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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도공의 유일한 구원자: Chapter 161 - Chapter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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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화. 실룩실룩

161화. 실룩실룩다음 날 아침.제주도의 햇살은 지나치게 평화로웠다.밤새 무슨 일이 있었든 자신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 푸른 바다는 잔잔했고, 별장 앞 야자수는 바람이 불 때마다 느긋하게 잎을 흔들었다.그리고 그 평화로운 풍경과 달리, 식탁에 앉은 서연은 아침부터 몹시 불편했다.정확히는 맞은편에 앉은 남자 때문이었다.“…….”“…….”서연이 슬쩍 눈을 들어 앞을 바라보았더니 여전히 단이 그녀를 보고 있었다.서연이 단을 볼 때마다 눈이 마주쳤고, 마주칠 때마다 입이 제어를 상실하고 자꾸만 실룩거리며 위로 올라갔다.아무것도 안 하고, 눈만 마주쳤는데 왜 입꼬리가 자꾸 올라가는지 어떻게 해야 제어가 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서연의 시선이 또 저도 모르게 단의 입술로 향했다.어젯밤 자신의 입술을 삼킬 듯 입 맞추던…….“푸흡!”마시던 주스가 목에 걸렸다.“연.”단이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괜찮아요! 괜찮아!”서연은 황급히 손을 내저었지만, 이미 식탁에 앉아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정숙이 걱정스럽게 물었다.“왜 그래? 체했어?”“아니야. 그냥 잘못 넘어갔어.”서단이 토스트를 우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누나, 아침부터 왜 그렇게 정신이 없어?”“그냥, 잠을 설쳤더니 그런 거야. 걱정하지 마.”“누가 걱정하는 게 아니고, 엄마가 누나 걱정할까 봐 그러는 거야. 조심 좀 해.”“알았어.”서연이 애써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물컵을 들었건만, 맞은편에서 단의 목소리가 들렸다.“입술은 괜찮나?”푸흡!“서연, 너 왜 그래?”루나가 재빨리 냅킨을 집어 들었고, 서단은 의자를 뒤로 빼며 배를 잡았다.“누나, 오늘 왜 이래! 밤에 악몽이라도 꿨어?”서연은 기침을 하며 단을 노려봤다.“단 씨!”“왜?”단은 정말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어제 조금…….”“아! 단 씨, 어제…… 그, 어제 악몽을 꿔서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꿈꾸다가 입술을 물어서 그런 거예요.”서연이 다급하게 말을 잘랐다.재호가 숟가락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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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화. 거울 사진

162화. 거울 사진반갑지 않은 기색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그 모습을 본 서연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누군데요? 표정이 왜 그래요?”“소속사 대표 형”“소속사 대표님이요?”“응. 나 분명히 휴가라고 했는데, 아침부터 무슨 일이래.”은랑은 투덜거리면서도 전화를 받았다.“왜? 나 쉰다고 했잖아.”서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무리 친해도 소속사 대표의 전화를 받으면서 첫마디가 ‘왜?’라니. 하지만 수화기 너머에서는 익숙한지 별다른 반응 없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뭐라고? 그게 진짜야?”은랑의 표정에서 조금씩 장난기가 사라졌다. “언제부터 그랬는데?”은랑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자 식탁에 앉아 있던 사람들도 하나둘 대화를 멈췄다. 은랑은 조용해진 식탁을 한 번 돌아본 뒤 창가로 걸어가 한동안 상대방의 설명을 들었다.“병원에서는 뭐래? 원인은 찾았대?”잠시 침묵이 흘렀다.“……알았어. 일단 사진이랑 영상 있으면 전부 보내. 그리고 그 물건은 아무도 함부로 만지지 말라고 해. 내가 확인하고 다시 연락할게.”통화를 끊은 은랑은 한동안 휴대전화를 내려다봤다.심각한 표정으로 화면을 확인하던 그는 무언가 마음에 걸리는지 미간을 찌푸렸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단이 먼저 입을 열었다.“무슨 일이지?”“내 후배 하나가 쓰러졌어. 어제 방송국에서 리허설을 마치고 대기실에 있다가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는데, 아직 제대로 정신을 못 차렸대.”은랑이 한숨을 내쉬자 서연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많이 다쳤어요?”“병원에는 바로 데려갔대. 특별한 이상은 없는데 애가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한다더라고.”“이상한 소리라니?”루나가 포크를 내려놓으며 물었다. 은랑은 잠시 말을 고르다가 단을 바라봤다.“누가 자기를 계속 보고 있다고 한대. 거울을 보여주면 비명을 지르고 난리를 친다는 거야.”서연의 표정이 굳었다.“거울을 보고 비명을 질러요?”“응. 처음에는 너무 피곤해서 헛것을 보는 줄 알았대. 문제는 같은 대기실을 사용했던 다른 가수도 비슷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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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화. 바쁜 감정사들

163화. 바쁜 감정사들오염된 물건을 발견했다는 생각에 정신이 팔려, 식탁에 서연의 부모님까지 앉아 있다는 것을 잊은것이다.잠깐의 정적 속에서 서로의 얼굴을 살피던 일행 중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서연이었다.“아, 엄마, 아빠. 내가 유물 감정하잖아. 여기 계신 분들도 다 그쪽 전문가라서 그런 거야.”“냄새까지 난다는 건 무슨 소리야?”정숙이 여전히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아, 그건 오래된 물건은 보관 상태에 따라 특유의 냄새가 있거든. 전문가들끼리는 직접 보지 않고도 이렇게 이야기해요. 그렇죠, 단 씨?”서연의 말에 단은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습니다. 오래된 물건을 다루다 보면 사진만으로도 보관 상태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아, 그런 거였어?”재호가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정숙은 여전히 미심쩍은 얼굴이었지만, 전문가들끼리 하는 이야기라니 더는 캐묻지 않았다.서연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와…… 하마터면 엄마 아빠한테 귀신 잡는 일까지 설명할 뻔했네.’“엄마, 우리 멀티룸에서 회의 좀 할게요. 엄마랑 아빠는 산책이라도 다녀오세요. 날씨 너무 좋다.”“그럴까? 유물감정사들도 참 바쁘구나.”재호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알았다. 일 보거라. 아빠는 엄마랑 산책 다녀오마.”“네. 조심히 다녀오세요.”서연은 부모님이 식당을 나설 때까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부모님이 산책을 나간 뒤, 별장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은랑이 소속사 대표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상황을 확인하는 동안 단과 서연은 사진 속 거울을 살폈고, 루나는 옆에서 연신 미간을 찌푸렸다.“그런데 이상하지 않아? 저렇게까지 오염된 물건이면 주변 사람들도 뭔가 느꼈을 텐데, 왜 아무도 치우지 않았을까?”루나의 물음에 은랑이 통화를 마치고 돌아왔다.“그게 말이야. 오히려 그 거울을 보려고 난리였대.”“왜?”“무대에 오르기 전에 그 거울을 보면 긴장이 싹 사라진다는 거야.심장이 터질 것처럼 떨리다가도 거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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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화. 여행의 끝

164화. 여행의 끝“응. 한두 번 봤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무대가 너무 잘 풀리니까 다음에도 찾게 되는 거지. 그런데 계속 사용한 애들이 하나둘 이상한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거야.”은랑의 표정이 다시 진지해졌다.“누가 자기를 계속 지켜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대. 누군가 등 뒤에 서 있는 것 같고, 따라오는 발소리가 들리대”“계속 관찰당하는 느낌이군.”단이 낮게 중얼거렸다.“그래. 그래서 자꾸 뒤를 돌아보고, 커튼을 닫고, 카메라가 없는 곳으로 숨으려고 한다더라고. 그러다가 결국 거울을 보기만 해도 비명을 지르는 지경이 된 거지.”서연은 사진 속 손거울을 다시 바라봤다.“처음에는 무대에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견딜 수 있게 해주다가, 나중에는 그 시선 자체가 공포가 되는 거네요.”단이 고개를 끄덕였다.“거울이 무엇을 가져가는지 확인해야겠어.”그때 은랑의 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화면을 확인한 은랑의 얼굴이 굳었다.“왜, 형? 또 무슨 일인데?”수화기 너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쏟아졌다.“뭐? 섭외가 안 된다고?”은랑이 미간을 찌푸렸다.“오늘 생방송이잖아. 그럼 방송국에서는 뭐래?”한동안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던 은랑이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알았어.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일단 그 대기실부터 폐쇄해. 거울은 절대 건드리지 말라고 해.”통화를 끊은 은랑이 단을 바라봤다.“상황이 좀 꼬였어. 쓰러진 후배가 오늘 음악방송 무대에 설 예정이었는데, 다른 멤버들까지 상태가 안 좋아서 출연을 취소해야 한대. 방송국에서 급하게 대체 가수를 찾고 있는데 섭외가 쉽지 않은 모양이야.”“그래서?”“내가 나가야 할 것 같아.”은랑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서연이 눈을 크게 떴다.“은랑 씨가요? 오늘요?”“상황이 서울로 올라가야 하니까. 노래 한 곡 부르는 게 뭐 어렵겠어?”“준비도 안 했잖아요.”“주인님 나 은랑이야. 우주 대스타. 나는 항상 준비상태야.”은랑이 자신만만하게 웃었다.“후배들이 아파서 쓰러졌는데 선배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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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화. 환호성

165화. 환호성생방송까지 남은 시간은 넉넉하지 않았고, 갑작스럽게 무대에 서게 된 만큼 확인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응, 그 곡으로 해. 백댄서는 없어도 돼. 라이브로 갈 거니까 밴드 세션만 맞춰 줘. 의상은 검은색으로 준비하고, 리허설 시간이 부족하면 카메라 동선만 먼저 확인할게.”통화를 마친 은랑이 휴대전화를 내려놓자 서연이 감탄한 얼굴로 물었다.“우와 은랑씨 정말 프로같아요.”“나 프로 맞다니까.”“그래도 긴장되지 않아요?”“긴장되지. 아까 말했잖아. 그 긴장감까지 즐기는 게 내 일이야.”은랑이 장난스럽게 눈을 찡긋했다.“그러니까 주인님도 오늘 내 무대 잘 봐. 후회 안 하게 해줄 테니까.”서연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기대할게요.”그 모습을 지켜보던 루나가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흥, 아주 둘이 신났네.”방송국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생방송을 앞두고 복도에는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오갔고, 무전기에서는 쉴 새 없이 지시가 흘러나왔다.갑작스러운 출연 취소와 대체 무대 준비로 관계자들의 얼굴에는 피로와 긴장감이 가득했다.그런 가운데 은랑이 모습을 드러내자 분위기가 달라졌다.“은랑 씨!”소속사 대표가 급하게 다가왔다.“정말 고맙다. 네가 아니었으면 오늘 방송에 큰 구멍이 날 뻔했어.”“형, 고맙다는 말은 나중에 하고 애들 상태부터 알려줘. 병원에서는 뭐래?”“아직 검사 중이야. 건강에 다른 이상은 없는데, 정신적으로 많이 불안정한 모양이야.”“일단 안정부터 취하게 해. 방송 걱정은 하지 말라고 하고.”은랑은 대표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오늘 무대는 내가 책임질 테니까.”그 말에 대표의 얼굴에 안도감이 번졌다.은랑은 곧바로 준비된 대기실로 향했고, 서연과 단 일행은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무대를 볼 수 있는 자리로 이동했다.잠시 후, 방송이 시작되었다.화려한 조명 아래 여러 가수들의 무대가 이어졌고, 마침내 은랑의 이름이 호명되었다.객석에서 커다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와아아!”서연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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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화. 우리의 일

166화. 우리의 일 마지막 음이 끝나자 방송국이 떠나갈 듯한 환호성이 터졌다. 은랑은 거친 숨을 고르면서도 여유롭게 웃었다. 갑작스럽게 준비한 무대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완벽한 공연이었다. “오늘 제 무대를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블루루비 멤버분들의 쾌유를 바랍니다.” 은랑은 관객들을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짧지만 진심이 담긴 인사에 객석에서 다시 박수가 쏟아졌다. 무대를 내려온 은랑은 대기실로 향하는 대신 곧장 단 일행을 찾아왔다. “어땠어?” 그는 숨을 고를 틈도 없이 서연에게 물었다. “은랑 씨!” 서연이 환하게 웃으며 다가갔다. “정말 멋있었어요! 우주 대스타 인정이요!” “내가 좀 그렇지?” 은랑은 어깨를 으쓱했다. “주인님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평소보다 더 잘되더라.” “정말요?” “완전! 막 힘이 솟았다니까!” 은랑이 능청스럽게 웃자 서연도 따라 웃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단이 조용히 은랑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늑대.” “왜?” “수고했다. 이제 너의 일은 끝났으니 우리의 일을 시작하지.” “뭐야, 칭찬은 그게 끝이야?” “노래는 훌륭했어.” 은랑이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오, 네 입에서 그런 말도 나오네?” “그러니 이제 그만 떠들고 안내해.” “아, 알았어. 사람 칭찬 좀 더 해주면 어디 덧나나.” 루나가 옆에서 피식 웃었다. “칭찬은 아까부터 충분히 들었잖아. 더 들으면 아주 하늘로 날아가겠어.” “너도 멋있었다고 한마디만 해주면 안 되냐?” “싫어.” “치사한 여우.” “잘난 늑대.” 두 사람의 티격태격하는 소리에 서연이 웃음을 터뜨렸다. 소속사 대표의 안내를 받아 일행은 문제가 발생한 대기실이 있는 복도로 향했다. 복도 끝에는 출입 금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출입문 앞에는 방송국 관계자가 서있었다. 은랑이 미리 부탁한 대로 대기실은 임시 폐쇄된 상태였다. 단은 문 앞에 멈춰 서서 안쪽을 잠시 바라봤다. “안에는 아무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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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화. 거울에 비친

167화. 거울에 비친서연이 한 걸음 다가가며 거울을 유심히 살폈다.“단 씨, 저거…….”거울 표면에 희미한 파문이 일고, 아무도 없는 대기실 안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보고 있어, 내가 모두 알아서 해줄게.’목소리는 분명 가까운 곳에서 들렸지만, 어느 방향에서 흘러나오는지 알 수 없었다.‘네가 원하는 모습을 나는 알고 있어.’단의 손이 서연의 앞을 가로막았다.“연, 더 가까이 가지 마.”거울 표면에 서서히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기 시작했다.처음에는 눈과 입의 윤곽조차 분간하기 어려운 흐릿한 형상이었으나 검은 물결이 잦아들수록 얼굴은 또렷해졌고, 마침내 거울 속에는 서연과 똑같이 생긴 여자가 나타났다.거울 속의 서연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여유롭게 웃고 있었다.“……저거 나잖아?”서연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자 은랑이 고개를 내밀었다.“어디? 주인님이 보여?”“응. 그런데 표정이 좀…….”“난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은랑의 말에 서연이 그를 돌아봤다.“안 보여요?”“거울인데 그냥 검은 유리같아.”루나도 고개를 갸웃거렸다.“나도 그래. 탁기가 잔뜩 끼어 있다는 건 알겠는데, 사람 얼굴은 안 보여.”단이 거울을 의심스럽게 바라보며 연에게 질문했다.“연, 저것이 네게 무엇을 보여주고 있지?”“제 얼굴이요. 그런데 꼭…… 저를 비웃는 것 같아요.”그때 거울 속 여자가 입술을 움직였다.‘정말 그것뿐일까?’거울 속의 자신이 천천히 고개를 기울였다.‘너는 언제까지 그 사람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아?’서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그 사람은 천 년을 살아왔어. 앞으로도 얼마나 더 살아갈지 모르지. 그런데 너는?’거울 속 풍경이 물결처럼 흔들리더니 어느새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하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노년의 여자가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 곁에는 지금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단이 앉아 있었다.단은 늙어버린 여자의 손을 잡고 있었고, 여자는 숨을 몰아쉬며 단을 슬프게 바라보았다.‘너는 늙고 병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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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화. 욕심을 내

168화. 욕심을 내“야! 대화하다가 갑자기 공격하는 게 어디 있어!”은랑이 재빨리 서연의 옆으로 뛰어들었다.“주인님, 뒤로 가!”그가 손을 휘두르자 검은 그림자가 흩어지더니 다시 거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뭐야? 재활용까지 해?”은랑이 황당한 얼굴로 외쳤다.계속 지켜보던 루나가 걱정스러운 말을 덛붙였다.“저렇게 계속 힘을 회수하면 끝도 없겠어.”“그럼 부수면 되잖아!”은랑이 다시 손을 뻗으려는 순간, 거울 속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너도 내가 봤어, 나는 다 알고 있어.’은랑의 움직임이 둔해지고, 시선이 거울에 멈췄다.‘네가 원하는 것을.’“……뭐?”검은 거울에 은랑의 얼굴이 나타났다.은랑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었다.“야, 나한테는 그런 수작 안 통해. 나 영물이야!”‘정말?’거울 속 풍경이 바뀌었다.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거실에서 서연이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곁에는 은랑이 앉아 있었다.서연은 은랑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해 주며 무언가를 이야기했고, 은랑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네가 바라는 것은 이런 모습이잖아.’은랑의 눈빛이 흔들렸다.‘누군가 네가 돌아오기를 기다려주고, 네가 웃으면 함께 웃어주고, 네가 힘들면 괜찮으냐고 물어봐 주는 것.’거울 속 서연이 은랑의 손을 잡았다.‘그 사람 곁에 있고 싶지?’은랑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런데 왜 늘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지?’거울 속 서연의 뒤편에 단의 모습이 나타났다.‘네가 조금만 욕심을 내면 되는데.’“……입 다물어.”‘네가 더 오래 곁에 있었잖아.’“닥치라고.”‘그런데 왜…….’“그만하랬지!”은랑이 거울을 향해 거칠게 손을 휘둘렀다.콰앙!검은 표면에 수많은 금이 생겼지만, 거울은 깨지지 않고, 오히려 금이 간 틈마다 작은 눈동자들이 떠올라 은랑을 바라보기 시작했다.‘욕심을 내. 네가 원하는 것을 가져. 네게도 자격이 있어!.......'수십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속삭였다.은랑은 이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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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화. 거울의 목적

169화. 거울의 목적“……단 씨.”서연의 목소리가 떨렸다.“단 씨, 저 거울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겠어요.”“말해 봐.”“사람들의 부정적인 감정을 흡수하고 있어요. 불안이나 두려움, 긴장감 같은 것들이요.”단의 눈빛이 깊어졌다.“그래서 거울을 본 사람들이 평소보다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거군.”“네. 무대에 서는 게 두렵지 않으니까 자신감도 생기고, 평소에는 망설이던 동작도 과감하게 할 수 있었던 거예요.”서연은 거울의 테두리에서 뻗어 나온 붉은 실들을 가리켰다.“문제는 그다음이에요. 거울은 감정을 가져가는 대신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 같아요. 사용할수록 그 연결이 강해지고요.”“중독시키는 건가?”“그런 것 같아요. 거울을 보지 않으면 다시 불안해지고, 점점 더 거울에 의지하게 되는 거죠.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서연의 가슴속으로 낯선 감정들이 밀려들었다. 불안할 때마다 거울을 찾고 싶어지는 간절함과 거울이 시키는 대로 하면 모든 걱정이 사라질 것 같은 안도감.그 달콤한 유혹에 익숙해질수록 스스로 판단하려는 마음마저 희미해지는 느낌이었다.“……자기 의지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거예요.”단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꼭두각시로 만드는 것이군.”“네. 거울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도록요.”은랑의 얼굴에서도 장난기가 사라졌다.“그럼 블루루비 애들도…….”“아직은 아닐 거예요. 하지만 계속 사용했다면 위험했겠죠.”루나가 거울을 노려봤다.“달콤한 미끼로 유혹해서 결국 자기 뜻대로 부려 먹겠다는 거네. 아주 악질이야.”그때 검은 거울에서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원하는 것을 주었을 뿐이야.’거울 테두리에 새겨진 붉은 꽃들이 꿈틀거렸다.‘두려움도 없애주고, 자신감도 주었지. 그들이 먼저 나를 원했어.’서연이 고개를 저었다.“그 사람들은 무대에서 잘하고 싶었던 거지, 자기 삶을 당신에게 맡기고 싶었던 게 아니에요.”‘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대가를 치러야지.’“대가가 있다는 걸 알려주지도 않았잖아요. 그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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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화. 배고파요

170화. 배고파요.“최민준의 흔적이 있어.”단의 말에 은랑이 이를 악물었다.“그 자식, 이번에는 우리애들까지 건드린 거야? 이제 막 데뷔해서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벅찰 애들한테 이런 짓까지 했다고?”“아직 최민준이 직접 개입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 하지만 저 거울이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는 짐작이 가는군.”단은 손에 든 거울 조각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사람들의 불안과 욕망을 이용해 그들을 자기 뜻대로 움직이려는 거야. 특히 대중에게 영향력이 큰 연예인들을 하나둘 장악할 수 있다면, 굳이 자신이 앞에 나서지 않아도 수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자신의 꼭두각시를 연예계 곳곳에 심어놓겠다는 거네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스타들이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의 뜻대로 움직이게 된다면…… 생각보다 훨씬 무서운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어요.”서연의 말에 단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게 최민준의 목적일지도 몰라.”루나는 불쾌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사람들이 좋아하고 믿는 스타들을 꼭두각시로 만든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저런 식으로 사람 마음을 가지고 노는 놈들은 정말 질색이야.”“……절대 가만 안 둬.”은랑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담겨있었다.단은 거울 조각을 챙긴 뒤 서연에게 손을 내밀었다.“연, 이제 돌아가자. 오늘은 이만하면 충분히 했어. 일어날 수 있겠나?”“네. 잠깐만요.”서연이 단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눈앞이 아찔하게 흔들렸다.“어……?”단이 재빨리 그녀의 허리를 붙잡았다.“연! 왜 그래? 어디 아픈 거야?”서연은 당황한 얼굴로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조금 전까지 몸속을 채우고 있던 기운이 한꺼번에 빠져나간 것처럼 온몸이 나른했다.“단 씨, 저…… 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요. 그리고…….”“그리고 뭐? 어지러워? 숨쉬기는 괜찮아?”단의 다급한 질문에 서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배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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