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가 구워지는 동안 나는 작은 테이블에 편지지를 펼쳤다. 받는 사람은 열두 명. 중소 협력사 대표, 과거 현강의 투자로 사업을 이어 간 창업자, 그리고 오랫동안 거래해 온 기술회사 대표들이었다. 첫 문장을 쓰기 전 한참 고민했다.‘갑작스럽게 연락드려 죄송합니다. 강태윤 대표의 배우자 윤서린입니다.’ 회사 홍보문처럼 쓰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감정으로 투자해 달라는 편지도 아니어야 했다.‘현재 현강홀딩스가 겪고 있는 유동성 문제와 시장 상황은 박현석 비서실장을 통해 공식 자료로 전달드리겠습니다. 이 편지는 그와 별개로, 그동안 현강과 강태윤 대표를 믿고 거래해 주신 데 대한 감사 인사를 드리기 위해 씁니다.’ 펜을 잠시 멈췄다. 태윤은 불친절한 사람이다. 자기가 왜 어떤 회사를 살리기로 했는지, 왜 손해를 보면서 계약을 유지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그 사람은 자기 진심을 말하는 데 서툽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기술과 일자리를 지키는 선택을 할 때만큼은 누구보다 집요했습니다. 그 사실을 기억해 주시는 분이 계시다면, 지금 한 번만 현강의 설명을 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돈을 달라는 문장은 쓰지 않았다. 회의 자리를 열어 달라고만 부탁했다. 결정은 숫자와 사업성을 보고 각 회사가 해야 한다. 마지막 편지는 프랑스어로 썼다.‘Cher Monsieur Bertrand,’ 예전에 그가 현강을 처음 찾았던 날이 떠올랐다. 일정 착오로 화가 난 그를 응대하고, 태윤 대신 프랑스어로 상황을 설명했던 날.‘현강과 귀사가 논의하던 협력은 현재 외부 리스크로 중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특별대우가 아닙니다. 기존에 검토하셨던 기술과 사업성을,
Last Updated : 2026-09-1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