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윤의 재킷은 내 몸에 한참 컸다. 그래서 오히려 다행이었다. 찢어진 등도, 흐트러진 가슴선도, 떨리는 어깨도 전부 가려 줬으니까. 나는 재킷 자락을 움켜쥔 채 태윤의 손을 잡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태윤아……”“말하지 마. 지금은 괜찮은지만 봐.” 태윤은 내 팔을 받쳐 세운 뒤, 내가 제대로 서 있는 걸 확인하고서야 유라를 돌아봤다. 그때까지도 내 쪽을 향해 있던 눈빛과는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 차갑고, 지나치게 고요했다.◇ 유라는 잠깐 굳었지만 곧 어깨를 으쓱했다.“강 대표님까지 오셨네요. 재수가 없었어요. 옷이 생각보다 약했던 모양이에요.” 주변에서 낮은 웅성거림이 번졌다. 누군가는 내 찢어진 드레스를 보고 있었고, 누군가는 태윤의 반응을 지켜봤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 시선 하나하나가 살갗을 찌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태윤은 내 앞을 가로막듯 서 있었다.“약한 옷?” 목소리는 낮았다. 태윤이 내 어깨의 재킷 깃을 정리하며 말했다.“청담동 아틀리에에서 서린이 체형에 맞춰 따로 제작한 드레스입니다. 행사 전에 피팅도 두 번 했고요.” 유라의 입꼬리가 굳었다.“그래서요? 비싼 옷이면 제가 일부러 찢었다는 뜻이에요?”“CCTV와 현장 직원 확인부터 하죠.” 유라의 표정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태윤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고의였다면 드레스값으로 끝낼 생각 없습니다. 공식 행사장에서 다른 참석자 옷을 잡아당긴 일이고, 촬영을 시도한 사람도 있었으니까.” 주변 공기가
Last Updated : 2026-08-1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