그렇게 감추고 있지만 말고, 얼굴 좀 드시죠. 윤여진 씨.”준석이 아내의 얼굴을 저를 보도록 들어 올렸다.남편과 눈이 마주친 여진은 심장이 막 물가에 나온 물고기처럼 크게 뛰었다.그럴 수밖에.여진을 향한 준석은 눈동자는 검붉은 정염에 가득 차올라 있었다.아주 오래 참아온 남자의 갈증이 적나라하게 배어 있었다.“언제 이렇게 얼굴이 빨개졌지? 무슨 생각을 했길래.”준석이 입가를 한껏 올리며 부러 여진을 놀렸다.그 놀림에 여진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1
Read more

189화.

189화.며칠 뒤, 주말.적색의 스포츠카가 깃털처럼 가볍게 이천을 향해 내달렸다.고속도로 위를 달릴수록 금속의 겨울 냄새가 잔뜩 묻어났다.성훈이 차장을 조금 내려 스치는 풍경에 잠시 눈을 뒀다.이제는 꽤 익숙해진 경관에 그가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차가운 공기가 그의 폐부를 건드리며 온기를 머금고 다시금 뱉어졌다.성훈이 힐끗 보조석을 바라봤다.그곳엔 유명 축구 선수의 사인이 새겨진 축구공이 놓여 있었다.“호영이가 좋아하려나.”무심코 중얼거리던 그가 축구공을 선물 받고 뛸 듯이 기뻐할 호영이를 상상했다.이내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누가 봐도 한눈에 알아볼 아빠 미소였다.한 달 전, 윤설과 재회한 성훈은 윤설이 그와의 연애 시절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그뿐만 아니라, 윤설은 호영을 출산했던 때도 기억했다.그녀가 기억을 온전히 되찮은 시점은 불과 올봄이라고.성훈은 윤설이 기억을 찾게 된 순간을 그녀의 차분한 목소리로 전해 들었었다.‘감기를 심하게 앓았었어. 40도가 넘는 열로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고. 온 세상이 빙빙 도는 거야. 그땐 정말 이렇게 죽는가 보다 했지.’‘….’성훈이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의 말에 집중했다.‘수액을 한참 맞고서야 그제야 정신이 들었어. 근데 그때, 아주 희미하게 떠오르는 장면이 있더라고. 아지랑이처럼 일렁거리면서 떠오르는 기억이었어.’씁쓸하면서도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동자가 성훈을 향했다.‘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바로 너였어. 정성훈, 너. 그리고… 우리 아이가… 떠올랐어.’‘…!’‘사실 기억이 돌아오고 난 뒤에 아이를… 호영이를, 볼 자신이 없었어. 기억이 돌아왔다고 11살이나 된 호영이한테, 갑자기 내가 네 엄마야. 할 수는 없었거든.’‘하…, 미안하다, 윤설아. 정말 미안해.’성훈은 이 말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설령 자신이 모를 수밖에 없었던 시간일지라도, 그녀의 지나온 삶이 얼마나 혼란스러웠을지를 생각하니 그의 마음 한편이 묵직하게 아려왔다.윤설은 기억을 찾은 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2
Read more

190화.

190화.성훈이 시간을 흘깃 확인했다. 어떻게 하나 잠시 망설이던 찰라, 윤설의 음성이 들렸다.- 성훈아, 오늘 뭐 해?“나?”- 응, 너.그럼 누구겠냐는 듯, 살짝 웃음이 밴 목소리였다.“아…, 나 지금.”잠깐 고민하며 뜸을 들이던 성훈은 에라 모르겠다, 싶은 심정으로 무작정 뱉어냈다.“나 지금 너한테 가고 있어. 그래서 전화했지.”- 뭐…? 나한테 오는 중이라고?스피커 너머로 들리 목소리에서 예상치 못한 놀람이 고스란히 묻어났다.윤설의 반응에 갑자기 신이 난 성훈은 입가를 한껏 올렸다.“어. 우리 만날 수 있지?”- 어? 응….“한 시간 정도 걸릴 것 같아. 추우니까 나와 있지 마. 도착하면 내가 전화할게.”- 알았어. 조심히 와. 성훈아.“그래, 조금만 기다려. 빨리 갈게.”윤설과 통화를 끝내자마자 성훈은 곧장 차의 방향을 파주 쪽으로 틀었다.그런 뒤, 남이준에게 곧장 전화를 걸어 사정을 말했다.“윤설이 만나서 같이 시간 보낸 뒤에 이천으로 함께 넘어가려고 합니다.”- 누나랑 같이요? 그러면 너무 좋죠. 호영이가 너무 좋아할 것 같아요!이준은 놀라면서도 성훈의 계획을 무척 반겼다.“그러겠죠? 사실 우리 세 식구가 같이 만나는 건 처음이라, 호영이가 어떻게 반응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요.”아직 초등학생인 호영이가 변화된 상황을 잘 적응하길 바라는 마음에, 지금까지 함께 만나지 않았었다.그래서일까.갑작스레 진행되는 만남에 혹여 호영이가 당황스러워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머리를 들었다.윤설을 만나러 가는 들뜬 감정과 전혀 다른, 부모로서 마음이었다.그 마음을 여태껏 호영을 홀로 키워온 남이준이 모를 리가 없었다.- 호영이도 지금 상황을 생각보다 잘 받아들이고 있어요. 누나를 만나는 날도 손꼽아 기다리고, 정 실장님 만나는 날도 마찬가지예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오히려 좋아할 거예요. 그건 분명합니다.“아, 그러면 너무 다행이고요.”- 아무래도 오늘이 날인 건 맞나봐요. 사실 조금 전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2
Read more
PREV
1
...
151617181920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