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신아리가 냉궁에서 깨진 유리 조각으로 쇠사슬을 끊고, 제 몸에 상처를 내며 탈주를 시도하다 발각되었습니다!" 어스름한 새벽, 황후전 집무실, 숨을 헐떡이며 달려온 김비서의 다급한 보고에 시은의 맑은 눈동자가 북해의 빙하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 어젯밤, 달빛 아래 야외 테라스에서 민혁과 나누었던 온기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이었다. "유리 조각이라니 감시가 그리 철저하거늘, 기어이 제 목숨과 뱃속의 핏덩이를 담보로 황실을 겁박하려 드는구나." "제압하는 과정에서도 제 배를 끌어안고, 뱃속의 황손이 잘못되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악귀처럼 발악을 해대어 감찰 상궁들이 진땀을 뺐사옵니다." 시은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며칠 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뻔했던 신아리가 단두대 밑에서 마지막 발악처럼 던졌던 '회임'이라는 단 한마디. 그것은 단순한 비루한 몸부림이 아니었다. 그것은 시은이 자신의 아버지를 희생하며 피눈물로 힘겹게 쌓아 올린 이 모든 숙청과 개혁의 정당성을, 단번에 '황실의 적통을 무참히 살해한 잔혹한 반역'이라는 더러운 프레임으로 완벽하게 짓이겨버리겠다는, 악녀다운 가장 교활하고 악랄한 역습이자 방패였다. 시은은 핏빛 적의(翟衣)를 차려입고 곧장 대비마마가 머무는 자경전(慈慶殿)으로 향했다. 병석에 기대어 있던 대비마마 역시 이미 냉궁의 소란을 전해 들었는지, 핏기가 가신 창백해진 얼굴로 이마를 짚고 있
Last Updated : 2026-10-0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