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도공의 유일한 구원자: Chapter 41 - Chapter 50

119 Chapters

41화. 실습

41화. 실습넥타이. [이거 색깔이 딱 고려청자 비취색이에요! 단 씨가 만든 그 청자랑 똑같아서 보자마자 질렀어요. 잘 어울릴 거예요!]홍차. [이건 임페리얼 얼그레이래요. 두통에 좋대요. 향도 엄청 고급져요!]앞치마. [공방에서 작업하실 때 입으세요! 지금 입으시는 거 너무 낡아서…… 이거 입으면 완전 장인 포스 날 것 같아요.]핸드크림과 책 한 권. [그리고 이건 제 사심…… 단 씨 손 거칠어지면 안 되니까 핸드크림! 그리고 <최신 유머 대백과 - 김 부장도 빵 터지는 유머 100선>…… 단 씨 유머 감각이 좀…… 올드해서…… ㅎㅎ 공부하세요!]"……."단의 입꼬리가 제멋대로 씰룩거렸다. 화를 내야 하는데, 광대뼈가 자꾸만 승천하려 했다. 의지와 상관없이 얼굴 근육이 리모델링되고 있었다."허. 뻔뻔하긴. 내 돈으로 내 선물을 사다니. 창조 경제가 따로 없군. 도둑놈 심보야, 아주."말은 그렇게 했지만, 단의 목소리에는 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그는 사진 속 어이없는 유머 책을 확대해서 보았다."가지가지도 사는군. 넥타이에 홍차에…… 유머 책? 내가 유머가 없다고? 허, 참나."단은 콧방귀를 뀌었지만, 손가락은 이미 사진을 저장하고 있었다.김 실장이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흐뭇해 보이십니다, 주인님. 입꼬리가 귀에 걸리셨습니다. 제가 내려드릴까요? 아니면, 차라도 내려드릴까요?""혹시 그거 유머 한 건가?""아! 아셨습니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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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거짓의 냄새

42화. 거짓의 냄새"피부관리 하기도 빠쁜데 오직 너 실습 시키려고 경찰 사건 접수 내역부터 SNS 뒷조사, 뉴스까지 싹 다 훑어보고 왔어. 스승의 은혜에 감사해라.""아...... 네, 감사합니다! 정말 은혜롭네요. 근데 언니......."서연이 안전 손잡이를 생명줄처럼 꽉 쥐며 다급하게 외쳤다. 창밖 풍경이 잔상으로 남을 만큼 빠른 속도였다."운전 좀 살살 하시면, 제가 더 격하게 존경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존경심이 막 솟아날 것 같은데요!""참아. 멀미 봉투는 글로브 박스에 있다. 참고로 토하면 세차비 청구한다. 500만 원이야."루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핸들을 꺾었다. 서연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500만 원이라는 말에 울렁거림이 쏙 들어갔다."아무튼, 상황이 안 좋아. 밤마다 저 집에서 기괴한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민원이 관리실에 빗발치고 있어. 층간 소음 수준이 아니래. 그리고 관리실 직원 말로는... 문틈으로 썩은 화장품 냄새가 난단다.""네? 화장품이 썩어요? 설마, 사람이 죽은 거예요?""가서 확인해 봐야지. 죽었는지, 아니면 산 채로 지옥에 갇힌 건지."루나의 붉은 눈이 백미러를 향했다. 뒤따라오는 단의 검은 세단이 보였다."저 꽉 막힌 도둑놈도 따라오고 있네. 과잉보호는......."오피스텔 지하 주차장. 최고급 외제차들이 즐비한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서연은 차 문을 열기도 전에 코를 쥐었다."우욱, 냄새가......."지하 주차장의 매캐한 공기 속에 섞여 있는 이질적인 냄새. 향수 냄새가 진동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 밑바닥에는 비릿하고 역겨운 악취가 깔려 있었다.끼이익!뒤따라 들어온 검은 차가 거칠게 멈춰 섰다. 단과 은랑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헛구역질을 했다."젠장...... 공기가 썩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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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경대의 기억

43화. 경대의 기억“와…….”서연이 기가 찬 듯 입을 벌렸다.“이 정도면 사람이 사는 집이 아니라 광고 세트장인데요?”“정확히는 광고 세트장처럼 꾸며놓은 감옥이겠지.”단의 서늘한 시선이 거실 안쪽의 어둠을 천천히 훑었다. 그 순간이었다.“안녕하세요, 블링이에요!”통로 너머에서 경쾌하고 높은 톤의 여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조명 한가운데, 화려한 실크 드레스를 입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세팅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오늘은 여러분이 정말 많이 기다리셨던 신상 언박싱 영상이에요!”여자는 렌즈를 향해 찬란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짜잔!”고급스러운 신상 가방을 들어 올린 그녀가 눈을 반짝였다.“어때요? 너무 예쁘죠?”그녀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톤이 높고 밝았다.하지만 서연이 자세히 다가가 보았을 때, 삼각대에 고정된 스마트폰의 화면은 검게 꺼져 있었다.전원조차 들어오지 않은 검은 유리판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윙크를 날리고 쉴 새 없이 말을 하고 있었다.“블링 언니?”서연이 낮게 불렀다. 여자가 움직임을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누구세요?”방금 전까지 기계처럼 웃고 있던 얼굴에서 순식간에 미소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피곤하고 텅 빈 눈동자가 서연 일행을 향했다.어색함에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서연의 시선이 화려한 명품들 사이에 전혀 어울리지 않게 놓여 있는 물건 하나에 멈췄다. 조선시대의 양반가에서 사용했을 법한 자개경대였다.서연이 홀린 듯 천천히 다가갔다.“이건…….”서연의 손이 경대 위로 향했다. 손끝이 경대 표면에 닿는 순간, 강렬한 전율과 함께 서늘한 기운이 손끝을 타고 척추까지 올라갔다.서연의 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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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정신 차려

44화. 정신 차려신기하게도 거울 앞에서는 말을 더듬지 않았다.“참으로 어여쁘시군요. 저잣거리에 놀이패가 왔다는데 같이 가보시겠어요? 좋다구……요? 아버님께서 허락을 해, 해, 해 주실지. 모, 모, 모르겠……어요.”그녀는 매일 경대를 닦으며 거울 속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 그 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였다.세월이 흘러 소녀에게도 혼담이 들어왔다. 소녀는 밤새 공포에 떨었다. 낯선 사람들과 대화해야 한다는 사실이 죽기보다 무서웠다.소녀는 용기를 내어 혼담이 오간 남자의 집을 몰래 찾아갔다. 그리고 담장 너머로 들려오는 상대 집안의 음성을 듣게 되었다.“말을 더듬는 반푼이라더군.”“상관없지. 혼수로 들어올 재물이 막대하다지 않나. 결혼식 날까지만 입을 다물게 하면 그만이다.”소녀의 세계가 무너져 내렸다. 자신은 사람이 아니라 재물을 얻기 위한 거래 품목일 뿐이었다. 그날 밤, 소녀는 방으로 돌아와 경대를 안고 눈물을 흘렸다.“무서워. 아무도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지 않아. 차라리…… 여기서 사라지고 싶어.”깊은 수치심과 외로움 속에서 소녀는 결국 스스로 숨을 거두었다. 그 슬픈 한이 경대에 깊게 남겨졌다.누군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 준다면 그땐 기필코 달라지리라 다짐했다. 제 진심과 맞닿을 영혼을 기다리리라…… 기약 없는 세월을 품은 채.“헉!”서연이 현실로 돌아오며 숨을 크게 내쉬었다.서연은 힘없는 모습으로 광기를 뿜어내는 김미영을 바라보았다.“미영 언니. 그 경대를 보는 순간, 꼭 가져야 할 것 같았죠?”미영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어, 어떻게 알았어?”“골동품 가게에서 저걸 본 순간…… 내가 저걸 가지면 사람들이 나를 사랑해 줄 것 같았어.”외로움 속에서 그녀의 마음을 달래줄 누군가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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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밥 먹으러 가요

45화. 밥 먹으러 가요서연의 손끝에서 황금빛 정화의 기운이 폭발했다.“괜찮아요, 아가씨. 이제 더 이상 거울을 보며 울지 않아도 돼요. 미영 언니도…… 사람들의 평가에 목매지 않아도 돼요. 이미 충분히 귀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니까요.”경대에 맺혀 있던 아가씨의 두려움과 외로움이 완전히 녹아내리며, 빛의 무리가 되어 하늘로 향했다.오염되었던 신선의 파편이 순수한 기운으로 정제되어 서연의 혈관 속으로 스며들었다.“헉……!”악귀에서 풀려난 김미영이 거실 바닥에 주저앉아 진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서연이 다가가 그녀의 차가워진 손을 꼭 잡아주었다.“이제 가짜 화면에서 나와요. 진짜 미영 언니의 삶을 살아가는 거예요.”미영은 서연이 감싸 쥐어준 따뜻한 손을 멍하니 내려다보다가, 꺼져 있는 스마트폰 화면 속 자신의 초라하고 지친 얼굴을 바라보았다.“나…… 정말로 미쳐가고 있었나 봐요.”미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입을 열었다.“화면 속 '좋아요' 숫자가 늘어날수록, 그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야 할 것만 같았어요. 한편으로는 내가 아닌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아서 너무 무서웠는데…… 멈출 수가 없어서…….”미영은 눈물을 훔치며 서연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경대 속 아가씨가 떠나면서 말해줬어요. 나는 스스로 빛나는 사람이라고, 외로워하지 말라고…….”“사람은 누구나 외롭지만, 그 외로움을 다른 사람이 다 채워줄 수는 없어요.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하면, 타인의 평가에 목매지 않고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어요. 언니가 어떤 모습이든 응원할게요.”“고마워요…… 흐윽, 흐흐흑…….”흐느끼다 지쳐 쓰러진 미영을 구급차에 실어 보낸 뒤, 서연은 가슴속에 들어온 신선의 파편 기운을 느끼며 슬그머니 단을 바라보았다.방금 전 자신을 구하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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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눈동자

 46화. 눈동자“어…… 음, 사실 조금 무섭기는 했는데 말이지. 이 누님이 오늘 외롭고 슬픈 영혼들을 멋지게 구제해 주고 나왔거든? 누나 지금 완전 승전고 울리고 돌아가는 개선장군 모드니까 그 감동 깨지 말고 조용히 따라와. 자, 어서 가요, 단 씨!”단이 피식 웃으며 서단의 어깨를 토닥였다.“동생도 고생했으니 최고의 코스로 모시지. 다 같이 출발하자.”“오길 잘했네. 안 왔으면 나만 못 먹을 뻔했잖아. 헤헤헤, 감사합니다.”서단이 안경을 고쳐 쓰며 환하게 웃었다.감동은 짧았고 식욕은 길었지만, 그것이야말로 지금 살아있는 자들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특권이리라.그러나 그 유쾌함의 뒤편, 짙은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차가운 눈동자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MJ갤러리 근처의 저택.불이 꺼진 거실은 고요하다기보다는 스산했다.수백억을 호가하는 명화들이 벽을 장식하고 있었지만, 그 그림들조차 이곳의 주인 앞에서는 숨을 죽인 듯 고요했다. 마치 포식자의 굴에 제물로 바쳐진 것처럼, 저택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멀티비전의 서늘한 푸른빛을 받으며 가죽 소파에 깊숙이 몸을 파묻은 남자, 최민준.표면적으로는 MJ갤러리의 관장이자 덕망 높은 미술품 수집가였으나, 실상은 인간의 욕망과 원한을 거래하는 탐욕의 포식자이자 이단의 영원을 탐하는, 영혼이 썩어가는 배신자였다.그는 크리스털 와인잔을 천천히 흔들며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화면 속에는 방금 전, 단의 일행이 오피스텔을 빠져나가는 CCTV 영상이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이단…… 그리고 서연.”최민준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붉은 와인이 잔의 벽을 타고 피처럼 끈적하게 흘러내렸다.“생각보다 빨리 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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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어리석은 아이

47화. 어리석은 아이수아가 말없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타닥, 탁. 그녀의 손놀림은 피아니스트처럼 우아했다.오피스텔 보안 서버를 우회해 영상을 끄집어내는 데 걸린 시간은 1분도 되지 않았다.화면 속, 단의 품에 안겨 환하게 웃고 있는 서연의 얼굴이 화면에 가득 찼다. 눈가에는 피곤함이 서려 있었지만, 입가에는 전에 없던 생기와 자신감이 넘쳐흘렀다.“호오, 독기가 올랐어. 빚쟁이들한테 시달리더니 눈빛이 제법 매서워졌구나. 예전의 그 겁먹은 강아지 눈빛이 아니야.”최민준이 혀를 찼다.“수아야, 저 어리석은 아이를 좀 보거라. 내가 빚도 탕감해 주고 안락하게 살 수 있도록 거둬주려 했는데, 복을 제 발로 걷어차 버렸지.내 관심을 받고도 돌아서는 어리석은 놈들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알려주어야 한단다. 그래야 우리의 울타리가 튼튼해지거든.”“……그렇군요.”수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서연의 프로필 창을 띄웠다.[이름: 서연 / 나이: 28세 / 특이사항: 부친의 사업 실패로 인한 35억 채무 보유]수아의 시선이 모니터 속 텍스트에 머물렀다. 부친의 사업 실패. 남겨진 거액의 빚. 그리고 그것을 오롯이 떠안은 딸.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모니터 속 서연의 사연은, 수아의 가슴 깊숙이 묻어두었던 아픈 과거를 거울처럼 비추고 있었다.몇 해 전, 부모님이 감당할 수 없는 빚에 눌려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그해의 겨울이 떠올랐다.장례식장에 들이닥친 사채업자들, 깨져버린 영정 사진.......그 지옥 같은 세상에서 그녀를 건져 올린 구원자. 그게 바로 최민준이었다. 그는 수아 부모님의 빚을 대신 갚아주고, 갈 곳 없는 그녀를 양녀로 삼아 따뜻한 울타리 안으로 거두어주었다.‘관장님이 아니었다면 난 이미 이 세상에 없었겠지.’그가 주는 파격적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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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두려움

48화. 두려움서단은 수아의 손을 치우고, 검은 화면 위로 흐르는 초록색 코드들을 홀린 듯 바라보았다.수아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다. 어두운 집안 환경 때문에 늘 불법적인 루트만 파고들던 자신의 코드가 부끄러웠다.하지만 서단의 입에서 나온 말은 비난이 아니었다.“아름답다……”“네……?”“마치 시 같아. 군더더기 하나 없이, 기승전결이 완벽한 운율이야. 어떻게 이런 로직을 짜지?”서단이 반짝이는 눈으로 수아를 돌아보았다. 그 눈빛에는 티끌 하나 없는 순수한 동경이 담겨 있었다.“수아야. 넌 나중에 꼭 화이트 해커 해라. 이 재능, 어둠 속에 숨기기엔 너무 아까워. 세상의 빛이 되는 코드를 짜야 해, 너는.”그가 건네준 식은 커피조차 따뜻하게 느껴지던 밤이었다. 그가 말해준 빛이라는 단어가, 어둠 속에 살던 수아에게 처음으로 꿈을 꾸게 했다.‘선배가…… 왜 저 여자 옆에 있는 거지? 왜 저기서 웃고 있는 거야?’수아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화이트 해커가 되라던 선배의 응원과 달리, 자신은 지금 어둠의 심부름꾼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선배가 지금, 자신이 무너뜨려야 할 타깃 옆에 서 있다.그저 우연히 만난 것일까. 가슴 한구석이 욱신거렸다. 묻어두었던 양심이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왜 그러느냐? 아는 얼굴이라도 있더냐?”최민준의 질문에 수아는 회상과 표정을 황급히 지웠다.그는 친절한 아버지 역할을 하고 있었으나, 그의 기준에서 벗어나는 순간 예상치 못한 두려움을 선사하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동요를 들켰다가는 그 원인인 서단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그가 요청하는 것 이외의 것은 절대 궁금해해서도 안 되었기에 수아는 궁금함과 두려운 마음을 진정시키고 조용히 대답했다.“아닙니다. 그냥…… 화면에 노이즈가 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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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 똑 똑

49화. 똑 똑그가 서연을 떼어놓은 진짜 이유는 배려가 아니었다. 자신의 몸이 무너져가는 꼴을, 이 흉측한 균열을 그녀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였다.처음엔 그녀가 도망갈까 봐 옭아맸지만, 이제는 그녀가 자신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겁먹거나 실망할까 봐 두려워진 것이다.아니, 그보다 오늘은 이성을 지킬 자신이 없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손을 잡고 어깨를 감싸 안았지만 그녀의 살내음은 너무도 매혹적였다. 날이 갈수록 더 깊이 들이마시고 싶고 더 깊이 닿고 싶어졌다.손에 하는 키스만으로도 부끄러워하는 그녀에게 더 많은 것을 바랐다가는 그녀가 도망쳐 버릴 것만 같았다.욕실 거울 앞. 자욱하게 서린 수증기 사이로, 거울 앞에 선 남자의 나신이 흐릿하게 비쳤다.완벽한 비율, 탄탄한 근육. 천년을 늙지 않은 육체는 조각상처럼 아름다웠다.매끄럽고 단단한, 최상급 백자처럼 결점 하나 없던 그의 피부 위로 이질적인 흔적이 생겨나 있었다. 심장 부근의 미세하지만 선명한 푸른색 실금.유약 바른 도자기가 열을 견디지 못하고 표면이 갈라지는 빙열과도 같았다. 단은 떨리는 손가락으로 그 금을 조심스럽게 훑었다.“으윽……!”손끝이 닿자마자 찌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단순히 칼에 베인 상처의 쓰라림이 아니라, 영혼의 밑바닥부터 타올라 육체를 갉아먹는 작열감이었다.천년 전, 그날. 살이 타들어가고, 뼈가 녹는 그 끔찍한 고통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연이어 신력을 과하게 쓴 대가인가?’단은 붕괴기에 신력을 사용하는 것을 극도로 자제해 왔다. 붕괴기에 신력을 쓰면 그렇지 않아도 날카로운 신경이 날 선 칼날처럼 더욱 예민해져 그의 몸과 정신을 난도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붕괴기는 평소보다 일찍 찾아온 탓에 미처 대비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연을 혼자 보낼 수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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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미치겠군

50화. 미치겠군단은 순순히 서연의 말을 따라 침대에 누워 그녀의 손길을 받았다.“제가 또 계산은 철저하거든요. 어디 가서도 일 잘한다는 소리만 듣는 사람이라고요, 제가.”억지로 단을 침대에 뉘운 서연은 단의 차가운 손을 자신의 양손으로 감싸 쥐고 호호 입김을 불었다.단의 손을 자신의 따뜻한 볼에 갖다 대었다. 다시 깍지를 꼈다. 손을 비볐다.호들갑스럽기까지 한 모습이 고맙고 사랑스러웠다.가슴께에서 타오르던 불길이 잡히고, 벌어지려던 균열이 멈췄다.“흐으으으음…… 하아…….”단은 저도 모르게 깊은숨을 내쉬며 서연의 어깨에 이마를 툭 기댔다.“많이 힘들었나 보네. 괜찮은 거 맞아요?”“이렇게…… 조금만 더 있어 주면 될 것 같아.”이 여자가 없으면, 자신은 이제 단 하루도 이 지옥 같은 고통을 견딜 수 없을지도 모른다.하지만 동시에, 언젠가 맞이할지도 모를 끔찍한 파국에 자신의 곁에 있는 이 여자가 휘말리게 될까 봐 두려워졌다.먼 선조의 약속 하나 때문에, 괴물이나 다름없는 자신을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서연이 오늘따라 사무치게 안쓰러웠다.단은 속마음과 달리, 서연의 손을 더욱 꽉 움켜쥐었다.안쓰러움과 달리 욕심이 피어올랐다. 이 여자를 영원히 독점하고 싶었다.천년을 참아낸 보상이라고 억지를 부려서라도 곁에 두고 싶었다.신이 있다면, 이번만은 눈감아달라고 빌고 싶었다.“따뜻하군. 너는 괜찮은 건가?”단이 서연을 살피며 나직하게 중얼거렸다.“당연하죠. 비싼 밥 먹고 왔잖아요! 힘이 마구 솟아납니다.”서연이 웃으며 단의 젖은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그 무방비한 손길이 닿은 순간, 단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단은 홀린 듯 시선을 들어 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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