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화. 깨진 것들의 목소리자신이 빚은 그릇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 순간의 선택이 그의 삶을 영원히 바꾸었다.쨍그랑, 쨍그랑, 쨍그랑!그가 수없이 밤을 새워 빚어낸 백자들이 눈앞에서 산산이 부서졌다.그리고 그날 산산이 부서진 것은 백자들만이 아니었다.단 역시 그날 함께 부서졌다.다만 백자와 달리 죽지도 못한 채, 부서지고 다시 이어지기를 천 년 동안 반복했을 뿐이었다.천 년 전 흙바닥을 뒤덮었던 하얀 파편과 눈앞의 백자가 겹쳐졌다.‘다시 만났구나.’단의 눈빛이 아주 조금 흔들렸다.‘그날…… 내가 지키지 못했던 아이 중 하나.’최민준의 목소리가 조용해진 경매장에 울려 퍼졌다.“여러분은 지금, 천 년 전 한 도공이 평생을 걸고 만들고자 했던 꿈의 흔적을 보고 계십니다.”단의 시선이 천천히 움직였다.백자에서 최민준에게로…… 그의 눈빛이 서늘하게 식었다.최민준은 그런 단을 똑바로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천 년 동안 차가운 흙 속에 묻혀 있었을 자신의 그릇이 흉측하게 꿰매진 채 사람들의 눈요깃거리로 전시되어 있었다.“모두가 비취색 청자에 취해 있던 시대, 홀로 순백의 미래를 내다본 천재가 있었습니다. 역사의 흐름을 거스른 도공, 그리고 그가 남긴 하얀 기적.”사람들의 눈에 욕망이 번졌다.희귀한 것, 남들이 가질 수 없는 것. 그들에게는 그것만으로 충분했다.최민준이 천천히 단을 바라봤다.“그런데 말입니다. 아무리 귀한 물건이라도 그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면 의미가 없겠지요.”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번졌다.“대한민국 최고의 감정사이신 이단 대표님께서 직접 감정해 주시겠습니까?”스포트라이트가 단에게 쏟아지고, 수많은 눈이 일제히 그를 향했다.겉으로 보기에는 여전히 오만하고 무심한 이단 대표지만, 서연은 굳어버린 그의 손끝을 보고 있었다.‘단 씨가…… 흔들리고 있어.’그때였다.끼이이익!유리를 날카롭게 긁는 듯한 소리와 함께 백자의 갈라진 틈 사이에서 검붉은 기운이 스멀스멀 흘러나왔다.검은 연기처럼 백자의 표면을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0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