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루나를 사랑하다 의 모든 챕터: 챕터 11 - 챕터 20

50 챕터

부재

세 달 전트리스탄 “알파 트리스탄, 저는 당신을 제 메이트로 거부합니다. 달의 여신께서 증인이 되어 주실 겁니다.” 실패로 끝난 기념 연회가 끝난 뒤에도 그녀의 마지막 말은 계속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날 밤, 나는 집무실에서 혼자 위스키를 홀짝이며 짜증을 삭이고 있었다. 돌이켜 보면 그녀가 이상하게 행동하기 시작한 건 식당을 뛰쳐나간 뒤부터였다.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그녀였다. 행동뿐만 아니라 사람 자체가 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 생각을 애써 밀어냈다. 내게 발레리를 신경 쓰는 건 시간 낭비였고, 그날 이후 그녀는 다시는 특별히 이상한 행동을 하지 않았으니까. 오늘까지는. 우리의 기념일이었던 오늘까지는. 그녀의 눈빛도, 몸에서 느껴지던 변화도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팩 하우스로 돌아와 보니 그녀가 했던 말이 사실이라는 걸 비로소 실감했다. 그녀의 짐은 물론, 하녀의 짐까지 모두 사라져 있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두고 떠났다. 자신의 팩도, 가족도. 그리고 나와, 우리를 이어 주던 메이트의 유대까지도. 나는 다시 위스키를 들이켰다. 그녀가 갑작스럽게 떠난 탓에 연회의 분위기는 끝내 회복되지 못했다. 남은 것은 술렁이는 팩원들과 충격과 분노에 휩싸인 그녀의 부모뿐이었다. 팩의 루나였던 발레리가 그런 대담한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에 모두가 놀랐고, 의미심장한 말만 남긴 채 떠난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분노하고 있었다. 다음 잔을 들이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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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트리스탄 눈을 뜬 순간,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다. 선명한 장면들과 환영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몇 시간이 지나도 모든 감정이 생생하게 느껴질 만큼 또렷했다. 수많은 날들이 흘러가는 단편들이 끝없이 스쳐 지나갔다. 실제 내 기억과 너무도 닮아 있었지만, 동시에 완전히 달랐다. 기념일의 그날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펼쳐졌다. 와인을 쏟은 뒤에도 아린은 사과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분노에 휩싸여 발레리를 탓하며 아린을 감싸 안고 데려갔다. 그 뒤로도 몇 달이 흘렀다. 나는 계속해서 그녀를 외면했고, 발레리는 팩에 남아 있었으며, 삶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흘러갔다. 그리고 회담이 열렸다. 여러 팩이 초청되었고, 아린은 섀도 문 팩 베타의 딸을 공격하며 그들을 모욕했다.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아린의 편을 들었다. 떠나기 전 알리스테어가 팩을 향해 남긴 경고. 발레리는 계속해서 나와 언쟁을 벌였고, 내가 그녀에게 반대할 때마다 모두가 아린의 편에 섰다. 아린은 잘못하지 않았다고 굳게 믿으며 발레리를 더욱 몰아붙이던 내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회담. 귀를 찢는 총성. 아수라장. 피. 발레리의 피였다. 그날 그녀는 흰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새하얀 천 위로 번져 가는 선혈이 너무도 선명했다. 충격과 함께 설명할 수 없는 묵직한 통증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녀는 나를 지켜 준 것이었다. 나는 아린을 끌어안아 달래고 있었다. 그 동작은 너무도 자연스러웠지만, 이상하게도 아린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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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현재 (회담이 있던 바로 그날 밤)트리스탄 눈부신 조명이 눈을 찔러 나는 신음 소리를 흘렸다. 낮게 울리는 음악조차 귀를 아프게 했다. 흐릿한 안개가 시야를 뒤덮었다.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은 바의 음악 소리와 목을 긁고 내려가는 술의 따가운 감각뿐이었다. 이 정도 양을 마셨다면 평범한 인간은 이미 정신을 잃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인간이 아니었다. 이를 악문 채, 나는 잔에 담긴 스트레이트 위스키를 다시 한 모금 들이켰다. 더 이상 그 팩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말이 계속 귓가를 맴돌았기 때문이다. 우리 팩이 감당해야 할 대가가 얼마나 크든 상관없었다. 나는 즉시 팩원들에게 철수를 명령했고, 시내 최고급 호텔의 남은 객실을 전부 예약했다. 그들에게는 제대로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곧장 바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앨린이 다가왔지만, 이제는 왜 그런지도 모른 채 그녀를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것조차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다시 밸러리를 만났고, 그녀의 입에서 나온 그 말들을 들은 뒤였으니까. 아기… 우리의 아이는 사라졌다. 그녀의 말은 내 가슴을 처참하게 후벼 팠다. 순간, 그녀가 무슨 일을 저질렀던 건 아닐까 하는 어리석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나는 곧바로 그 생각을 떨쳐 냈다. 그런 의심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스스로가 혐오스러웠다. '밸러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야.' 그 생각이 본능처럼 그녀를 변호했고, 예전에는 끝까지 그녀를 의심했던 내 모습이 너무도 쓰라린 아이러니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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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

두 달 후밸러리“또 왔어요.” 미나가 꽃을 들고 내 곁을 스쳐 지나가며 귓속말했다. 그 두 마디에 나는 저도 모르게 이를 악물었다. 기념일 선물용 꽃을 찾는 손님에게 잠시 양해를 구한 뒤 밖으로 나가자, 덩치 큰 남자가 커다란 상자를 들고 서 있었다. 상자를 보는 순간, 나는 굳이 열어 보지 않아도 비싼 물건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진심은 아니었지만 작게 인사를 건넨 뒤, 서명을 하고 상자를 받아 들었다. 나는 곧장 꽃집 안으로 들어와 2층의 우리 아파트로 향했다. 위층에서 창고로 쓰기로 한 방에 들어가 상자를 손도 대지 않은 채 내려놓았다. 그곳에는 이전에 받은 선물들도 똑같이 손도 타지 않은 채 쌓여 있었다. 아래층으로 돌아오니 미나가 아까의 손님을 응대하고 있었다. 우리는 꽃집 너머로 서로를 바라보며 지친 표정을 주고받았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 버렸다. 두 달 전부터 계속 이어진 일이었다. 알리스터의 '청혼' 이후로 그는 끊임없이 선물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처음 선물을 받았을 때 나는 직접 돌려주기 위해 그를 찾아갔지만, 돌아온 것은 예상 밖의 대답이었다. “당신에게 준 선물을 돌려받을 생각은 없습니다. 그리고 선물도 계속 보낼 겁니다.” 그날 그가 했던 말이었다. “당신에게 구애하겠다고 약속했잖아요, 밸러리. 그러니 마음의 준비를 해두세요.” 그리고 그는 정말로 그렇게 했다. 보석부터 음식까지—다행히 내가 꽃집을 운영한다는 걸 의식한 건지 꽃만은 보내지 않았지만—비싼 선물이 끊임없이 도착했다. 나는 그것들을 하나도 건드리지 않은 채 모두 창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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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자

밸러리 심장이 북소리처럼 요란하게 가슴을 두드리는 소리가 아니었다면, 나는 정말로 잠시 숨이 멎었다고 믿었을 것이다. 다시 한번 초대장을 내려다봤지만 적힌 이름은 달라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메이트 결합식을 올릴 예정이었다. 결혼을 하는 것이다. 이제 정말 함께하게 되는 것이다. 흐려졌던 현실이 다시 또렷해졌고, 알리스터가 여전히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헛기침을 한 뒤 재빨리 표정을 가다듬고 초대장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손끝이 타들어 가는 것 같은 느낌은 애써 무시했다. 억지로 긴장을 풀며 입술을 무표정하게 다문 채 그를 마주 바라보았다. “제 질문에는 아직 대답하지 않으셨네요. 이건 저와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잖아요.” 겉으로는 담담한 목소리를 유지했지만, 속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지 않을 겁니까?” 그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예전 트리스탄과의 관계 때문일까, 아니면 그날 정원에서 우리 사이에 끼어들었던 일을 떠올린 걸까. 내 반응을 예상하고 있는 듯했다.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유지했다. '아니.' 소리쳐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알고 싶지 않은 마음과, 몇 달 전부터 예상했던 일인데도 왜, 어떻게 이렇게 되었는지 알고 싶은 마음이 서로 충돌했다. 하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는 그것을 허락으로 받아들인 듯 말을 이었다. “어젯밤 초대장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들리는 말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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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참한가?

발레리그날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약혼 소식을 들은 지 고작 사흘 만에, 나는 다시 옛 팩으로 향하는 길에 올라 있었다. 꽃집은 미나에게 맡기고 왔다. 그녀의 든든한 배웅과 걱정 말라는 말 덕분에 나는 조금은 마음을 놓고 떠날 수 있었다. 기댄 차창 밖으로 도로와 도시 풍경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몸을 살짝 틀어 곁을 보니, 알리스터는 여전히 앞만 바라보고 있었고 운전석의 기사 역시 묵묵히 차를 몰고 있었다. 그는 모든 업무를 베타에게 맡겨 두었다. 수행원도, 사절도 없었다. 이클립스 팩에 머무는 동안 섀도우 문 팩을 대표하는 사람은 오직 우리 둘뿐이었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그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눈을 감았다. 도착하기 전까지 최대한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편이 나았다. 그 선택은 옳았다. 팩 근처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몇 시간이 지나 있었고, 하늘은 짙은 주황빛을 머금은 채 서서히 어둠으로 물들고 있었다.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는데도, 팩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예상했던 대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다만 곳곳이 축하 장식으로 꾸며져 있었고, 그 모습은 과거의 어느 시간을 떠올리게 했다. 가슴을 찌르는 듯한 통증을 애써 외면한 채 나는 알리스터의 팔을 잡고 차에서 내렸다. ‘참 따뜻한 고향이네.’ 씁쓸한 생각이 스쳐 갔다. 하지만 이곳은 더 이상 내게 집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사방에서 시선이 꽂혀 왔다. 수많은 눈길이 나를 따라다녔다. 나는 이를 악문 채 아무리 힘들어도 알리스터의 곁을 지키는 데만 집중하며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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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했던 것

발레리 처음에는 충격 때문에 제대로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충격이 가라앉자마자 본능이 먼저 움직였다. “안 돼요.” 나는 대답하며 문을 닫으려 했지만, 그의 손이 재빨리 문틀을 짚어 막아서는 바람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발레리.” 그가 나를 불렀지만, 나는 이미 충분했다. 대체 여신님의 이름으로, 그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마음을 가다듬은 나는 그를 차갑게 노려보았다. “약혼녀와 함께 축하하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나는 차갑게 말했다. “그냥 이야기만 하고 싶어.” “무슨 이야기를요? 지난번에 만났을 때 할 말은 이미 다 했잖아요, 알파 트리스탄.” 나는 받아치며, 내 말에 그가 움찔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나는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었고, 더는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하는 것도 싫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에게 예의를 차릴 여유도 없었다. 나는 그가 사라지기만을 바랐다. 작은 한숨이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희미하게 욱신거리는 우리의 유대감을 애써 외면하며 눈을 감은 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부디 돌아가세요. 누군가 당신이 없는 걸 눈치채기 전에 축하 자리로 돌아가는 게 좋겠네요. 당신이 오늘의 주인공이잖아요.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도 않고요.” 나는 말하며 문을 닫으려 했다. 그의 손이 막고 있든 말든 상관없었다. “제발!” 나는 그 한마디에 그대로 얼어붙어 말문을 잃었다. 눈이 크게 뜨였다. “제발, 몇 분만 시간을 주세요. 그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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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해

발레리 내 머릿속은 두 번째로 새하얗게 비어 버렸다. 오늘 받을 충격은 이미 다 받았다고 생각했다. 그의 갑작스러운 방문과 사과만으로도 충분했는데, 이제는 이것까지? 그는 정말 앨린과 잠자리를 갖지 않았다는 걸까, 아니면 그렇게 믿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이 결혼식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란 말인가? 앨린의 임신 발표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몇 초간 침묵이 이어지다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니, 확신합니다. 증거는 없지만요.” 그는 다급히 말을 이었지만, 그의 표정은 ‘확신’이라는 말과는 정반대였다. ‘후자였군.’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내 의문에 답해 버린 셈이었다. “당신들과 무슨 일이 있었든 이제는 제 알 바 아니에요.” 나는 두 사람 사이에 다시 거리를 세우려 애쓰며 말했다. “하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건 당신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예요. 이런 결합이 이루어지길 바란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만약 당신이 이 모든 걸 정당화하려고 억지 이유를 만들고 있는 거라면—” “당신은 날 그렇게 생각하는 겁니까?” 그가 이를 악물며 내뱉었다. 그 말에 나는 순간 당황했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솔직했지만, 과거의 그 차갑고 거슬리는 말투가 새어 나오자 짜증이 밀려왔다. ‘그럼 내가 대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데?!’ 그 말이 목끝까지 차올랐지만, 나는 가까스로 삼켰다. 그가 오늘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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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

발레리 나는 새벽이 밝기도 전에 눈을 떴다. 평소보다 훨씬 이른 시간이었다. 더는 잠들 수 없다는 걸 직감했다. 곧바로 휴대전화를 집어 들어 미나에게 전화를 걸어 그녀와 가게가 잘 있는지 확인했다. 우리 둘 중 아침형 인간인 그녀는 분명 이미 가게 문을 열고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잠시였지만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이제 내가 돌아갈 곳이 어디인지 다시금 떠올리게 해 주었다. ‘그래, 맞아.’ 나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유일한 친구의 목소리를 들으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에 머무는 건 어디까지나 잠시뿐이었다. 어젯밤의 일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그녀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중요하지도 않은 일로 그녀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해가 완전히 떠오를 무렵 통화를 마쳤고, 나는 한동안 아침 햇살을 가만히 느끼고 있었다. 긴장은 여전히 남아 있었고, 방을 나가고 싶은 충동과 누군가 갑자기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경계심도 여전했다. ‘나는 더 이상 루나가 아니야.’ 나는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더 이상 팩 하우스에서 무거운 책임을 짊어진 채 살아가는 몸이 아니었다. 이제는 내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었다. 아무 의무도 없이 방 안에 틀어박혀 마음껏 늦잠을 자도 되는 사람이었다. 예전이라면 좀처럼 하지 않았을 작은 반항심에 이끌려, 나는 다시 침대에 몸을 던져 잠을 청했다. 거의 두 시간이 더 지난 뒤에야 나는 욕실로 들어가 몸을 씻고 단장을 마쳤다. 해는 이미 높이 떠 있었고 아침 식사 시간도 한참 지났지만, 나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옷을 갈아입은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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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

발레리 몇 분을 더 생각한 끝에야 나는 마침내 화장실을 나왔다. 회관으로 돌아가는 내내 온몸이 싸늘하게 식어 있는 기분이었다. “꽤 오래 자리를 비우셨군요.” 자리에 앉자 알리스터가 말했다.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아마 여기 음식이 저랑 안 맞는 것 같네요.” 나는 목소리에 밴 거친 기색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그의 질문을 흘려보냈다. 하지만 그 말을 내뱉은 직후 곧바로 후회가 밀려왔다. 그는 그저 나를 걱정했을 뿐이었다. 나는 그를 향해 미안하다는 듯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다행히도 알리스터는 전혀 기분이 상한 것 같지 않았다. 계속 식사를 하면서도 내 시선은 앨린 옆의 빈자리를 향했다. 의심할 여지 없이 트리스탄이 앉아 있어야 할 자리였다. 오찬은 거의 끝나 가고 있었지만, 나는 어디서부터 그를 찾아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설령 찾는다 해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않고 그에게 다가가는 건 불가능했다. 나는 한때 이 팩의 루나였지만, 지금은 손님으로서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입장이었다. 평판은 중요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그와 연락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앨린을 한 번 더 바라본 뒤 시선을 거두고 음식에 집중했다. 식사가 끝난 뒤 손님들은 자유롭게 팩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알리스터를 비롯한 몇몇은 팩 도시 근처 숲에서 열리는 팩 달리기에 참가할 예정이었다. 원래는 보름달 축제 때만 열리는 행사로, 모두가 늑대의 모습으로 변신해 자신의 또 다른 반쪽을 받아들이는 시간이었다. 우리가 마음대로 변신하고 싸우며 외딴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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