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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도공의 유일한 구원자: Chapter 141 - Chapter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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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화. 캐리어

141화. 캐리어 서연은 두 사람을 보며 웃다가 루나 뒤로 이어지는 가방 행렬을 발견했다. 그리고 웃음이 뚝 멎었다. “잠깐만요, 언니.” “왜?” “우리…… 이민 가요?” 루나의 뒤에는 커다란 이민 가방 세 개와 하드 캐리어 네 개, 모자 상자 두 개가 성벽처럼 늘어서 있었다. 루나는 선글라스를 머리 위로 올리며 태연하게 대답했다. “무슨 소리야? 이건 기본이지.” “뭐가 기본이에요? 우리 제주도 가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제주도는 섬이잖아. 날씨가 얼마나 변덕스러운데.” 루나가 캐리어 하나를 열었다. “바람 불면 걸칠 것도 있어야 하고, 해가 쨍하면 시폰 원피스도 필요하고, 바닷가 산책할 때랑 산에 갈 때 입을 옷, 시내 나갈 때 입을 옷도 다 다르잖아.” “그건 알겠는데…….” “혹시 저녁에 파티라도 하게 되면?” “파티 안 해요!”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 그래서 칵테일 드레스는 세 벌만 챙겼어.” “세 벌만이요?” “응. 나 많이 참았지?” 루나가 뿌듯하게 웃었다. 서연은 이마를 짚었다. “언니, 이번 여행은 단 씨 회복을 위한 거예요. 파티는 무슨 파티예요.” “아, 맞다! 수영복을 안 챙겼구나! 이래서 짐은 일주일 정도 시간을 두고 천천히 챙겨야 하는 건데. 너무 갑작스러워서 제대로 못 챙긴 게 너무 많은 것 같아.” 루나가 옷방에서 꺼내 온 상자를 열자 형형색색의 수영복이 모습을 드러냈다. “비키니 두 벌, 모노키니 세 벌. 서연아, 너는 수영복 새로 사 줄까? 아니면 내 거 같이 입어도 돼. 새것인데 아직 안 입어 본 게 대부분이라…….” “언니!” 루나는 서연의 말에는 대답도 하지 않고 심플한 비키니 하나를 들어 올렸다. “연, 너는 이게 잘 어울리겠다. 심플하고 단정하잖아.” “비키니가 어디가 단정해요?” 비키니라는 말에 단의 시선이 루나의 손으로 향했다. 서연은 그 시선을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수영복을 냉큼 상자 안으로 밀어 넣었다. “단 씨는 왜 봐요?” “보여서 봤는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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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화. 패션쇼

142화. 패션쇼“무난한 색상을 선택하시면 어떤 옷에도 어울릴 겁니다. 루나 님은 무엇을 입으셔도 잘 소화하시니까요.”“뭐, 내가 고무신을 신어도 다 소화할 사람이긴 하지!”김 실장은 루나의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고 옷과 신발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서연은 그 모습을 보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김 실장의 손끝을 거친 옷들이 순식간에 반듯하게 접혔다. 부피가 커서 캐리어 밖으로 삐져나오던 옷들도 어느새 빈틈없이 자리를 잡았다.“와…… 김 실장님, 이거 어떻게 하시는 거예요?”“오래 하다 보니 요령이 생겼습니다.”“요령 수준이 아닌데요?”“서연 님 짐도 정리해 드릴까요?”“저는 괜찮아요. 그렇게 많지도 않고요.”루나가 옆에서 입술을 삐죽였다.“내 옷은 압수하면서 서연이한테는 왜 이렇게 친절해?”“서연 님은 캐리어를 하나만 가져오셨으니까요.”“……치사해.”김 실장은 은랑 쪽으로 몸을 돌렸다.“은랑 님. 정글도는 두고 가십시오.”“김 실장! 이것까지 뺏으면 나는 제주도 가서 뭘 하라고!”“낚싯대, 작살, 정글도 모두 이미 안가에 있는 것들입니다. 모두 은랑 님이 두고 오신 것들이죠.”“텐트는?”“별장에 방이 충분합니다.”“그럼 내가 야생에서 살아남는 재미는?”“이번에는 살아남는 대신 회복하시면 됩니다.”은랑이 입을 떡 벌렸다.루나가 그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잘 말씀하셨어요, 김 실장. 저 늑대가 내 말은 죽어도 안 듣는다니까.”“너는 내 편 좀 들어주면 안 되냐?”“응. 난 언제나 내 편이야. 누구 편도 들지 않아.”은랑이 더는 대꾸하지 못하자 서단이 소파에서 물개박수를 쳤다.“역시 김 실장님! 우리 집 최종 보스는 따로 계셨네요.”김 실장은 안경을 고쳐 썼다.“과찬이십니다. 출발 시간에 늦지 않도록 정리하는 것뿐입니다.”서연은 한결 말끔해진 거실을 바라보며 감탄했다.“김 실장님 없었으면 우리 공항도 못 갔겠어요.”“그럴 리가요. 서연 님께서 잘 챙기고 계셨습니다.”“아니에요. 저는 아까부터 이민 가방이랑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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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화. 옷

143화. 옷 “네. 성실하고 다정한 사위 후보 느낌? 머리도 너무 반듯하게 넘기지 말고 살짝 내려요. 휴양지니까.” 단은 니트를 받아 들고 거울 앞에 섰다. 확실히 평소보다 인상이 부드러워 보였다. “사위라니, 벌써 그렇게까지야…….” “유비무환이죠. 관계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 서단이 으쓱했다. “우리 누나가 형 좋아하는 거 며칠 지내 보면 부모님도 눈치채실 텐데요, 뭐.” 단이 옷을 내려놓고 서단을 바라봤다. “네 누나가 날 좋아한다고?” “아, 형. 그걸 또 나한테 확인받으려고 해요?” “그냥 물은 거야.” “누나가 형 걱정하느라 형 곁을 한시도 안 떠나는데 어떻게 그걸 몰라요?” 단의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 서단은 장난스러운 얼굴을 거두고 말을 이었다. “형도 누나 걱정하는 거 알아요. 근데 우리 누나,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 아프면 엄청 속상해해요. 그러니까 제주도 가서는 진짜 좀 쉬어요.” 단은 잠시 서단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려고.” “좋아요. 그럼 옷은 이걸로 확정!” 서단이 만족스럽게 손뼉을 쳤다. 단은 그제야 서단의 옷차림을 살폈다. 검은 티셔츠에 검은 바지, 검은 운동화. 안경테까지 검은색이었다. “그런데 남의 패션을 지적하는 놈이 넌 왜 장례식장에 가는 것처럼 입었지?” 서단이 안경을 올렸다. “형은 아직 블랙의 시크함을 이해하려면 멀었어요.” “제주도에서 밤에 널 찾으려면 손전등이 필요하겠군.” “걱정 마세요. 누나는 귀신같이 찾아낼 테니까.” “그건 그렇겠네.” 두 사람이 동시에 웃었다. 그때 문밖에서 서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단 씨! 준비 다 하셨어요?” “거의 다 했어.” “짐은 제가 들 거예요! 손대지 마세요!” 단이 서단을 바라봤다. 서단이 어깨를 으쓱했다. “보셨죠? 우리 누나 말 잘 들으라니까요.” 잠시 뒤, 단이 드레스룸에서 나오자 거실에 있던 서연이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눈을 깜빡였다. “……어?” “왜?” “아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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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화. 출발

144화. 출발그제야 두 사람은 거실에 있던 모두가 자신들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도둑놈…….”은랑의 못마땅한 목소리가 들렸다.이어 루나도 한마디 거들었다.“적당히 해라, 단. 너는 지금 그러고 싶니?”“형! 사랑 고백은 제가 했는데 왜 누나랑 썸을 타시는 겁니까?”마지막으로 김 실장이 헛기침을 했다.“큼큼. 주인님, 저는 찬성입니다.”김 실장까지 한마디 하고서야 단은 서연을 놓아주었다.서연은 붉어진 얼굴로 한 걸음 물러섰고, 단의 입가에는 느릿한 미소가 번졌다.오랜 세월 그는 조용한 집을 좋아했다.누구도 자신을 방해하지 않는 고요가 편안하다고 믿었다.그런데 지금은 저 소란이 멎으면 오히려 허전할 것 같았다.서연이 그의 손을 살짝 흔들었다.“가요, 단 씨. 엄마 아빠 기다리시겠어요.”“그래. 가자.”출발 직전, 김 실장은 마지막으로 인원을 확인했다.“서연 님, 서단 님, 루나 님, 은랑 님. 모두 준비되셨습니까?”“네!”“이제 서연 님 부모님을 모시러 가겠습니다. 모두 차에 오르시지요.”그렇게 성북동 저택의 소란스러운 짐 챙기기가 끝나고, 일행은 서연의 부모님을 모시러 길을 나섰다.서연은 차에 오르기 전 저택을 한 번 돌아봤다.처음 이곳을 찾아왔을 때는 가파른 언덕을 오르며 속으로 몇 번이나 욕을 했었다.그런데 이제는 이 집이 너무도 따뜻하고 좋았다.서연의 부모님이 머물고 있는 숙소 앞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차에서 내린 사람은 단이었다.그는 문이 열리기도 전에 옷매무새를 한 번 확인했다.서단이 골라 준 오트밀색 니트에 베이지색 바지. 평소의 차갑고 빈틈없는 모습과는 확실히 달랐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서단이 서연의 옆구리를 툭 찔렀다.“누나, 형 긴장했어.”“그래?”서연이 웃음을 참으며 단을 바라봤다.천 년을 살아온 신선이자 웬만한 원혼 앞에서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 사람이 자신의 부모님을 만나는 일에는 저렇게 긴장하고 있었다.문이 열리고 재호와 정숙이 모습을 드러냈다.“엄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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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화. 경쟁

145화. 경쟁천 년을 살아온 도공이 고작 호칭 하나에 저렇게 좋아할 일인가 싶었지만, 싫지는 않았다.오히려 자신의 부모에게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단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가슴 한구석이 따뜻해졌다.그렇게 인사를 마친 일행은 공항으로 향했다.차 안에서도 단은 평소보다 말이 많았다. 정확히는 재호가 하는 말에 빠짐없이 대답하고 있었다.“제주도 가면 낚시하기 좋다던데, 단 씨도 낚시 좋아합니까?”“해 본 적은 있습니다.”“바다낚시도요?”“네.”“그럼 몸 좋아지면 같이 한번 갑시다. 내가 몸이 이래서 오래는 못 있어도 낚싯대 드리우고 앉아 있는 건 좋아하거든요.”단의 눈이 반가움에 살짝 커졌다.“좋습니다.”단의 대답에 재호의 얼굴이 환해졌다.그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던 은랑이 슬그머니 끼어들었다.“아버님, 저도 낚시 좋아합니다.”“은랑 군도?”“엄청 좋아합니다. 바다낚시는 제가 단보다 훨씬 잘해요. 아버님 몸 좀 더 좋아지시면 갈치낚시 같이 가시죠.”은랑이 태연하게 대꾸하고는 재호를 향해 몸을 기울였다.“갈치낚시 좋지. 몸 좀 더 좋아지면 꼭 한번 갑시다.”단과 은랑의 묘한 신경전이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연은 두 사람이 아버지와 친해지려 노력해 주는 것이 그저 고마웠다.얼마 뒤 공항에 도착한 재호와 정숙은 눈앞에 서 있는 전용기를 발견하고 동시에 걸음을 멈췄다.“…….”“…….”정숙이 딸의 팔을 잡았다.“서연아.”“응?”“엄마가 제주도 가는 거 맞지?”“맞는데?”“그런데 왜 비행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니?”서연은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다물었다.그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자신도 몰랐다.두 사람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단에게 향하자 단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인원이 많아서 이쪽이 편합니다. 이동 중에 아버님께서 오래 앉아 계시면 불편하실 것 같기도 했고요.”“인원이…… 많아서요?”정숙이 주변을 천천히 둘러봤다.정숙은 다시 딸을 끌어당겨 목소리를 낮췄다.“서연아. 엄마, 이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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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화. 감?

146화. 감?서연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별것 아닌 메모 한 줄인데 마음 한구석이 괜히 간질거렸다. 단은 자신과 가까워지려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가족과 가까워지는 방법까지 혼자 고민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그 사이 단은 다시 문제에 집중했다.“사과가 웃는다…….”분명 비슷한 유형을 읽었다. 그는 메모를 훑으며 기억을 더듬었지만, 옆에서 라면을 먹던 은랑이 먼저 툭 내뱉었다.“풋사과.”재호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정답!”단의 손이 멈췄다.“……왜?”“풋 하고 웃으니까 풋사과.”은랑이 별것 아니라는 듯 대답하자 단은 메모와 은랑을 번갈아 바라봤다.“너도 책을 읽었나?”“무슨 책?”“아니다.”단은 충격을 받았다. 고작 저런 말장난에 점수를 뺏기다니. 하지만 동시에 재호가 웃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놓였다.“그럼 이번엔 좀 어려운 거. 왕이 넘어지면 뭐라고 하는지 아십니까?”재호가 신이 나서 두 번째 문제를 냈다. 단은 주먹을 꽉 쥐었다. 이번엔 뺏길 수 없다. 단이 비장하게 대답했다.“혹시…… 킹…… 콩…… 아닙니까?”재호 씨의 눈이 커졌다.“오! 맞습니다! 대표님께서 이런 유머도 아십니까?”“네. 왕인 ‘킹’이…… ‘콩’ 하고 넘어지니 킹콩이지요. 아주…… 논리적인 퀴즈입니다.”단은 진지하게 정답의 이유를 설명했다. 재호가 박장대소했다.“으하하하! 맞습니다! 킹콩! 근데 대표님, 너무 진지하게 맞히시니까 더 웃깁니다! 표정이 아주 나라 구하는 표정이십니다!”“하…… 하하. 즐거우시다니 다행입니다.”그 뒤로 재호의 아재 개그가 이어졌고, 단은 그때마다 자신이 정리해 둔 메모와 기억을 총동원했다. 문제 유형까지 분석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답을 찾았지만 이상하게도 한발 먼저 정답을 외치는 쪽은 은랑이었다.“정답!”“맞았어요! 은랑 군, 이런 거 잘하네.”재호가 즐거워할수록 단의 표정은 점점 진지해졌다.“이상하군. 분명 책에서 비슷한 유형을 읽었는데.”“그런 걸 책으로 배우니까 못 맞히는 거야.”“그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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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화. 휴양

147화. 휴양제주에 도착한 일행을 맞은 것은 코끝을 스치는 짙은 바다 냄새와 부드러운 바람이었다.공항을 벗어나 해안 도로를 한참 달린 차는, 바다가 아득하게 내려다보이는 완만한 언덕 위에 멈춰 섰다.차에서 내리자마자 시야를 가득 채운 것은 검은 현무암으로 정갈하게 쌓아 올린 돌담과 푸른 잔디가 끝없이 펼쳐진 정원이었다.낮은 기와지붕 아래로는 현대적인 통창이 시원하게 트여 있었고, 그 너머로 에메랄드빛 바다가 수평선까지 맞닿아 있었다.정숙은 차 문을 닫는 것도 잊은 채 입을 떡 벌렸다.“세상에…… 여기가 대체 어디니?”옆에서 지팡이를 짚고 내리던 재호 역시 넋을 잃은 얼굴로 건물을 올려다보았다.“저…… 단 씨.”“예, 아버님. 어디 불편하신가요? 혹시 피로하십니까?”“아니, 피로한 게 문제가 아니라…… 여기가 정말 그 말씀하시던 별장이 맞습니까?”“예. 제 별장입니다.”“이게 개인 소유라고요? 특급 호텔 리조트라 해도 믿겠습니다.”단은 세상에서 가장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국내에 있는 별장 중에 가장 신경을 쓴 곳입니다. 마음에 드실 겁니다.”재호는 어이가 없다는 듯 서연을 힐끗 돌아보더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연아.”“응, 아빠.”“아빠는 이제부터 이 청년한테 아무 질문도 안 하련다. 심장에 무리가 와.”서연은 웃음을 삼키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아빠, 청년은 아니지만 질문 안 하신다는 건 옳은 선택이에요. 그게 정신 건강에 좋아요.’차에서 짐을 내린 김 실장은 능숙한 손길로 방을 배정하기 시작했다.몸이 불편한 재호와 정숙에게는 계단을 오르내릴 필요가 없는 1층 오션뷰 마스터룸이 돌아갔고, 탁 트인 시야를 자랑하는 2층은 서연과 루나 그리고 서연의 기운이 필요한 단이 쓰기로 했다.은랑, 서단, 김 실장은 독립된 별채를 배정받았다.그날 저녁, 김 실장은 서연 부모님을 제외한 모두를 멀티룸에 모아 놓고 단호한 어조로 공지했다.“최소 일주일 이상 머무를 예정입니다. 서울로 돌아가는 정확한 귀환 날짜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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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화. 비자림

148화. 비자림김 실장이 안경테를 검지로 밀어 올렸다.“주인님의 맥박과 영적 파동이 완벽한 정상 범위에 진입했음을 확인했습니다.”소파 깊숙이 몸을 묻고 있던 단이 나직하게 읊조렸다.“그래서?”“휴식도 좋지만, 서연님의 부모님을 위한 관광도 필요할 듯하여 이제부터 관광을 시작해볼까합니다.”재호와 정숙은 반가운 표정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관광을 하고 싶은데 객인 자신들이 먼저 나설 수 없어 눈치만 보고 있었던 것이다.서연이 감동한 눈으로 김실장을 보며 두손을 모았다.“김실장님 너무 감사해요. 저도 양해를 구하고 부모님과 잠시 외출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그렇습니까? 마침 잘됬군요. 지금부터 본격적인 힐링 일정을 브리핑하겠습니다.”김 실장의 지휘봉이 화이트보드에 붙은 제주도 전도의 중심을 경쾌하게 내리쳤다.“지금부터 ‘제주 힐링 및 자연 동화 프로젝트’의 세부 일정을 브리핑하겠습니다."“첫 번째 행선지는 천 년의 고목들이 숨 쉬는 비자림입니다. 붉은 화산송이 길을 걸으며 땅의 기운을 받고, 피톤치드로 기운의 순환을 돕는 최적의 코스입니다. 무리가 가지 않도록 완만한 평지만을 엄선했습니다.”그렇게 향후 삼일간의 일정에 대한 브리핑이 무려 20분간 계속되었다. 처음에는 깊은 배려와 엄선된코스 역사적 의미까지 모두 집중하였으나 뒤로갈수록 모두 숙연해지며 은랑은 결국 졸기까지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첫 번째 목적지는 수백 년 된 고목들이 하늘을 가린 비자림이었다.숲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비 온 뒤의 서늘하고 짙은 피톤치드 향이 폐부 깊숙이 밀려들었다. 붉은 화산송이가 깔린 흙길 위로, 오랜만에 휠체어에서 내려선 재호가 조심스럽게 지팡이를 짚었다.은랑은 마치 든든한 대형견처럼 재호의 그림자 곁에 딱 붙어 잰걸음으로 보폭을 맞췄다.“아버님, 힘들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업어 모시겠습니다.”“허허, 서단이 놈보다 더 아들같구만. 고마워요. 그런데 내 두 발로 흙 좀 밟아보겠다고 나온 거니. 괜찮아.”“알겠습니다. 언제든 힘들면 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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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화. 해수욕장

149화. 해수욕장이튿날 오후, 일행은 김 실장이 일정표에 적어 둔 해수욕장으로 향했다.프라이빗한 모래사장도 좋지만 시끌벅적한 해수욕장 역시 여행의 별미라며 김 실장이 야심 차게 준비한 일정이었다.그러나 주차장에 들어서기도 전에 문제가 생겼다.도로 양쪽으로 차량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해수욕장 입구부터 형형색색의 파라솔과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창밖을 바라보던 서단이 혀를 내둘렀다.“와…… 사람 반, 물 반인데요?”“저기 들어가면 물놀이보다 사람 구경을 더 많이 하겠는데?”루나의 말에 은랑도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가 곧바로 집어넣었다.“난 싫어. 저기서 수영하다가는 사람 피하다 하루 다 가겠다.”서연은 뒷좌석에 앉은 재호를 돌아봤다. 사람들 사이를 오가려면 휠체어를 이용하기도 쉽지 않아 보였다.김 실장 역시 잠시 해수욕장 쪽을 바라보다 미련 없이 결정을 내렸다.“돌아가겠습니다.”“벌써요?”“대표님께는 이런 기회가 흔치 않아 한번쯤 경험해 보시는 것도 좋겠다 생각했습니다만…… 적정 인원을 넘어서면 즐거움보다 피로도가 빠르게 상승합니다.”김 실장은 미련 없이 운전대를 돌렸다.결국 일행은 다시 안가로 돌아왔다.별장 아래쪽으로 이어진 완만한 길을 따라 내려가자 작은 모래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래서 좋았다. 에메랄드빛 바다가 부드러운 모래사장을 하얗게 적시고 있었고, 멀리 펼쳐진 수평선까지 시야를 가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제주에 도착한 뒤 사흘 동안은 단과 은랑, 재호의 회복을 위해 최대한 조용히 지냈다. 안가 주변을 가볍게 산책하거나 테라스에 앉아 바다를 바라본 것이 전부였다.그래서인지 눈앞에 탁 트인 바다를 마주하자 가장 먼저 표정이 밝아진 것은 의외로 재호와 정숙이었다.“여보, 바다 좀 봐요. 정말 예쁘네.”“그러게. 제주도까지 왔다는 게 이제야 실감 난다.”재호는 한동안 반짝이는 수평선을 바라보다 옆에 서 있던 서단을 툭 쳤다.“너 수영 배웠잖냐.”“응?”“뭘 멀뚱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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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화. 낮과 밤의 바다

150화. 낮과 밤의 바다서연이 단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자, 도공님. 오늘은 구경만 하지 말고 직접 놀아 보세요. 딱 세 발자국만 들어가는 거예요.”“연, 나는 정말 괜찮…….”“하나.”서연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단의 발이 어쩔 수 없이 따라갔다.“둘, 셋!”버티려 마음먹으면 서연이 아무리 애를 써도 끌고 갈 수 없겠지만, 단은 결국 못 이기는 척 그녀의 뒤를 따라 바닷물에 발을 담갔다.찰싹거리는 파도가 종아리까지 차올랐다.“거봐요. 시원하죠?”“……시원하군.”“좋죠?”단이 대답 대신 서연을 바라보는 순간이었다.“물세례나 받아라, 도둑놈아!”촤아아악!헤엄쳐 오던 은랑이 두 팔로 바닷물을 힘껏 퍼 올렸다.갑작스러운 물세례에 단이 반사적으로 몸을 틀다가 그만 발이 미끄러졌다.“단 씨!”휘청거리는 단을 붙잡으려던 서연마저 중심을 잃었고, 두 사람은 그대로 얕은 바닷물 속으로 넘어졌다.첨벙!은랑이 배를 잡고 웃음을 터뜨렸다.“푸하하하! 꼴 좋다! 도도한 도공 놈, 물에 젖으니까 속이 다 시원하네!”단이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은랑을 바라봤다.“은랑.”“왜? 뭐?”“거기 딱 기다려라.”은랑의 웃음기가 살짝 줄었다.“야! 물싸움하면서 기다리라는 놈이 어디 있냐?”은랑이 냅다 도망쳤다.“기다리라고 했다.”“그러니까 기다리는 멍청한 놈이 어디 있냐고!”단이 물을 헤치며 그 뒤를 쫓았다.바닷물에 주저앉은 서연은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푸하핫…… 아, 진짜 못 살아! 둘 다 나이가 몇인데 여기서 이러고 싸워요!”멀리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재호도 박장대소했다.“그렇지! 싸움 구경이 제일 재미있다니까!”“아빠!”서단의 항의까지 더해지면서 모래사장에는 한동안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밤이 깊어지자 낮을 가득 채웠던 시끌벅적한 소란이 거짓말처럼 잦아들었다.저녁 식사를 마친 재호와 정숙은 피곤했는지 일찍 침실로 들어갔고, 온종일 바다에서 물놀이를 하던 은랑과 서단도 녹초가 되어 별채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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