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폐하, 황비가 사라졌습니다: Chapter 71 - Chapter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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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서재헌은 손을 내저었다."유란이는 부인을 보면 기뻐할 텐데 어찌 슬퍼하겠습니까? 어서 가 보십시오."그렇게까지 말하자 김서영도 더 머물기 어려워 예를 올리고 먼저 떠났다.서재헌은 침상 곁으로 가 누워 있는 사람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물었다."잠들지 않았으면서 어찌 눈을 뜨지 않느냐?"잠시 침묵이 흐른 뒤 송연화는 천천히 눈을 떴다. 초점 없는 눈은 허공에 머물러 텅 비고 생기 없이 보였다.그랬다.송연화는 깊이 잠들지 않았다.거듭된 통증 탓에 얕은 잠에 익숙해져 김서영이 물건을 뒤지기 시작하자 곧 깨어났다.심지어 김서영의 목적이 회혼단이라는 것도 금세 짐작했다.다만 서재헌이 자신이 깨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줄은 몰랐다.서재헌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분은 네 어머니다. 이처럼 피하는 것은 너무 매정하지 않느냐?"'매정하다고?'송연화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가 들어왔을 때 김서영이 물건을 뒤지는 모습을 보았는지 묻고 싶었지만 끝내 삼켰다.서재헌은 김서영이 송유란을 만나러 갔는지만 신경 쓸 뿐 다른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물어 본들 돌아오는 것은 또 다른 질책뿐일 터였다.송연화는 고개를 돌리고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서재헌은 미간을 찌푸렸다. 고독충을 몸에 넣은 뒤로 송연화는 줄곧 생기 없는 모습이었다. 문이율이 고독충에는 영향이 없다고 하지 않았다면 반드시 그에게 지켜보게 했을 것이다.그는 생각을 거두고 침묵을 깨뜨렸다."전에 태의를 불렀다고 들었다. 뱃속의 아이에게 문제가 생긴 것을 알아차린 것이냐?"송연화의 몸이 살짝 움직였다."제 아이는... 없어진 것입니까?"마지막 말은 힘겹게 내뱉었고 목소리의 떨림도 뚜렷했다."훗날 다시 아이를 갖는 데는 지장이 없다고 들었다."송연화는 순간 몸을 일으켰다."하지만 이 아이는 곧 태어날 참이었습니다. 송유란에게 무슨 문제가 있더라도 기다릴 수는...""기다릴 수 없다."서재헌은 말을 끊었다. 마음이 무거웠지만 설명했다."유란이의 허약증은 더는 억누를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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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연이는 텅 빈 곳을 보고 저도 모르게 말한 뒤 다시 물었다."원래 이곳에 무엇이 있었습니까?"송연화가 낮게 답했다."회혼단이다."예전에 김서영과 이야기를 나눌 때 연이도 곁에 있었기에 송연화는 숨기지 않고 말했다.하지만 연이는 멍해졌다.회혼단을 이곳에 숨겨 두었다는데 지금은 보이지 않았다.'누가 가져간 것일까?'"마마, 그 회혼단은... 누가 가져갔겠습니까?""그러게 말이다. 누가 회혼단을 가져갔을까?"송연화는 무심코 중얼거리는 듯했지만 그 말에 연이는 송유란을 떠올렸다.회혼단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송유란은 전에 연이 앞에서 회혼단을 바꿔치기하겠다고 분명히 말한 적도 있었다.'설마 송유란이 회혼단을 가져간 것인가?'연이는 깨달은 표정을 지었다. 영휘궁의 궁인들을 이곳으로 부른 것도 송유란이...연이는 고개를 돌려 뒤를 보다가 멍한 얼굴의 송연화를 발견하고 저도 모르게 입술을 달싹였다.송연화에게 배척당한 뒤 영휘궁에서 편한 날이 없었다.아니, 황궁에서 편한 날이 없었다고 해야 했다.모두가 연빈을 위해 폐하의 노여움을 산 것은 어리석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송유란이 자신이 매를 맞기를 원했기에 맞았을 뿐이었다.그 뒤 송유란은 자신을 완전히 잊은 듯했다. 보상은커녕 안부 한마디도 묻지 않았다.쓸모없을 때는 내팽개치고 필요할 때만 다시 불러왔다.'이런 사람을 계속 따른다면 목숨을 지킬 수 있을까?'송연화는 아무리 처지가 나빠도 폐하의 후궁이었고 성품도 좋아 자신에게 화를 낸 적이 없었다. 두 사람을 비교하니..."연이야, 연이야?"연이는 몸을 떨며 정신을 차리고 빠르게 침상 곁으로 갔다."마마, 무슨 일이십니까?"송연화는 목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의아하게 물었다."방금 무슨 생각을 했느냐? 몇 번이나 불렀는데 어찌 대답하지 않았느냐?"연이는 송유란을 생각했다고 감히 말할 수 없어 서둘러 답했다."마마께서 조사하라고 하신 일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내가 조사하라고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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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다시 이틀이 흘렀다. 송연화의 몸속 고독충은 팔꿈치까지 올라왔고 연이도 앞뒤 사정을 모두 알아냈다.알면 알수록 송유란이 두려워졌다.한편 송연화의 마음에도 의문이 생겼다.북방 변경에서 누군가에게 일부러 괴롭힘을 당했을 때 통증이 반응을 둔하게 하고 생각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거듭되는 통증이 오히려 머리를 갈수록 맑게 만들었다. 몸은 영향을 받아도 머릿속만은 따로 떨어져 있는 듯했다.통증 외에는 다른 감각이 전혀 없었다."마, 마마."갑자기 연이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송연화는 정신을 차리고 반사적으로 물었다."무슨 일이냐?""소인이 원화사의 점괘가 영험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 점괘 하나를 뽑으러 가고 싶습니다."송연화의 움직임이 멎었다."그냥 다녀오면 된다. 내게 말할 필요 없다."연이는 억지로 웃었다."이곳은 황궁이 아니니 말씀드려야 할 듯해서... 그럼 소인은 지금 다녀오겠습니다."발걸음 소리가 멀어졌다. 송연화는 손끝을 문지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예전부터 연이의 상태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후궁에는 일이 많았고 다른 궁녀들도 곁에 있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연이 때문에 송유란이 노해 난희가 장형을 당하고서야 이 궁녀가 다른 마음을 품었을 수 있다고 깨달았다.'회혼단 일로 연이의 입장을 확실히 알아낼 수 있기를 바랐다.''그렇지 않으면...'송연화는 눈을 감고 모든 생각을 거두었다.한편 연이는 몸을 떨며 작은 뜰을 나왔다. 주변을 한 바퀴 돌고 다른 뜰로 향했다."유란 아씨를 뵙습니다."송유란은 아래에 엎드린 궁녀를 내려다보며 탐색과 의문이 섞인 눈빛을 보냈다."네가 아직 살아 있었느냐?"'아직 살아 있었다니 무슨 뜻이지?'난희의 죽음을 떠올린 연이의 몸이 굳었다.'설마... 난희를 죽인 사람이 송유란인가?''아니면 처음부터 자신이 살아남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인가?'자신은 금은보화와 부귀영화를 좋아했다. 하지만 목숨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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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다음 순간 평상복 차림의 서재헌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송유란은 표정을 바꾸고 기쁜 얼굴로 다가갔다."재헌 오라버니, 어찌 오셨습니까?""너를 보러 왔다."서재헌은 말하며 바닥에 있는 사람을 훑어보다가 미간을 찌푸렸다.'이 궁녀는 어째서 낯이 익지?'송유란은 그의 시선을 알아차리고 조용히 말했다."재헌 오라버니도 이 아이가 낯이 익으십니까?"서재헌은 눈을 가늘게 뜨다가 문득 기억해 냈다.지난번 자신이 장형을 내린 궁녀였다."영휘궁의 궁녀인데 어찌 이곳에 있느냐?"송유란은 입을 반쯤 가리고 헛기침했다."제가 일부러 불렀습니다."거기까지 말한 송유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동생이 방에만 틀어박힌 뒤로 줄곧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전에 문제가 생긴 뒤로 감히 찾아가지 못해 동생 곁의 사람을 불러 사정을 물어보려 했습니다."송유란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명하자 서재헌의 눈에 점차 다정함과 안타까움이 어렸다."너는 참. 네 동생이 너를 그렇게 대했는데도 어찌 계속 걱정하는 것이냐?"송유란은 고개를 저었다."그렇게 말할 수 없습니다. 결국 제 동생이고 저도 잘못했습니다. 문병할 생각만 했지 동생의 처지를 헤아리지 못했습니다."서재헌은 손을 들어 송유란의 흐트러진 귀밑머리를 정리했다."자책하지 마라. 네 뜻은 선했다."생각해 보니 영휘궁의 궁녀들이 이곳에 온 뒤로 자신도 송연화를 찾아가지 않았다. 그쪽 사정은 정말 알지 못했다.송유란을 달랜 뒤 서재헌은 연이에게 물었다."그쪽은 어떠냐?"연이는 몸을 떨며 공손히 답했다."마마께서는 요즘 통증이 자주 발작하십니다. 그 밖에는 줄곧 누워 움직이지 않으십니다."서재헌의 표정이 살짝 달라졌다.잠시 뒤 연이를 물러가게 하고 송유란에게 말했다."짐은 조금 뒤 그쪽에 가 보겠다."송유란의 표정이 순간 굳었지만 금세 평소대로 돌아왔다."가 보셔야 합니다. 동생 곁에는 친한 사람이 없어 쓸데없는 생각을 하기 쉽습니다."서재헌은 그런 까닭이 아니라 오늘 문이율 때문에 온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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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서재헌?'송연화의 손가락이 살짝 말렸다가 천천히 펴졌다."무엇을 물었느냐?""모두 마마에 관한 일이었습니다. 소인은 최근 통증이 심하게 발작한 것 외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고 답했습니다."송연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연이가 감히 이 일을 털어놓은 것을 보면 자신이 한 말에는 문제가 없다는 뜻이었다.적어도 서재헌이 들은 말에는 문제가 없었다.'다만—''연이는 송유란의 사람일까?''하지만 송유란이 자신의 사람을 그 지경이 되도록 매질하게 둘까?'살아남기는 했지만 장형의 상처는 몸에 남았다.거기까지 생각한 송연화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일부러 걱정스럽게 물었다."다친 곳은 없느냐?"연이는 멈칫했다."다, 다친 곳 말입니까?"송연화는 부드럽게 말했다."전에 무례를 범했다는 이유로 장형을 당하지 않았느냐. 이번에도 불려가 괴롭힘을 당한 것은 아니냐?"연이는 잠시 굳었다."소, 소인은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습니다."말이 끝나자 다른 목소리가 끼어들었다."너는 어찌 유란이가 궁녀를 괴롭힐 것이라 생각하느냐?"서재헌은 무표정하게 문가에 서 있었다. 송연화를 바라보는 눈에는 실망이 가득했다.그는 자신이 송유란의 처소에서 그토록 빨리 떠났는데도 이런 의심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송연화는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고 담담하게 말했다."평범한 궁녀였다면 당연히 의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연이는 전에 무례를 범했다는 이유로 장형을 당했습니다.""유란이는 마음씨가 착한 사람이다. 지난번 장형도 짐이 내린 명이었다. 연화야, 너는 유란이를 지나치게 악의적으로 보는구나."송연화는 멈칫했다.연이에게 물은 것은 자신이 온화하게 걱정하는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서였다.'그런데 서재헌의 눈에는 자신이 악의를 품은 것으로 보인단 말인가?'너무 놀란 송연화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서재헌의 눈에는 그 침묵이 반박할 말이 없다는 뜻으로 보였다."보아하니 네 악의를 스스로 인정하는구나. 송연화, 어찌 이토록 악독하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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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시간이 조금씩 흘렀다.방 안의 침묵은 점차 무거운 적막으로 변했다.구석에서 연이는 온몸을 한 덩어리처럼 웅크렸다.'그저 한마디 물었을 뿐인데 어찌 폐하께서 마마를 질책하는 상황이 된 거지?''큰일 났다.''설마 나에게 화풀이하시는 것은 아니겠지?'서재헌도 자신이 한 말에 문제가 있음을 깨닫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하지만 방금 송연화가 했던 말을 떠올리자 마음에 일어난 동요를 다시 눌렀다."더 할 말이 있느냐?"송연화는 입술을 달싹였다. 목이 몹시 마르고 쉬어 결국 아무 말도 없다는 뜻으로 고개만 저었다.그 모습을 본 서재헌의 마음에 갑자기 이유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하지만 자신도 까닭 없는 화라는 사실을 알았다. 끝내 송연화를 한번 바라보고 소매를 떨친 채 성큼성큼 떠났다.서재헌이 떠나자 방 안의 분위기가 한결 느슨해졌다.연이는 몸의 힘을 풀었다가 무언가 떠올리고 빠르게 일어나 송연화의 곁으로 가 손을 부축했다."마마, 괜찮으십니까?"송연화의 눈은 허공을 향했다."내가 무슨 일이 있겠느냐?"기운 없는 목소리에 연이는 입술을 다물었다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폐하께서는 잠시 노하셨을 뿐입니다. 마마께서는 폐하의 말씀을 마음에 담지 마십시오."'잠시 화가 나셨을 뿐이라고?'송연화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두려운 것은 잠시 화가 난 것이 아니라 서재헌이 오래전부터 그 말을 마음에 품고 적당한 때를 기다려 꺼낸 것일 가능성이었다.'이것은 얌전히 분수를 지키라는 경고였다.'"마마, 괜찮으십니까?"송연화는 억지로 미소 지었다."나는 괜..."말을 마치기도 전에 안색이 갑자기 변했다.줄곧 표정을 살피던 연이는 변화를 보자 곧바로 송연화를 침상에 눕혔다.그와 동시에 송연화는 극심한 통증에 빠졌다.연이는 밖의 궁녀들을 불러들이고 침착하게 손수건을 가져와 송연화의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조금씩 닦았다.아무도 다시 돌아온 서재헌이 문밖에 서서 무표정한 얼굴로 분주한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한참 뒤 서재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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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문이율은 턱을 쓰다듬었다."그렇습니다. 그 아이는 고독충의 영향으로 죽은 뒤 피를 대신하게 됩니다."서재헌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전에는 그 일을 말하지 않았다."문이율의 눈에 어두운 빛이 스쳤다."폐하께서는 곧 태어날 아이가 어미의 뱃속에서 죽었는데 아무런 수단도 쓰지 않고 꺼낼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그 아이도 엄연한 생명이었다!'송연화가 줄곧 해산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을 뿐, 그날 바로 꺼냈어도 살아남을 수 있는 아이였다.서재헌도 그 사실을 떠올리고 온몸이 굳었다.당시 문이율은 조금 더 기다릴 수 있다고 권했지만 자신이 곧바로 진행하겠다고 고집하며 아이는 훗날 다시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문이율의 말대로라면 자신의 아이까지 송유란의 약재가 되었다는 뜻이 아닌가?'그렇게 생각할수록 서재헌은 경악했다.한참 뒤 돌아서서 성큼성큼 떠났다."쨍그랑!"문이 양옆 벽에 부딪히자 문이율은 한숨을 쉬었다.송씨 가문과 얽힌 일이 아니었다면 애초 이런 일에 손대지도 않았을 것이다.'서재헌의 주의를 끌었으니 미리 달아날 기회를 찾아 두어야 한다.'생각에 잠긴 순간 문밖에 한 부인의 모습이 나타났다.눈을 들어 살펴보니 찾아온 사람은 뜻밖에도 김서영이었다.'오늘 무슨 바람이 불어 부인까지 찾아온 것일까?'김서영이 물었다."문 의원, 방금 폐하께서 떠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유란이 쪽에 무슨 일이 생긴 것입니까?"문이율은 담담하게 답했다."폐하께서는 연빈 마마 때문에 오셨습니다."그는 숨기지 않고 방금 나눈 대화를 그대로 전했다.순간 김서영은 온몸이 굳어 믿을 수 없다는 듯 문이율을 바라보았다."전에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문이율은 말을 끊었다."아이를 지킬 수 없다고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기다리지 않기로 한 것은 부인들입니다. 게다가 벌써 닷새가 지났는데 정말 지금 멈추시겠습니까?"김서영은 몸을 휘청했다. 눈앞에는 야윈 송연화의 모습만 가득했다.하지만 지금은 모든 일을 멈출 수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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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기다릴 수 없다."문이율은 다시 말을 끊었다."지금 유란 아씨는 연빈 마마 쪽에서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미리 알려 드리지 않았다고 하지 마십시오. 약재는 구하기 어렵습니다. 함부로 약을 써서 효능을 망치면 허약증을 고칠 기회는 영영 사라집니다."김서영은 굳었다."염려하지 마십시오. 제가 유란이를 지켜보겠습니다."송연화는 바깥에서 일어난 일을 알지 못했다. 다시 한 차례 발작을 견디고 나서 몸의 돌기가 어깨까지 올라온 것을 알아차렸다.손끝으로 건드리자 계속 꿈틀거리는 감각에 가슴이 떨렸다.서재헌은 이 돌기가 고독충이며 심장까지 가면 꺼낼 수 있다고 했다.'하지만 그때 자신이 정말 살아남을 수 있을까?'"마마, 식사하실 시간입니다."연이의 목소리에 송연화는 생각에서 깨어났다.식사가 끝나자 연이는 떠났다.시간이 빠르게 흘러 어깨의 돌기는 가슴 중앙으로 옮겨 갔다. 왼쪽 심장에 점점 가까워졌다.그동안 송연화는 연이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영휘궁의 궁인 몇 명을 만났다.죽음을 가장하기로 했을 때부터 송연화는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 훗날 송유란이 영휘궁의 궁인들을 모두 다른 곳으로 보낸 것도 진행을 조금 늦췄을 뿐이었다.이제 황궁 밖으로 옮겨와 높은 붉은 담장이 사라지니 오히려 더 간단해졌다.같은 시각 서재헌과 문이율도 작은 뜰에 나타났다."사람을 시켜 살펴보았습니다. 통증이 길어도 두 번만 더 발작하면 약재가 완성됩니다."문이율은 궁녀가 알려 준 돌기의 위치를 바탕으로 판단했다.서재헌은 어두운 눈으로 물었다."그때 누가 약재를 꺼낼 것이냐?"문이율은 그를 한번 바라보았다."무예를 익힌 여인을 찾으십시오. 칼로 한 번 가르면 약재를 꺼낼 수 있습니다."약재를 꺼내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어려운 것은 칼을 쓰는 사람이 냉정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점이었다.서재헌은 안도했다. 문이율이 직접 하지 않는다면 됐다.그때 송유란의 궁녀가 달려왔다."폐하, 아씨께서..."궁녀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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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서재헌의 안색은 여러 번 변하다가 끝내 평온을 되찾았다."짐이 먼저 유란이를 보러 가겠다. 이쪽도 준비해 두어라. 만일..."말을 끝맺지 않았지만 앞의 대화를 들은 사람들은 그 뜻을 모두 알았다.방 안에서 송연화는 이불에 기대 한 손으로 배를 가볍게 쓰다듬었다.어째서인지 뱃속의 아이가 죽었다는데도 불러온 배는 조금도 줄지 않았다. 마치... 아이가 여전히 안에 있는 듯했다.'하지만 태의가 이미 아이를 지킬 수 없다고 했는데 살아 있을 리가 있을까?'"마마, 폐하께서 떠나셨습니다."생각에 잠긴 송연화에게 연이의 보고가 들렸다.송연화가 짧게 대꾸하자 연이가 말했다."밖의 사람들 안색이 모두 좋지 않습니다. 혹시 유란 아씨 쪽에 무슨 일이 생긴 것입니까? 마마, 저희가..."송연화가 손을 살짝 들었다.연이는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송연화가 말했다."그쪽에 아무 일도 없기를 바라야 할 것이다."연이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요즘 연이는 원화사 안의 사정을 모두 파악했다.송유란 쪽에 문제가 생기면 이쪽은 반드시 더 심한 일을 겪을 터였다. 그때는..."마마, 그쪽에는 아무 일도 없을 것입니다."송연화는 눈을 내리깔았다.고독충은 이제 곧 심장에 도착한다. 송유란이 조급해하면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었다.지금은 연이의 입장을 확인해야 했다.그렇게 생각한 송연화는 손을 안쪽으로 뻗어 숨겨 둔 손수건을 꺼냈다.연이는 그것을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손수건 안에 든 것은 회혼단일까?''하지만 마마께서는 회혼단이 사라졌다고 하지 않으셨나?'"마마, 손에 든 것은... 무엇입니까?""회혼단이다."송연화는 답한 뒤 연이가 침묵하자 말을 이었다."지난번 회혼단이 사라져 어머니께서 새것을 보내셨다."연이는 가슴이 철렁했다.송유란이 회혼단을 바꾸겠다고 했던 일이 떠올랐다. 다만 당시에는 자신에게 그 일을 시키겠다고 했다.'잠깐!''나는 줄곧 마마의 곁에 있었는데 송씨 가문에서 어떻게 나를 거치지 않고 새 회혼단을 보냈지?''게다가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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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송연화는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여기까지 듣고도 회혼단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어리석기 짝이 없는 사람이었다.연이가 정말 송유란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다만 자신이 두 사람의 사이를 흔든 덕분에 연이는 이제 송유란을 그다지 믿지 않는 듯했다."마마."그때 연이가 다시 불렀다.송연화는 정신을 차렸다."무슨 일이냐?""이 회혼단은 매우 중요합니다. 마마께서 먼저 소인에게 맡겨 보관하게 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지금 당장 드실 필요는 없으시지 않습니까?"송연화는 침묵한 채 연이의 말을 무시했다.그때 문밖에서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송연화는 재빨리 손에 든 손수건을 이불 속에 넣었다.연이는 문 쪽을 바라보았다."부인입니다."김서영은 방에 들어와 침상 위의 사람을 보며 경악했다.송연화는 본래도 야윈 편이었지만 그동안 고통에 시달려 이제는 뼈만 남은 듯했다.얼굴은 핏기 없이 창백했고 가느다란 손목은 금방이라도 부러질 만큼 말라 있었다.앉아 있는 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미라를 본 줄 알았을 것이다."너, 어찌 이 지경이 된 것이냐?"송연화는 조용히 답했다."이 지경이 되지 않고 어떻게 언니의 약재를 길러 내겠습니까?"김서영은 고개를 숙였다."연화야, 이 약재는...""어머니께서는 더 말씀하지 마십시오. 이 약재가 언니에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압니다."김서영은 입술을 다물고 마음속 동요를 억누르며 침상 곁으로 갔다."연화야, 네 언니가 회복하면 우리가 반드시 잘 보상하마."송연화는 냉담하게 말했다."어머니께서는 제가 이미 황궁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으셨습니까?"잠시 뒤 송연화는 연이를 물러가게 하고 김서영에게 말했다."어머니께서 전에 제 회혼단을 가져가셨으니 이제 돌려주십시오."연이의 입장은 확인했다.이제 두 번째로 확인해야 할 것은... 회혼단의 진위였다.김서영의 얼굴이 굳었다."내가 언제 네 회혼단을 가져갔느냐?"한때 그런 생각을 품기는 했지만 실제로 가져가지는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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