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도공의 유일한 구원자: Chapter 51 - Chapter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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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화. 마음먹었거든요

51화. 마음먹었거든요 “결국 참지 못하고 신선의 힘을 감당할 백자를 다시 빚기로 결심한 거야. 제 영혼까지 내던질 각오로 말이지. 자신의 몸에 갇힌 신력을 그 백자로 옮겨 담으면,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가 영원한 안식을 맞이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거야.” 단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지난 100년 동안 그 누구에게도 꺼내지 못했던, 스스로를 향한 고해성사였다. “……온 힘을 다했다. 천 년 전 했던 그대로, 기도를 올리고, 백일 동안 백 개의 그릇을 빚었지. 내 신력이 반응하는 완벽한 순백의 그릇 단 하나를 만들기 위해. 그리고 마침내 완벽한 백자가 완성되려던 순간이었지.” 단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려왔다. “최민준이 나를 배신했다. 놈은 내가 가장 아끼는 제자였어. 길거리에서 얼어 죽어가던 것을 거두어 정성껏 키운 아이였다. 내 기술뿐만 아니라, 나의 고독과 아픔까지 온전히 이해하는 유일한 아이라 믿었다.” 단이 허망한 듯 숨을 내쉬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놈은 내 불멸성을 탐내고 있었더군.” 가마 문을 열던 날, 단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탈진으로 쓰러졌고, 신선의 힘은 그릇에 온전히 담기지 못했다. 그러나 최민준의 집착이 하늘의 움직임을 바꾼 것인지, 그릇에 옮겨 담으려던 신선의 힘 중 일부가 최민준의 육신으로 흘러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루나가 다시 다리를 꼬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래. 최민준은 도망쳤고, 지난 백 년 동안 훔친 신선의 힘을 이용해 오염된 파편이 붙어 있는 물건들을 찾아냈어. 그리고 그 물건들에 악의를 덧씌워 악귀로 만들었지. 그렇게 만들어진 물건들을 팔아 상상도 못 할 막대한 부와 권력을 쌓아 올린 거야.” “악귀를 만들어낸다고요? 말도 안 돼...... 그게 가능하다는 건가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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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화. 딸깍.

52화. 딸깍. 지난 1년간 서연은 이자의 노예였다. 원금은커녕 이자만 막느라 쓰리잡, 포잡을 뛰며 컵라면으로 연명했던 악몽 같은 나날들. 숨만 쉬어도 불어나는 이자 폭탄. 그 지옥 같던 날들이 오늘 단 한 번의 클릭으로 끝나는 것이다. 서단의 스마트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화면에 [우주스타 은랑 형님]이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 은랑은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틈만 나면 서단에게 연락을 했다. 또 두둑한 용돈을 쥐여주는 대가로, 연의 소식을 꼬박꼬박 전해 들었다.  통화를 연결하자 메이크업을 받던 은랑이 씩 웃었다. [서단! 시작했어?! 나 지금 화보 촬영 대기실인데, 나도 볼 거니까 완료할 때까지 공유해 줘!] “네 형님, 상환 버튼 누르기 직전입니다!” [대박! 서연 누나 표정 잘 나오게 확대해서 보여줘!] 은랑은 제법 자연스럽게 누나라고 부르고 있었다. 몇 번 들어보기는 했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전화기 속에서 들리는 은랑의 "누나" 소리에 서연이 팔을 쓱 문질렀다. 단이 스마트폰 앵글 안으로 슬그머니 다가오며 나직하게 대답했다. “넌 어딜 가도 시끄럽군. 조용히 해라.” 서단이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최종 상환 금액을 화면에 띄웠다. “눌러, 누나.” 서연은 침을 꿀꺽 삼켰다. 떨리는 손가락이 노트북 엔터키 위에 올라갔다. 아빠의 사고 소식에 오열하던 엄마, 집안에 빨간 딱지가 붙던 날, 밤잠을 줄이며 했던 각종 알바들…… “안녕이다!” 딸깍. [대출 전액 상환이 완료되었습니다.] [채무 잔액: 0원] [입출금 가능 잔액: 1,508,850,777원] "……!" 거실에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화면 속 [0원]이라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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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화. 짜잔

53화. 짜잔어머니의 목소리는 반가움보다 걱정이 앞서 있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반가움과 불안이 동시에 그녀의 눈동자에 담겨 있었다.서연은 숨조차 고르지 않고 가방에서 채무 변제 확인서와 통장이 든 종이봉투를 꺼내 들었다.“엄마, 아빠. 놀라지 말고 들어. 우리…… 빚 다 갚았어! 짜잔!”서연의 목소리가 물기에 젖어 떨려 나왔다.“이자까지 싹 다 끝냈어. 1원도 안 남았어. 아니, 이제 우리 부자야.”“뭐……?”"서재호 사장님, 이정숙 여사님 우리 부자라구요!"어머니가 사과를 깎던 과도를 떨어뜨렸다.쨍그랑.아버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마비되지 않은 손으로 휠체어 바퀴를 급하게 굴려 다가왔다. 초점 없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그게…… 무슨 소리냐? 그 큰돈을 너희가 어떻게…… 단이 너 혹시 나쁜 짓 한 거 아니지? 그 컴퓨터로, 응? 그런 거 아니지?”“아니야, 엄마! 절대 아니야. 나랑 단이, 아주 큰 회사에 스카우트됐어. 조건이 엄청 좋아! 그리고 여기…… 빚 다 갚고 남은 돈 15억이야.”서연이 통장을 어머니의 손에 쥐여드렸다.“여사님 진짜예요. 일부러 ATM 가서 통장 찍어왔거든요 엄마. 아빠 안 믿으실까 봐. 이걸로 아빠 당장 1인실로 옮겨. 아니, 서울에 있는 큰 재활병원으로 가자. 엄마도 깨끗한 아파트 사서 지내고.”서연의 눈에서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하지만 어머니는 통장을 펼쳐보지도 않았다. 잠시 침묵하던 어머니는, 떨리는 손으로 통장을 다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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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화. 연의 가족

54화. 연의 가족자신이 굶더라도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게 좋은, 그런 바보 같은 사랑이었다.서연은 가슴이 먹먹해져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15억이라는 거액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부모님.가족이 함께할 미래를 소망하는 그 마음이 뼈저리게 사무쳤다. 연이 왜 그토록 이들을 지키고 싶어 했는지, 왜 악착같이 버텨냈는지 알 것 같았다.“알았어…… 흐흡…… 우리가 잘 불려놓을게. 서단이가 재테크 천재잖아. 나중에 이 돈으로 옛날 집보다 더 좋은 집 지어줄게. 약속해.”서연이 눈물을 닦으며 억지로 웃어 보였다. 서단도 씩씩하게 누나와 부모님을 와락 끌어안았다.“그래. 우리 누나 말이 맞아. 엄마, 아빠. 내가 이 돈 10배로 불려놓을게. 나만 믿어.”“아들아, 아빠도 여기에서 공부 많이 했어. 머지않아 새로운 시대가 열릴 거다. AI 시대를 대비해야 해. 그러니 혹 주식 투자를 하려거든 관련된 주식이나 반도체를 꼭 검토해야 한다. 알았지?”“오~ 아빠 멋진데?”“이 아빠가 퇴원만 하면 뭐든 할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고 있단다. 주식도 공부하고, 자격증 공부도 하고 있고. 병원에 확인해 봐야겠지만 재활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올려볼까도 생각해 봤단다. 어때, 아빠 잘하고 있지?”“와, 우리 아빠 정말 대단해요! 하지만 무엇보다 재활을 최우선으로 둬야 하는 거 알죠?”“그럼 그럼, 알다마다.”네 식구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다가 웃었다. 아버지는 그 틈바구니에서 또 한마디를 던졌다.“거참, 15억이라니…… 억하고 놀라서 억하고 쓰러질까 봐 억이쿠 놀라라.”“아빠 제발……”서단이 질색하며 고개를 저었지만, 입가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낡고 초라한 병실 안이 그 어떤 궁전보다 훈훈한 온기로 가득 찼다.단은 병실 문 밖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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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화. 아재 개그

55화. 아재 개그단이 어색하게, 하지만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그러자 눈물을 훔치던 아버지가 휠체어를 조금 더 가까이 들이대며 눈을 반짝였다.“저기, 근데 성함이 '이단'이라고 하셨습니까?”“아…… 네. 그렇습니다만.”단이 영문을 모른 채 대답했다. 아버지는 무언가 엄청난 것을 발견한 듯한 표정으로 씩 웃었다. 서연과 서단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안 돼, 아빠. 제발…… 멈춰! Stop. Don't do it.’서연이 간신히 입을 열어 막으려 했다.“아빠……”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아재 개그 폭격기의 시동은 이미 걸려 있었다.“허허, 이름이 참…… 강하시네요. 우리 아들도 단인데…… 태권도 유단자신가? '이단(2단)'이시면, 승급 심사 보시면 '삼단(3단)' 되시는 겁니까? 허허허!”“……”“우리 서단이는 삼단입니다. 삼단(3단), 이단과 서단이 만났으니 사단이 인사하러 오겠군요. 으하하하하!”재호는 자신의 재치에 매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어찌 보면 칭찬을 바라는 기대마저 보였다.하지만 재호의 기대와는 다르게 병실 안에 북극 한파가 몰아닥쳤다. 서연은 이마를 짚었고, 서단은 먼 산을 바라보았다.정숙조차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사과를 깎는 척했다. 하지만 단은 이 썰렁한 농담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해 진지한 표정으로 고민에 빠졌다.“무술은…… 예전에 좀 다양하게 익히긴 했습니다만, 단증은 없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9단 정도는 될 것 같습니다.”“오오! 9단이라구요? 구구단(99단)! 그거 참 외우기 힘들겠군요! 이일은 이, 이이는 사! 으하하하!”“구구단 말씀이십니까? 19단까지는 가능합니다만……”“……” “……” 이번엔 진짜였다. 서연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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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화. 마의 구간

56화. 마의 구간서울 마포구, 행복 초등학교 앞 사거리.겉보기에는 더없이 평범하고 안전해 보이는 어린이 보호구역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 도로는 인근 운전자들 사이에서 '마의 구간' 혹은 '타이어 무덤'이라 불리며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제한 속도인 시속 30km를 단 1km라도 넘기면, 그 즉시 멀쩡하던 타이어가 펑크가 나거나 엔진이 꺼져버리는 기이한 사고가 연일 계속되는 탓이었다.성북동 저택의 거실. 뉴스 화면에서는 견인차에 실려 가는 고급 승용차의 모습이 보도되고 있었다. 네 바퀴의 타이어가 맹수의 이빨로 물어뜯은 듯 처참하게 찢겨 너덜거리고 있었다.“보시다시피, 이번 달에만 벌써 15번째 사고입니다. 경찰과 국과수는 도로 위에 쇠붙이나 못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수색했지만, 현장 조사 결과 사고 유발 물체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인근 주민들은 '귀신의 소행'이라며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뉴스를 보던 서단이 노트북 키보드를 빠르게 두드리며 콧잔등에 걸린 안경을 고쳐 썼다.“단순 사고가 아니야. 저 구역 사고 데이터, 분석해 봤어. 사고 발생 시간이 전부 오후 2시에서 4시 사이야. 아이들 하교 시간과 정확히 일치해.”서단이 노트북 모니터를 돌려 데이터를 보여주었다.“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건, 사고 차량들의 블랙박스 데이터야. 사고 직전 속도가 전부 시속 31km 이상이었어. 딱 1km라도 넘기는 순간 펑 하고 터졌어. 마치 누군가 속도계를 감시하고 있다가 버튼을 누른 것처럼.”키보드 소리가 다시 한번 나고 서단이 말했다.“잠깐…… 사고의 시작은 올해 3월부터야. 개학 시점에 맞춰서 시작했는데?”소파에 기대앉아 서연의 손을 만지작거리던 단이 몸을 살짝 일으켰다.“인간의 법보다 더 엄격한 규율이라. 기계적인 오류나 우연이라기엔 너무나 작위적이군. 누군가의 강한 '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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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화. 스쿨존의 유령

57화. 스쿨존의 유령“약속해. 오늘은 일단 정찰만 하는 거야. 무리해서 귀신이랑 싸우거나 제압하려고 하지 마. 타이어 봤지? 저런 힘이면 누나는 바로 기절각이라고! 무리하면 엄마한테 이른다!”서단이 서연의 손을 꼭 잡으며 당부했다.“엄마 무서운 거 알지? 가서 상황만 보고, 위험하다 싶으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바로 철수해. 알았지? 나중에 은랑 형이랑 루나 누나까지 다 같이 가서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을 때 하자고. 응?”서연은 동생의 걱정 어린 눈빛에 피식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알았어, 잔소리쟁이. 정찰만 하고 올게. 위험하면 바로 도망칠게. 약속.”남은 식구들의 걱정을 뒤로한 채 두 사람은 차에 올랐다.단이 직접 서연의 안전벨트를 매주었다. 단이 몸을 기울이는 순간 서연은 숨을 멈췄다.가까이에서 느껴지는 그의 체온과 희미한 향기가 이상하게 신경 쓰였다.“연, 너무 긴장하지 마라. 서단의 당부대로 보고만 올 거니까. 내 옆에서 떨어지지 말고. 손도 놓지 말고.”"넵!" 연이 아주 짧게 대답했다.‘와…… 이거 드라마 촬영도 아니고. 심장 탈출할 뻔했습니다. 고용주님, 자제 좀 부탁드려요.’7월의 태양이 아스팔트를 녹일 듯이 내리쬐고 있었다. 지면에서 올라오는 아지랑이가 시야를 어지럽혔다.노란색 펜스와 신호등으로 잘 정비된 어린이 보호구역이었지만, 밝은 색과는 달리 그곳의 공기는 묘하게 축축하고 무거웠다.하교 시간이 되자 교문이 열리고 아이들이 병아리처럼 쏟아져 나왔다. 어머니회 조끼를 입은 학부모들이 깃발을 흔들며 아이들을 인솔하고 있었다.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재잘거림이 가득한, 더없이 평화로운 풍경이었다.하지만 서연의 눈에는 다른 것이 보였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뜨거운 아스팔트 위, 횡단보도 한가운데에 서 있는 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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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화. 기념일

58화. 기념일 [죽어…… 죽어버려…… 규칙을 안 지키면 죽어…… 내 아이가 위험하잖아…… 저것들이 내 아이를 다치게 해…… 다 죽어야 멈출 거야…….] 그것은 살의였다. 그녀가 정한 규칙을 어긴 모든 것을 적으로 간주하는 광기였다. 운전자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차를 긁어대는 소리에 기겁하며 뒷걸음질 쳤다. “뭐, 뭐야! 이거 왜 이래! 아무것도 없는데 소리가 왜 나!” 서연이 그 광기를 보고서도 귀신에게 다가갔다. 그녀에게는 광기보다 여인의 슬픔이 더 크게 느껴져서였다. 단이 서연의 손을 살짝 잡아당기며 고개를 저어 막으려 했지만, 서연의 손이 횡단보도 앞 신호등을 짚는 순간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서연의 절대안이 발동했다. 그녀의 시야 속으로 1년 전 그날의 비극이, 그리고 그 속에 담겨 있던 눈물겨운 사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기억 속: 1년 전, 비 오는 오후] 장대비가 쏟아지던 하굣길이었다. 엄마 ‘수진’은 파란색 우산을 들고 교문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한 손에는 큰맘 먹고 산 유명 제과점의 초콜릿 케이크 상자가, 다른 손에는 휴대폰이 들려 있었다. 징, 징. 휴대폰이 짧게 진동했다. 화면에 뜬 이름은 ‘내 사랑 곰돌이’. 남편이었다. [여보, 나 오늘 칼퇴! 지민이 갖고 싶다던 로봇 장난감 구했어. 그리고…… 당신 줄 꽃다발도 샀지. 오늘 우리 세 식구 파티 제대로 하자. 사랑해, 내 사랑.] 수진의 입가에 빗물보다 투명한 미소가 번졌다.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 때 처음 만난 두 사람. 10년이 넘는 연애 끝에 결혼했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아 남몰래 눈물 흘린 날들이 많았다. 병원을 전전하며 수없는 실패 끝에 기적처럼 찾아와준 아이가 바로 지민이었다. “수진아, 고마워. 나한테 와줘서 고맙고, 우리한테 이런 천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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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화. 부적

59화. 부적남편 민호는 영정 사진 속 환하게 웃는 아내를 끌어안고 울부짖었다. 목이 쉬어 쇳소리가 나고, 바닥을 얼마나 긁었는지 손톱이 다 뒤집어져 피가 배어 나왔지만 그는 고통조차 느끼지 못했다.그 옆에는 백발이 성성한 노부부가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수진의 부모님이었다. 자식을 앞세운 부모의 고통과 슬픔은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아이고, 내 새끼! 이 불효막심한 것아! 어미보다 먼저 가는 법이 어디 있냐! 나를 데려가라, 차라리 이 늙은 년을 데려가지 왜 꽃 같은 내 새끼를……!”수진의 어머니는 딸의 이름을 부르다 실신하기를 수차례, 깨어나면 또다시 딸을 찾으며 제 가슴을 주먹으로 짓이겼다. 억장이 무너진 아버지는 벽에 머리를 찧으며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귀하게 키운 딸을,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게 해주겠다던 사위의 손에 넘겨주었는데, 돌아온 건 싸늘한 주검이었다.그 지옥도 한가운데, 덩그러니 남겨진 여덟 살 지민이는 검은 상복을 입은 채 영혼이 빠져나간 인형처럼 앉아 있었다. 엄마가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아이의 눈동자는 텅 비어 있었다.목이 터져라 울부짖다가 끝내 실신해 업혀 나가는 남편의 축 처진 등, 넋이 나가 벽만 바라보는 늙은 부모님의 등을 보며, 허공에 뜬 수진의 영혼도 피를 토하듯 같이 울었다.[엄마…… 아빠…… 여보…… 미안해…… 나 여기 있어…… 울지 마…….]하지만 그녀의 손은 산 사람들의 몸을 허무하게 통과할 뿐이었다.장례식이 끝나고, 남겨진 사람들의 삶은 처참하게 부서졌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던 행복했던 집안은 이제 썩어가는 음식 냄새와 굴러다니는 술병으로 가득 찼다.세상에서 가장 성실하고 다정했던 남편은 직장도 나가지 않은 채 폐인이 되었다. 그는 수진이 입던 옷을 끌어안고 하루 종일 베란다에 위태롭게 서 있거나, 술에 취해 허공에 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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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화. 악마의 계약

60화. 악마의 계약“이 부적을 가지면, 당신은 '도로의 지배자'가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차도 당신의 허락 없이는, 당신이 정한 속도 이상으로는 절대 달릴 수 없게 만들 수 있죠. 당신의 기적 같은 아이와, 당신의 영원한 첫사랑을 완벽하게 지킬 수 있습니다. 이런 비극을 당신이 막을 수 있습니다.”수진은 그 말이 악마의 계약인 줄도 모르고, 오직 가족을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부적을 향해 손을 뻗었다.“제발…… 힘을 주세요. 우리 지민이와 남편마저 다치게 할 수는 없어요.”“탁월한 선택입니다, 부인.”최민준이 수진의 영혼에 부적을 박아 넣는 순간, 검은 가시들이 그녀의 영혼 깊숙이 파고들었다. 맑고 투명했던 그녀의 영혼이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그날 이후, 그녀의 순수한 사랑은 저주로 변질되었다. "가족을 지키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은, "위협이 되는 모든 것을 파괴한다"는 맹목적인 광기로 뒤틀려버렸다.그녀는 더 이상 다정했던 아내도, 따뜻한 엄마도 아니었다. 도로 위의 모든 차를 적으로 규정하고 부숴버리는 슬픈 괴물이 되어버린 것이었다.“허억!”숨을 몰아쉬며 서연이 현실로 돌아왔다.“단 씨…… 저 사람…… 아니, 저분……”기억에서 깨어난 서연은 비틀거리며 단의 팔을 잡았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저 귀신은 괴물이 아니었다.20대의 찬란한 시절부터 사랑을 키워온,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얻은 아이를 세상 무엇보다 아꼈던 평범하고 행복한 여자였다.그런 그녀를 최민준이 끔찍한 흉기로 만들어버린 것이었다.“도와주세요. 제발……”서연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단은 말없이 서연을 부축하며, 도로 한가운데서 피눈물을 흘리며 서 있는 수진의 원혼을 바라보았다.“나의 구원자께서는 나만의 구원자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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