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몰락한 상속녀, 7년 만에 첫사랑의 전속 하우스키퍼가 되었다: Chapter 41 - Chapter 50

126 Chapters

제41화 돌아온 사람

 클로짓 문 바로 밖에서 인기척이 멈췄다. 숨조차 크게 쉬면 들킬 것 같았다. 손잡이가 다시 천천히 돌아갔다. 잠겨 있다는 걸 확인하듯 한 번, 두 번.“……태윤아.” 목소리가 떨렸다.‘응. 듣고 있어.’“문 앞에 있어.” 전화 너머에서 짧은 숨소리가 들렸다. 태윤은 소리를 높이지 않았다.‘문에서 더 떨어져. 바닥에 낮게 앉아.’ 나는 옷 사이를 비집고 안쪽 벽에 몸을 웅크렸다. 그때 밖에서 희미한 전자음이 났다. 누군가 도어락이나 잠금장치를 확인하는 것 같았다. 태윤이 낮게 말했다.‘서린아, 스피커 켤 수 있어?’“응.”‘켜.’ 버튼을 누르자 그의 목소리가 좁은 공간에 울렸다.‘안에 있는 사람, 들리죠.’ 태윤의 목소리는 차갑고 또렷했다.‘본채 보안 로그와 외부 카메라 기록은 이미 백업됐습니다. 경찰과 사설 경호팀이 진입 중이고, 출입 경로도 추적하고 있어요.’ 밖의 움직임이 멈췄다.‘지금 나가면 적어도 사람을 다치게 하는 선택은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잠깐 침묵. 그리고 훨씬 낮아진 목소리.‘하지만 윤서린에게 손대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합법적인 수단을 써서 끝까지 찾아낼 겁니다.’ 말끝이 얼음처럼 차가웠다. 허풍처럼 들리지 않았다. 문 밖의 인기척이 뒤로 물러났다. 한 걸음. 두 걸음. 이윽고 복도 쪽으로 빠르게 멀어지는 발소리가 들렸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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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강태윤이 끓인 죽

 태윤은 한동안 나를 놓지 않았다. 나도 놓아 달라고 하지 않았다. 빗물이 그의 어깨에서 내 손등으로 떨어졌다.“미안해.” 태윤이 먼저 말했다.“왜 당신이 미안해.”“위험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어. 경호를 붙였다고 안심한 게 내 잘못이야.”“내가 문도 안 잠갔고…….”“그건 네 책임 아니야.” 태윤은 단호했다.“누군가 남의 집에 침입한 게 잘못이지, 네가 평소처럼 잠든 게 잘못이 아니야.” 그 말에 목이 갑자기 뜨거워졌다. 태윤은 내 얼굴을 살피다가 눈 밑을 엄지로 가볍게 쓸었다.“무서웠지.”“나도.” 그가 아주 작게 말했다. 태윤에게서 그런 말을 들은 건 처음이었다.“전화 끊기면 어떡하나, 경호팀이 늦으면 어떡하나…… 비행기 타는 내내 그 생각만 했어.” 나는 그의 손목을 잡았다.“오늘은 가지 마.” 태윤의 눈이 흔들렸다.“어디 안 가.”“일 때문이라도.”“오늘은 안 가.” 그가 내 손을 감쌌다.“그리고 당분간 혼자 두지 않을게. 단, 네가 싫으면 경호 방식부터 다시 정하자. 네가 어디 있는지 24시간 보고받는 식으로 하진 않을 거야.” 나는 놀라 그를 바라봤다.“그 와중에도 그걸 생각했어?”“네가 감옥이라고 느끼면 결국 위험할 때도 나한테 말 안 할 테니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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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내가 잡은 손

“왜 웃어.”“강태윤이 죽을 끓였다는 게 안 믿겨서.”“나도 밥은 해.”“언제요?”“가난할 때.” 짧은 대답에 웃음이 조금 가라앉았다. 태윤이 살았던 오래된 원룸과 좁은 부엌이 떠올랐다. 그 시절 나는 그가 어떤 하루를 살았는지 제대로 보지 않았다.“미안.”“갑자기 뭘.”“그냥.” 태윤은 더 묻지 않고 다음 스푼을 내밀었다. 나는 조금씩 받아먹었다. 죽은 담백했고 생강 향이 목을 편하게 했다. 다 먹을 때쯤 태윤이 차가운 물수건으로 내 목과 이마를 닦아 줬다. 손길이 조심스러웠다.“너무 잘해 주니까 이상해.”“뭐가.”“예전에는 뭐든 명령부터 했잖아.” 태윤의 손이 잠깐 멈췄다.“……알아.” 그는 젖은 수건을 접어 다시 이마에 얹었다.“어젯밤에 네 목소리 듣는데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그래도 해 줬잖아. 신고도 하고, 계속 전화해 주고.”“그걸로 부족했어.” 태윤이 내 손가락을 바라봤다.“내가 보호한다고 말하면서 네가 숨 막히게 만든 적은 많은데, 정작 진짜 위험할 때는 뉴욕에 있었잖아.”“그건 당신 잘못 아니야.”“알아. 머리로는.” 낮은 목소리에 자책이 남아 있었다. 나는 이불 밖으로 손을 내밀어 그의 소매를 잡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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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병실 앞의 한지후

 며칠 뒤, 나는 엄마가 입원한 세명의료원 순환기 전문센터를 찾았다. 출입 등록을 하고 병동 안으로 들어서자 특유의 소독제 냄새가 코끝에 닿았다. 복도는 일반 병동보다 조용했고, 병실 간격도 넓었다. 엄마는 수술 뒤 회복과 재활을 위해 1인실에 머물고 있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치료와 별개로 간병, 재활 프로그램, 일부 비급여 검사 비용이 계속 들어가는 곳이었다. 태윤이 비용 보증을 맡고 있었지만, 나는 가능한 항목을 하나씩 확인하고 있었다. 처음처럼 돈이 곧 목숨이라는 공포에 떠밀려 아무것도 모른 채 서명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윤서린 님.” 담당 간호사가 나를 알아보고 다가왔다.“어머님 오늘 컨디션 좋으세요. 아침도 절반 넘게 드셨고요.”“검사 결과는요?”“오늘 오후에 담당 교수님이 보호자 설명을 잡아 두셨어요. 어머님께도 먼저 설명드렸고요.” 나는 조금 안심했다. 그런데 지난주와 비교해 약이 하나 바뀌었다는 말이 이어졌다.“왜 바뀐 거예요?”“심장 기능 수치가 조금 흔들려서요. 자세한 건 교수님이 설명드리는 게 정확할 것 같습니다.” 큰 문제는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에 작은 불안이 남았다. 병실 문을 열었다.“엄마.”“서린아, 왔어?” 엄마는 침대 등받이를 세운 채 창밖을 보고 있었다. 살은 여전히 빠져 있었지만 얼굴에 혈색이 돌아왔다.“오늘 좋아 보이네.” 다가가 손을 잡았다. 가늘지만 따뜻한 손이었다. 이 온기 하나 때문에 나는 얼마나 많은 선택을 했던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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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확인하고 싶은 의심

“태윤 때문만은 아니야. 엄마가 쉬고 있어.”“그래. 그럼 잠깐 너랑만 얘기하자.” 지후가 한 걸음 가까워졌다.“얼굴이 안 좋아. 잠은 자?” 손을 뻗으려 하자 나는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지후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안경 너머의 눈이 잠시 차갑게 가라앉았다가 다시 웃는 모양으로 돌아왔다.“……강태윤 옆에 있으면서 많이 달라졌네.”“무슨 뜻이야?”“그 사람이 네 세상을 너무 좁혀 놓은 것 같아서.”“내가 결정할 일이야.” 지후는 잠시 나를 보더니 꽃다발을 옆 의자에 내려놨다.“그럼 하나만 물어볼게. 어머니 담당 교수가 바뀐 건 알고 있어?” 심장이 철렁했다.“바뀌었다고?”“지난달부터 진료 책임자가 달라졌어. 병원 홈페이지 의료진 일정만 봐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야.” 지후는 일부러 차분하게 말했다.“나는 네 어머니 진료기록을 본 적 없어. 그건 내가 볼 수 있는 정보도 아니고.” 그 한마디가 오히려 다음 말을 더 믿게 만들었다.“하지만 현강 쪽이 병원과 비용 보증을 맡은 뒤로 진료 체계가 바뀐 건 사실이야. 그리고 강태윤이 오늘 이 병원에 와 있다는 것도.”“오늘?”“몰랐어?”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태윤은 오늘 회사에 중요한 일정이 있다고 했다. 지후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서린아, 난 네가 확인했으면 좋겠어. 누굴 믿으라는 말이 아니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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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서관 3층의 기록

 서관 3층으로 갈수록 복도는 더 조용해졌다. 나는 지후의 말을 그대로 믿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직접 확인하려고 온 것이다. 그런데 경영지원실 앞에 검은 수트를 입은 현강 경호팀 직원 두 명이 서 있는 걸 본 순간 심장이 내려앉았다. 태윤이 정말 여기 있었다. 나는 복도 모퉁이에 멈췄다. 잠시 뒤 회의실 문이 열렸다. 병원장과 순환기센터 담당 교수, 행정 책임자가 먼저 나오고 그 뒤로 태윤이 보였다.“검사 결과가 확정되기 전에는 서린에게 불안하게 전달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담당 교수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말했다.“다만 윤서린 님도 가족이니 중간 경과를 원하시면 설명드려야 합니다. 환자분도 동의하셨고요.”“물론입니다. 숨기라는 뜻은 아닙니다.” 태윤이 바로 답했다.“수치가 아직 움직이고 있으니 확정되지 않은 가능성만 먼저 듣고 밤새 걱정하지 않게 해 달라는 겁니다. 최종 결과가 나오면 저도 같이 설명을 듣겠습니다.” 말 자체는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데 내 귀에는 ‘서린에게 전달하지 말라’는 첫 문장만 유난히 크게 남았다.“세컨드 오피니언 자료는요?”“환자분 서면 동의까지 받아 준비 중입니다. 민감정보라 지정 의료기관 외에는 전송하지 않습니다.”“그렇게 해 주세요. 비용 보증은 현강 쪽에서 계속 맡겠습니다. 상태가 안정되기 전에는 무리한 전원도 피하고요.” 태윤이 서류 봉투를 건넸다. 심장이 순간 얼어붙었다. 하지만 봉투 안에서 보인 건 현금이 아니었다. 진료의뢰서 사본과 비용 보증 서류, 환자 동의서였다. 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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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내 눈으로 보러 가는 밤

 차가 병원을 떠났다. 서울의 오후 풍경이 유리창 너머로 흘러갔다. 나는 무릎 위에서 손을 꽉 쥐었다. 의심하고 싶지 않았다. 며칠 전 열에 취해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 태윤은 그 말을 이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신이 맑아졌을 때 다시 말해 달라고 했다. 회사에서는 내가 스스로 평가받을 수 있게 물러날 줄도 알았다. 그런 사람이 엄마 치료를 일부러 늦춰 나를 붙잡아 둘까. 이성적으로는 말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후가 던진 말 하나가 계속 남아 있었다. 윤성홀딩스가 무너질 때, 태윤의 자금이 이미 가까이에 있었다. 왜 말하지 않았을까. 나는 태윤의 과거를 얼마나 알고 있지? 그리고 태윤은 내게 무엇까지 알려 줄 생각이었을까. 가슴이 아팠다.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기 때문에 더 무서웠다. 아무 감정이 없다면 그냥 자료를 확인하고 끝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혹시 내가 가장 믿고 싶었던 사람이 나를 속이고 있었다면. 그 충격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모르겠어.” 작게 중얼거렸다. 묻고 싶었다. 오늘 병원에 왜 왔는지. 아빠 회사와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 왜 내게 먼저 말하지 않았는지. 그런데 동시에 두려웠다. 태윤의 대답을 듣고 지금까지의 온기까지 모두 의심하게 될까 봐. 목에 걸린 사파이어가 쇄골에 닿았다. 손끝으로 푸른 돌을 잡았다. 처음에는 목줄처럼 느껴졌고,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스스로 하고 있기로 선택한 목걸이가 되었다. 지금은 다시 그 의미를 알 수 없었다. 사랑의 증거도, 소유의 표시도 아닌 채 무겁게 매달려 있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믿고 싶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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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지후와 유라의 연락

 행사는 서울 도심의 오래된 회원제 클럽에서 열렸다. 석조 외벽과 높은 천장, 입구에 이어진 긴 카펫. 차량에서 내리는 순간 수십 개의 시선이 동시에 꽂혔다. 예전 윤성가가 건재하던 시절, 아버지를 따라 비슷한 행사에 온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내 성이 평생 나를 지켜 줄 거라 믿었다. 지금은 달랐다. 나는 몰락한 오너가의 딸이었고, 동시에 현강홀딩스 대표의 비서이자 배우자였다. 그 어느 한 단어만으로 나를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태윤이 먼저 내리고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 손을 잡고 차에서 내렸다. 웅성거림이 바로 귀에 들어왔다.“윤성홀딩스 윤 대표 딸 맞지?”“강태윤 대표랑 결혼했다는 소문이 진짜였나 봐.”“비서실에서 일한다던데.”“처음에는 하우스키퍼였다는 얘기도 있던데.” 호기심과 계산이 섞인 시선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태윤 뒤로 숨었을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등을 폈다. 태윤의 손이 내 허리 가까이 왔다가 멈췄다.“괜찮아?”“응.”“손대도 돼?” 나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손바닥이 허리에 가볍게 닿았다.“긴장하면 말해.”“당신이 더 긴장한 것 같은데.”“남들이 너무 많이 봐.”“그건 오늘 어쩔 수 없어요.” 태윤은 마음에 안 든다는 얼굴을 했지만 팔에 힘을 주지는 않았다. 이 사람은 변하고 있다. 적어도 변하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병원에서 생긴 의심이 더 아팠다. 우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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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끝까지 그의 옆에

 지후와 유라가 서로 연락하고 있다. 그 사실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지후가 내게 태윤을 확인해 보라고 한 뒤, 곧바로 유라가 같은 불안을 찌르고 들어왔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타이밍이 너무 정확했다.“서린아?” 태윤의 목소리가 가까이서 들렸다. 허리에 닿아 있던 손이 곧바로 떨어졌다. 내가 굳은 걸 느낀 모양이었다.“괜찮아?”“조금 어지러워서.” 태윤은 내 얼굴을 살피고 유라를 봤다.“무슨 말 했죠?”“별말 안 했는데요?” 유라는 태연하게 웃었다.“친구끼리 안부 좀 나눈 것뿐이에요.”“서린이가 당신 친구였던 적은 없을 텐데.” 낮고 차분한 말이었다. 유라의 미소가 희미해졌다. 태윤은 더 따지지 않았다.“가자.”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 손을 잡았다. 사람이 적은 쪽으로 몇 걸음 옮긴 뒤 태윤이 물었다.“걸을 수 있어?”“응. 괜찮아.”“잠깐 밖에 나갈까?” 고개를 저었다. 유라 때문에 도망치듯 자리를 뜨고 싶지는 않았다. 마침 홀에서 왈츠가 시작됐다. 태윤이 음악 쪽을 한 번 보고 다시 나를 봤다.“춤출래?”“갑자기?”“싫으면 안 해도 돼. 계속 서 있는 것보다 움직이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수많은 시선을 생각하자 목이 막혔다. 그래도 나는 손을 내밀었다.“한 곡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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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찢어진 드레스

 왈츠가 끝나자 홀에는 다시 대화 소리가 차올랐다. 곧 몇 사람이 태윤에게 다가왔다. 기관투자자 쪽 임원과 주요 파트너사 대표들이었다. 태윤은 잠깐 귀찮다는 얼굴을 했다가 나를 돌아봤다.“인사만 하고 올게.”“응.”“여기 있어 줄래?”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필요하면 다른 사람이랑 이야기할 거야.” 태윤의 입술이 잠깐 열렸다가 닫혔다.“……알아. 불편한 일 생기면 바로 불러.”“알겠어.” 그제야 태윤은 사람들 쪽으로 갔다. 등이 멀어지자 이상하게 주변 공기가 더 차갑게 느껴졌다. 조금 전까지 허리에 닿아 있던 체온이 사라져서일 것이다. 나는 벽 쪽으로 한 걸음 물러나 샴페인 잔을 들었다. 멀리서 태윤이 사람들과 대화하는 모습이 보였다. 예전처럼 나를 감시하는 눈빛은 아니었다. 그래도 몇 번인가 시선이 마주쳤다. 괜찮은지 확인하는 정도의 짧은 눈길이었다. 나는 그때마다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목의 사파이어가 쇄골에 닿았다. 오늘 이 목걸이를 하기로 한 건 나였다. 그 사실을 떠올리자 조금 전까지의 답답함이 아주 약하게 가라앉았다. 그때였다.“남편한테 혼자 남겨졌네?” 달콤한 목소리에 독이 섞여 있었다. 돌아보지 않아도 알았다. 서유라가 붉은 와인 잔을 들고 서 있었다. 이번에는 주변에 따르는 사람도 없었다.“무슨 일이죠, 서유라 씨.”“별거 아니야. 가까이서 보니까 드레스가 생각보다 더 싸 보여서.” 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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