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가 열리는 ‘다이아몬드 홀’의 묵직한 문이 양쪽으로 천천히 열렸다. 순간 쏟아진 빛에 시야가 희게 번졌다. 거대한 샹들리에, 수많은 잔이 부딪치는 맑은 소리, 물결처럼 이어지는 대화. 뜨거운 공기가 한꺼번에 밀려와 숨이 막혔다. 우리가 한 걸음 들어선 순간 회장의 흐름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여러 시선이 동시에 이쪽으로, 정확히는 최근 투자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이름을 키운 강태윤에게 꽂혔다. 호기심, 경계, 호감과 질투. 끈적한 시선 사이를 태윤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걸었다. 내가 그의 팔을 잡은 손에 들어간 힘만 조금씩 세졌다.“강 대표 아니야?”“현강이 이번 인수도 가져갔다던데.”“옆의 여자는 누구지?” 낮은 말들이 오갔다. 그중 일부가 나를 알아보는 순간 분위기가 달라졌다.“……저 사람.”“윤성홀딩스 쪽 딸 아니었어?”“집안 무너진 뒤로 안 보이더니 왜 강 대표 옆에…….” 속삭임이 얇은 독처럼 퍼졌다. 아버지를 따라 이런 자선 행사와 기업 리셉션에 다니던 시절, 내 앞에서 웃고 인사를 건네던 사람들이 있었다. 집안이 무너지자 가장 먼저 시선을 거둔 사람들도 그들이었다. 지금은 값어치를 다시 계산하듯 나를 보고 있었다. 고개가 저절로 내려가려는 순간 태윤이 낮게 말했다.“고개 들어.”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였다.“네가 부끄러워할 이유 없어. 내가 데리고 왔고, 들어오겠다고 결정한 것도 너야. 저 사람들이 뭐라고 보든 신경 쓰지 마.” 차가운 말투였지만 이상하게 등을 펴게 했다. 태윤은 나를 보호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다만 남들의 시선 때문에 내가 다시 작아지는 꼴을 보기 싫다는 듯했다. 그 고집스러운 태도가 지금만큼은 꽤 단단한 방패가 됐다. 태윤은 주변을 차갑게 한번 훑고 나와 함께 행사장 중앙으로 들어갔다. 행사 중반. 태윤이 투자사 대표와 기업 관계자 몇 명에게 둘러싸여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조금 떨어진 벽 쪽에서 숨을 돌리고 있었다. 잔을 든 손가락이 차가웠다
Last Updated : 2026-08-0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