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거의 잠들지 못했다. 눈을 감으면 지후가 “의사를 부르겠다”고 말하던 얼굴이 떠올랐다. 소리치지도 않았다. 협박처럼 말하지도 않았다. 그저 이미 결정된 일처럼 말했다. 그게 더 무서웠다. 나는 방 안을 다시 살폈다. 창문은 잠겨 있었고, 바깥에는 고정 장치가 보였다. 문 옆 보안 패널은 안에서 조작할 수 없었다. 가구도 많지 않았다. 도구로 쓸 만한 것은 거의 없었다. 그래도 그냥 기다릴 생각은 없었다. 하우스키퍼 일을 할 때 나는 늘 먼저 구조를 봤다. 어디에 수도가 있고, 비상구가 있고, 어떤 창이 환기에 쓰이는지. 청소는 공간을 읽는 일이기도 했다. 나는 욕실 천장과 환기구, 창문 프레임, 문 아래 틈을 차례로 확인했다. 사람이 빠져나갈 정도의 통로는 없었다. 대신 작은 발견이 하나 있었다. 침실 쪽 창문은 열리지 않았지만, 보안 센서 케이블이 외부 프레임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걸 망가뜨리면 경보가 울릴 수 있다. 나를 밖으로 내보내지는 않겠지만 누군가 이 방으로 올라오게 만들 수는 있다. 지후 한 명뿐이라면 그 틈을 이용할 수 있다. 경호원이 더 있다면 어렵다. 나는 계획을 머릿속에 넣어 두었다. 지금 필요한 건 무작정 부수는 게 아니라 기회를 고르는 일이다. 배를 감싸고 숨을 골랐다.“괜찮아.” 나 자신에게 말하는 건지, 아이에게 말하는 건지 몰랐다.“이번에는 가만히 기다리지만은 않을게.”◇ 목걸이의 사파이어가 피부에 닿았다. 예전 같았으면 ‘태윤의 소유 표시’라는 말에 스스로를 숨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게 생각했다
Last Updated : 2026-08-2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