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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los capítulos de 내 아래 너를 두고: Capítulo 21 - Capítulo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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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21화.망설일 필요가 있을까.밥을 배불리 먹을 만큼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이젠 내 아내의 외도를 현장에서 잡을 시간이었다.그가 화장실로 발을 디뎠다.화장실은 천장이 낮았다.장신인 그가 똑바로 서 있기도 불편한 곳이었다.그곳에 유일하게 문이 닫혀 있는 밀폐된 공간에 제 아내와 한정혁이 들어가 있었다.준석은 손을 불끈 말아쥐며 그곳 앞에 섰다.그가 주먹 쥔 손 그대로 문을 똑, 똑, 두드렸다.극도로 절제된 행동이었다.분노를 억누르지 않았다면 저 문을 발로 쾅! 쾅! 차 부숴버렸을지도 모른다.안에서 톡, 톡 하며 사람이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이 순간 준석은 증오와 불안이 동시에 밀려들었다.곧 폭발할 것 같은 그의 심장과 다르게 저 안은 지독히도 평온하게 느껴졌다.여진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그를 지독히도 불안하게 만들었던 여자였다.그가 손 쓸 수 없을 때 다른 남자와 약혼했던 여자였다.그래서 결혼이라는 굴레를 씌워 제 안에 가둬놨었는데….결혼 후, 저를 평온하게 만들었던 윤여진은 사라지고, 이제는 지옥을 선사하는 윤여진만 남았다.8년 전, 여진을 파티에서 처음 봤던 날.그곳에 참석한 대부분의 여자들이 어깨를 노출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그들 사이에 유독 단아한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그의 눈에 박히듯 들어왔다.쇄골이 살짝 드러낸 연보랏빛 원피스는 그 길이가 무릎을 넘지 않았다.‘처음 보는 얼굴인데?’준석이 탄산수가 들어간 잔을 들며 파티를 주관한 친구에게 물었다.‘누구?’‘저 애. 보랏빛 원피스.’‘아하, 쟤?’친구가 손가락으로 여진을 가리켰다.‘어, 걔. 누구지?’‘금성 산업 딸이잖아. 여기 올 급이 아닌데, 저 집 아빠가 딸 못 팔아먹어서 안달이라고 하더라고. 고등학교 졸업반이라고 한번 초대해 달라길래, 초대했어.’‘고등학생이야?’‘어. 왜 아쉽냐?’‘아쉽네.’‘몇 달만 기다려. 곧 성인 되잖아. 차준석이 쟤한테 말 걸면 금성 산업에서 넙죽 절할걸? 이게 웬 떡이냐면서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HK 그룹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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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22화.의심하고, 밀어붙이고, 찾아내고, 이런 미치광이 같은 짓을 언제까지 해야 하나.그가 열릴 생각이 없는 문을 잠시 노려보다 이내 미련 없이 몸을 휙 돌렸다.뚜벅, 뚜벅, 뚜벅.준석의 구두 굽 소리가 점점 멀어져 갔다.***검은색 세단이 성북동을 벗어나 대로변을 달렸다.준석은 답답한 듯 재킷과 넥타이를 풀어 놓으며 말했다.“정 비서.”“네.”“회사 들어가자마자 금성 산업과 투자 계약서 확인하고, 들어간 투자금 회수해.”“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대표님.”“무슨 문제 있나?”“투자금을 회수하면 금성 산업 대주주가 대표님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부채 비율이 높은 금성 산업이 수백억의 투자금을 반환할 자금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게 뻔했다.그렇다면 주식으로 반환하는 방법밖에 없었다.“알고 하는 소리야. 반도체 부품 제조가 주력 사업인 금성 산업 대주주라. 우리 오토매틱 로봇이랑 잘 어울리잖아.”지금까지 금성 산업의 주력 사업을 몰라서 가만히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집안 식구끼리 다 해 먹는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일부러 처가와는 거리를 뒀었다.매년 들어가는 투자금만 해도 충분히 사위 노릇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한데 그 사위 노릇도 여기까지다.준석은 오늘에야말로 기필코 여진과 이혼하리라 마음먹었다.가십을 주로 다루는 언론사에서 여진과 한정혁이 찍힌 사진을 보내왔던 그때 끝냈어야 할 일이었다. 홍보실을 통해 입막음한 돈만 수억에 달했다.그동안 차준석답지 않게 너무도 물러터지게 미뤄왔었다.한데 한정혁과 윤여진이 한 공간에 함께 있는 것을 제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더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신이 제게 아량을 베풀 듯 선물한 안락함은 이제 유리 파편처럼 산산조각이 났다.그 조각이 그의 폐부를 찔러 숨통을 막았고, 그의 심장을 찔러 제 온몸을 차갑게 만들었다.더 이상의 아량은 그를 지옥에 떨어뜨리는 것과 같았다.죄를 지은 자들은 여전히 부정을 저지르는데, 순진하게 당한 사람은 지옥을 살아가다니.그 누구도 함부로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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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23화.여진과 함께 호텔에 갔던 날, 정혁은 레스토랑에서 여진의 음식에 장난을 쳤었다.흐느적거리는 여진을 데리고 객실로 향하는 모든 과정은 순조로웠다.그러곤 가십으로 유명한 신문사에 다니는 친한 선배를 이용해 호텔 사진을 찍게 했다.공들여 놓은 덫에 윤여진도 천하의 차준석도 제대로 걸려들었었다.두 사람 사이에 이혼이 본격화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은 여진의 기분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혼은 시간문제일 뿐.한데 예상치 못한 복병이 등장했다.설마…! 정말 여진이 차준석의 아이를 가졌다면!제기랄! 제기랄! 제기랄!정혁의 얼굴이 삽시간에 엉망으로 구겨졌다.그의 속마음을 전혀 알지 못하는 여진은 제 시야에서 임산부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발을 떼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헛구역질, 메스꺼움, 구토.최근에 제 몸에서 자주 일어난 증상들이 떠올랐다.여진은 저도 모르게 제 아랫배에 손을 대었다.설마…, 임신일까?임신을 의심하는 그녀의 눈동자에 기쁨보다는 혼란스러움이 먼저 일었다.여진이 결혼 후 가장 소망했던 것이 임신이었다.하지만 준석은 아이를 원하지 않았다.그랬기에 그는 매번 부부 관계를 할 때마다 임신할 여지를 남기지 않았었다.이번 달 생리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긴 했으나, 생리 불순은 종종 있던 일이었다.전시 준비로 스트레스를 받아 늦어지나보다 막연히 생각했었는데….“여진아?”“어?”정혁의 부름에 그제야 여진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그를 바라봤다.한데 정혁의 얼굴이 조금 전과 다르게 어두워 보였다.“너, 혹시… 임신했어?”“…!”여진은 정혁 또한 저와 같은 생각을 했다는 것에 순간 놀랐다.“맞아?”절망에 가까운 표정으로 정혁이 물었다.여진은 정혁이 왜 저런 표정을 짓는지 알 수 없었으나, 그녀도 알지 못하는 임신에 대해 대답할 수 없었다.무엇보다 지금은 그녀가 추측한 것을 확인하기 위해 가야 할 곳이 있다는 사실이었다.“오빠, 미안해. 오늘은 여기서 헤어지는 게 좋겠어.”여진은 제 어깨에 걸쳐진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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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24화.- 또, 또, 또, 순진한 척! 바보인 척! 여우 같은 짓 그만하고 빨리 들어와!뚝!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전화가 사정없이 끊겼다.여진은 정신없이 몰아친 현 상황에 어쩔 줄 몰라 했다.그녀는 우선 젖은 얼굴을 정돈하고 차애란이 있는 HK 그룹으로 향했다.HK 그룹 근처엔 남편 차준석의 회사도 있었다.여진은 시어머니를 만난 뒤, 준석을 만나 임신 사실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그가 아이를 원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생긴 아이를 어쩌지는 못하겠지 싶었다.이 아이의 존재가 그의 입에서 더는 이혼을 말하지 않은 축복이 되길 바랐다.***HK 그룹, 전무실.“전무님, 윤여진 씨 오셨습니다.”전무실 비서가 인터폰으로 말하자 ‘들어 오라고 해’라는 차가운 음성이 들렸다.여진은 심장이 조이는 것처럼 긴장된 마음을 진정시키며 비서가 열어준 문 안으로 들어갔다.귀 아래까지 내려온 세련된 단발에 굴곡 있는 몸을 타이트하게 휘감은 랩원피스를 입은 차애란은 통창을 바라본 채 서 있었다.오십 대의 차애란이었다. 뒷모습만 보면 삼십 대라고 해도 믿을 만큼 완벽한 몸매를 소유한 젊은 시어머니였다.“부르셨어요, 어머니.”여진의 인사에 차애란이 몸을 돌렸다.도도하고 날카로운 눈빛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여진에게 향했다.차애란은 여진이 제 눈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것을 싫어했다.그래서 차애란 앞에서 여진은 언제나 고개를 숙였다.곧이어 또깍 거리는 힐 소리가 빠르게 들리더니, 여진 앞에서 뚝 멈췄다.“고개 들어.”여진은 그 서늘한 명령에 고개를 들었다.그와 동시에 쫙! 하는 소리와 함께 여진의 얼굴이 한쪽으로 돌아갔다.차애란이 여진의 뺨을 사정없이 친 것이다.여진은 살이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을 느껴야만 했다.너무 놀라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여진은 예고도 없이 당한 폭력에 악,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그녀가 제 뺨에 손을 가져다 댄 채 영문을 알 수 없는 이 상황에 눈을 크게 뜨고 시어머니를 바라봤다.“뭘 쳐다보는 거야? 급도 안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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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25화.“어, 어머니! 이건…!”“오해라는 말 같지 않은 헛소리할 거라면, 입 다물어라.”“아….”“너 따위한테 더는 신경조차 쓰고 싶지 않아! 차 대표랑 당장 이혼해!”벼랑 끝에 내몰린 여진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어떤 항변도 하지 못했다.***HK 그룹을 나온 여진은 서울 외곽으로 차를 몰았다.시어머니에게 거의 쫓겨나다시피 한 그녀는 준석을 만날 생각을 버렸다.무슨 낯으로 그를 볼 수 있겠는가.남편이 금성 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친정을 방문할 때면 아빠는 으레껏 남편의 통 큰 투자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니까.그러곤 저를 따로 불러 ‘차 대표 비위 잘 맞추고 살아’를 무한 반복했었다.그녀가 남편의 비위를 맞추다니, 그런 적이 있었나?남들이 모르는 두 사람의 신혼은 참으로 알콩달콩했었다.여진은 결혼 후 남편이 제 비위를 맞추었으면 맞추었지, 그녀가 맞춰갔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다만, 그녀의 사회생활에 약간의 통제가 있었을 뿐이다.그 통제가 두 사람이 행복한 신혼을 누리는 데에 방해가 되진 않았다.“300억이라니, 대체 사업을 어떻게 했기래…. 하아.”시어머니의 말에 의하면 남편이 돌려받을 수 없는 돈만 300억이라고 했다.그렇다는 건 그 이상의 투자금이 금성 산업으로 들어갔다는 말이었다.어째서 남편은 그 많은 돈을 제 친정에 투자한 것일까.여진은 그 순간, 몇 년 전 일이 떠올랐다.준석과 결혼 전의 일이었다.친목 파티에 준석의 피앙세로 참석한 날이었다.그날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시선은 당연히 준석과 여진에게 쏠렸었다.정확히 말하면 여진에게였다.곧 망해가는 금성 산업의 딸이 파혼당해서 이곳엔 발을 못 붙일 줄 알았는데….버젓이 남자를 바꿔 파티에 나타났다.심지어 그 상대가 대한민국의 경제를 주름잡는 대기업 중 하나인 HK 그룹이라니.여진이 홀로 움직일 때마다 수군거리는 소리가 그녀의 고막을 붙들었다.‘차준석이가 물밑 작업을 엄청나게 했다더라. 미국에 있을 때부터 미국 회사 이름으로 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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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26화.오토매틱 로봇, 대표실.“법무팀이 올린 보고서를 보시면 방만한 경영 이외에도 투자금의 편취 즉 불법적인 경영은 투자금 환불 사항에 들어갑니다.”태블릿을 보며 정 비서의 보고를 듣고 있던 준석은 ‘투자금의 편취’를 손가락으로 집었다.“투자금 편취, 윤태성 부사장의 짓인가?”“네, 그렇게 파악됩니다.”“어디 다가 이 많은 돈을 다 썼지?”투자금 편취 금액은 백억 원에 가까웠다.“얼마 전 새롭게 이사한 자택을 매입하고, 인테리어에 사용한 비용입니다.”“간이 크시네, 우리 형님께서는.”“며칠 내로 내용증명을 보낼 예정입니다.”“하루라도 빨리 진행해. 이젠 지겨울 지경이야.”준석은 들고 있던 태블릿을 툭 던지며 무심하게 말했다.“네, 알겠습니다.”“정 비서.”“네, 대표님.”“내 아내 위치는 파악됐고?”“네, 지금 파주에 계십니다.”준석은 성훈의 보고를 듣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향했다.“파주라….”그곳은 여진의 작업실이 있는 곳이다.자신이 결혼 선물로 그녀에게 주었던 작업실이었다.주거 공간도 있는 곳이라, 여진이 당분간 지내기 나쁘지 않은 거처였다.아이가 없는 두 사람에게 이혼 숙려기간은 한 달.준석은 당분간 여진과 떨어져 지낼 생각이었다.그가 한 손을 창에 대고 군림하듯 아래를 내려다보았다.푸르른 하늘 아래 부서질 듯한 봄 햇살이 수정구슬을 뿌려놓은 것처럼 반사되고 있었다.“이혼하기 나쁘지 않은 날이야.”그가 제 약지에 낀 결혼반지를 빼 잠시 허공에 들었다.수십 개의 다이아몬드가 박힌 여진의 반지와 다르게 그의 반지는 센터에 있는 다이아몬드가 유일했다.“당분간 허전하겠어.”준석은 손에서 뺀 결혼반지를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그가 몸을 돌려 성훈에게 말했다.“지금 파주로 가자.”***파주, 작업실.여진은 이곳에서 전시회 준비로 몇 달간 흙과 치열한 씨름을 했었다.완성된 작품은 설치를 위해 이미 빈센트 갤러리로 옮겨진 상태였다.여진은 곳곳에 남아있는 도예 흔적들을 손으로 쓸며 작업실을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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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27화.그가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오기까지 몇 초가 걸리지 않았다.여진은 못 볼 사람을 본 것처럼 사색이 된 채 그를 바라볼 뿐이다.“유령이라도 보는 눈이네. 내가 못 올 데를 온 건가.”준석은 석상처럼 굳어 있는 여진을 눈에서 떼지 않은 채 깨진 도자기 조각이 쌓인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그녀를 마주 보았다.그가 깨진 조각 중 하나를 무심하게 들었다.이내 자조 섞인 말투로 말했다.“마치 우리 같아.”그러면서 툭, 깨진 조각을 아무렇게 던졌다.그의 말에 여진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조금 전까지 준석의 이혼 요구에 응할 생각이었다.저와 제 친정의 구렁텅이에서 남편을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다.한데 막상 준석을 눈앞에서 보니 그와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그것이 여진의 진심이었다.준석은 아내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재킷의 안쪽 주머니에서 접힌 종이를 꺼냈다.그러곤 깨진 조각을 던지듯 그녀의 앞에 그 종이를 툭 던졌다.“이번엔 찢지 않길 바라.”“저기… 준석 씨, 투자금… 얘기 들었어요. 손, 손실이 컸다고.”여진의 말에 준석이 한쪽 눈썹을 꿈틀거렸다.그때 그의 눈에 발갛게 부풀어 오른 아내의 뺨이 보였다.처음 작업실에 들어왔을 때부터 거슬리긴 했으나, 창을 뚫고 들어오는 노을 때문인가 싶었다.한데 자세히 보니 누군가 그녀의 뺨을 상하게 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그 누군가는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여진에게 투자금에 관해 이야기할 사람은 제 어머니, 차애란 밖에 없었으니까.아직 금성 산업에 내용증명을 보내기 전이라 그쪽에서는 움직일 리가 없었다.“어머닌가?”“네?”“당신에게 투자금에 대해 말한 사람, 그리고 당신 얼굴 그렇게 만든 천박한 사람 말이야.”“아….”여진은 그렇다고 사실대로 말하지 못하고 당황해하며 제 뺨에 손을 갖다 댔다.옅은 열감이 아직도 남아있었다.무어라고 대답해야 하나.맞아요, 당신 어머니가 화를 내며 내 뺨을 쳤어요.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차준석을 아들로 둔 차애란의 마음을 모르지 않았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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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28화.최선이 무엇일까.오늘 여기서 임신에 대해 말한다면 남편은 제게 이혼은 없던 일로 하자고 하려나?정혁과 외도를 의심하는 사람에게 임신을 말한다면, 이 사람은 과연 이 아이를 자신의 아이라고 받아들일까.혹여,‘내 아이 맞아? 당신, 한정혁과 뒹굴었던 사이잖아.’라고 말한다면….여진은 그와 사랑해서 얻은 소중한 아이를 그런 식으로 부정당하고 싶지 않았다.무엇보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에게 더는 경멸과 멸시의 눈초리를 받고 싶지 않았다.남편과 헤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은 여전했다.그렇지만 말발굽 같은 심장 소리를 내며 제 존재를 알렸던 아이를 슬프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뱃속에 아이를 생각하던 여진은 차준석의 아내 자리보다 아이를 지키고 싶은 엄마이길 선택했다.여진은 천천히 몸을 돌려 뒤편에 있는 책상에서 펜을 집어 들었다.곧이어 의 서명란에 윤여진, 이름을 적었다.준석은 그런 여진의 행동을 말없이 묵묵히 바라보았다.아내의 이름이 서명란을 한 자 한 자 채울 때마다 그의 심장은 그도 모르게 딱딱하게 굳어갔다.누군가 망치로 쾅쾅! 두드리듯 심장이 조각나 버렸다. 깨진 심장이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제기랄. X 같다.아내의 외도를 확신하며, 여기까지 왔다.아내는 아니라고, 자신을 믿어 달라고 했지만, 모든 증거와 정황이 그를 믿을 수 없는 상태로 몰아갔다.아내를 믿을 수가 없다.자신의 사랑을 배신했다는 절망감은 온 신경을 마비시킬 정도로 그를 끔찍한 지옥으로 몰고 갔다.차준석, 이제 속 시원한가?여진의 이름이 날인된 종이를 보며 준석은 지옥과 버금가는 엄청난 상실감을 느꼈다.숨을 쉬기가 버거울 만큼 그의 마음은 철저히 무너져내렸다.작년 여름이었던가.이 작업장에서 흙범벅이 되어 여진과 사랑을 나눴던 적이 있었다.물에 축축하게 젖은 흙을 서로의 얼굴에, 서로의 몸에, 서로의 팔과 다리에 발랐다.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본 채로 이리 뒹굴 저리 뒹굴하며 사랑 놀이를 했다.‘준석 씨, 후훗. 당신 머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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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29화.침실로 향하는 도중에 두 사람의 입술이 끈적하게 맞물렸다.준석은 여진을 든 채로 작업실과 침실을 잇는 중정을 지났다.중정 또한 통창으로 되어 있어 그 안이 훤히 다 보였다.곧이어 두 사람이 침실에 도착했다.이미 한 차례 흐트러진 상아색 침구가 두 사람을 반겼다.준석이 여진을 그 위에 놓았다.두 사람의 입술이 잠시 떨어졌다.여진이 조금 긴장된 얼굴로 말했다.‘우리, 그냥 해도 돼요?’흙 범벅인 몸이었다.‘안 될 게 있나.’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이미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깔끔한 차준석과는 어울리지 않은 행동이었다.그만큼 그의 몸은 통제의 범위를 벗어났다.여진도 준석이 주는 환희에 모든 것을 내려놨다.두 사람은 부부였으니, 거리낄 것이 없었다.그러나 현재 준석은….부부의 연을 끝내길 바라며 아내가 건네는 를 바라보고 있다.텅 빈 눈동자로.여진은 미련이 가득한 얼굴을 한 채 그 눈동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그동안 미안했어요.”준석 씨…, 그동안 행복했어요.진심을 뱉지 못한 여진은 바들거리는 입술을 감추려 입 안의 여린 살을 꾹 깨물었다.준석은 대답 없이 종이를 받아 재킷 주머니에 넣었다.무감한 그 모습에 여진의 심장이 서걱, 칼에 베이는 것만 같았다.그녀의 상태를 알 리 없는 준석은 모진 말을 뱉어냈다.“이혼 숙려기간 동안 여기서 지내. 연희동 집에서 당신 마주치고 싶지 않아.”“…!”“당신 물건들은 이곳으로 보내지. 꼭 챙겨야 할 게 있으면 아주머니한테 말해 놔.”아…, 준석 씨.한 번만…, 날 믿어주면 안 될까요?헤어짐에 대한 미련이 먼지 한 톨만큼도 없는 버석한 남편의 말에 여진은 끝내 눈가를 붉혔다.그 모습에 준석이 미간을 확 구겼다.하마터면 손을 뻗어 아내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줄 뻔했다.지난날, 그와 사랑을 나눌 때 버거워하며 울어대던 여진이 떠올랐다.제길! 여길 나가야 해, 당장!이곳은 그를 환각에 빠지게 하는 치명적인 꽃이 있다.그 꽃의 유혹을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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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30화.제 아들이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불쾌한 표정을 하고 서 있었다.“차 대표! 비서실 직원들 당장 해고해! 내가 누누이 말했잖니. 근본도 없는 애들 비서 자리에 세우지 말라고!”“어머니 말씀이 맞습니다.”준석은 입가를 올리며 자못 수긍한 듯 말했다.아들의 말에 의기양양해진 애란은 다시 몸을 홱 돌려 정자세를 한 성훈에게 손가락질하며 입가를 비틀었다.“어디서 굴러먹다 들어와서는 내 아들이랑 한 상에서 밥을 먹니? 너, 해고야!”애란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준석은 피식, 소리가 나게 웃었다.“너, 지금 나 비웃었니?”애란은 성훈의 입에서 나온 소리인 줄 알고 성훈 앞에 더 바짝 섰다.성훈은 저에게 눈을 부라리는 차애란을 보면서도 좀처럼 동요하지 않았다.“어머니, 접니다. 비웃은 사람. 그러니 생사람 잡지 마세요.”애란은 제 뒤에서 들리는 아들의 목소리에 다시 몸을 홱 하고 돌렸다.“차 대표. 지,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어머니 말씀대로 저희 비서실 직원들 교체할 생각입니다. 단, 제 동생 정 실장만 빼고요.”“뭐, 뭐, 동생?”“새삼스럽게 그러십니까. 정 실장이 제 동생인 거, 우리 회사에서 모르는 사람 없습니다.”“차 대표! 아니, 준석아!”애란의 얼굴이 경악스럽게 변해갔다.그런 애란을 바라보는 준석의 눈빛이 서늘했다.“어머니가 아들 스케줄 알고 있어야 하는 건 고등학교 때 이미 끝났어야 하는데…, 아직 어머니가 풀어 놓은 쥐새끼가 제 비서실에 있었나 봅니다.”주변에 있던 비서실 직원들이 사색이 되어 모두 숨 쉬는 것을 멈췄다.“어머니가 입수한 사진, 어머니가 입수한 금성 산업 투자 보고서.”누군가 딸꾹거리는 소리가 뒤에서 들렸다.대표실 비서 중 한 명이었다.준석은 쥐새끼가 누군지 이미 조사를 통해 알고 있었다.그는 뒤돌아보지 않고 비서진을 향해 말했다.“모두 물러나세요. 책임은, 나중에 묻겠습니다.”그의 얼음장 같은 말에, 뒤에 있던 비서들이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준석은 차애란에게 날 선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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