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라간 쪽에서 물 끓는 소리가 먼저 왔다.궁문이 열린 지 얼마 안 된 시각이라 회랑 끝의 등롱이 아직 꺼지지 않은 채로 낮게 흔들렸고, 해가 뜨려면 아직 멀었고, 기둥과 기둥 사이가 검푸른 채로 있었다.등롱 밑에 류 상궁이 서 있었다.뒤에 아무도 없었고 손에 든 것도 없었다.한경이 입은 것은 남색 마면군에 옅은 자색 적삼이었고, 새벽 기운이 돌아 그 위에 잿빛 배자를 하나 걸친 차림이었다.깃이 낮고 소맷부리 끝동에는 은실로 놓은 넝쿨이 있었는데, 앞서 걷던 문지기가 등롱 든 손을 아래로 내리자 불빛이 치맛단에서 깃 쪽으로 거꾸로 올라왔고, 한경이 고개를 돌리는 동안 은실 몇 올이 떴다가 도로 가라앉았다."부인.""예.""…소인이 이 시각에 여기 나와 설 자리가 아닌 줄은 소인도 압니다.""예.""예. 예. 문 여는 시각을 소인이 잘못 들었나 하고, 어제 새벽에도 한 번 나와 봤습니다."류 상궁이 소매 안에서 무엇을 꺼내려다 놓쳤다.접힌 종이가 회랑 바닥에 떨어지면서 반쯤 펴졌고, 상궁이 그것을 줍는데 손끝이 두 번 미끄러졌다.다 줍고 나서 귀뿌리가 붉었다."어. 그 종이 말고요. 상궁님 손이요. 바닥이 차요."류 상궁이 종이를 도로 소매에 넣었다.넣고 나서 두 손을 앞으로 모으는데 소맷부리 한쪽이 접혀 올라간 채였고, 상궁이 그것을 내리지 않았다.* * *회랑을 돌자 수라간 뒷마당이 나왔다.담 아래 시렁에 물린 그릇이 엎어져 있었는데 큰 것에서 작은 것 순으로 줄이 맞았고, 줄 끝의 대접 하나만 비뚜름하게 놓여 있었다.안에서 사람 여럿이 오가는 소리가 나는데도 밖으로는 말소리가 하나도 새어 나오지 않았고, 문턱 옆 함지에서 김이 곧게 올라가다가 처마 밑에서 옆으로 꺾였다."저 대접이요. 저건 오늘 거네요.""…소인이요?""아. 상궁님 말고 대접이요.뒤가 아직 안 말랐잖아요."류 상궁이 시렁 앞으로 가서 비뚜름한 대접을 바로 놓고 돌아왔다."상궁님 여기 매일 나오시죠.""…물린 상이 나오는 것을 봅니다.나온 것
Last Updated : 2026-09-0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