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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los capítulos de 도공의 유일한 구원자: Capítulo 101 - Capítulo 110

119 Capítulos

101화. 무대에 서고 싶었다.

101화. 무대에 서고 싶었다은랑이 다시 피아노를 바라봤다.“형씨, 나와 봐. 얼굴 보고 이야기하자.”쿵!건반 하나가 거칠게 내려앉았다.“걱정 마. 저 뒤에 성질 더러운 도공은 내가 막아줄 테니까.”단의 눈썹이 꿈틀했다.“짐승에게 듣고 싶은 말은 아니군.”“쉿. 중요한 대화 중이잖아.”서연이 웃음을 참는 사이 피아노 위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연기는 점점 짙어지더니 사람의 형체를 만들어냈다.낡은 티셔츠와 무릎이 다 해진 트레이닝복, 밑창이 너덜너덜한 운동화.그리고 안쪽으로 뒤틀린 발목.원혼이 천천히 고개를 들더니 가장 먼저 은랑을 바라봤다.[“너…… 너도 노래해?”]은랑의 장난기가 사라졌다. 원혼의 시선이 그의 목과 어깨를 지나 다리로 향했다.[“춤도…… 잘 추겠네.”]“먹고사는 일이니까.”[“부럽다.”]그 한마디가 유난히 서글펐다.서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가수가 되고 싶었어요?”[“……아이돌.”]원혼의 입가가 희미하게 올라갔다.[“노래는 잘했거든.”]“그건 알아.”은랑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음정 좋고, 호흡 길고. 얼마나 연습했는지도 들려.”원혼의 눈이 커졌다.[“……알아?”]“내가 가수인데 그것도 모르겠냐?”은랑은 피아노에 기대어 팔짱을 꼈다.“근데 춤은 지독하게 못 추지?”쾅!건반이 거칠게 울렸다.[“……왜 안 되는지 모르겠어. 아무리 해도 안 됐어.”]원혼은 하루 열두 시간씩 연습했다고 했다. 모두 돌아간 뒤에도 거울 앞에서 같은 동작을 수백 번씩 반복했고, 발목이 붓고 발톱이 빠져도 멈추지 않았다.노래는 항상 최상이었다. 하지만 춤이 시작되면 사람들의 표정이 달라졌다.‘요즘 아이돌은 노래만 잘해서는 안 돼.’‘너 하나 때문에 팀 전체의 흐름이 깨지잖아.’결국 데뷔 조 명단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나도 알고 있었어. 아이돌로 성공하기는 힘들 거라는 거.”]예상하지 못한 말에 서연이 원혼을 바라봤다.[“그래도 딱 한 번만…… 제대로 된 무대에 서보고 싶었어.”]원혼이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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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화. 네가 센터야

102화. 네가 센터야루나가 어이없다는 듯 묻자 은랑이 당연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이 정도면 충분하지. 정말 노래를 사랑한다면 관객은 한 명이어도 충분한 법이니까.”은랑은 피아노 앞에 선 도윤을 바라봤다.“형씨가 원한 건 수천 명이 모인 공연장이 아니라, 자기 노래를 들어줄 사람이잖아. 아냐?”도윤의 시선이 천천히 사람들을 훑었다.[“맞아…… 그런데 못 하겠어.”]“왜?”[“사람들이 보고 있잖아.”]“도윤아, 그게 무대야.”[“또 망치면…….”]“안 망해. 아니, 망해도 돼. 노래가 흔들려도 되고, 춤이 꼬여도 돼. 그냥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는 거야.”은랑이 객석이 된 사람들을 턱짓으로 가리켰다.“그러면 관객은 알아봐. 네가 얼마나 이 무대를 원했는지, 얼마나 노래를 사랑했는지. 그게 고스란히 전해지거든.”도윤의 떨리던 손끝이 조금씩 잦아들었다.“완벽한 무대보다 그런 무대가 더 오래 기억에 남아. 자, 이제 시작하자! 너는 노래, 나는 춤.”마침내 도윤의 손가락이 건반을 눌렀다.선율이 카페 안으로 번지고, 이내 도윤의 목소리가 그 위에 얹혔다.아름다웠다.십 년 동안 놓지 못했던 꿈과 수없이 삼켰을 좌절이 고스란히 담긴 목소리였다.그러다 도윤이 습관처럼 발을 내디뎠자 박자가 어긋났고, 노래가 멈췄다.[“역시 난…….”]“도윤아. 오늘 센터는 너야.”은랑이 재촉하지 않고 기다렸다.“기다릴게. 준비되면 신호 줘. 네 노래에 내가 맞출 테니까.”짝짝짝!서연이 벌떡 일어나 손뼉을 쳤다.“김도윤! 김도윤!”도윤의 눈이 커졌다.조금 부끄럽긴 했지만, 오늘만큼은 제대로 된 관객이 되어주고 싶었다.“우윳빛깔 김도윤! 사랑해요, 김도윤!”도윤의 눈가가 붉어졌다. 한 번쯤 들어보고 싶었던 외침이었기에 도윤이 울면서 웃었다.“오케이. 다시 가자.”건반이 다시 울리고, 은랑도 함께 움직였다.대한민국 최고의 아이돌, 더 울프의 리더가 도윤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은랑은 박자 하나까지 도윤에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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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화.멋졌어요

103화. 멋졌어요서연은 한동안 가슴 위에 손을 얹은 채 서 있었다. 따뜻하게 스며든 황금빛 기운이 몸 안을 천천히 돌고 있었다.그런데 자꾸만 눈앞에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도윤의 노래에 맞춰 춤추던 은랑이었다.“은랑 씨.”“응?”“진짜 잘했어요. 저 오늘부터 팬 할래요!”은랑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조금 전까지 도윤을 다독이던 진지한 모습은 빛과 함께 사라진 모양이었다. 칭찬 한마디에 신이 난 대형견처럼 서연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진짜? 나 잘했어? 어느 부분을 제일 잘했는데?”“도윤 씨가 흔들릴 때마다 기다려주고 박자가 어긋나면 바로 맞춰준 거요. 그리고 춤선이 진짜 예술이었습니다.”서연이 엄지를 척 내밀었다.“최고! 최최최고의 백댄서였어요. 진짜 멋졌어요!”“……한 번만 더 해봐.”“멋있었다고요.”“아니, 아까처럼 눈 반짝이면서 한 번만 더.”“진짜 멋있었다고요. 됐죠?”“헤헤. 됐어.”은랑은 숨길 생각도 없이 웃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루나가 혀를 찼다.“아주 꼬리가 있었으면 카페 바닥을 쓸고 다니겠네. 천 년을 살고도 칭찬 한마디가 그렇게 좋냐?”“부러우면 너도 춤추지 그랬어. 옆자리 정도는 양보해 줬을 텐데.”“누가 부럽대? 네 그 정신없는 춤을 내가 왜 춰.”루나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쳤지만 시선은 은랑의 이마에 맺힌 땀을 향하고 있었다.‘별게 다 신경 쓰이네.’그리고 그보다 훨씬 노골적으로 심기가 불편한 사람이 하나 더 있었다.단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팔짱을 낀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은랑이 춤을 잘 추는 건 알고 있었다. 수백 년 동안 저 똥개가 인간들 사이에 섞여 별짓을 다 하고 살아왔다는 것도 안다. 그러니 노래를 하든 춤을 추든 단에게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문제는 연이었다.춤이 뭐라고 저렇게까지 눈을 반짝일 일인가 말이다.“은랑 씨, 진짜 신기했어요. 그렇게 격하게 움직이면서 어떻게 박자를 하나도 안 놓쳐요?”“연습이지. 내가 몇 년 차인데. 무대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일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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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화. 질투?

104화. 질투?그 모습을 바라보던 루나의 눈이 가늘어졌다.저 멍청한 늑대는 아직도 제 마음이 무엇인지 모르는 모양이지만.서연이 은랑의 이마를 닦아줄 때마다 귀 끝은 점점 붉어졌고, 입가에는 숨길 생각조차 없는 웃음이 걸려 있었다.‘천 년이나 살고도 제 마음 하나 모르다니.’루나는 피식 웃으려다 문득 입꼬리를 내렸다.은랑이 서연을 좋아하든 말든 자신과 무슨 상관인가. 서연은 자신에게도 소중한 사람이었다. 둘이 서로 아끼는 것은 당연히 좋은 일이어야 했다.그런데 왜 자꾸 은랑의 붉어진 귀가 눈에 밟히는지 모르겠다.루나는 잡념을 떨쳐버리듯 머리를 흔들었다.‘별게 다 신경 쓰이네.’그때 낮은 목소리가 끼어들었다.“연.”“네?”“이제 다 끝났으니 그만하고 가자. 여기서 더 할 일도 없잖아.”서연이 단을 돌아봤다.“잠깐만요. 여기 목 뒤도 땀이 너무 많이 났어요. 이것만 닦아주고…….”“본인 손이 있겠지. 저 나이를 먹고 제 땀도 못 닦을 정도로 모자란 놈은 아니다.”단이 성큼 다가왔다. 자신의 손수건을 은랑의 가슴팍에 툭 던져주더니 서연의 손목을 잡아 자신에게로 당겼다.“단 씨? 갑자기 왜 이래요?”“1미터.”“네?”“너와 나 말이다. 지금 1미터 넘게 떨어졌다.”단은 조금의 부끄러움도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서연은 황당한 얼굴로 자신과 단 사이를 바라봤다. 고작 두어 걸음이었고, 무엇보다 단의 안색은 너무나 멀쩡했다.“단 씨, 지금 하나도 안 아프시죠? 얼굴도 멀쩡하고 숨도 편안하신데요?”“아프다.”“어디가요? 또 붕괴 때문에 몸 안쪽이 아픈 거예요?”“…….”단은 대답하지 않았다.루나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몸 안쪽이기는 하겠네. 가슴이 아픈가 보지.”“여우.”“왜? 틀렸어? 아까부터 표정이 아주 볼만하던데.”은랑도 그제야 상황을 알아차리고 입꼬리를 올렸다.“도공, 너 설마 지금 나 질투하냐? 주인님이 나 멋있다고 해서?”단의 눈썹이 꿈틀거렸다.“질투?”단은 그 단어 자체가 몹시 불쾌하다는 얼굴로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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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화. 욕심은 끝이 없군

105화. 욕심은 끝이 없군서연은 카페를 나서며 슬쩍 단을 올려다봤다. 마침 단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눈이 마주치자 서연이 먼저 시선을 돌렸다.‘왜 또 저렇게 봐.’단은 얌전히 손을 맡긴 서연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아주 조금 올렸다. 질투가 아니라는 말은 스스로 생각해도 설득력이 없었다.은랑을 바라보며 반짝이던 눈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땀을 닦아주는 손은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신에게는 치료라는 이유가 있어야만 허락되는 손길을 은랑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내어주는 것이 싫었다.‘……욕심이 끝이 없군.’며칠 전까지만 해도 서로에게 상처가 될까 봐 거리를 두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이 하루에도 열두 번을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서연의 시선까지 탐이 났다.뒤따라오던 루나가 은랑의 등을 툭 쳤다.“끝났으면 너도 땀이나 닦아. 언제까지 그렇게 실실 웃고 있을 거야?”“왜? 주인님이 닦아줬는데.”은랑은 아직도 기분이 좋은지 입꼬리가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주인님이 나 멋있대. 팬도 한대. 내가 진작 무대 한번 보여줬어야 했는데.”“그래, 들었어. 귀 안 먹었으니까 그만 말해.”“다음 콘서트 때는 진짜 제일 앞자리 잡아줘야겠다. 아예 내 동선 바로 앞쪽으로…….”“그만 좀 하라니까.”루나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날카롭게 튀어나왔다.은랑이 눈을 깜빡였다.“너 왜 화내?”“내가 언제? 생사람 잡지 마!”“방금 냈잖아. 얼굴도 무서운데 목소리까지 무서웠어.”“시끄러워서 그래. 천 년을 살고도 칭찬 한마디에 꼬리 흔드는 꼴을 보고 있으려니 한심해서 그런다.”은랑이 눈을 가늘게 뜨더니 씨익 웃었다.“에이, 여우. 너도 질투하냐? 주인님이 나만 멋있다고 해서?”“미친…….”루나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치더니 은랑의 어깨에 툭 손을 얹었다.“서연이랑 나는 네가 끼어들 수 없는 친밀함이 있거든? 까불지 마.”“무슨 친밀함?”“여자들끼리만 통하는 게 있어.”“뭔데?”“궁금하면 너도 여자 하든가.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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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화. 잊지마라

106화. 잊지 마라“그럼 우리가 피아노를 정화하는 것도 봤겠네요.”“아마도.”“도윤 씨가 성불하는 것도…….”조금 전의 광경을 최민준까지 보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더욱 더러워졌다.서연이 은랑을 보며 눈을 빛내던 것도, 직접 땀을 닦아주던 것도, 그 꼴을 보며 자신이 질투했던 것까지.“나를 시험하는 거냐. 아니면…… 즐기고 있는 거냐.”낮은 목소리에 서늘한 살기가 배어 나왔다.그때 휴대전화 너머에서 서단이 다급하게 외쳤다.―누나, 거울 부수면 안 돼! 연결되어 있으면 역으로 추적할 수 있을지도 몰라.서연은 숨을 죽인 채 기다렸다. 거울에 남아 있던 붉은빛이 불안하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잠시 뒤 서단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신호 잡았어. 잠깐만……. 상대편에서도 알아챘어. 연결을 끊고 있어.“잡을 수 있어?”―해볼게. 조금만…… 어? 이상한데.“뭐가?”―상대가 내 추적을 막을 수 있었는데 공격하지 않았어. 경로만 돌려서 빠져나갔어.은랑이 눈썹을 치켜올렸다.“너보다 잘하는 놈도 있어?”―잘한다니까 좀 기분 나쁘긴 한데…… 있어. 적어도 보통 실력은 아니야.“위치는?”―놓쳤어.단이 천천히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파앙!손가락을 튕기자 바람의 칼날이 거울을 산산조각 냈다. 단은 쏟아지는 파편을 차갑게 내려다보다 서연을 제 등 뒤로 끌어당겼다.“나를 보는 건 상관없다. 하지만 연을 들여다보는 눈은 참을 수 없군.”서연의 심장이 또 한 번 쿵 내려앉았다.“오, 도둑놈. 지금은 조금 멋졌다.”은랑이 긴장 속에서도 장난스레 엄지를 치켜세웠다.같은 시각, 양평.대형 모니터를 가득 채우고 있던 카페의 모습이 거친 노이즈와 함께 사라졌다.지지직.[연결 종료]최민준은 소파 깊숙이 몸을 묻은 채 붉은 와인이 담긴 잔을 천천히 돌렸다. 입가에는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늑대의 춤이라…… 사람 홀리는 재주는 여전하군.”서연. 최민준의 눈빛이 가늘어졌다.피아노에 얽혀 있던 기운이 사라지는 순간, 그녀의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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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화. 멋있어요

107화. 멋있어요.아침 식탁에서도 은랑의 기분은 여전히 날아갈 듯 좋았다.“주인님, 어제 나 진짜 멋있었지?”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질문에 서연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멋있었어요.”“그렇지?”“내가 어제는 도윤이한테 맞춰준 거라 제대로 보여준 것도 아니야. 다음에 콘서트 오면 진짜 제대로 보여줄게.”“네, 알았어요. 그 말도 벌써 여러 번 했는걸요.”“알아. 그냥 좋아서 그런 거야. 이건 나만 가능한 거니까. 여우도 도둑놈도 못 하는, 나만 해줄 수 있는 일이니까.”“아이돌 센터를 아무나 할 수는 없죠. 대단해요, 은랑 씨.”“그렇지? 내가 이런 사람이야.”두 사람이 신나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안 맞은편에서는 샐러드를 씹던 단의 표정이 점점 무심해졌다.루나가 그 모습을 힐끗 보더니 피식 웃었다.“단, 접시 깨지겠다.”“무슨 소리지?”“젓가락으로 샐러드 찌르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데?”“원래 질긴 풀이었다.”“샐러드가?”“그런 모양이지.”단은 태연하게 대꾸했지만 시선은 서연에게 머물러 있었다.은랑보다 자신이 못났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럴 이유도 없었다. 그냥 은랑을 바라보는 서연의 저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자신에게도 천 년 동안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은 것이 있었다.누구에게 인정받기 위해 붙잡고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만큼은 서연에게 보여주고 싶었다.“연. 밥 다 먹었으면 따라와.”서연이 샐러드를 오물거리다 고개를 들었다.“어디를요?”“보여줄 게 있다.”“뭔데요?”단은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서연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뒤따르자 은랑도 자연스럽게 의자를 밀고 일어났다.“나도 갈래.”“넌 오지 마.”“왜?”“내가 보여주고 싶은 사람은 연이다.”“뭐야. 치사하게.”루나가 따라 일어나려는 은랑의 옷자락을 잡아당겨 다시 자리에 앉혔다.“늑대야, 제발 눈치 좀 챙겨라.”“무슨 눈치!”루나가 이번에는 은랑의 뒤통수를 가볍게 툭 쳤다.“됐다. 늑대는 몰라도 되는 눈치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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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화. 도공의 시간

108화. 도공의 시간단은 한쪽에 걸려 있던 리넨 앞치마를 꺼내 서연에게 건넸다.“입어.”“이걸 왜요? 구경만 하는 거 아니었어요?”“눈으로 보는 건 그 정도면 됐다. 오늘은 네가 직접 만들어 봐.”“제가요? 단 씨, 저 감정사예요. 깨진 거 고치고 가짜 찾아내는 건 자신 있어도 도자기를 직접 만들어 본 적은 없다고요.”“그러니까 배우는 거다.”단은 물레 앞으로 다가가며 손짓했다.“완성된 물건만 들여다봐서는 알 수 없는 게 있어. 흙이 어떻게 중심을 잡고, 손끝의 힘에 따라 어떻게 형태를 얻는지 알아야 만든 사람의 손도 제대로 읽을 수 있지. 네 일에도 도움이 될 거다.”“그렇게 말하니까 갑자기 굉장히 교육적인 시간이 된 것 같은데요?”“원래 그럴 생각이었어.”“정말요?”“……앉아.”질투에서 시작된 일이었지만 단은 태연하게 물레 앞을 가리켰다.어쨌든 틀린 말은 아니었고, 서연에게 자신의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과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 역시 거짓은 아니었다.서연이 앞치마를 두르고 물레 앞에 앉자 단은 직접 반죽한 흙을 중앙에 올렸다.“일단 제가 해볼게요. 보기에는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 않는데.”“그 말을 하는 사람치고 제대로 만드는 사람을 못 봤다.”“저 손재주 좋아요. 복원도 잘하잖아요.”“깨진 걸 붙이는 것과 처음부터 만드는 건 다르다. 잘 봐.”단이 소매를 걷고 물을 묻힌 손으로 흙덩이를 감쌌다. 물레가 천천히 돌기 시작하자 투박했던 흙이 그의 손안에서 놀라울 만큼 빠르게 중심을 잡았다.서연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그 손을 따라 움직였다.길고 반듯한 손가락이 흙을 누르고 끌어올릴 때마다 손등의 힘줄이 선명해졌고, 걷어 올린 소매 아래로 드러난 단단한 손목과 팔까지 보고 있자 엉뚱한 생각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손이 원래 저렇게 예뻤나?’“연.”“네?”서연이 화들짝 고개를 들자 단의 눈에 웃음기가 어렸다.“흙을 보라고 했는데 어디를 보는 거지?”“흙 봤는데요?”“내 팔이 흙으로 보이나 보지?”“……흙 바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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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화. 처음

109화. 처음“그럼…… 제가 처음이에요?”단은 잠시 그녀를 내려다봤다. 굳이 저걸 물어봐야 아는 건가.“이곳에 들어온 사람부터 네가 처음이다.”“……진짜요?”“내가 이런 걸로 거짓말할 이유가 있나?”이번에는 서연이 할 말을 잃었다. 그 짧은 대답 하나가 괜히 마음을 간질였다.‘그럼 정말…… 나한테만 이러는 거야?’늘 자신을 안심시키던 ‘치료제니까’라는 이유가 오늘따라 영 궁색하게 느껴졌다.단의 목소리가 다시 귓가로 내려앉았다.“이제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하고 힘이나 빼. 네가 그렇게 굳어 있으면 흙도 같이 흔들린다.”“알았어요. 그럼…… 그냥 이대로 가르쳐줘요. 괜히 떨어지지 말고.”단의 손이 잠깐 멈췄다.“떨어질 생각 없었다.”“……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지 마요.”“왜?”“아무것도 아니에요. 가르치기나 하세요.”단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다시 서연의 손가락 사이로 손을 넣어 단단히 잡은 그는 무너졌던 흙의 중심을 천천히 바로잡았다.“다른 생각하지 말고 나한테 맞춰. 네가 자꾸 혼자 움직이니까 중심이 흐트러지는 거다.”“흙에 집중하라고 하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지금 흙을 움직이는 건 나니까. 내 손이 가는 대로 따라와.”서연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이렇게 만들어놓고 집중하라니. 물레 위의 흙은 이제야 중심을 찾아가고 있는데 정작 자신은 점점 중심을 잃어가는 기분이었다.그래도 신기했다.단이 힘을 주면 서연이 따라가고, 그녀의 손이 흔들리면 단이 바로잡았다. 그렇게 두 사람의 손 아래에서 흙이 조금씩 위로 솟아오르며 둥근 형태를 갖춰갔다.한참 그것을 바라보던 서연이 물었다.“그런데 우리 지금 뭐 만드는 거예요? 밥그릇이에요, 찻잔이에요?”“아직 정하지 않았다. 네가 쓸 거니까 네가 정해.”“제 거예요?”“그래.”서연이 고개를 돌리려다 너무 가까운 거리에 있는 단을 의식하고 다시 앞을 바라봤다.“연습하는 거 아니었어요?”“연습도 맞아.”단의 손길이 한층 부드러워졌다.“나도 네게 하나 만들어주고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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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화. 평생

110화. 평생단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연은 그가 왜 갑자기 조용해졌는지 알지 못한 채 물레 위의 그릇만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 자신의 손을 이끌던 단의 손도 어느새 움직임을 멈춘 상태였다.“단 씨, 왜 그래요? 제가 뭐 실수했어요?”“……아니.”“그런데 왜 갑자기 심각해져요. 내가 너무 못 만들어서 안 되겠어요? 설마 벌써 사후 관리하기 싫어진 건 아니죠?”서연이 장난스럽게 묻자 단은 피식 숨을 내쉬었다.“네가 깨지면 내가 붙여줄게. 몇 번이든.”“정말요? 그럼 평생 무상 A/S 해주는 거예요? 나중에 계약서에 그런 조항 없었다고 딴소리하기 없기예요.”평생.단에게는 너무 길고, 서연에게는 너무 짧은 말이었다.하지만 누군가와 함께하는 평생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 사람의 평생은 단에게 너무 짧았고, 서연에게는 자신의 모든 시간을 내어주는 긴 약속이었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 생각 때문에 가까워지는 것조차 두려웠는데, 지금은 아직 오지도 않은 끝을 생각하며 손안의 온기를 놓는 것이 더 싫었다.단은 서연의 손을 조금 더 단단히 감쌌다.“……그래. 평생 책임지지.”“좋아요. 방금 분명히 들었어요. 저 기억력 엄청 좋아요!”서연의 눈에는 웃음이 가득했다.단은 잠시 서연을 바라보다 다시 물레로 시선을 돌렸다. 어느덧 회전판 위에는 작은 그릇 하나가 제법 그럴듯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한쪽 선은 살짝 기울었고 굴곡도 남아 있었다. 하지만 단은 굳이 그것을 바로잡지 않았다.두 사람이 함께 만든 흔적이었으니까.“다 됐다.”물레가 천천히 멈췄다.서연이 기다렸다는 듯 몸을 앞으로 숙였다.“와…… 진짜 그릇이 됐네. 솔직히 중간에 찌그러졌을 때는 그냥 접시로 장르 변경해야 하나 싶었거든요.”“접시도 네가 만들면 저 모양이었을 거다.”“왜 자꾸 제 재능을 무시해요? 처음 만든 것치고 이 정도면 훌륭하잖아요. 제가 역시 손재주가 좀 있다니까요.”“내가 거의 다 만들었어.”서연이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그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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