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화. 식구들“그, 우리 집안만의 전설 같은 것도 있고 해서…… 대를 이어서 우리 집을 지켜주는 것만 같았지. 내 딴에는 고맙다고 소시지도 나눠주고, 비 오는 날엔 우산도 씌워주고 그랬지.”재호의 시선이 추억에서 돌아와, 눈앞의 은랑에게 고정되었다.“자네 웃는 모습이 그 녀석이랑 묘하게 닮았어. 사나운 짐승 같으면서도, 눈매가 아주 선하고 깊은 게 말이야.”재호가 손을 뻗어 은랑의 손등을 투박하게 토닥였다.“꼭…… 오래된 식구를 다시 만난 기분이라 왠지 보자마자 정이 가고 그러네.”은랑은 코끝이 찡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아이가 청년이 되고, 청년이 노인이 되는 긴 세월이었다. 그런데도 이 남자는 그 시절, 담벼락 아래 웅크리고 있던 늑대의 눈빛을 기억하고 있었다.‘기억하고 있었구나. 다녀왔어, 재호야.’정원에는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이사 기념 바비큐 파티였다.“자, 고기 들어갑니다! 이건 제주산 흑돼지, 이건 횡성 한우 투플러스!”은랑이 숯불 앞에서 집게를 현란하게 돌리며 고기를 구웠다.서연은 고기를 먹다가 맞은편의 단을 힐끗 바라봤다. 아까부터 이상했다. 손을 잡고 있다가 갑자기 놓아버리질 않나, 화장실에 다녀온 뒤로는 은근히 자신과 거리를 두고 있었다.‘뭐야. 내가 뭐 잘못했나?’서연이 괜히 입술을 삐죽였다.그때, 대문이 열리며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든 루나가 모습을 드러냈다.“어머, 이게 무슨 냄새야? 이 신성한 정원에 고기 냄새를 피우다니, 제정신들이야?”“아, 왔나? 인사해. 서연 씨 부모님이시다. 예정보다 빠르게 이사를 오게 되셨다.”단이 쌈을 싸 먹으며 태연하게 소개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4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