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에서의 첫날은 생각보다 훨씬 차가웠다. 현강홀딩스 본사 최상층. 선발된 직원들이 빠르게 움직이는 이 공간에서 나는 지나치게 눈에 띄었다. 정식 채용 절차가 진행 중인 임시 배치자. 그것도 대표와 사적인 관계가 있다는 기사가 난 바로 다음 날이었다.“저기, 이 자료 어디에 스캔하면 될까요?” 옆자리 선배 비서에게 물었다. 그녀는 화면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공용 폴더 구조는 안내문에 있어요.”“네, 감사합니다.”“그리고 대표님 개인 일정은 건드리지 마세요. 아직 권한 없으니까.” 말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목소리에는 분명한 벽이 있었다.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기사 난 다음 날 바로 비서실이라니.”“실무 평가가 필요하긴 하겠네.” 대놓고 모욕하는 말은 아니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아팠다. 나는 책상 아래에서 손을 꼭 쥐었다. 그들이 의심하는 것도 이해했다. 나는 공개 채용으로 들어온 사람이 아니다. 태윤의 제안으로 이 자리에 왔다. 그러니 결과를 보여 주기 전까지 특혜라는 의심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 그 사실이 싫다고 도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오전 내내 비서실 매뉴얼과 회의 자료를 읽었다. 일정 시스템, 결재선, 대외 응대 기록, 해외 파트너별 주의사항. 모르는 건 따로 적고, 바로 물어도 되는 것과 먼저 찾아봐야 하는 것을 나눴다. 하우스키퍼로 일하면서 배운 것도 의외로 많았다. 사람이 원하는 걸 말하기 전에 읽는 법. 공간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움직이는 법. 상대가 불편해지는 지점을 먼저 알아채는 법. 예전 집안에서 배운 언어와 예절은, 몰락한 뒤의 노동 경험과 섞여 전혀 다른 기술이 되어 있었다. 그때 입구 쪽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잠시만요! 오늘 일정은 내일로 잡혀 있습니다!” 직원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화면에서 시선을 들었다. 입구에는 체격이 큰 중년의 외국인 남성이 서 있었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채 영어와
Last Updated : 2026-08-0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