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이 무겁게 짓누른 제국의 아침, 밤새도록 미친 듯이 쏟아지던 짐승 같은 폭우는 멎었지만, 자경전(慈慶殿) 앞마당을 가득 채운 축축하고 비릿한 흙냄새는 금방이라도 피바람을 몰고 올 듯 음산하게 깔려 있었다. 이른 새벽부터 황궁의 넓은 앞마당에는 제국의 모든 대신들과 종친들이 숨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도열해 있었다. 그들의 시선이 향한 곳은 마당 한가운데에 높게 솟아오른 서늘한 단두대, 그리고 그 단두대를 굽어보는 가장 높은 상석에 자리한 거대한 옥좌였다. 옥좌에는 황제의 상징인 흑룡포를 연상케 하는 압도적이고도 화려한 핏빛 적의를 두른 여제, 황후 민시은이 북해의 빙하처럼 차가운 얼굴로 앉아 있었다. 그녀의 등 뒤에는 거대한 사신(死神)처럼 칠흑 같은 제복을 입은 김민혁이 서늘하게 안광을 번뜩이며 버티고 서 있었다. "죄인을 끌어내라" 시은의 붉은 입술 사이로 떨어진 무자비한 하명, 그와 동시에, 묵직한 북소리가 둥, 둥, 둥 하며 황궁의 적막을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아아아악! 놔! 놔란 말이야!! 내 아이! 내 아이를 돌려줘!!" 내수사(內需司) 감찰 요원들에게 양팔을 붙들린 채 짐짝처럼 질질 끌려 나오는 한 여자, 어젯밤 끔찍
Last Updated : 2026-10-0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