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식탁 위에는 종이 잡지 대신 태블릿이 놓여 있었다. 박현석이 새벽부터 정리해 보낸 기사 목록이었다. 제목만 읽어도 속이 서늘해졌다.‘현강 대표를 흔든 전직 하우스키퍼, 한명금융 후계자와의 관계는.’‘감금 피해 주장 뒤에 숨은 거래 의혹.’‘임신설까지 번진 현강의 사적 리스크.’ 기사들은 결정적인 사실을 거의 쓰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일각에서는’,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말 뒤에 추측을 쌓아 올렸다. 어젯밤 행사장에서 찍힌 내 사진도 있었다. 상대와 대화하던 순간만 잘라내 마치 말다툼을 벌인 것처럼 보이게 편집돼 있었다. 태윤이 화면을 내렸다.“법무팀에서 허위사실 부분부터 삭제 요청 넣고 있어. 포털에도 정정 자료 넘겼고.”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손등의 힘줄이 도드라져 있었다.“매체들 상대로 가처분까지 검토할 거야.”“응. 허위는 바로 대응해야 해.” 내 대답에 태윤이 잠시 나를 봤다.“다만 전부 없애려고 하지는 마.”“왜.”“우리가 기사 자체를 힘으로 지우려 든다는 인상을 주면, 사실관계보다 그 장면이 더 오래 남을 수 있어.” 그는 입술을 다물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미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상대를 무너뜨릴 방법부터 찾았을 것이다.“……그럼 어떻게 하고 싶어?” 질문이 먼저 나온 것이 조금 놀라웠다. 나는 태블릿을 다시 가져왔다.“보존부터. 기사 원문, 수정 이력, 게시 시
Last Updated : 2026-09-0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