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열녀문 아래 색귀: Chapter 81 - Chapter 90

110 Chapters

81화

대문이 완전히 열렸다.해원은 남자를 바라봤다.허담과 똑같은 얼굴.똑같은 눈매.심지어 입술을 깨무는 버릇까지 같았다.허담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아버지.”남자가 허담을 바라봤다.“오랜만이구나.”허담의 다리가 휘청했다.“죽었다고 들었습니다.”“죽었다고 믿게 했지.”강헌이 욕을 뱉었다.“이 집안은 사람 하나 죽이는 것도 왜 이렇게 복잡해?”해원이 남자를 막아섰다.“당신.”남자가 해원을 바라봤다.“그래. 네가 해원이구나.”“내 아버지?”“그래.”해원이 웃었다.“그럼 하나만 물을게.”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뭐든.”“내가 태어났을 때.”잠시 침묵.“날 죽이려고 했어?”남자의 표정이 굳었다.“누가 그런 말을 했느냐.”“대답부터.”“아니다.”최씨가 뒤에서 비웃었다.“거짓말.”남자가 최씨를 돌아봤다.“아직도 살아 있었군.”최씨의 얼굴이 굳었다.해원이 둘을 번갈아 봤다.“둘이 아는 사이네.”남자가 말했다.“알지.”“어떻게.”“내 딸을 훔쳐간 여자니까.”해원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훔쳐갔다고?”최씨가 소리쳤다.“살리려고 데려간 거야!”“누가 죽이려 했는데?”“당신이잖아!”순간 남자의 얼굴이 굳었다.허담이 그 모습을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남자가 아들을 바라봤다.“네가 뭘 알고 있느냐.”“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해원 마님을 알고 계셨습니까?”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허담이 다시 물었다.“왜 해원 마님을 제게 맡겼습니까?”해원이 고개를 돌렸다.“잠깐.”그녀의 시선이 허담에게 꽂혔다.“나를 허담에게 맡겼다고?”남자가 말했다.“그래.”“왜?”“네 몸을 지키라고.”해원의 눈이 가늘어졌다.“그럼 허담은 처음부터 내 주변에 있었네.”허담이 고개를 숙였다.“예.”강헌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설마 허담이 처음부터 해원 옆에 배치된 거였어?”해원은 허담에게 다가갔다.“나한테 약을 먹인 것도.”“제가 했습니다.”“기억을 잃은 것도?”허담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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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화

“네가 사랑했던 여자의 본래 이름은 문해원이었다.”태주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해원은 오히려 웃었다.“이제 이름까지 바뀌네.”강헌이 한숨을 내쉬었다.“진짜 끝이 없구나.”해원이 태주를 바라봤다.“당신은 알고 있었어?”“몰랐어.”“혼인까지 했는데?”“그때도 넌 윤해원으로 알고 있었어.”해원은 아버지라는 남자를 바라봤다.“그럼 누가 내 이름을 바꿨어?”남자는 최씨를 바라봤다.“저 여자가.”최씨가 고개를 저었다.“살리려고 그랬어!”“누구한테서?”“당신에게서!”순간 남자의 얼굴이 굳었다.해원이 둘 사이에 섰다.“둘 다 그만.”그녀는 최씨에게 다가갔다.“내 이름을 왜 바꿨어?”최씨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네 아버지가 널 찾지 못하게 하려고.”“왜 내가 아버지한테서 도망쳐야 했는데?”최씨는 대답하지 않았다.해원이 차갑게 말했다.“말 안 하면 내가 알아낼 거야.”그때 미령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내가 말할게.”모두가 미령을 바라봤다.“네 아버지는 널 죽이려고 한 게 아니야.”해원의 눈이 가늘어졌다.“그럼?”“널 데려가려고 했어.”“왜.”미령이 숨을 삼켰다.“네가 태어난 순간부터.”잠시 침묵.“너한테 상속된 게 있었거든.”해원이 헛웃음을 터뜨렸다.“또 재산?”미령은 고개를 저었다.“돈이 아니야.”그녀가 한 단어를 꺼냈다.“신분.”마당이 조용해졌다.“네가 누구의 딸인지 밝혀지는 순간.”미령의 목소리가 떨렸다.“왕실의 숨겨진 혈통이 드러나.”강헌이 욕을 뱉었다.“또 뭐야.”해원은 오히려 담담했다.“그래서 날 숨겼어?”“그래.”“그런데 왜 하필 윤씨 집안이야?”미령은 최씨를 바라봤다.“그 집안이 네 신분을 숨길 수 있었으니까.”해원의 눈빛이 차가워졌다.“그럼 최씨는 나를 키운 게 아니라.”잠시 말을 멈췄다.“숨긴 거네.”최씨가 울면서 말했다.“그래도 널 사랑했어.”해원이 웃었다.“사랑?”그녀가 고개를 저었다.“사랑한다고 하면서 이름을 뺏고,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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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화

“네가 내 딸이니까.”허정문의 말이 떨어졌다.해원은 그대로 굳었다.“……뭐?”허담도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아버지를 바라봤다.“아버지.”허정문은 아들을 보지 않았다.오직 해원만 보고 있었다.“내가 널 지키려고 이름을 바꿨다.”해원이 헛웃음을 터뜨렸다.“지킨 사람 얼굴이 이래?”그녀가 주변을 가리켰다.“내 이름 바뀌고, 기억 날아가고, 남자들은 나 가지고 장난치고, 내 가족이라는 인간들은 전부 날 속였는데?”허정문의 표정이 굳었다.“그래서 내가 돌아온 거다.”“늦었어.”해원이 차갑게 말했다.“너무 늦었어.”그 순간 장수가 다시 칼을 휘둘렀다.허정문이 막아냈다.“해원아, 뒤로!”“싫어.”해원이 움직이지 않았다.“이번엔 내가 직접 볼 거야.”장수가 이를 악물었다.“문해원은 반드시 데려간다!”해원이 장수를 바라봤다.“왜?”장수가 잠시 멈췄다.“네 몸에 있는 증표 때문이다.”해원의 얼굴이 굳었다.“무슨 증표.”장수는 대답하지 않았다.허정문이 소리쳤다.“말하지 마!”해원이 곧장 아버지를 돌아봤다.“왜.”“알 필요 없다.”“내 몸에 뭐가 있는데?”허정문이 침묵했다.해원이 허담에게 시선을 돌렸다.“당신도 알아?”허담은 고개를 숙였다.“모릅니다.”해원이 피식 웃었다.“이번엔 진짜 모르는 얼굴이네.”그때 장수가 외쳤다.“왼쪽 어깨!”해원의 손이 멈췄다.“뭐?”장수가 말했다.“문해원의 왼쪽 어깨에 있는 붉은 점.”허정문의 얼굴이 굳었다.해원은 천천히 옷깃을 잡았다.어릴 때부터 있던 작은 붉은 점.그녀는 아무 의미도 없다고 생각했다.“이게 뭐길래.”장수가 말했다.“왕실 직계의 증표다.”순간 모두가 굳었다.강헌이 헛웃음을 터뜨렸다.“왕실?”태주가 욕을 뱉었다.“이젠 왕실까지 나온다고?”해원은 오히려 담담했다.“그래서?”장수가 대답했다.“네가 살아 있는 게 밝혀지면 왕실의 정통성이 흔들린다.”해원이 허정문을 봤다.“내가 왕족이야?”허정문이 눈을 감았다.“그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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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

“소희는 최씨가 네 곁에 붙여놓은 가짜 동생이다.”허정문의 말이 끝나자 소희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아니야.”최씨가 눈을 감았다.“소희야.”“아니라고!”소희가 허정문에게 달려들었다.“당신이 뭘 알아!”허정문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네가 누군지 안다.”“닥쳐!”소희가 울부짖었다.“난 윤소희야!”해원이 조용히 물었다.“그 이름도 가짜야?”소희가 그대로 굳었다.해원은 다시 물었다.“대답해.”“…….”“소희야.”소희가 입술을 떨었다.“나도 몰라.”해원의 눈빛이 흔들렸다.“뭐?”“나도 내가 누군지 몰라!”소희가 울음을 터뜨렸다.“어릴 때부터 최씨 부인이 엄마였고, 언니가 내 언니라고 배웠어!”최씨가 소리쳤다.“소희야, 그만!”“왜 그만해!”소희가 돌아섰다.“나도 평생 속았잖아!”마당이 조용해졌다.해원은 최씨를 바라봤다.“당신.”“…….”“대체 애를 몇 명이나 주워다 키운 거야?”최씨는 고개를 숙였다.“둘.”해원의 표정이 굳었다.“둘?”“너와 소희.”“둘 다 친딸이 아니야?”최씨가 대답하지 못했다.허정문이 대신 말했다.“둘 다 네가 아니었다.”해원이 웃었다.“참 쉽네.”그녀가 허정문을 향해 돌아섰다.“그럼 소희는 누구 딸인데?”허정문이 입을 열려는 순간.최씨가 갑자기 소리쳤다.“내 딸이야!”모두가 굳었다.해원이 천천히 돌아봤다.“뭐?”최씨가 울면서 말했다.“소희는 내 딸이야.”허정문의 얼굴이 굳었다.“그건 거짓말이다.”“닥쳐!”최씨가 허정문을 노려봤다.“당신이 감히.”“소희는 네가 낳은 아이가 아니다.”“그럼 당신이 낳았어?”허정문이 입을 다물었다.강헌이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남자도 애 낳는다는 소리까지 나오면 나 진짜 집에 간다.”해원이 그를 쏘아봤다.“조용히 해.”“네.”해원은 소희에게 다가갔다.“손 내놔.”소희가 손을 내밀었다.해원은 손목을 확인했다.자신에게 있던 작은 붉은 점은 없었다.해원이 말했다.“왕실 혈통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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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화

“둘 중 하나를 데려가겠다면.”해원이 허정문을 똑바로 바라봤다.“누굴 데려가게 할 건데?”허정문은 대답하지 않았다.소희가 먼저 울먹였다.“아버지.”허정문의 눈빛이 굳었다.“누구를 데려갈지 정해.”해원이 피식 웃었다.“봐.”그녀가 소희를 가리켰다.“쟤는 벌써 당신을 아버지라고 부르네.”“언니…”“나한테는 아버지라는 말 한 번도 못 듣게 하더니.”허정문이 입을 열었다.“해원아.”“내 이름 부르지 마.”“…….”“난 당신 딸인지 아닌지도 아직 모르겠어.”해원이 장수에게 손을 내밀었다.“명령서.”장수가 문서를 건넸다.해원은 천천히 읽었다.그리고 마지막 줄에서 멈췄다.왕실은 혈통이 확인된 자를 우선한다.해원이 웃었다.“혈통이 확인된 자.”소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내가 가야 하는 거네.”“왜?”“목걸이도 있고, 허정문이 내 아버지라고 했잖아.”해원이 그녀를 바라봤다.“그걸 믿어?”소희가 입을 다물었다.해원은 장수를 봤다.“왕실에서 정말 소희를 데려오라고 했어?”“예.”“누가 확인했는데.”장수가 대답했다.“왕실 혈통감정관입니다.”해원이 웃었다.“그 사람 이름.”장수가 잠시 머뭇거렸다.“왜 묻습니까?”“내가 죽을지 살지 결정하는 인간 이름도 모르고 따라가라고?”장수가 결국 말했다.“한도윤입니다.”허담이 순간 굳었다.해원이 그걸 놓치지 않았다.“왜.”“……제가 아는 사람입니다.”“어떤 사람.”허담이 낮게 말했다.“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강헌이 비웃었다.“그럼 여기 딱 한 명 왔네.”해원이 그를 노려봤다.“조용.”강헌이 입을 다물었다.해원은 명령서를 다시 들여다봤다.“이상한데.”“뭐가.”“왕실은 나와 소희 중 하나를 데려가라고 했지.”장수가 고개를 끄덕였다.“예.”“그런데 왜.”해원이 문서 한쪽을 가리켰다.“내 이름이 먼저야?”장수가 굳었다.문서에는 분명히 적혀 있었다.문해원을 우선 소환하고, 불응할 경우 윤소희를 대신한다.소희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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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화

“네가 왜 살아 있는지도 이제 설명해주마.”남자가 한 걸음 들어왔다.해원은 그를 바라봤다.“먼저 이름.”“백도진.”강헌이 작게 욕했다.“또 처음 보는 인간이네.”해원이 그를 노려봤다.“이번엔 진짜 처음 봐.”도진은 소희에게 손을 내밀었다.“소희야.”소희는 뒤로 물러났다.“나를 왜 찾아왔어?”“네 어머니가 죽기 전에 부탁했다.”소희의 얼굴이 굳었다.“우리 엄마?”“그래.”최씨가 갑자기 소리쳤다.“거짓말!”도진이 최씨를 바라봤다.“당신은 아직도 그 이름을 쓰고 있군.”해원이 최씨를 돌아봤다.“무슨 뜻이야.”최씨는 입을 다물었다.도진이 말했다.“저 여자는 소희를 훔친 사람이 맞다.”“그럼 소희 친엄마는?”도진은 대답 대신 허정문을 바라봤다.“당신이 알고 있잖아.”허정문의 표정이 굳었다.“말하지 마.”“왜?”도진이 비웃었다.“이제 와서 또 가족놀이 하려고?”해원이 끼어들었다.“둘 다 닥쳐.”그리고 도진을 봤다.“소희 친엄마 누구야.”“죽었습니다.”“이름.”“윤미숙.”소희의 눈이 커졌다.“그 이름…”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어릴 때 불렀던 이름이다.”소희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엄마가 날 버린 거야?”“아니.”도진의 표정이 굳었다.“죽으면서 너를 살려달라고 했다.”소희가 울음을 터뜨렸다.해원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봤다.그때 도진이 해원에게 말했다.“그리고 네 이야기도 해주지.”“말해.”“너와 소희는 자매가 아니다.”해원이 피식 웃었다.“그건 이미 들었어.”“그런데 둘이 연결돼 있어.”“어떻게.”도진이 품에서 오래된 장부를 꺼냈다.“같은 날.”그가 장부를 펼쳤다.“같은 집에서 태어났어.”해원의 눈빛이 굳었다.“뭐?”허정문이 소리쳤다.“그만!”도진이 웃었다.“왜. 이제 숨길 필요 없잖아.”그는 기록을 펼쳤다.문해원 — 여자아이.윤소희 — 여자아이.그리고 그 아래.출생일 동일.해원의 손이 굳었다.“쌍둥이?”도진은 고개를 저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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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화

“그 언니가 바로 너였대.”해원은 소희를 바라봤다.“누가?”소희가 떨리는 손으로 도진을 가리켰다.“저 사람이.”해원의 시선이 도진에게 꽂혔다.“왜 날 찾았어?”도진은 한참 대답하지 않았다.“찾은 게 아니야.”“그럼?”“확인한 거다.”“뭘.”도진이 낮게 말했다.“네가 정말 살아 있는지.”해원의 표정이 굳었다.“살아 있는 걸 확인해서 뭘 하려고?”도진은 대답하지 않았다.해원이 비웃었다.“또 침묵?”그녀가 허정문을 돌아봤다.“당신도 알고 있지?”허정문이 눈을 감았다.“그래.”“도진이 날 찾은 이유.”“알고 있다.”“말해.”허정문은 입술을 깨물었다.“널 없애려고 했다.”마당이 얼어붙었다.강헌이 욕을 뱉었다.“또 죽이려고?”해원이 도진을 바라봤다.“나를?”도진은 눈을 피하지 않았다.“처음엔.”“지금은?”“지금은 아니다.”해원이 헛웃음을 터뜨렸다.“고맙다고 해야 하나?”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해원은 한 걸음 다가갔다.“왜 죽이려고 했어.”“네가 살아 있으면 누군가가 죽으니까.”“누가?”도진이 대답했다.“왕실 사람.”해원의 표정이 굳었다.“그래서 나 하나 죽이면 끝난다고 생각했어?”“그랬다.”“그런데 왜 마음이 바뀌었는데.”도진의 시선이 소희에게 향했다.“네 동생 때문이야.”소희가 놀랐다.“나?”“네가 살아 있는 걸 확인한 순간 알았다.”도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내가 잘못된 사람을 죽이려 했다는 걸.”해원이 비웃었다.“그래서 소희를 데리고 왔어?”“아니.”도진이 고개를 저었다.“소희를 미끼로 쓴 거다.”소희의 얼굴이 굳었다.“뭐?”“네가 반드시 나타날 거라고 생각했다.”소희가 눈물을 흘렸다.“나를 이용했어?”“그래.”해원이 도진 앞으로 걸어갔다.“이제 이해됐네.”“무엇이.”“왜 내 주변 사람이 전부 날 이용했는지.”그녀가 차갑게 웃었다.“당신들한테 나는 사람이 아니라 열쇠였네.”도진의 표정이 흔들렸다.“해원아.”“그 이름으로 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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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화

“내가 널 배신하더라도.”현수가 반지를 움켜쥐었다.“이 반지만은 절대 왕실에 넘기지 말라고.”해원은 한동안 그를 바라봤다.“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그래.”“왜 기억이 안 나지?”허담이 낮게 말했다.“기억을 지우는 약을 먹었으니까.”해원이 그를 노려봤다.“네가 준 약?”허담은 대답하지 못했다.해원이 현수에게서 반지를 빼앗았다.“그럼 이게 진짜라면.”그녀가 소희를 바라봤다.“왕실 아이는 소희.”소희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언니는?”해원은 대답하지 못했다.도진이 말했다.“윤해원은 왕실 아이가 아니다.”강헌이 끼어들었다.“그럼 문해원도 아니고?”도진이 고개를 저었다.“그 이름도 죽은 아이에게 붙였던 이름.”해원의 얼굴이 굳었다.“그럼 난 대체 누구야.”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그 순간 현수가 조용히 말했다.“알아.”해원이 돌아봤다.“뭘.”“네 진짜 이름.”해원의 눈빛이 흔들렸다.“뭔데.”현수는 반지를 내려다봤다.“서해원.”해원의 표정이 굳었다.“서해원?”“그래.”“그 이름을 어디서 들었어?”“네가 직접 말했어.”“언제.”현수는 한참 망설였다.“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해원이 비웃었다.“처음 만난 날부터 내 이름을 틀리게 불렀다고?”“아니.”현수의 얼굴이 굳었다.“그때 네 이름은 서해원이었어.”마당이 얼어붙었다.해원이 숨을 삼켰다.“그럼 윤해원은?”“나중에 바뀐 이름.”“누가?”현수는 대답하지 않았다.해원이 그의 멱살을 잡았다.“누가 바꿨어.”현수는 결국 말했다.“내 어머니.”해원의 손에 힘이 풀렸다.“또 당신 어머니?”현수는 고개를 숙였다.“그 사람은 네 이름만 바꾼 게 아니야.”“뭘 더 했는데.”현수가 해원을 바라봤다.“네 결혼 상대도 바꿨어.”태주의 얼굴이 굳었다.“무슨 뜻이야.”현수가 태주를 바라봤다.“처음부터 네가 해원의 남편이 아니었어.”태주가 이를 악물었다.“그럼?”현수가 말했다.“원래 혼인해야 했던 사람은 따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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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화

“내 아이가 아니야.”현수의 말이 떨어졌다.해원은 한동안 그를 바라봤다.“다시 말해.”“그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야.”“그럼 누구 아이야?”현수는 입을 다물었다.해원의 표정이 서늘해졌다.“또 숨겨?”“말하면 안 돼.”“왜.”“네가 위험해져.”해원이 헛웃음을 터뜨렸다.“지금 내가 안전해 보여?”현수는 아무 말도 못 했다.해원이 그의 멱살을 잡았다.“내 배 속에 있던 애가 누구 애였는지 네가 알고 있었어?”“……알고 있었어.”“그런데 나한테 말 안 했어?”“네가 기억을 잃기 전날까지 말하려고 했어.”“그런데?”현수가 눈을 감았다.“네가 먼저 부탁했어.”“무슨 부탁.”“아이 아버지가 누구인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해원의 눈빛이 흔들렸다.“내가 왜?”현수는 대답하지 않았다.해원이 소리쳤다.“왜!”그 순간 최씨가 끼어들었다.“그 아이는 태어나지 않았어.”해원이 천천히 돌아봤다.“뭐?”“아이를 낳기 전에…”최씨의 목소리가 떨렸다.“없어졌어.”“죽었다고?”“아니.”최씨가 고개를 저었다.“아이 자체가 사라졌어.”강헌이 인상을 찌푸렸다.“사람이 어떻게 사라져?”최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허담이 낮게 말했다.“출산 기록이 없습니다.”해원이 그를 봤다.“그럼 나는 임신하지도 않았던 거야?”“아닙니다.”허담이 고개를 저었다.“마님은 분명 임신했습니다.”“출산은?”허담의 얼굴이 굳었다.“제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해원은 헛웃음을 터뜨렸다.“당신이 확인하지 못한 게 대체 몇 개야?”그때 소희가 갑자기 말했다.“언니.”해원이 돌아봤다.“나 그날 기억나.”“뭘?”“언니가 사라지기 전날.”소희의 손이 떨렸다.“엄마가 나한테 어떤 아기를 보여줬어.”최씨가 소리쳤다.“소희야!”“여자아이였어.”해원의 얼굴이 굳었다.“아기?”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엄마가 말했어.”잠시 침묵.“이 아이는 네 언니가 낳은 아이라고.”해원의 숨이 멎었다.“그 아기 어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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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화

“제가 이 아이를 낳았습니다.”해원의 눈빛이 싸늘하게 굳었다.“그럼 왜 내 딸이라고 했어?”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해원이 한 걸음 다가갔다.“아이 내놔.”“싫습니다.”“당신이 내 아이를 낳았다고?”“예.”“그런데 왜 내 아이야?”여자가 웃었다.“그건 마님이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강헌이 앞으로 나섰다.“아기 내려놔.”여자가 뒤로 물러났다.“가까이 오지 마세요.”태주가 이를 악물었다.“그 아이 어디서 났어?”여자는 대답 대신 현수를 바라봤다.“그분께 물어보세요.”모두의 시선이 현수에게 향했다.해원이 천천히 돌아봤다.“너.”현수는 입술을 깨물었다.“해원아.”“저 여자 알아?”“……알아.”해원의 얼굴이 굳었다.“얼마나.”“아이를 숨겨주는 사람이야.”“내 아이를?”“그래.”“그럼 왜 자기가 낳았다고 거짓말해?”현수는 대답하지 않았다.해원이 소리쳤다.“말해!”현수가 결국 말했다.“아이를 살리려면 그렇게 해야 했어.”“또 살리려고.”해원이 헛웃음을 터뜨렸다.“다들 날 살린답시고 내 인생을 망가뜨리네.”여자가 아기를 내려다봤다.“아이 이름은 이미 있습니다.”해원이 물었다.“뭔데.”여자가 말했다.“서아.”해원의 눈빛이 흔들렸다.그 이름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서 오래된 기억 하나가 번쩍 지나갔다.자신이 누군가에게 아기를 안겨주며 속삭이던 장면.‘서아야.’해원이 숨을 삼켰다.“그 이름.”여자가 굳었다.“왜요.”“내가 지었어.”현수가 고개를 숙였다.“그래.”해원이 그를 바라봤다.“그럼 네가 알고 있었네.”“응.”“내가 이 아이를 낳았다는 것도.”“응.”“그런데 왜 숨겼어?”현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해원이 아기를 바라봤다.“아이 아버지는?”여자의 얼굴이 굳었다.“모릅니다.”해원이 웃었다.“그건 거짓말.”여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해원이 현수를 바라봤다.“당신은 알아?”현수가 대답하지 않았다.“알고 있구나.”현수가 눈을 감았다.“해원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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