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열녀문 아래 색귀: Chapter 1 - Chapter 10

110 Chapters

1화

윤해원의 남편이 죽은 날 밤, 그녀는 다른 사내의 입술을 물었다.상청에는 아직 향 냄새가 가시지 않았고, 마당에는 곡을 하다 지친 상여꾼들이 널브러져 있었다.죽은 남편의 위패 앞에는 흰 촛농이 흘렀다.해원은 소복을 입은 채 헛간 문을 닫았다.그리고 제 앞에서 얼굴이 새파래진 머슴 만복을 바라봤다.“왜 떨어?”“마, 마님. 아직 대감마님 초상도 안 끝났습니다.”“그래서?”“이러시면 천벌받습니다.”해원이 피식 웃었다.“천벌?”그녀가 만복의 저고리 깃을 움켜잡았다.“내가 스무 날을 혼인해서 뭘 얻었는지 알아?”만복이 입을 다물었다.“밤마다 기침하는 병신 하나 수발들다가 스물둘에 과부 됐어.”“마님.”“낮에는 울어라, 밤에는 위패 끌어안아라, 평생 다른 사내 쳐다보지도 마라.”해원의 웃음이 차갑게 식었다.“지랄도 정도껏 해야지.”만복이 뒷걸음질 쳤다.“저는 싫으면 나가겠습니다.”해원은 손을 놓았다.“그래. 나가.”만복이 멈칫했다.“싫으면 당장 문 열고 나가. 대신 나가면서 똑바로 생각해. 네가 진짜 싫은 건지, 겁나서 도망가는 건지.”헛간 안에는 한동안 숨소리만 엉켰다.만복이 문고리를 잡았다.그러나 열지는 않았다.마침내 그가 돌아섰다.“후회하실 겁니다.”“내가?”해원이 웃었다.“내가 평생 한 것 중에 제일 후회되는 게 뭔지 알아?”그녀는 상복 고름을 풀었다.“남들 시키는 대로 산 거.”그날 새벽, 만복은 먼저 해원의 입술을 찾았다.해원은 그제야 알았다.죽은 사내 곁에서는 단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것이 있었다.자신이 누군가를 원한다는 감각.그리고 상대 역시 자신을 원한다는 확신.그것은 죄책감보다 달았다.문제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사흘 뒤에는 마구간지기 칠복이었다.칠복은 처음부터 해원을 피해 다녔다.“마님, 저한테 이러지 마십시오.”“왜?”“만복이 새끼가 술 처먹고 떠들었습니다.”해원의 눈썹이 올라갔다.“뭐라고?”“마님이 자길 먼저 불렀다고.”“그래서 배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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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그날 밤 제가 약을 바꿨으니까요.”해원은 잠깐 허담을 바라보다가 코웃음을 쳤다.“개소리.”허담의 눈썹이 움직였다.“뭐라고요?”“너 지금 질투해서 아무 말이나 지껄인 거잖아.”“…….”“돌쇠 손이 내 허리에 올라가 있으니까 눈깔 뒤집혀서.”해원이 허담 앞으로 다가갔다.“죽은 남편까지 팔아먹으며 나한테서 저놈 떼어놓고 싶었어?”허담이 입을 다물었다.그 침묵이 답이었다.돌쇠가 헛웃음을 쳤다.“의원 나리 꼴 좋네.”“닥쳐.”“싫은데.”“둘 다 닥쳐.”해원이 버럭 소리쳤다.두 사내가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해원은 그 광경을 보고 피식 웃었다.“웃기네.”“뭐가 말입니까?”“낮에는 다들 나더러 불쌍한 과부래.”해원의 눈길이 돌쇠를 지나 허담에게 닿았다.“밤에는 서로 내 방에 들어오겠다고 으르렁거리고.”허담의 턱이 굳었다.“아무하고나 이러지 마십시오.”그 말에 해원의 표정이 변했다.“아무하고나?”“마님.”“네가 뭔데 나한테 사내를 골라?”“걱정돼서 하는 말입니다.”“지랄.”해원은 문을 활짝 열었다.“둘 다 나가.”돌쇠가 먼저 물었다.“저도요?”“특히 너.”“아까는 붙잡으시더니.”“마음 바뀌었어.”“사람 환장하게 만드십니다.”“그러라고 그러는 건데?”돌쇠가 입술을 깨물었다.허담은 움직이지 않았다.“저는 할 말이 남았습니다.”“난 들을 말 없어.”“해원.”처음이었다.허담이 마님이라는 호칭을 버린 것은.해원이 멈췄다.“방금 뭐라고 했어?”“해원.”“한 번만 더 불러봐.”허담이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해원.”짝!해원의 손바닥이 허담의 뺨을 후려쳤다.그런데 허담은 웃었다.“이제 좀 살아 있는 사람 같군.”“미친놈.”해원은 그대로 방을 나갔다.“복례야.”“예, 마님.”“옷 가져와.”“이 밤에 어디 가시려고요?”“사내 만나러.”복례의 입이 떡 벌어졌다.“또요?”해원이 돌아봤다.“또라니?”“아, 아닙니다.”“내가 몇을 만났다고 벌써 또야?”복례가 입술을 달싹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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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마누라가 몇 놈까지 품는지 끝까지 지켜봐 달라고 했습니다.”해원은 백도윤을 똑바로 보다가 웃었다.“죽은 새끼가 끝까지 재수 없네.”“마님.”“왜. 죽은 남편 욕하면 열녀문이 무너지냐?”해원은 도윤 손에 들린 명단을 낚아챘다.만복, 칠복, 태경, 무진, 진필, 돌쇠, 허담.그 아래에는 아직 만나지도 않은 사내들의 이름까지 적혀 있었다.“이 새끼가 살아 있을 때부터 날 감시했어?”“질투가 심했습니다.”“내 손 한 번 제대로 못 잡던 인간이?”“그러니 더 미쳤겠지요.”해원은 종이를 반으로 찢었다.“좋아. 이제부터는 저 병신이 모르는 놈만 만날 거야.”허담이 얼굴을 굳혔다.“해원, 그만하십시오.”“네가 뭔데?”“이러다 정말 큰일 납니다.”“큰일?”해원이 허담 앞까지 다가갔다.“남편 죽고 숨도 쉬지 말라는 게 큰일이지. 내가 누구랑 자든 네 알 바 아니야.”“아무 사내나 품겠다는 겁니까?”“아무나 아니고.”해원이 객주 밖을 가리켰다.“내가 고른 놈.”그날 밤 해원은 정말 처음 보는 사내를 골랐다.장터 끝에서 소금을 팔던 박철웅이었다.낮에 해원의 장옷 끈이 풀렸을 때 말없이 매듭을 묶어주고도 얼굴 한 번 들지 않았던 사내.해원이 그의 숙소 문을 두드리자 철웅은 귀신을 본 얼굴이 됐다.“열녀댁?”“그렇게 부르면 돌아간다.”“그럼 뭐라고 부릅니까?”“해원.”철웅이 한참 그녀를 봤다.“왜 왔소?”“너랑 자려고.”철웅이 헛기침을 했다.“농이 지나치십니다.”“싫으면 문 닫아.”해원이 돌아서려는 순간 철웅이 문을 더 열었다.“들어오시오.”“나중에 겁먹고 울지 마.”“그 말은 내가 해야 하는 것 같은데.”해원이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새벽녘, 복례가 뒷담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마님, 정말 밤새 계셨어요?”“응.”“미치겠네.”“왜 네가 미쳐?”“동네에 소문 다 났습니다. 열녀댁이 밤마다 사내 갈아치운다고.”해원은 장옷을 여미며 웃었다.“갈아치운 적은 없어.”“예?”“한 번 만난 놈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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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그리고 네가 다음에 잘 사내이기도 하지.”해원은 죽은 남편의 형이라는 사내를 훑어봤다.“이름.”“강태율.”“태율아.”최씨 부인이 벌떡 일어났다.“해원아! 어디서 감히 도련님께 말을 놓느냐!”해원이 코웃음을 쳤다.“죽은 남편 형이면 내가 무릎이라도 꿇어요?”태율은 화내지 않았다.“소문보다 더하군.”“무슨 소문.”“상복 입고 사내를 골라 다닌다는 소문.”“그래서?”“확인하러 왔다.”“별 미친놈 다 보겠네. 남의 잠자리 구경이 취미야?”“남이 아니라 제수씨니까.”해원의 눈빛이 서늘해졌다.“그 호칭 한 번만 더 하면 네 입부터 찢어버린다.”돌쇠가 뒤에서 웃었다.태율이 그를 봤다.“저놈도 잤나?”“네가 왜 세?”“우리 집안 며느리였으니까.”“였으니까?”해원이 비웃었다.“잘 말했네. 이제 아니잖아.”최씨 부인이 소리쳤다.“어디를 가든 우리 집 며느리다!”“염병하시네.”“뭐?”“아들 죽은 날부터 며느리 몸이나 감시한 집안이 무슨 가족 타령이에요?”태율이 말했다.“그래서 내가 데리러 왔다.”“누굴.”“너.”“내가 개야?”“싫으면 안 가도 된다.”해원이 눈을 좁혔다.“그럼 왜 왔어?”“보고 싶어서.”태율이 마당에 선 사내들을 훑었다.“내 동생 죽고 반년도 안 돼 이만큼 사내를 바꾼 여자가 어떤 얼굴인지.”진필이 욕을 뱉었다.“말 좆같이 하네.”“천한 놈은 빠져.”진필이 달려들려 하자 해원이 막았다.“가만있어. 내 싸움이야.”해원은 태율 앞에 섰다.“천한 놈?”“그래.”“밤에 여자 원하는 건 양반이나 상놈이나 똑같아. 너희는 비단옷 입고 점잖은 척해서 덜 더러워 보여?”최씨 부인이 이를 갈았다.“천박한 년.”“제가 그렇게 싫으면 내일 열녀문부터 태워버리세요.”“미쳤구나.”“이제 아셨어요?”태율이 웃었다.“마음에 드는군.”“누가 네 마음에 들고 싶대?”“그래도 내가 널 원하면?”허담의 표정이 굳고 돌쇠의 턱에도 힘이 들어갔다.해원이 태율을 바라봤다.“원해?”“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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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그 사람, 사실 마님과 혼인한 적 없습니다.”해원의 손이 류건의 멱살을 움켜잡았다.“똑바로 말해.”“혼례는 치렀지만 혼서는 다른 이름으로 들어갔습니다.”“누구 이름.”류건이 별당 밖의 강태율을 바라봤다.“저 사람.”해원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태율?”태율의 얼굴이 굳었다.최씨 부인이 소리쳤다.“류건! 그 주둥이 닥쳐!”“왜요? 언제까지 며느리 하나 병신 만들어놓고 열녀 장사할 겁니까?”해원이 문을 박차고 나갔다.“강태율.”“해원, 들어가서 말하자.”“내가 네 아내야?”마당이 얼어붙었다.돌쇠가 욕을 삼켰다.“이 집구석은 까도 까도 지랄이네.”태율이 입을 열지 못하자 해원이 웃었다.“대답 못 하네.”최씨 부인이 달려와 해원의 팔을 붙잡았다.“혼서에 이름만 잘못 들어간 것이다.”“잘못?”해원이 손을 뿌리쳤다.“신랑 이름을 바꿔놓고 잘못?”“태율이가 혼례 전날 사라졌어!”최씨 부인이 결국 소리쳤다.“그래서 둘째를 대신 앉혔다!”해원의 눈이 번뜩였다.“그럼 난 죽은 놈 마누라도 아니었네.”“세상은 그렇게 안 본다.”“세상?”해원이 상복 고름을 풀어 바닥에 던졌다.“그놈의 세상이 내 밤마다 대신 살아줘?”하얀 저고리 위에 걸쳤던 상복이 발밑으로 떨어졌다.태율이 이를 악물었다.“옷부터 주워.”“싫어.”“해원.”“내 이름 부르지 마. 서방 행세 역겨우니까.”류건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태율이 그를 노려봤다.“너는 꺼져.”“오늘 밤 선택받은 건 접니다.”“입 닥쳐.”해원이 류건의 팔짱을 끼었다.“왜? 네 아내라며.”“그렇다면 더더욱 저놈과 들어가면 안 되지.”“그렇다면?”해원이 비웃었다.“방금까지 날 제수씨라 부르던 새끼가 이제 남편이래.”태율의 얼굴이 붉어졌다.해원은 일부러 류건의 가슴에 기대었다.“류건.”“예.”“술 좋아해?”“사람에 따라.”“오늘은?”류건의 시선이 해원에게 내려앉았다.“밤새 마실 수 있습니다.”“좋아. 객주 가자.”최씨 부인이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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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그 사람, 사실 마님과 혼인한 적 없습니다.”해원의 손이 류건의 멱살을 움켜잡았다.“똑바로 말해.”“혼례는 치렀지만 혼서는 다른 이름으로 들어갔습니다.”“누구 이름.”류건이 별당 밖의 강태율을 가리켰다.“저 사람.”해원은 한참 태율을 바라보다가 웃었다.“그러니까 내가 죽은 놈 과부도 아니고, 저 새끼 아내라는 거야?”최씨 부인이 소리쳤다.“말조심해라!”“닥치세요.”“뭐?”“사람 인생을 바꿔놓고 이제 와서 말조심?”해원이 상복 고름을 풀어 바닥에 던졌다.“좋네. 과부도 아니면 더 거리낄 게 없잖아.”태율이 얼굴을 굳혔다.“해원.”“왜. 남편 행세라도 하게?”“혼서는 내 이름이 맞다.”“그래서?”“법대로라면 넌 내 아내다.”해원이 코웃음을 쳤다.“법 좋아하네. 신방에는 동생 밀어 넣고 이제 와서 아내?”“사정이 있었다.”“그 사정 엉덩이에 처박아.”돌쇠가 웃음을 터뜨렸다.태율이 그를 노려봤다.“뭘 웃어?”“말을 시원하게 하셔서.”해원이 돌쇠를 가리켰다.“넌 오늘 아냐.”돌쇠의 웃음이 싹 사라졌다.“예?”“오늘은 류건.”“왜 또 저놈입니까?”“내가 골랐으니까.”허담이 한숨을 쉬었다.“사람을 무슨 술안주 고르듯 하십니까?”해원이 허담에게 다가갔다.“너도 끼고 싶어?”허담의 입이 닫혔다.“그럼 질투하지 마. 보기 추해.”그날 밤 해원은 류건과 객주로 갔다.장터를 지나는데 사내들이 대놓고 힐끗거렸다.“저 여자가 그 열녀래.”“열녀는 얼어 죽을.”해원이 걸음을 멈췄다.“방금 말한 놈 나와.”젊은 장정 하나가 머뭇거리며 앞으로 나왔다.“제가 했습니다.”“이름.”“임도하.”“혼인했어?”“아닙니다.”“마음 둔 여자 있어?”“없습니다.”해원이 그의 턱을 손가락으로 들어 올렸다.“그럼 내일 밤 비워.”도하의 귀가 벌겋게 달아올랐다.류건이 헛웃음을 쳤다.“제 옆에서 다음 사내를 정합니까?”“싫어?”“질투는 납니다.”“그럼 오늘 잘해.”해원이 먼저 객주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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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그러니까 더 재밌잖아.”해원이 태성의 옷깃을 잡아당기자 태율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손 놔.”해원이 돌아봤다.“누구한테 명령해?”“내 형이다.”“그래서?”“네가 건드릴 사람이 아니라고.”태성이 헛웃음을 흘렸다.“건드린 건 내가 아니라 해원인데.”“형은 닥쳐.”“왜. 겁나냐?”태율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뭐가.”“나한테 뺏길까 봐.”“뺏어?”태율이 코웃음을 쳤다.“형이 뭘 할 수 있는데?”태성의 입꼬리가 비틀렸다.“적어도 너처럼 입으로만 남편 행세는 안 하지.”객주 안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돌쇠가 태경의 옆구리를 찔렀다.“형제끼리 꼴값 제대로 떠네.”태율이 확 돌아섰다.“뭐라고 했어, 상놈 새끼야?”돌쇠도 벌떡 일어났다.“상놈 귀에도 개소리는 개소리로 들린다고 했다.”“죽고 싶냐?”“둘 다 그만.”해원이 술잔을 탁 내려놓았다.그런데 태성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태율아.”“왜.”“솔직히 말해.”태성이 태율을 위아래로 훑었다.“네가 이렇게 발광하는 이유, 해원이가 나한테 가면 비교당할까 봐 그러는 거 아니냐?”방 안이 조용해졌다가 순식간에 폭소로 터졌다.태율의 얼굴이 벌게졌다.“형, 미쳤어?”“왜. 틀렸어?”“형 것이 뭐 얼마나 대단하다고.”태성이 기다렸다는 듯 웃었다.“적어도 네 것보단 낫겠지.”“개소리.”“확인해 봤어?”“누가 형 것을 확인해, 미친놈아!”“그러니까 모르는 거잖아.”해원이 이마를 짚었다.“진짜 별 꼴을 다 보겠네.”그런데 옆에서 진필이 끼어들었다.“잠깐만.”모두가 그를 봤다.“이건 좀 궁금한데.”“뭐가?”“둘이 저렇게 자신만만한데 진짜 누가 더 나은지.”해원이 진필을 노려봤다.“너까지 지랄하지 마.”진필이 입을 다물었다.하지만 늦었다.태경이 술잔을 들고 웃었다.“내기할까?”무진도 피식 웃었다.“미쳤냐?”“이미 여기 다 미쳤는데 뭘.”태율이 이를 갈았다.“이 천한 새끼들이.”태성이 오히려 태율의 어깨를 툭 쳤다.“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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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해원이 계단 위에서 내려다보며 웃었다.“오늘 밤 도겸이랑 있어보고 기준부터 높여놓을게.”태율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윤해원, 너 진짜 사람 돌아버리게 하는 재주 있다.”태성이 코웃음을 쳤다.“왜? 벌써 자신 없어?”“형은 닥쳐. 형 것이 크니 어쩌니 떠들어놓고 막상 고르라니까 겁나?”“내가 왜 겁나.”“그럼 입 좀 다물어.”도겸이 해원의 옆에서 작게 웃었다.태율이 바로 눈을 부라렸다.“너는 뭐가 웃겨?”“두 분이 너무 진지해서요.”“이 자식이.”해원이 도겸 앞을 막았다.“건드리지 마.”“쟤 편까지 들어?”“오늘 내가 고른 사내잖아.”태성의 표정도 일그러졌다.“아까는 나라고 했잖아.”“마음 바뀌었다고 했지.”“사람 가지고 장난하냐?”해원의 웃음이 사라졌다.“그 말 네가 하면 좀 웃기지 않아?”“뭐?”“내가 누구 것이니, 어느 놈이 더 낫니, 지랄하면서 사람을 물건처럼 세워놓은 건 너희 둘이잖아.”객주 안이 조용해졌다.해원은 두 형제를 번갈아 가리켰다.“그러니까 오늘은 둘 다 탈락.”“해원.”“닥쳐.”그녀는 도겸의 손목을 잡고 위층으로 올라갔다.방문이 닫히기 직전 태율이 소리쳤다.“저놈이 뭐가 그렇게 좋아?”해원이 고개만 내밀었다.“조용하잖아.”쾅.문이 닫혔다.아래층에서 태성이 욕했다.“거봐. 네 주둥이가 문제라니까.”“형 주둥이는 깨끗하고?”“적어도 나 때문에 다른 놈 방으로 가진 않았지.”“개소리 마!”또 싸움이 시작됐다.방 안에서 도겸이 고개를 저었다.“저 형제 원래 저렇습니까?”“오늘 처음 봤어.”“그런데 벌써 질리지 않습니까?”“조금.”도겸이 술병을 들었다.“저는 안 질리게 해드릴 수 있는데.”해원이 눈을 가늘게 떴다.“너도 결국 그런 소리 하네.”“어떤 소리요?”“내가 오늘 누구랑 자느니, 누가 더 낫느니.”도겸이 잔을 내려놓았다.“저는 경쟁할 생각 없습니다.”“왜?”“마님이 다른 사람을 고르면 그뿐이니까.”해원이 잠깐 그를 바라봤다.“재미없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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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오늘 밤 제일 덜 병신 같은 놈 하나만 내 방으로 와.”해원의 말이 떨어지자 세 형제의 얼굴이 동시에 굳었다.태성이 먼저 웃었다.“그럼 이미 끝났네.”태율이 코웃음을 쳤다.“형이 제일 병신인데 무슨 자신감이야.”현수가 둘을 노려봤다.“둘 다 내 마누라 앞에서 뭐 하는 짓이야?”해원이 잔을 내려놓았다.“누가 네 마누라야?”“너.”“죽은 척하고 반년 처박혀 있던 새끼가?”“사정이 있었어.”“너희 집안 남자들은 좆같은 짓 해놓고 사정 있었다면 다 끝나?”태성이 현수를 밀었다.“얘는 빠져야지. 죽은 놈 취급받은 주제에.”“형은 뭐가 다른데?”“적어도 난 살아 있다고 속이진 않았지.”태율이 끼어들었다.“혼서에 이름 올라간 건 나야.”현수가 욕을 뱉었다.“그 종이 쪼가리 또 들먹이냐?”“넌 가짜 신랑이었잖아.”“그래도 신방에 들어간 건 나였어.”태성이 비웃었다.“들어가서 뭘 했는데? 기침만 했잖아.”태율이 웃음을 터뜨렸다.현수가 그의 멱살을 잡았다.“너까지 지랄할래?”“놔, 이 병신아.”둘이 엉키려는 순간 해원이 술병을 탁 내려쳤다.“그만.”세 남자가 동시에 멈췄다.해원은 턱을 괴고 세 사람을 훑었다.“한심하네.”태성이 물었다.“뭘 보고 고를 건데?”“태도. 그리고 입.”현수가 헛웃음을 쳤다.“입?”“내 앞에서 나를 네 거라고 하는 놈은 탈락.”태율이 바로 웃었다.“그럼 현수부터네.”“왜 나야?”“방금 마누라라고 했잖아.”해원이 현수를 가리켰다.“맞아. 첫 탈락.”“윤해원!”“탈락한 놈은 닥쳐.”태성과 태율이 동시에 웃었다.현수가 이를 갈았다.“둘 중 하나랑 정말 잘 거야?”“마음에 들면.”현수가 의자를 걷어찼다.“미쳤어?”“응. 네 장례 치를 때부터.”그 말에 현수의 얼굴이 굳었다.“내가 돌아왔는데 형들이랑 붙어먹겠다는 게 정상인 줄 알아?”“아직 안 잤어.”“아직?”“왜. 아쉽냐?”태성이 웃었다.“현수야, 살아 돌아온 게 오히려 독이 됐네.”“형은 닥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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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형부.”윤소희가 현수의 허리춤을 잡은 채 웃었다.해원의 눈이 그 손에 박혔다.“손 놔.”소희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왜? 언니는 동네 사내를 몇이나 갈아치우면서 나는 형부 손도 못 잡아?”“형부?”해원이 헛웃음을 터뜨렸다.“죽었다 살아난 저 병신이 아직도 네 형부로 보여?”현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말 조심해.”“넌 닥쳐. 지금 자매끼리 얘기하잖아.”소희는 오히려 현수에게 더 달라붙었다.“언니가 버린 남자면 내가 가져도 되잖아.”“가져.”해원이 너무 쉽게 대답하자 소희의 표정이 흔들렸다.“뭐?”“포장까지 해서 줄까?”현수가 버럭했다.“윤해원!”“왜. 네가 아까 그랬잖아. 내가 다른 놈 만나면 너도 내 동생이랑 자겠다고.”해원이 술잔을 들어 현수를 위아래로 훑었다.“자. 누가 말려?”소희의 얼굴이 붉어졌다.“언니, 허세 부리지 마.”“허세?”“형부가 나 고르면 속 뒤집히잖아.”해원이 웃음을 터뜨렸다.“얘 아직도 모르네.”그녀가 돌쇠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난 저 새끼 장례 치른 날부터 다른 사내 생각했어.”현수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그만해.”“왜? 듣기 싫어?”해원이 일부러 더 웃었다.“만복도 있었고, 칠복도 있었고, 돌쇠도 있었고. 태경, 무진, 진필, 철웅, 세륜, 서강, 도하까지.”소희의 입이 벌어졌다.“미친년.”“응. 그런데 넌?”해원이 소희에게 다가갔다.“내가 버린 놈 하나 주워서 내 앞에서 자랑하려고 온 거야?”소희가 해원의 뺨을 후려쳤다.짝!주막이 얼어붙었다.돌쇠가 벌떡 일어나려 하자 해원이 손을 들었다.“앉아.”해원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소희의 뺨을 그대로 돌려줬다.짝!“이건 언니 값.”소희가 비명을 질렀다.“이 미친년이!”“그리고.”해원이 현수의 멱살을 잡아 소희 쪽으로 밀었다.“이건 선물.”현수가 해원의 손을 쳐냈다.“사람을 뭘로 보는 거야?”“너부터 날 물건 취급했잖아.”“난 네 남편이야!”“죽은 척하고 사라진 남편?”해원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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