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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잔혹한황실 : Chapter 1 - Chapter 10

46 Chapters

[제2화] 가시관을 벗어던진 여제

창밖으로 억수같이 쏟아지는 폭우 소리조차 시은의 서늘하고도 잔혹한 음성을 덮지 못했다. 그것은 제국의 국모가 14년의 끔찍한 침묵을 깨고 내린 성은(恩)이자 어둠 속에서 평생을 숨죽여 온 사냥개에게 처음으로 허락된 핏빛 세례였다.​시은의 명령이 날카로운 비수처럼 빗소리를 가르고 귓가에 꽂히는 순간 그녀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있던 수석 호위무사 김민혁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 언제나 감정을 철저히 통제하던 그의 칠흑 같은 눈동자 깊은 곳에서 숨길 수 없는 기괴한 희열과 짐승 같은 맹목적인 충성심이 번뜩이고 있었다.​시은은 천천히 손을 뻗어 민혁의 거친 뺨을 감싸 쥐었다.15년 전 고아원의 흙구덩이 속에서 얼어붙어 가던 소년에게 내밀었던 그 작고 여린 손은 이제 제국의 옥좌를 피로 물들일 준비를 마친 여제의 단호한 손이 되어 있었다.민혁의 불덩이 같은 뺨을 감싼 황후의 가녀린 두 손그 손끝에서 전해지는 미세한 떨림과 얼음장처럼 차가운 체온은 오히려 민혁의 핏속에 깊이 잠들어 있던 흉포한 야성을 완전히 깨워버리는 기폭제가 되었다.​"마마의 뜻대로하시십시요"​민혁은 낮게 마치 주인의 손길에 길들여진 맹수처럼 짐승의 으르렁거림을 흘리며 시은의 손등에 자신의 이마를 깊숙이 맞대었다. 눈을 감은 그의 속눈썹 위로 빗물인지 땀인지 모를 물방울이 맺혔다. 그것은 단순한 대답이 아니었다. 주군을 위해 기꺼이 지옥불에 뛰어들어 모든 죄업을 대신 짊어지겠다는 절대적인 복종의 서약이자 자신의 목숨을 건 핏빛 맹세였다.​짧고도 묵직한 인사를 끝으로 몸을 일으킨 민혁의 거대한 신형이 벼락이 치는 어둠 속으로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튕겨 나가듯 사라졌다.​열린 창문 틈으로 거센 비바람이 몰아쳤다. 빗물인지 아니면 앞으로 다가올 피바람의 예언인지 모를 차가운 액체가 대리석 바닥에 흩뿌려졌다. 시은은 허공에 남겨진 제 두 손을 말없이 응시했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심장이 터질 듯이 거세게 뛰고 있었다.​두려움이 아니었다 그것은 지난 14년 동안 자신의 목을 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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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지옥문의 개방과 핏빛 연대

​같은 시각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폭우가 쏟아지는 서울 외곽의 고급 주택강민회장댁이다.대한제국 재계 서열 1위, 민석그룹 민현석 회장의 본가로 향하는 구불구불한 진입로에는 평소 환하게 불을 밝히던 가로등마저 모두 꺼져있다.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칠흑 같은 어둠이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그 먹먹한 어둠 속을 소리 없이 기어가는 다섯 개의 검은 그림자가 있었다. 황제 유종석이 제국의 법망을 피해 자신에게 거슬리는 자들을 조용히 제거하기 위해 은밀하게 키워낸 황실 직속의 어둠, '흑영(黑影)' 소속의 최정예 암살자들이었다.​그들의 오늘 밤 목표는 오직 하나였다. 건방지게 황제에게 밉보인 민석그룹의 심장 민현석 회장의 목을 쥐도 새도 모르게 따오는 것이다.​최신형 소음기 장착이 완료된 특수 총기를 차갑게 쓰다듬으며 암살조장이 손가락 세 개를 펼쳐 수신호를 보냈다. 그들이 훈련받은 대로 높은 담장을 민첩하게 넘으려던 찰나였다.​서걱-!​거센 빗소리에 완전히 묻혀버린 그러나 뼈와 살을 가르는 기괴하고도 섬뜩한 파공음이 어둠을 찢었다.​동시에 가장 뒤에 서 있던 암살자의 목통에서 시뻘건 핏물 분수가 뿜어져 나오며, 짐승이 앓는 듯한 억눌린 비명이 터져 나왔다.​"크윽……! 커헉!"​놀란 조장이 황급히 총구를 겨누며 뒤를 돌아본 순간, 밤하늘을 찢어발기는 새하얀 번개가 내리쳤다. 찰나의 환해진 시야 속에, 지옥의 가장 밑바닥에서 갓 기어 올라온 듯한 야차(夜叉)의 얼굴이 드러났다.​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제복이 빗물과 피로 흠뻑 젖은 거대한 사내 황후의 직속 수석 호위무사, 김민혁이었다.​그의 오른손에 들린 특수 제작된 티타늄 검의 칼날 끝에서는 빗물에 채 씻기지 못한 끈적한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아까 초저녁 신아리의 은밀한 별채를 습격하여 정보를 캐내는 과정에서 입은 팔뚝의 깊은 자상에서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민혁은 고통 따위는 전혀 느끼지 못하는 괴물처럼 기괴하게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고 있었다.​"너... 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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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핏빛 눈물과 반격의 서막

​"마마..."​목구멍까지 차오른 벅찬 감정을 억누르듯 민혁의 거친 숨소리가 내실의 무거운 공기를 흔들었다. 황후의 고귀한 손길이 자신의 상처를 감싸 안을 때마다 그는 이 목숨을 몇 번이고 바쳐서라도 저 가녀린 여인을 짓밟으려는 자들을 지옥 끝까지 쫓아내리라 맹세하고 또맹세했다.​시은은 눈앞에 무릎 꿇린 짐승 같은 충신을 바라보며 14년 동안 얼어붙어 있던 심장에 뜨거운 피가 다시 도는 것을 느꼈다.​더 이상 슬픔에 겨워 눈물 흘리는 허울뿐인대한제국에 국모가 아니었다.​"일어나거라 민혁아."​시은이 차갑고도 단단한 음성으로 명하자 민혁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눈빛은 방금 전까지 본가 앞마당의 살귀처럼 잔혹했던 빛을 거두고 오직 주군의 명령만을 기다리는 절대적인 경외로 가득 차 있었다.​"오늘 밤이 지나면 저 오만한 황충들은 우리가 파놓은 무덤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오게 될 것이다."​시은의 붉은 입술이 서늘한 미소를 그려냈다.​다음 날 아침​세상을 집어삼킬 듯 몰아치던 간밤의 폭우가 모든 오물을 씻어내린 듯 황궁의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푸르고 청명했다. 그러나 따스하고 평화로운 아침의 햇살이 무색하게도 황제의 편전은 폭풍전야의 기괴한 고요함에 휩싸여 있었다.​황제 유종석은 최고급 백자 찻잔에 담긴 향긋한 차를 마시며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넓은 용상 위 그의 무릎에는 속이 훤히 비치는 천박한 붉은 실크 슬립 차림의 신아리가 나른한 고양이처럼 기대앉아 있었다.​"폐하 간밤에 좋은 꿈은 꾸셨사옵니까?"​아리가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종석의 귓가에 속삭였다.​"하하하 물론이지 오늘 아침이면 내 눈엣가시 같던 민현석 늙은이가 제 명을 다했다는 반가운 부고가 들려올 테니깐 말이야 내가 친히 기른 흑영의 실력은 대한 제국 제일이니깐 아마 지금쯤 흔적도 없이 그 늙은이의 숨통을 끊어놓고 지옥으로 보냈을것이다."​종석은 마치 이미 승리라도 거머쥔 듯 오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호호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평생 고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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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황제의 기만 피어나는 불신

​"기대하십시오 폐하 어젯밤의 지옥은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니까요."​서늘하고도 잔혹한 귓속말을 끝으로 시은은 미련 없이 뒤를 돌았다. 황금빛 적의(翟衣)가 대리석 바닥을 스치며 내는 사각이는 파찰음만이 죽은 듯 고요해진 편전 안을 날카롭게 가르며 울려 퍼졌다.​"이...이 독부 같은 년! 감히 폐하 앞에서 피를 보이고 협박을 해? 황후! 네가 정녕 미친 것이로구나! 멈춰라! 거기 서지 못할까!" 민시은!!!!​사색이 된 황제 유종석이 등 뒤에서 악을 쓰며 소리쳤지만 시은의 고고한 발걸음은 단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한비서가 얼음장 같은 얼굴로 무미건조한 목례를 남긴 뒤 시은의 뒤를 따랐고 마지막으로 편전 문을 나서던 호위무사 김민혁은 고개를 돌려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종석과 아리를 서늘하게 내려다보았다.​오직 살육과 주군의 안위만을 위해 훈련된 들개처럼 무감각하면서도 잔혹한 눈빛 그 칠흑 같은 시선과 마주친 순간 종석은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섬뜩한 한기에 자신도 모르게 숨을 헉, 하고 삼켰다.​쾅-!​거대한 편전의 문이 무거운 굉음을 내며 닫히는 소리와 함께 14년간 오만하게 군림했던 황제의 권위도 산산조각이 났다.​"꺄아아아악! 치워! 당장 치워! 저 끔찍한 것을 내 눈앞에서 당장 치우란 말이야!"​그제야 정신을 차린 신아리가 자개 상자 안에 담긴 흑영 조장의 잘린 손목을 보며 발작하듯 비명을 질렀다. 황제의 수석 비서관이 파랗게 질린 얼굴로 황급히 다가와 상자를 덮고는 밖으로 쫓기듯 뛰쳐나갔다. 넓고 화려한 편전 안에는 거친 숨을 몰아쉬는 종석과 공포에 질려 바닥을 기어가는 아리만이 남았다.​"폐...폐하 ! 저. .저민시은 저년이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폐하의 수족을 저리 잔인하게 베어내고 우리를 죽이려 들고 있습니다! 저 무서운 년을 당장 폐위시켜야 하옵니다!"폐하!시끄럽다! 민시은 이.. 이독한년!​아리가 종석의 바짓가랑이를 부여잡고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그 가증스러운 눈물과 비명에, 종석은 이를 뿌득 갈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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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역전된 올가미와 잔혹한 심판

​며칠 뒤 궁지에 몰린 황실의 교활한 기만은 본격적으로 그 추악한 민낯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다음 날 대한제국 전역의 뉴스 채널과 주요 일간지 1면은 일제히 황실 언론 통제관들이 뿌린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도배되었다.​[특보: 민석그룹 황실 문화재 사업 독점 실패하자 국고 지원 전면 중단 선언!][재벌의 끝없는 갑질 대한제국 황실의 존엄성 훼손 논란!][황후 민시은 친정의 막강한 권력을 등에 업고 내명부 권력 사유화 의혹]​긴급 기자회견장에 선 황제 유종석은 완벽한 피해자의 얼굴을 연기하고 있었다. 그는 수십 대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 속에서 짐짓 비통하고 고뇌에 찬 표정으로 단상에 올라 백성들을 향해 깊이 고개를 숙였다.​"친애하는 대한제국 국민 여러분 작금의 사태에 황제로서 참담한 심정과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대한제국 경제의 기둥이라 믿었던 민석그룹은 제국의 상징인 황실의 고유 권한마저 거대한 자본으로 쥐고 흔들려 하였습니다. 그들이 내명부의 수장인 황후의 친정이라는 이유만으로 묵인하고 넘어가기에는 그들의 오만한 탐욕이 이미 도를 넘었습니다."​종석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치밀하게 계산된 가증스러운 연기였다.​"짐은 비록 황실의 곳간이 비어 이슬을 마시고 사는 한이 있더라도 한 줌의 권력을 쥔 재벌의 횡포에 무릎 꿇고 굴복하여 황실의 숭고한 명예를 팔아넘기지 않을 것입니다 백성 여러분 황실을 지켜주십시오!"​그의 거짓 눈물 연기는 완벽하게 대중의 감정을 파고들었다. 진실을 알 리 없는 백성들은 분노했고 여론은 순식간에 황실을 핍박하는 악랄한 거대 재벌 민석그룹과 아비의 막강한 자본 뒤에 숨어 황제를 능멸하는 오만한 황후를 질타하는 방향으로 들끓기 시작했다.​같은 시각 신아리의 처소인 화려한 별궁에서는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TV 중계를 지켜보던 신아리는 최고급 붉은 와인을 단숨에 들이켜며 통쾌하다는 듯 광기 어린 폭소를 터뜨렸다.​"하하하! 멍청한 백성들 같으니! 저렇게 단상에 서서 적당히 불쌍한 척 눈물 몇 방울 흘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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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역전된 덫, 무너지는 옥좌

다음 날 오전 황실 내수사 특별 청문회 감사장 ​거대한 국왕의 옥좌 아래 수십 명의 깐깐한 감사관들과 특종을 노리는 언론사 기자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들어 장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황제 유종석은 완벽한 승리자의 여유를 숨긴 채 짐짓 근엄하고 무거운 표정으로 상석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옆 화려하게 늘어진 진주 주렴 뒤에는 내명부의 수장 자격으로 참석한 황후 민시은이 미동도 없이 고요히 앉아 있었다.  주렴에 가려 그녀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종석은 콧방귀를 뀌었다.  보나 마나 공포에 질려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이제 황실 특별 감사를 시작하겠다." ​종석의 엄숙한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감사장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오늘 이 자리는 백성들의 피땀 어린 세금인 황실의 신성한 국고 5천억 원이 어찌하여 민석그룹의 불법 비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는지 그 추악한 진실을 명백히 밝히는 자리다.  핵심 증인인 재무부 박동식 회계관을 당장 안으로 들라 하라!" ​육중한 문이 열리고, 겁에 질려 파랗게 질린 표정의 사내 하나가 내수사 호위병들의 삼엄한 호위를 받으며 중앙으로 걸어 들어왔다. ​종석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저 어리숙한 박동식의 입에서 '황후의 사주를 받았다'는 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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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버림받은 요부와 텅 빈 감사장의 광기

​황실 내수사 감사장 수십 개의 샹들리에가 뿜어내는 찬란한 불빛조차 지금 이 공간을 짓누르는 무거운 한기를 걷어내진 못했다.​"이 시각 부로 내명부 수장의 권한으로 황제 직속 궁녀 신아리를 국고 횡령 및 황후 암살 미수 혐의로 즉각 하옥할 것을 명한다. 방해하는 자는 그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역모의 죄로 다스릴 것이다!"​시은의 차갑고도 단호한 선언이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팽팽했던 감사장의 허공을 날카로운 검처럼 베어냈다.일순간 호흡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지독한 정적이 공간을 집어삼켰다.​그 서늘하고도 압도적인 황명(皇命)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시은의 등 뒤에 그림자처럼 도열해 있던 호위무사 김민혁의 손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의 턱짓 수신호를 받은 덩치 큰 내수사 소속 호위병들이 무거운 갑옷 소리를 절렁이며 맹수처럼 우르르 몰려들었다.​그들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바닥에 주저앉아 넋을 잃고 있던 신아리에게 달려들어 그녀의 가녀린 양팔을 거칠고 억세게 꺾어 결박했다.​"이....이거 놔! 당장 놓으란 말이야! 내가 누군지 알아? 내 몸에 감히 손을 대고도 네놈들의 목숨이 온전할 줄 아느냐! 나는 폐하의 사람이야! 감히 나를 건드려?!"​아리가 미친 듯이 발버둥 치며 악을 썼다. 목에 핏대가 서고 고운 얼굴이 흉측하게 일그러졌지만 오직 살육과 무력만을 위해 길러진 건장한 호위병들의 악력을 이겨낼 방도는 없었다.​버둥거릴수록 황제가 직접 하사했던 최고급 실크 드레스가 찢어질 듯 구겨졌고 머리를 장식하고 있던 수천만 원짜리 다이아몬드 티아라가 바닥에 나뒹굴며 파열음을 냈다.​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짐짝처럼 질질 끌려가면서도 아리는 핏발이 선 살기 어린 눈으로 단상 위의 유종석을 향해 구원의 손길을 뻗었다.​"폐...폐하..폐하! 저를 살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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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밑바닥 요부의 탄생, 14년 전 엇갈린 그날]

민석그룹의 두뇌 한비서와 손에 피를 묻힐 준비를 마친 흉포한 호위무사 김민혁이 그 뒤를 철통같이 호위하며 따랐다. ​모두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텅 빈 옥좌 앞에는 처참하게 구겨지고 짓밟힌 황제의 알량한 위엄만이 깨진 도자기 파편처럼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같은 시각 황궁의 가장 어둡고 습한 밑바닥 내명부 지하 감옥에서는 ​빛 한 줌 들어오지 않는 서늘하고 퀴퀴한 감옥의 더러운 지푸라기 위로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신아리가 마치 쓰레기 짐짝처럼 무참하게 내동댕이쳐졌다. ​철컹-! ​육중한 철창문이 닫히고 묵직한 자물쇠가 잠기는 소리가 지하의 적막을 찢었다. ​"이것들이 미쳤어! 감히 내 몸에 손을 대? 당장 문 열어! 문 열지 못해?! 폐하께서 아시면 너희 놈들 목숨은 당장 파리 목숨이 될 줄 알아라!" ​철창에 미친 듯이 매달려 발악하며 흔들어대던 아리의 하얀 손가락 마디에서 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이끼 낀 돌벽에 부딪혀 돌아오는 자신의 찢어지는 목소리와 차가운 메아리뿐이었다. ​발버둥 치던 아리는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바닥에서부터 뼛속까지 스며 올라오는 지독한 한기와 코를 찌르는 역겨운 곰팡내 그리고 썩은 쥐들의 냄새가 가득했다. ​아리는 그 끔찍하리만치 익숙한 냄새에 흠칫 온몸을 떨며 자신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이 냄새……. 맞아 이 냄새야 내가 그토록 도망치고 싶어 발악했던 그 지독하게 가난하고 끔찍했던 그곳의 냄새야' ​아리의 초점 잃은 눈동자가 애써 머릿속 깊은 곳에 파묻어두었던 14년 전 과거의 끔찍하고 더러운 기억 속으로 거칠게 빨려 들어갔다. ​14년 전 서울 외곽에 자리한 낡고 썩어빠진 고아원, ​그곳은 버림받은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어 보호하는 울타리가 아니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원장이 아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정부에서 나오는 얄팍한 보조금마저 제 주머니로 횡령하며 배를 불리는 지옥의 수용소였다. ​겨울에는 얼어 죽고 여름에는 썩은 음식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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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피로 물든 제국, 어둠 속에서 태어난 사신(死神)

​흙먼지가 묻어 엉망이 된 얼굴이었지만, 묘하게 사내의 마음을 홀리는 아리의 크고 깊은 눈망울에는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처절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완벽하게 계산된 너무나도 가련하고 아름다운 희생양의 모습이었다.갑작스러운 소란에 미간을 찌푸리며 신경질을 내려던 황태자 종석은 제 발밑에 납작 엎드려 자신을 마치 유일한 구원자처럼혹은 절대적인 신처럼 우러러보는 소녀의 묘한 눈빛에 멈칫했다."아프냐?"종석이 짐짓 근엄한 척 거드름을 피우며 묻자아리는 기다렸다는 듯 종석의 바짓가랑이를 가녀린 두 손으로 꽉 부여잡았다.최고급 실크 바지에 끈적한 진흙이 묻어났지만, 종석은 웬일인지 발을 빼지 않았다. ​"흐윽, 황태자 전하…… 제,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아리의 가냘픈 목소리가 봄바람에 나부끼는 낙엽처럼 애처롭게 떨렸다."이곳의 악마 같은 원장이 밤마다 이유 없이 저를 때리고 어두운 지하실에 가둡니다. 흐흑…… 너무 아파서 이제는 뼈가 부서질 것 같아서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요 전하께서 자비로운 손길로 저를 이 지옥에서 꺼내주시지 않는다면 저는 내일 아침 매를 맞아 차가운 주검이 되고 말 거예요. 제...제발 제 목숨을 거두어 주십시오 전하!"종석은 자신의 바짓가랑이를 생명줄처럼 붙잡고 처절하게 매달리는 이 어리고 가녀린 소녀를 흥미로운 그리고 탐욕스러운 눈길로 내려다보았다.황태자라는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우러러보며 맹목적으로 구원을 비는 이 절대적인 복종과 의존 그것은 15살 종석의 가슴속 깊은 곳에 음습하게 똬리를 틀고 있던 비열한 우월감과 알량한 지배욕을 완벽하게그리고 달콤하게 자극했다. 늘 자신과 동등한 아니 오히려 더 기품 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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