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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los capítulos de 도공의 유일한 구원자: Capítulo 81 - Capítulo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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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화. 차오르는

81화. 차오르는머리 위를 다정하게 쓰다듬는 손길을 마주하자, 머릿속이 일순 새하얗게 멎어버렸다. 왜 또 이렇게 무방비하게 다정해지는 걸까.담담한 얼굴로 다정하게 칭찬하며 머리를 쓰다듬는 건 지나치게 반칙이었다.가슴 한구석이 간질거리다 못해 뜨거워져, 서연은 황급히 시선을 피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아, 아무튼 제가 좀 재능이 타고나긴 했나 보네요. 하하…….”어색함을 무마하려 뒷걸음질을 치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서연.”“네?”“발.”“발이 왜…… 꺅!”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제 발에 제 발이 걸려 중심을 잃고 말았다. 몸이 그대로 허공으로 기울어졌다.타격감을 각오하며 질끈 눈을 감은 찰나, 단의 긴 팔이 뻗어 나와 서연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서연의 몸이 단의 품 안으로 거침없이 빨려 들어갔다.“…….”“…….”주변의 소음이 멎고 시간이 그대로 정지해 버린 것만 같았다.고개만 조금 들어도 서로의 숨결이 얽혀들 만큼 아찔하게 가까운 거리였다.서연이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 단 역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가라앉은 고요한 시선. 그 묵직한 눈빛에 붙잡힌 순간, 서연은 자신이 넘어질 뻔했다는 사실조차 새하얗게 잊고 말았다.가슴속에서 심장이 요란하게 날뛰었다. 넘어져서 놀란 탓이라고 애써 합리화해 보았지만, 제 손바닥에 와닿는 단의 체온은 지나치게 뜨거웠고 그녀의 허리를 받친 팔은 단단하기 그지없었다.‘……그런데, 왜 바로 안 놓아주는 거지?’심장 소리가 귓가를 메우던 바로 그 순간, 단의 팔에 들어가 있던 팽팽한 힘이 서서히 풀렸다.“다친 곳은?”“어…… 없어요.”“다행이군.”단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담담한 낯으로 서연을 똑바로 세워주었다. 하지만 허리에서 손을 거두기 직전, 그의 손끝은 서연의 옷자락 위에 아주 잠깐 동안 미련처럼 머물렀다.서연은 알아채지 못한, 오직 단만이 알고 있는 은밀한 망설임이었다.품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서연의 온기가 흩어지자, 그 자리에 시릴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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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화. 출장 준비

82화. 출장 준비 "경매 리스트 일부 입수했어. 그런데 왠지 신경쓰이는 물건이 있어 이것 좀 봐봐.” 서단이 모니터 화면을 가리켰다. 깨진 데이터 조각들이 복구되면서 하나의 물건 정보가 떠올랐다. [Lot No. 108. 깨진 백자 파편 모음] [...... 스승을 위한 선물] “깨진 백자?” 은랑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치킨 뼈를 으스러뜨릴 듯 꽉 쥐었다. “이거…… 단 물건 같은데. 우리 신선님과 관련 있는……” “형이 어떻게 알아?” “나도 거기 있었으니까…… 그리고 내내 함께했으니까.”은랑은 씁쓸하게 웃으며 서단을 바라보았다.문득 천 년 전, 신선이 사라지던 그날의 풍경이 눈앞에 아른거렸다.“서단아. 바로 루나와 단에게 알려야 할 것 같다.” 은랑이 서단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잘했다, 꼬맹이!” “아, 형까지 왜 이래요? 내가 조기졸업하긴 했지만 성인이고 군필이라고요!” “짜식, 천 살 형한테 까부냐?” “아무리 그래도 꼬맹이는 정말 싫습니다.” “이 녀석, 루나한테는 아무 말도 못 하면서! 왜 나한테만 반항이야?” “루나 누나는 김 실장님한테도 꼬맹이라고 하잖아요. 김 실장님도 뭐라 안 하시는데 제가 뭐라고 할 수 있나요? 하지만 형은 우리 누나한테 누나라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형은 안 돼요!” “녀석, 사나이다 이거냐? 알았다. 안 할게, 우리 작은 주인님아.” 은랑이 서단의 머리를 다시 한번 헝클어뜨렸다. 그렇게 일주일이 순식간에 흘러갔다. 아침에는 루나에게 걸음걸이와 예법을 배웠고, 오후에는 단에게 봉인결계를 배웠다.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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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화. 탈락이다

83화. 탈락이다루나가 앞장서서 벨을 눌렀다. 곧이어 육중한 나무문이 열리고, 개량한복을 힙하게 차려입은 백발의 여주인, 심 원장이 그들을 맞이했다.“어머, 귀한 분이 오셨네. 어서 오세요.”“그간 잘 있었나.”단이 무감하게 대꾸하며 뒤에 있던 서연을 앞으로 세웠다. “이 아이에게 입힐 거다. 전쟁터에 나가도 끄떡없을 만큼 질기고, 적의 기를 죽일 만큼 화려한 걸로. 아! 품격을 잃지 않는 드레스로 부탁하지.”“주문 한번 까다롭네. 일단 들어와 봐요.”처음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심 원장이 꺼내온 드레스들은 하나같이 예술품이었다.서연이 첫 번째 드레스를 입고 탈의실 커튼을 젖히는 순간, 은랑의 눈이 번쩍 빛났다.“와! 주인님, 대박!”짝짝짝짝!은랑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수까지 쳤다.“진짜 예뻐요! 내가 연예계에서 예쁘다는 사람은 웬만큼 다 봤는데, 우리 주인님이 백 배는 더 예뻐!”“뭐, 뭘 백 배씩이나…….”서연의 얼굴이 금세 발그레해졌다.“진짜라니까요? 내가 같이 일해본 여배우가 몇 명인데. 주인님이 훨씬 예뻐요. 아니, 비교 자체가 안 되는데?”은랑은 자신이 왜 이렇게 신이 나는지도 모른 채 눈을 반짝였다.몇번이고 서연이 옷을 입고 나올 때마다 괜히 기분이 좋았다. 얼굴을 붉히며 쑥스러워하는 모습도 귀여워서 자꾸만 웃음이 났다.“어머, 얘 라인 좀 봐. 다리 예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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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 너무 예뻐서

84화. 너무 예뻐서 서연은 기가 막힌 얼굴로 단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오늘 안에 집에 가기는 글렀다. 다음 드레스는 어깨가 드러나는 우아한 오프숄더였다. 쇄골 라인을 따라 부드럽게 흐르는 디자인에 서연도 제법 마음에 든 눈치였다. 하지만 단의 평가는 냉정했다. “탈락.” “이번에는 또 왜요?” “승모근이 차가우면 기혈이 막힌다. 싸움에 방해돼. 그리고 어깨를 저렇게 내놓고 다니면 관절에 바람 들어.” “……단 씨, 저 할머니 아니거든요?” 다음 드레스는 화려한 비즈가 박힌 미니 드레스였다. 조명을 받을 때마다 보석처럼 반짝였다. “탈락. 저건 걷기도 힘들겠군. 도망칠 때 넘어지라고 만든 옷인가? 비즈가 너무 많아서 적의 시선을 교란하기는커녕 표적이 되기 딱 좋아.” 다음, 다음, 다음……. 단의 ‘탈락’ 행진은 멈출 줄 몰랐다. 그는 마치 흠 하나 없는 백자를 고르는 도공처럼 깐깐하게 굴었다. 마침내 심 원장의 인내심마저 한계에 다다랐다. “천 년 묵은 도공이, 사람 잡네, 사람 잡아. 무슨 옷을 도자기 빚듯이 골라? 이보게, 그냥 대충 좀 하지?” 옷을 입었다 벗었다 하는 서연은 다리가 후들거려 서 있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단 씨…… 저 이제 힘들어서 못 하겠어요. 그냥 처음에 입었던 걸로 하면 안 될까요? 네? 제발요…….” 하지만 단은 지치기는커녕 눈빛이 점점 초롱초롱해지고 있었다. 매번 커튼이 열릴 때마다 달라지는 서연의 모습. 청순했다가, 요염했다가, 우아해지는 그녀를 보는 것은 천 년 동안 빚어온 그 어떤 도자기보다 아름다웠고, 세상의 어떤 작품을 감상하는 것보다 즐거웠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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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화. 이걸로 하지

85화. 이걸로 하지 “잠깐! 안 돼! 취소! 무효!” “또 왜요!” “등이 다 보이잖아! 저기로 냉기가 들어오면 어쩔 거야! 저건 옷이 아니라 흉기다! 심 원장, 자네 미쳤나?” 하지만 서연의 인내심도 거기까지였다. 서연은 울먹이는 얼굴로 단을 노려보았다. “싫어요! 더는 못 갈아입어요! 저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프고, 그냥 집에 갈래요!” “아니, 서연아. 내 말 좀 들어봐라. 저건 너무 위험해. 시각적으로 너무…… 자극적이다.” “뭐가 위험한데요! 다 가렸잖아요! 저 이걸로 할 거예요. 무조건 이걸로 해요!” 서연이 더는 못 하겠다는 듯 털썩 소파에 주저앉았다. 단은 난감했다. 저 드레스는 분명 완벽했다. 서연을 경매장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하지만 다른 놈들이 그녀의 뒤를 쫓으며 저 하얀 등을 바라볼 것을 생각하자 속이 뒤틀렸다. 결국 단이 성큼성큼 서연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자신이 입고 있던 검은 정장 재킷을 벗어 그녀의 드러난 어깨와 등 위로 툭 걸쳐주었다. 따뜻한 온기와 단 특유의 은은한 향이 서연을 감쌌다. “좋아. 이걸로 한다.” 단이 서연의 어깨에 걸친 재킷을 직접 여며주었다. “대신 조건이 있다.” “……조건이요?” 단이 서연의 눈을 깊이 들여다보았다. “재킷을 걸치는 것으로 하지.” “…….” “내 허락 없이는 단추 하나도 풀지 않겠다고 약속해.” 단의 눈빛이 묘하게 뜨거웠다.서연은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화려한 드레스보다 어깨를 감싼 그의 재킷이 더 무겁게 느껴졌다.“……알겠어요. 약속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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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화. 붉은 초대장

86화. 붉은 초대장단이 테이블 위에 놓인 붉은 봉투를 손끝으로 툭 건드렸다.“최민준이 직접 초대장을 보냈다. 유물 감정사 자격으로 초대한 모양이더군. 파트너도 데려오라고 했다. 연을 염두에 둔 것이겠지.”방 안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서연은 최민준이 만들어낸 악귀를 정화했고, 최민준은 그녀의 부모에게 저주물을 보냈다.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단과 서연이 최민준의 뒤를 쫓고 있다는 것을 그 역시 모를 리 없었다.그런 상황에서 보내온 초대장이었다.은랑이 붉은 봉투를 노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우리가 경매장을 알아보고 있는 걸 눈치챈 건가?”“그럴 수도 있고.”단의 입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갔다.“처음부터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걸 수도 있지.”“일부러?”“어느 쪽이든 상관없다.”단이 붉은 초대장을 집어 들었다.“어차피 우리는 경매장에 들어갈 방법을 찾고 있었으니까.”붉은 봉투가 그의 손끝에서 가볍게 흔들렸다.“그런데 놈이 제 손으로 문까지 열어줬군.”루나의 눈이 가늘어졌다.“친절하기도 하지.”서연이 초대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들어오라고 문까지 열어줬는데 안 들어가면 섭섭하겠네요.”“그래. 원하는 대로 가줘야지.”장난스러운 말과 달리 그의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누가 누구를 함정에 빠뜨릴지는 들어가 보면 알 일이었다.그때 서단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그리고…… 하나 더 있어요.”서단이 모니터를 조작하자 입체 지도가 사라지고 경매 리스트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그중 한 항목이 확대됐다.[Lot No. 108. 깨진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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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화. 노력은

87화. 노력은“경매에 나오는 물건들을 최대한 많이 봐둬. 겉모습에 속지 말고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어디서 왔는지, 놈이 무슨 짓을 해놓았는지 확인해.”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기억해 둘게요.”“아니.”단의 눈빛이 깊어졌다.“전부 기억하려고 무리하지 마.”“…….”“위험하다고 판단되면 바로 물러나. 그리고 그 자리에서 가능하면 정화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군.”단이 잠시 서연을 바라보다 입꼬리를 비틀었다.“물론 나의 구원자께서 내 말을 들어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서연이 조금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그동안 하지 말라는 일을 몇 번이나 했는지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노력은 해볼게요.”“노력?”단의 눈썹이 꿈틀거리며 살짝 올라갔다.그다지 믿음직한 대답은 아니었기에 단이 한숨을 내쉬었다.“네 정화 능력을 놈이 이미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보여줄 필요는 없지.”서연도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단은 혹시라도 서연이 또 무모하게 나설까 걱정스러운 듯 다시 한번 강조했다.“절대 혼자 움직이지 마.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나한테 말하고.”“알았어요.”“위험하다 싶으면 결계를 쳐. 누구도 너를 상처 입히지 못하게.”“네.”“그리고 정화는 가능하면…….”“알았다니까요.”서연이 결국 눈을 흘겼다.“저도 이제 그렇게 무모하지 않아요.”단과 루나, 은랑, 서단의 시선이 동시에 서연에게 향했다.“……왜요?”아무도 대답하지 않자 이번에는 서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왜요? 뭐예요, 그 눈빛들은?”루나가 부채로 입을 가리며 슬쩍 시선을 피했다.“아무것도 아니야.”“언니까지 왜 그래요!”“회의나 계속하자.”단은 슬쩍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감추며 다시 지도를 가리켰다.“나와 서연이 경매장 내부를 살피는 동안 서단은 밖에서 우리가 보내는 정보를 받아 기록한다.”“네.”서단이 지도를 확대했다.“경매장 안에서 통신이 막힐 가능성도 있으니까 별도의 통신망을 하나 만들어둘게요. 완전히 차단되더라도 신호가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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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화. 진입

88화. 진입“…….”긴장감이 한순간에 깨졌다. 루나가 피식 웃었고, 은랑은 어이없다는 듯 서연을 바라보았다.“주인님, 지금 그게 중요해요?”서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중요하죠. 목숨 걸고 하는 출장인데.”“그건 그렇지! 우리 주인님이 얼마나 소중한데! 역시 우리 연은 참 똑 부러진다니까.”은랑은 언제 그랬냐는 듯 바로 태세를 바꿔 서연을 치켜세웠다.루나가 기가 막힌다는 듯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둘이 아주 잘 만났다.”단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원하는 만큼 주지.”서연이 눈을 반짝이며 엄지까지 치켜세웠다.“정말요? 역시 우리 고용주님. 너무 멋지십니다.”조금 전까지의 긴장은 어디로 갔는지 서연의 얼굴이 금세 환해졌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단의 눈빛도 부드러워졌다.두려워하지 않는 척하는 것인지, 정말 두렵지 않은 것인지. 그건 알 수 없었다.단은 다시 한번 다짐했다. 적어도 그녀를 혼자 두려움에 떨게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며칠 후 경매 당일, MJ 갤러리 지하 5층.엘리베이터가 지하 깊숙한 곳으로 미끄러져 내려갈수록 귀가 먹먹해졌다. 숫자가 하나씩 줄어들 때마다 세상과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마치 이승에서 저승으로, 인간의 세상에서 탐욕에 굶주린 귀신들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것처럼.띵.맑은 벨 소리와 함께 육중한 강철 문이 좌우로 갈라졌다.순간 묵직한 공기가 훅 끼쳐왔다. 고급 호텔 로비를 연상시키는 우디 계열의 디퓨저 향이 은은하게 퍼져 있었지만, 그 향기조차 이곳에 모인 자들이 뿜어내는 비릿한 욕망까지 가리지는 못했다.서연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얕게 들이마셨다.“어서 오십시오, 이단 대표님. 그리고…… 부인.”입구에 서 있던 지배인이 깊숙이 허리를 숙였다.“……!”서연의 걸음이 순간 삐끗했다.‘부, 부인?’정정하려 입을 열기도 전에 단의 팔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허리를 감싸왔다.“가지.”“아니, 잠깐만요. 왜 정정을 안 하는데요?”단은 서연의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은 채 허리를 감싼 팔에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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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화. 경매

89화. 경매“귀한 발걸음을 해주신 VIP 여러분, 환영합니다. 오늘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특별한 물건들을 준비했습니다.”최민준의 시선이 천천히 홀을 훑다가 정확히 단과 서연이 앉은 곳에서 멈췄다.찰나였지만 서연은 분명히 보았다. 웃고 있던 최민준의 눈빛이 아주 잠깐 차갑게 식는 것을.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완벽한 미소가 돌아왔다.“특히 오늘은 대한민국 최고의 감정사, 단 앤티크의 이단 대표님께서 자리를 빛내주셨습니다.”순간 수십 쌍의 눈이 일제히 두 사람에게 쏠렸다. 호기심과 질투, 경계와 탐욕이 뒤섞인 끈적한 시선들이 따라붙었으나 단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다리를 느긋하게 꼰 채 최민준을 무심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마치 어디 한번 해보라는 듯.최민준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비틀렸다.“그럼 시작하겠습니다.”웅장한 음악과 함께 무대 중앙의 리프트가 천천히 올라왔다.[Lot No. 01. 통일신라 금동불상]붉은 벨벳 위에 화려한 금빛 불상이 모습을 드러내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졌다.“왕실의 안녕을 기원하며 제작된 것으로, 소유한 자에게 무한한 부와 명예를 가져다준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시작가는 15억입니다.”“20억!”“25억!”번호판이 올라갈 때마다 가격은 무서운 속도로 치솟았다.“32억!”“40억!”경매사가 좌중을 천천히 훑었다.“40억 나왔습니다. 더 없으십니까?”잠시 침묵이 흘렀다.탕! “40억, 낙찰입니다.”서연은 금동불상을 바라보다 단에게 살짝 몸을 기울였다.“단 씨, 저거 진짜예요? 기운이 좀 이상한데.”단이 불상을 한 번 훑어보고는 코웃음을 쳤다.“진품은 맞아. 본래 절에서 나라와 백성의 안녕을 기원하던 물건이라 기운도 맑고 영험했겠지만…… 지금은 때가 아주 지독하게 탔군.”“때요?”“탐욕과 공포. 도굴꾼과 저 물건을 사고팔았던 사람들에게서 묻어 나온 것들 말이다.”단의 시선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저 안에 담겨 있던 진짜 염원은 오래전에 떠났다. 집에 들였다가는 도둑이나 불러들이겠지.”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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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화. 백자

90화. 백자고려 시대의 불화, 왕실에서 사용했다는 비녀, 이름난 화가의 그림까지.수십억이라는 숫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오갔고, 물건이 바뀔 때마다 누군가는 환호하고 누군가는 이를 악물었다.그렇게 한동안 경매가 이어지던 순간.탁.무대의 모든 조명이 꺼졌다.갑작스러운 어둠에 사람들의 웃음과 대화가 오가던 홀이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잠시 후 서늘하고 푸르스름한 빛 하나가 무대 중앙에 떨어지자 분위기가 달라졌다.서연은 자신도 모르게 팔을 쓸어내렸다. 실제로 온도가 내려간 것도 아닌데 피부 위로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어둠 속에서 최민준이 천천히 마이크를 들었다.“여러분, 오늘의 경매 물품들은 마음에 드셨습니까?”여유로운 목소리였지만 조금 전과는 달랐다.미묘한 흥분. 감추려 해도 감춰지지 않는 기대감이 그 목소리에 섞여 있었다.“이번에는 제가 아주 어렵게 구한 물건을 하나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드드드득.무거운 기계음과 함께 무대 바닥이 갈라지고, 아래에서 거대한 유리 장식장이 천천히 올라왔다.푸르스름한 조명이 장식장 위로 떨어졌다.그리고 그 안에 든 물건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단이 입술로 가져가던 샴페인 잔이 허공에 그대로 멎었다.“뭐야, 저게?”“백자?”“깨진 거 아니야?”곳곳에서 실망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조금 전까지 수십억을 호가하는 화려한 문화재들을 보았던 사람들에게는 초라해 보일 만도 했다.본래는 눈부시게 하얀 백자였을 것이다.고운 흙으로 빚어진 매끈한 표면과 유려하게 이어지는 곡선은 한 번 깨어졌다가 다시 억지로 하나가 되어 있었다.깨진 틈마다 황금빛 선이 이어져 있어 사람들의 눈에는 고급스러운 복원 기법으로 되살려낸 아름다운 골동품처럼 보였지만, 서연에게는 달랐다.‘……뭐야, 저거.’하얀 백자의 틈 사이로 검붉은 기운이 질척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마치 벌어진 상처에서 피가 배어 나오는 것처럼…….서연의 표정이 굳었다.질투와 분노, 원망과 증오, 여러 감정이 썩어 문드러진 것처럼 뒤엉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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