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는 지나치게 깨끗했다. 흰 벽, 회색 바닥, 형태가 단정한 가구들. 생활하는 사람이 있다기보다 언제든 촬영할 수 있게 꾸민 쇼룸 같았다. 나는 현관 쪽으로 돌아가 문손잡이를 눌러 봤다. 열리지 않았다.“왜 잠겼어?”“보안 때문이야.” 지후가 외투를 벗으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밖에서도 쉽게 들어올 수 없고, 안에서도 인증 없이 열리지 않아.”“내가 나가고 싶으면?”“지금 나갈 이유가 있어?” 질문으로 돌아온 답에 가슴이 식었다.“산책을 하고 싶을 수도 있잖아.”“경호가 정리되면 같이 나가자. 혼자 움직이는 건 위험해.” 나는 더 묻지 않았다. 지금까지 태윤에게서 도망치려 했던 이유가, 바로 이런 말들이었으니까. 그런데 지후는 자기가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 같았다.“옷 갈아입자.” 그가 테이블 위에 놓인 상자를 가리켰다.“병원에서 나온 옷 그대로잖아.”“씻고 내 옷 입으면 돼.”“여기엔 네 옷이 없어. 준비해 뒀어.” 상자 안에는 아이보리색 원피스와 얇은 카디건, 새 속옷까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문제는 디자인이었다. 7년 전, 집이 무너지기 전 내가 즐겨 입던 스타일과 너무 닮아 있었다.“이걸 왜 골랐어?”“네가 이런 옷 좋아했잖아.”“스물두 살 때.” 나는 원피스를 다시 상자에 내려놓았다.“지금 나는 스물아홉이야.&rdquo
Last Updated : 2026-08-2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