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을 쏟아부은 서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희게 질렸다. "……어?" "서연!" "주인님!" "누나!" 외침은 여러 곳에서 동시에 터져 나왔으나, 은랑과 서단은 방금 전 시계가 내뿜은 환상의 여파에서 제대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단만이 연의 곁에서, 희게 질린 뺨과 이마를 당황한 기색으로 매만졌다. "서연, 정신 차려라! 어디가 아픈 건가?" "단 씨, 저, 물, 물 한 모금만요……." 연이 힘없이 중얼거렸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단이 자리에서 튕겨 나가듯 일어섰다. "김 실장! 물! 당장 시원한 물 가져와! 아니, 내가 가지!" 순식간에 돌아온 단이 연의 입술에 조심스럽게 물을 흘려주었다. "천천히 마셔라." 연이 물을 삼키자, 단은 연의 서늘해진 손을 꼭 쥐며 미간을 팍 찌푸렸다.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구른 것은 서단과 은랑이었다. 두 사람이 괴로워할 때는 꼼짝도 않던 단이, 연이 쓰러지자 당황해서 몸 둘 바를 몰라 하고 있었다. "기운이 너무 없어요." 연의 그 한마디에 단이 다시 주방으로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잠시 후 그가 들고온 쟁반에는 영양제, 초콜릿, 고급 쿠키 등이 질서 없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이거라도 먹어봐라." 단은 연의 작은 입술 사이에 달콤한 초콜릿을 밀어 넣었다. 연의 얼굴에 조금 생기가 돌아오자, 단이 안심하며 낮게 중얼거렸다. "치료제 주제에…… 쓰러져서 내 심장을 떨어뜨릴 셈인가." 말과 다른 다정한 행동에 연이 피식 웃었다. "네, 치료제 주제에 쓰러져서 죄송합니다. 갑자기 힘이 빠져버리고, 배가 너무 고파졌어요." "밥 먹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내 치료제는 생각보다 먹보였나 보군." 조금 정신을 차린 서연의 희게 질렸던 얼굴이 이번에는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Last Updated : 2026-08-1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