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몰락한 상속녀, 7년 만에 첫사랑의 전속 하우스키퍼가 되었다: Chapter 81 - Chapter 90

126 Chapters

제81화 그 말이면 충분해

 구급차 앞까지 몇 걸음 남지 않았을 때 다리에 힘이 빠졌다. 태윤의 팔이 바로 허리를 받쳤다.“안아도 돼?” 나는 잠깐 웃었다.“지금은 물어보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그래도 묻고 싶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태윤은 그제야 나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예전처럼 소유를 확인하듯 세게 안는 방식이 아니었다. 내 배에 압박이 가지 않도록 한 팔은 등 뒤에, 다른 팔은 무릎 아래에 두었다.“아픈 데 있어?”“뺨이 조금. 손목도.” 그의 눈빛이 변했다. 나는 바로 그의 셔츠를 잡았다.“지금은 화내지 마.”“……알았어.” 대답은 빠르지 않았지만, 그는 멈췄다. 구급차에 올라타자 구급대원이 혈압과 맥박을 확인했다. 태윤은 문 앞에서 기다렸다.“보호자분, 잠시 밖에 계시겠습니다.”“네.” 그가 순순히 물러나는 모습이 낯설었다. 잠시 뒤 경찰관 한 명이 와서 내 상태가 허락되면 병원에서 진술을 받겠다고 설명했다.“휴대전화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현장에서 확보했습니다. 증거 확인 후 반환 절차 안내드리겠습니다.” 그제야 현실이 조금씩 돌아왔다. 엄마. 나는 몸을 일으키려 했다.“엄마는요? 병원에 계시죠?” 문밖에서 태윤의 목소리가 들렸다.“병원에 계셔. 박 실장이 계속 확인하고 있어. 상태도 안정적이래.” 눈을 감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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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하나 더 말해야 했다

 병원으로 향하는 동안 우리는 오래 말이 없었다. 태윤의 손등에는 긁힌 상처와 굳은 피가 남아 있었다. 경찰과 함께 들어왔다고 해도,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조용했을 리 없다.“손 다쳤네.”“별거 아니야.”“병원 가면 같이 봐.”“넌 네 검사부터.”“둘 다.” 태윤이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동안 차창에 맺힌 빗방울만 바라보다가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아버지 일은 내가 잘못 알고 있었어.” 그의 시선이 돌아왔다.“지후가 보여 준 자료를 끝까지 봤어. 네가 윤성을 무너뜨리려고 한 게 아니라 살리려고 했다는 것도.”“서린아.”“미안해. 확인하지도 않고 네가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았다고 생각했어.”“사과하지 마.” 태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내가 설명하지 않았어. 네가 의심하게 만든 건 나야.” 나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그래도 그 일 하나가 풀렸다고 다른 일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야.” 태윤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알아.”“처음 나를 집에 들였을 때. 돈과 엄마 치료를 이용해서 내가 거절하기 어렵게 만든 거. 도망가려고 하면 더 세게 붙잡은 거.”“……알아.”“내가 널 사랑한다고 해서 그때 안 무서웠던 건 아니야.” 태윤은 내 눈을 피하지 않았다.“내가 널 찾으러 왔다고 그게 정당해지는 것도 아니고.&rdq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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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서로에게 건 약속

 태윤은 내 손을 잡은 채 한동안 말이 없었다.“지후 일도, 네 아버지 일도. 내가 더 일찍 말했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수도 있어.” 나는 습관처럼 ‘괜찮아’라고 하려다 멈췄다. 예전에는 빨리 화해하고 싶을수록 내가 다친 일을 작게 만들었다. 이번에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아버지 일은 내가 오해했어.” 태윤이 고개를 들었다.“그건 나도 미안해. 네 설명을 듣기도 전에 네가 복수했다고 단정했으니까.”“서린아.”“하지만 그거랑 다른 일은 별개야.” 그의 손에 조금 힘이 들어갔다. 전담 배정 이야기를 처음 들었던 날. 돈과 엄마 치료 앞에서 선택지가 없다고 느꼈던 순간. 싫다고 할수록 더 좁아지던 공간.“지금 널 좋아한다고 그때 안 무서웠던 게 되진 않아.”“응.” 태윤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돌아왔으니까 내 방식이 맞았다고 말할 생각 없어.” 그는 자기 손을 내려다봤다.“잃을까 봐 무서웠어. 그래서 선택하게 두는 대신 붙잡았어. 사랑하면 그래도 되는 줄 알았고.” 쓴웃음이 번졌다.“아니었지.” 가슴 깊이 남아 있던 응어리가 조금 풀렸다.“오늘 다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아.”“그래도 돼.”“그래도 다시 네 옆에 있고 싶어.” 나는 그의 손을 다시 잡았다.“이번엔 내가 그러고 싶어서.” 태윤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ldqu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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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작은 심장 소리

 다시 눈을 떴을 때 병실은 아침빛으로 환했다. 아랫배에는 묵직한 통증이 남아 있었지만 전날의 차가운 공포는 조금 가라앉아 있었다. 옆을 보니 태윤이 침대 가장자리에 엎드린 채 잠들어 있었다. 내 왼손은 그의 두 손 안에 들어가 있었다. 밤새 놓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노크 소리에 태윤이 바로 고개를 들었다. 산부인과 의사와 간호사가 들어왔다.“윤서린 환자분, 오늘 다시 초음파와 혈액검사를 확인하겠습니다.” 그 말에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어젯밤에는 응급 처치가 먼저였다. 아이가 살아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태윤이 내 손을 잡았다.“같이 가도 됩니까?” 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검사실로 이동하는 동안 그는 휠체어 손잡이를 잡았지만 서두르지 않았다.“무서워?”“응.”“나도.” 뜻밖의 대답에 뒤를 돌아봤다. 태윤은 억지로 괜찮은 얼굴을 만들지 않았다. 검사실 안에서 나는 침대에 누웠다. 의사가 임신 주수에 맞춰 초음파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모니터에는 처음엔 회색과 검은 그림자만 보였다. 나는 태윤의 손을 세게 잡았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몇 초가 너무 길었다. 의사의 시선이 화면 한 지점에 멈췄다. 그리고 마스크 위의 눈이 부드럽게 휘었다.“여기 보이시죠?” 나는 숨을 멈췄다. 작은 주머니 안쪽에 아주 미세한 움직임이 있었다.“임신은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서야 폐 안에 공기가 들어왔다.“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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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숫자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시각, 서유라의 휴대전화에는 한지후 체포 관련 속보가 연달아 뜨고 있었다.‘한명금융 전략총괄 한지후, 여성 감금 혐의로 수사.’‘경찰, 외곽 별장 긴급 구조 과정에서 피해자 확보.’ 유라는 화면을 내려다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지후와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이 완전히 사라졌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에게 태윤과 서린 사이를 흔들 만한 정보와 일정 몇 가지를 흘린 적도 있었다. 직접 범행을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말해도, 수사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었다. 그때 홍보대행사 팀장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현재 공개 기사상 서유라 님 이름은 언급되지 않습니다. 한명금융도 사건과 그룹을 분리하는 대응에 집중 중입니다.’ 유라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아직 자신에게 시선이 오지 않았다. 그 안도는 오래가지 않았다. 다음 기사에는 병원에서 나온 윤서린과 강태윤의 모습이 실려 있었다. 태윤은 서린보다 반걸음 뒤에서 걷고 있었다. 서린이 먼저 그의 손을 잡는 장면도 있었다. 유라의 얼굴이 굳었다.“결국 돌아갔네.” 망가져서 돌아온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이전보다 단단해 보였다. 그 사실이 더 견딜 수 없었다. 유라는 태블릿을 켰다. 지난 몇 달 동안 수집해 둔 공개 사진과 기사, 행사 영상, 온라인 게시물을 한 폴더로 모았다. 윤성홀딩스 몰락 당시의 사진. 현강홀딩스 성북동 저택을 드나들던 서린. 병원에서 지후와 함께 찍힌 장면. 진실을 새로 만들 필요는 없었다. 순서를 바꾸고 설명을 붙이면 됐다. 유라는 홍보대행사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기사 하나 준비해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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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답은 지금 안 해도 돼

 퇴원하는 날 아침, 하늘은 맑았다. 나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천천히 신발을 신으려 했다.“잠깐.” 태윤이 바로 다가왔다.“내가 할게.”“이 정도는 할 수 있어.”“알아.” 그가 멈췄다.“그럼 네가 해. 어지러우면 말하고.” 예전 같으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들어 올렸을 사람이다. 나는 웃으며 플랫슈즈를 신었다.“많이 배웠네.”“비싼 수업료 냈잖아.”“누가 선생님인데?”“너.” 의사가 퇴원 후 생활과 약 복용, 재진 날짜를 다시 설명했다. 나는 직접 확인했고 태윤은 옆에서 메모했다. 병원 밖으로 나왔을 때 검은 세단이 기다리고 있었다. 태윤이 문을 열어 주었다.“집으로 가?”“가기 전에 보여 줄 게 있어.”“또 혼자 정한 거 아니지?”“보여 주기만 할 거야. 받을지는 네가 정해.” 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 차가 성북동 쪽으로 올라갔다. 익숙한 길이었다. 현강의 집이 보였지만 차는 정문을 지나쳤다. 그리고 바로 옆, 오래 비어 있던 땅 앞에서 멈췄다. 나는 창밖을 보고 말을 잃었다. 공사 가림막 안쪽에 새 기초와 목구조가 올라가고 있었다. 남겨 둔 오래된 나무의 위치까지 기억 속 집과 닮아 있었다.“여기…….”“윤성 집이 있던 자리.” 태윤이 말했다.&l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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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소문이 번지는 밤

 퇴원 일주일 뒤, 현강홀딩스가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자선 기금 행사가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렸다. 나는 참석하지 않아도 됐다. 의사도 장시간 서 있지 말고 몸 상태를 우선하라고 했다. 그런데 행사 전날부터 온라인 기사와 커뮤니티에 내 이름이 급격히 늘었다.‘감금 피해자인가, 두 남자를 이용한 인물인가.’‘현강 대표의 연인과 한명금융 후계라인의 수상한 관계.’‘임신설까지, 진실은?’ 기사는 사실을 단정하지 않았다. 대신 질문만 잔뜩 던졌다. 그 질문이 사람들 머릿속에서 답처럼 굳어지고 있었다.“안 가도 돼.” 태윤이 말했다.“회사 행사잖아.”“그래도 네 몸이 먼저야.”“30분만 있을게. 힘들면 바로 나올 거고.”“네가 결정한 거야?”“응.” 나는 직접 고른 짙은 남색 드레스 위에 얇은 재킷을 걸쳤다. 배가 드러나는 옷도, 숨기기 위한 옷도 아니었다. 호텔 볼룸에 들어서는 순간 대화 소리가 한 박자 늦게 줄었다. 투자사 임원, 주요 거래처 관계자, 재단 이사, 언론사 간부들이 우리를 쳐다봤다. 태윤이 내 허리에 손을 대려다 시선으로 물었다. 나는 손을 먼저 내밀었다. 그가 잡았다.“고개 들어.”“들고 있어.”“그러네.” 행사장 안쪽으로 걸어가자 주변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저 사람이 윤서린?”“한지후랑 원래 가까웠다던데.”“현강 쪽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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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신용을 깎는 손

“말이 꽤 단호하네요.” 건설사 쪽 여자가 잔을 들어 올렸다.“예전에는 그렇게 사람 앞에서 말하는 타입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니까요.”“그래도 현강 대표 곁에 있으려면 피곤하겠어요. 하루가 멀다 하고 기사에 이름이 나오니.” 옆에 있던 사람이 웃으며 말을 보탰다.“회사 비서까지 한다면서요? 사적인 관계와 업무가 섞이면 괜한 오해를 사기 쉽죠.” 이번에는 틀린 지적만 있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더 조심해서 답했다.“맞습니다. 그래서 제 채용과 업무 배정은 비서실 인사 절차와 평가를 따로 거쳤고, 지금도 같은 기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직무로 검증받겠습니다.”“아, 그렇군요.” 상대의 표정에서 잠깐 재미가 사라졌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그리고 회사 관련해서 확인할 내용이 있다면 홍보팀이나 비서실로 문의해 주세요. 개인적인 자리에서 떠도는 말로 판단하시는 것보다는 정확할 겁니다.” 아무도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예전의 나라면 그 침묵이 무서워서 말을 더 보탰을 것이다.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상대가 납득할 때까지 나를 설명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았다.“그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나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벗어났다. 몇 걸음 걷자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생각보다 멀쩡하네.”“그러게. 기사랑 좀 다르네.” 칭찬은 아니었다. 그래도 충분했다. 적어도 누군가에게는, 화면 속 문장과 눈앞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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