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도공의 유일한 구원자: Chapter 21 - Chapter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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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이제 좀 떨어지시죠

기운을 쏟아부은 서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희게 질렸다. "……어?" "서연!" "주인님!" "누나!" 외침은 여러 곳에서 동시에 터져 나왔으나, 은랑과 서단은 방금 전 시계가 내뿜은 환상의 여파에서 제대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단만이 연의 곁에서, 희게 질린 뺨과 이마를 당황한 기색으로 매만졌다. "서연, 정신 차려라! 어디가 아픈 건가?" "단 씨, 저, 물, 물 한 모금만요……." 연이 힘없이 중얼거렸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단이 자리에서 튕겨 나가듯 일어섰다. "김 실장! 물! 당장 시원한 물 가져와! 아니, 내가 가지!" 순식간에 돌아온 단이 연의 입술에 조심스럽게 물을 흘려주었다. "천천히 마셔라." 연이 물을 삼키자, 단은 연의 서늘해진 손을 꼭 쥐며 미간을 팍 찌푸렸다.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구른 것은 서단과 은랑이었다. 두 사람이 괴로워할 때는 꼼짝도 않던 단이, 연이 쓰러지자 당황해서 몸 둘 바를 몰라 하고 있었다. "기운이 너무 없어요." 연의 그 한마디에 단이 다시 주방으로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잠시 후 그가 들고온 쟁반에는 영양제, 초콜릿, 고급 쿠키 등이 질서 없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이거라도 먹어봐라." 단은 연의 작은 입술 사이에 달콤한 초콜릿을 밀어 넣었다. 연의 얼굴에 조금 생기가 돌아오자, 단이 안심하며 낮게 중얼거렸다. "치료제 주제에…… 쓰러져서 내 심장을 떨어뜨릴 셈인가." 말과 다른 다정한 행동에 연이 피식 웃었다. "네, 치료제 주제에 쓰러져서 죄송합니다. 갑자기 힘이 빠져버리고, 배가 너무 고파졌어요." "밥 먹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내 치료제는 생각보다 먹보였나 보군." 조금 정신을 차린 서연의 희게 질렸던 얼굴이 이번에는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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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서연의 비밀

23화. 서연의 비밀 연이 깊게 숨을 내쉬더니, 눈을 질끈 감고 소리쳤다. "저, 사실은 유물의 기억을 느껴요! 유물을 만지면 사연을 그냥 알게 되는 능력이 있어요! 그리고, 오늘은 살짝 환영을 본 것도 같고요!" 갑작스러운 폭탄선언에 거실이 순간 적막에 휩싸였다. 연이 눈을 꽉 감은 채 다급하게 말을 덧붙였다. "저 미친 거 아니고요! 귀신 씌인 것도 아닙니다! 일상생활하는 데 전혀 지장 없고, 이상한 짓도 안 해요!" 연이 눈을 슬쩍 뜨며 단의 표정을 살폈다. "그러니까 저 쫓아내지 말고 계약 꼭 유지해 주세요. 저, 귀신 따위 하나도 안 무섭습니다!" 거실에 있는 모두가 충격으로 굳어버렸다. 그녀보다 더 비현실적인 존재앞에서 유물의 과거를 느낀다고 고백하는 여자가 귀엽게 보였지만 나름 큰 결심을 한것이리라. “서단 네 걱정은 알겠어 하지만 누나는 이 일을 꼭 해야겠어. 알겠니?” “하아... 누나 니 고집을 누가 꺾겠냐 이 고집불통아!” ‘솔찍히 아깝기는 하지. 50억에, 초자연 현상을 직접 목도하는 귀중한 경험까지... 나는 분명히 말렸다. 이 고집불통 누나야! 저 형님도 누나를 꽤 소중히 여기는 것같고, 나도 같이 지켜줄게 누나!’ 서단이 헛기침을 했다. "크흠! 형, 단이 형이라 불러도 되죠? 이제 고용주가 되실 거니까 고급 정보 하나 알려드릴게요.“ 번개보다도 빠른 태세전환이었다. "형네 보안 시스템 확인하다가, 이상한 부분을 발견했어요." 어느새 켜진 서단의 노트북 위에서 그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날아다녔다. "데이터 일부가 주기적으로 밖으로 새 나가고 있었어요." "뭐라고?" 단의 표정이 굳어졌다. "누군가 형을 감시하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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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악취

25화. 악취타이어가 거친 마찰음을 내며 한 빌딩 앞에 멈춰 섰다.“으아악! 은랑 씨! 안전운전! 안전운전!!!”앞으로 튕겨 나갈 뻔한 서연이 비명을 질렀다. 단이 재빨리 연을 품에 끌어안아 반동을 줄여 주었다.“주인님, 미안! 이 차가 제 주인놈처럼 나랑 통 안 맞네.”은랑이 변명하듯 머리를 긁적이며 연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단이 눈을 치켜떴다."변명하지 마라. 그저 네놈이 섬세함이라곤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짐승이라 그런 거다."연도 가슴을 쓸어내리며 간신히 숨을 고른 뒤 말했다.“그런 것치고는 너무 달리셨어요…… 으으으. 집에 갈 때는 그냥 제가 모시겠습니다.”서연은 비틀거리며 겨우 차에서 빠져나왔다.대한민국 욕망의 최전선이자, 자본주의가 가장 화려한 네온사인을 입고 춤추는 거리.평소라면 한 번쯤 눈길을 빼앗겼을 화려한 풍경이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당장 울렁거리는 속부터 진정시키는 게 급했다.단순히 은랑의 거친 운전 실력 때문만은 아니었다.차 문을 여는 순간, 코를 찌르는 듯한 지독하고 뒤틀린 기운이 훅 끼쳐왔다.‘설마…… 정말 귀신이 나오기야 하겠어? 과학의 세상에 귀신은 없다.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돈이 귀신보다 무서운 법이다. 정신 차리자, 서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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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희망을 확신으로

26화. 희망을 확신으로단이 자리에 앉자, 서연 역시 곁에 앉으며 원장실 내부를 천천히 훑어보았다.은랑은 마치 든든한 보디가드라도 된 듯 자리에 앉지도 않은 채 서연의 뒤편에 서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한눈에 봐도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으로 보이는 고급 소파와 테이블, 그리고 벽면을 가득 채운 유명 화가들의 그림들.하지만 그 세련된 현대식 인테리어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것이 딱 하나 있었다.원장 책상 뒤, 가장 상석에 걸린 커다란 비단 그림.쪽진 머리에 화려한 가체를 하고, 고운 한복을 입은 여인이 뒤돌아 앉아 거울을 보는 고전 미인도였다.'저게 뭐야? 인테리어랑 너무 안 맞잖아.'서연은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최신식 성형외과의 화려한 추상화들 사이에 단 한 점 걸려 있는 낡은 고미술품이라니.게다가 그림속 여인의 자세는 어딘가 부자연스럽게 구부정했고, 손에 든 거울 속 얼굴 부분은 시커멓게 칠해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 먹물을 엎지른 것처럼, 혹은 고의로 얼굴을 문질러 지워버린 것처럼."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MJ 갤러리 최 관장님께 이 그림을 대여한 뒤로, 이상한 일이 계속해서 생기고 있습니다."“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단이 다리를 꼬며 나직하게 물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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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사연

28화. 사연서연의 눈앞에 환영이 겹쳐졌다.화염에 휩싸인 건물.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가족들을 위해 주저 없이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여인의 뒷모습. 살이 타는 고통 속에서도 그녀는 사람들을 밀어냈다.[모두가 나를 영웅이라고 했어! 살아있는 보살이라고 했어!]귀신이 피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었다.[그런데... 그때 뿐이야. 겨우 살아났는데... 내 얼굴을 보면... 다 도망갔어!]귀신이 자신의 뭉개진 얼굴을 감싸 쥐었다.[영웅이라던 사람들이... 나를 보고 '괴물'이라며 비명을 질렀어!]가장 먼저 평생을 약속했던 남편이 차갑게 등을 돌렸고, 아들을 살려줘 고맙다던 시부모는 그녀를 별채에 가두었다.살이 타 들어가는 상처는 서서히 아물었지만, 그녀의 희생은 너무도 쉽게 희석되었다.남편은 등을 돌린채 눈물을 흘렸고, 거리의 사람들은 그녀의 눈을 피했다.문득 스쳐 지나가는 몇몇의 시선이 이내 송곳이 되어 심장을 난도질하자, 결국 그녀는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를 어두운 작은 방 안에 가둬 버렸다.[내가 구한 목숨들인데... 내가 살려준 눈들인데... 그 눈으로 나를 경멸해?][내 얼굴 돌려줘! 사람들이 나를 보고 웃어주던 그 얼굴! 나를 사랑해 주던 그 눈빛 돌려줘!]그것은 타락한 영웅의 절규였다.배신당한 선의가 얼마나 끔찍한 악의로 변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처참한 광경이었다.귀신의 사연은 너무나 무겁고 안타까웠다. 그래서 오히려 누군가 치밀하게 짜놓은 각본처럼 느껴질 정도였다.하지만 귀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순간,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서연은 다시 한번 억지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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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정화

29화. 정화"때가 이렇게 꼬질꼬질하게 꼈으니까 뜨겁죠! 그림 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이러니까 무식한 사람들이 당신의 진짜 모습을 못 보고 도망치지!"서연은 이것을 끝까지 퇴마나 정화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비싼 그림에 핀 악성 곰팡이를 닦아내는 클리닝 작업일 뿐이라고 억지로 우기고 싶었다.그래야 무섭지 않으니까. 그래야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다리를 붙잡아 둘 수 있으니까.하지만 억지 말을 뱉어내는 서연의 온몸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한편으로는 원혼을 눈앞에 둔 두려움에, 한편으로는 가슴을 후벼파는 여인의 절규에,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어떻게든 그녀를 따뜻하게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에.귀신인지, 홀로그램인지, 정화인지, 혹은 클리닝인지... 도대체 무엇 하나 종잡을 수가 없어 마음이 어지럽게 소용돌이쳤다.비상식적인 혼란 속에서도, 서연은 손수건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이거 다 안료가 산화돼서 그래요. 그리고 사람들 시선이 썩어서 그래요. 당신이 구한 생명들은 다 잊어버리고, 껍데기만 보는 멍청이들이라서 그래요!"서연이 벅벅 문지를 때마다 귀신을 감싸고 있던 검은 독기가 조금씩 옅어졌다."내가 깨끗하게 복원해 줄게요. 당신이 영웅이었다는 거, 그 예쁜 마음씨... 다시 보이게 해 줄게요."[싫어! 보지 마! 내 흉측한 얼굴 보지 마"]귀신이 발악하며 그림 밖으로 완전히 튀어나오려 했다. 상담실 전체가 검은 머리카락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단이 바람을 일으켜 머리카락을 잘라내고, 은랑이 온몸을 던져 연에게 다가오는 것들을 막아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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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인정

30화. 인정"어.""저거... 홀로그램 아니었죠? 가스 누출 환각도... 아니었죠?"단은 서연의 흔들리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연 스스로도 이제는 더 이상 그녀가 맞이한 현실을 모른 척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 아니었어.""진짜... 귀신이었던죠? 그리고 단 씨가 일으틴 바람 그것도... 초능력 같은 거죠?"단은 잠시 침묵하다가, 낮고 무겁게 대답했다."...신력이라고 해두지. 내가 원치 않게 뒤집어쓴... 저주 같은 힘.""하하하..."서연이 헛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푹 떨구었다."아놔... 진짜네.. 진짜였어... 서단이 말이 다 맞았네. 와... 진짜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어."서연이 멍하니 중얼거렸다."할머니 말씀도... 헛소리가 아니었구나... 그리고... 나도... 내가 여태껏 보고 느꼈던 것들도... 와~ 세상에..."서연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거리는 것을 단이 재빨리 부축했다. 단단한 팔이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꼬르륵!"그 순간, 거대한 소리가 서연의 배속에서 터져 나왔다. "어... 배가, 배가 너무 고파요. 머리가 핑 돌 정도로.""우선 이거라도 먹어라"서연이 허기에 시달리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던 단이 급하게 에너지바를 꺼내 내밀었다.서연은 양해를 구할 겨를도 없이 포장을 뜯어 입에 넣고 우적우적 씹어 삼켰다. 몇 번이나 크게 베어 물고 나서야 겨우 한숨을 돌렸다.“후…… 이제 좀 괜찮아요.”서연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집에 가요. 들을 이야기도 많은 것 같고…… 김 실장님도 보고 싶어요.”“그래. 바로 돌아가자. 늑대, 너도 정신 차리고 일어나라.”단이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은랑을 힐끗 바라보았다. 은랑은 울상인 얼굴로 서연에게 다가왔다.“주인님, 힘들어? 많이 놀랐어? 나 진짜 늑대야…… 혹시 무서워?”천하의 톱스타, 전 세계 소녀 팬들의 우상인 그가, 주인에게 버림받을까 봐 눈치를 보는 강아지처럼 귀를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서연은 멍하니 은랑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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