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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통제 불능: Chapter 91 - Chapter 100

110 Chapters

91화

수아가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다가 갑자기 표정이 굳었다.“잠깐.”“왜?”수아가 화면을 확대했다.“이 메시지들…… 이상해.”나는 그녀에게 휴대전화를 건네받았다.[오늘 밤 아이들 데려와.][아무도 따라오지 못하게 해.][특히 준혁은 모르게.]분명 내 번호로 보낸 메시지였다.“뭐가 이상한데?”“발신번호는 네 번호가 맞아.”“그럼?”“그런데 이게 네 휴대전화에서 실시간으로 전송된 기록이 아니야.”나는 눈을 찌푸렸다.“무슨 뜻이야?”수아가 서버 기록을 보여줬다.“메시지가 전송된 시간은 밤 11시 42분.”“응.”“그런데 발송 예약은 세 시간 전인 저녁 8시 17분에 걸려 있어.”나는 숨을 멈췄다.“예약?”“그래.”수아가 화면을 넘겼다.“누군가 네 계정에 접속해서 메시지를 미리 작성한 다음 예약 전송을 걸어놨어.”“그럼 누군지 알 수 있잖아.”“문제가 그거야.”수아가 고개를 저었다.“접속 기록에는 네 휴대전화에서 인증된 것으로 남아 있어.”“내가 직접 접속했다는 뜻이야?”“아니.”수아가 단호하게 말했다.“누군가 네 휴대전화의 인증 토큰을 복제한 거야.”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그게 가능해?”“쉽지는 않아. 그런데 가능하다면 단순히 비밀번호를 훔친 것보다 훨씬 위험해.”그때 준혁이 끼어들었다.“그래서 네 회사에서 접속한 기록이 나온 거야.”나는 그를 바라봤다.“네 회사?”“회사 보안 서버를 거쳐서 예약을 걸었어.”“그럼 범인은 회사 사람이야?”수아가 고개를 저었다.“그것도 확실하지 않아.”“왜?”“접속 경로가 회사 내부망으로 찍혔지만 실제 기기는 회사 컴퓨터가 아니야.”“그럼?”“원격 접속.”수아가 화면을 가리켰다.“누군가 회사 내부망에 들어온 다음, 네 계정으로 로그인했어.”나는 천천히 화면을 내려다봤다.그 순간 준혁의 얼굴이 굳었다.“잠깐.”“왜?”“접속 시간이 언제야?”수아가 시간을 확인했다.“저녁 8시 17분.”준혁이 고개를 들었다.“그 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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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화

나는 그 여자를 바라본 채 움직일 수 없었다.“……미영 언니?”내 입에서 이름이 흘러나왔다.여자는 웃었다.“기억났네.”7년 전.내가 직접 장례식장에 갔던 사람.내 손으로 영정사진 앞에 국화꽃을 놓았던 사람.죽었다고 믿었던 사람.박미영.그런데 그녀가 지금 내 앞에 서 있었다.“어떻게…….”내 목소리가 떨렸다.“살아 있었어?”미영은 대답 대신 내 옆에 서 있던 서준을 바라봤다.아이의 얼굴이 굳었다.“엄마.”“응.”“저 아줌마 알아.”미영이 웃었다.“당연하지.”그녀가 서준에게 다가갔다.“내가 너를 처음 데려왔으니까.”순간 수아가 아이를 뒤로 숨겼다.“오지 마.”미영이 피식 웃었다.“여전히 겁이 많네, 수아.”나는 수아를 돌아봤다.“너도 알고 있었어?”“아니.”“정말?”“진짜 몰랐어.”미영이 끼어들었다.“수아는 몰랐어.”나는 미영을 노려봤다.“그럼 누가 알고 있었는데?”미영의 시선이 준혁에게 향했다.준혁의 얼굴이 굳었다.“나.”“…….”“준혁은 알고 있었어.”나는 준혁에게 다가갔다.“너 알고 있었어?”“서윤아.”“언니가 살아 있는 거.”“…….”“언제부터?”준혁은 눈을 감았다.“처음부터.”내 손이 떨렸다.“그런데 나한테 죽었다고 했어?”“네가 알아서는 안 됐으니까.”“왜?”“미영이 살아 있다는 걸 네가 알게 되면…….”그가 말을 멈췄다.“뭐?”미영이 대신 말했다.“네가 나를 죽이러 올 테니까.”나는 헛웃음을 흘렸다.“내가?”“그래.”“내가 왜?”미영의 표정이 차갑게 변했다.“내가 네 남편을 빼앗았으니까.”방 안이 얼어붙었다.나는 준혁을 바라봤다.“무슨 말이야?”준혁은 입을 열지 못했다.미영이 말했다.“7년 전, 준혁과 나는 같이 살았어.”“…….”“그때 네가 우리를 발견했지.”머릿속이 깨질 듯 아팠다.“아니야.”“네가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해.”미영이 웃었다.“그날 네가 직접 기억을 없애달라고 했으니까.”나는 그대로 굳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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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화

태경이 노트북 화면을 돌려놓았다.“이걸 먼저 봐.”화면에는 시간대별 접속 기록이 빽빽하게 찍혀 있었다.나는 화면 가까이 다가갔다.“이게 뭐야?”“네 계정 접근 기록.”“내가 로그인한 기록?”“정확히는 네 계정의 인증 세션 기록.”태경이 한 줄을 확대했다.날짜와 시간이 보였다.“이 시간…….”“네가 수아한테 메시지를 보냈다고 알려진 시간이지.”심장이 내려앉았다.그동안 모두가 그 메시지를 내가 보낸 것처럼 말했다.내 계정에서 발송됐고, 내 이름이 찍혀 있었고, 수신자도 나를 알고 있었다.그래서 나도 한때는 내가 미쳤던 건 아닐까 의심했다.그런데 태경은 고개를 저었다.“네가 보낸 게 아니야.”“확실해?”“그것도 아니야.”나는 인상을 찌푸렸다.“뭐가 확실하지 않은데?”태경이 화면을 가리켰다.“이 기록만으로는 누가 보냈는지 특정할 수 없어.”“왜?”“메시지가 네 계정에서 발송된 건 맞아.”“그럼 내가 보낸 거잖아.”“아니.”태경이 단호하게 잘랐다.“계정에서 발송됐다는 것과 네가 직접 입력했다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야.”방 안이 조용해졌다.태경은 다음 화면을 열었다.“여기 봐.”로그인 인증 기록이었다.내 계정에 접속한 시각.인증 방식.접속 환경.세션 생성 시간.그리고 마지막으로 세션이 종료된 시간까지 전부 남아 있었다.나는 화면을 따라가다 멈췄다.“잠깐.”“왜?”“이건 내 휴대전화가 아니잖아.”태경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그럼 누군가 내 계정에 들어왔다는 거야?”“가능성이 높아.”“가능성이 아니라 확실한 거 아니야?”“여기까지만 보면 그래.”태경이 또 다른 창을 띄웠다.“그런데 문제가 있어.”“뭔데?”“접속한 기기가 특정되지 않아.”나는 눈을 깜빡였다.“무슨 뜻이야?”“회사 보안망을 거쳐서 접속했어.”“회사 보안망?”“강림그룹 내부 인증 서버.”나는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그러면…… 회사 사람이 내 계정에 들어갔다는 거야?”태경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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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화

“마지막으로 보낸 메시지도 네가 보낸 게 아니야.”태경의 말이 끝났는데도 나는 휴대전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내 번호.내 계정.내 이름.그런데 내가 보낸 게 아니다.“그럼 누가 보낸 건데?”태경이 고개를 저었다.“아직 몰라.”“93화에서 로그인 기록까지 확인했잖아.”“로그인 기록은 확인했지.”“그런데 왜 못 찾아?”태경이 화면을 확대했다.“이것 때문이야.”새로운 기록 하나가 화면에 떠올랐다.나는 날짜를 확인했다.“예약?”“그래.”“뭐가 예약됐다는 거야?”“메시지 발송 자체가 예약돼 있었어.”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언제?”“발송되기 훨씬 전에.”“얼마나?”태경이 잠시 머뭇거렸다.“최소 며칠 전.”순간 소름이 돋았다.“그럼 누군가 며칠 전에 내 계정에 들어와서 메시지를 예약했다는 거야?”“그럴 가능성이 있어.”“또 가능성?”“서윤아, 지금까지 확인된 건 네 계정에서 예약 메시지가 생성됐다는 사실이야.”태경이 차분하게 말했다.“누가 예약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어.”나는 이를 악물었다.“그럼 발신번호는?”“네 번호.”“그것도 조작할 수 있어?”“번호를 바꾼 게 아니야.”태경이 화면을 가리켰다.“처음부터 네 계정에서 예약된 메시지니까 발신번호가 네 번호로 찍히는 게 정상이지.”나는 멍하니 화면을 바라봤다.“그러니까…….”내가 천천히 말했다.“범인은 내 번호를 훔친 게 아니라 내 계정으로 들어와서 내가 보낸 것처럼 예약해 놓은 거네.”“그게 현재 가장 유력한 가설이야.”“그럼 범인을 찾을 수 있잖아.”“아니.”태경이 단호하게 말했다.“여기서 더 큰 문제가 생겨.”“뭔데?”그가 예약 메시지의 생성 정보를 열었다.접속 시간.인증 세션.예약 생성 시간.발송 시간.그런데 생성 당시의 접속 환경이 일반적인 기기 정보로 남아 있지 않았다.나는 얼굴을 굳혔다.“왜 기기 정보가 없어?”“관리자 인증 세션을 사용했기 때문이야.”“그럼 누가 관리자 인증을 썼는지는?”“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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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화

나는 수아의 이름이 찍힌 예약 메시지를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었다.내 계정으로 만들어졌고, 내 번호로 발송될 예정이었다.기록만 보면 범인은 나였다.문제는 내가 그 메시지를 만든 기억이 없다는 것이었다.“이거… 누가 만들었는지 정말 못 찾는 거야?”태경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현재 로그만으로는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계정은 서윤 씨 게 맞고, 인증된 세션도 실제로 존재했어요. 다만 관리자 권한을 가진 누군가가 그 세션을 이용했다면…”“내가 한 것처럼 만들 수 있다?”“네.”나는 입술을 깨물었다.기억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도 없었다.반대로 기록이 내 이름을 가리킨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했다고 인정할 수도 없었다.그때였다.문이 열리고 서준이가 들어왔다.“엄마.”아이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왜?”서준이는 내 옆에 앉더니 태경의 노트북 화면을 바라봤다.그리고 화면에 떠 있는 메시지를 한참 보았다.“이거… 전에 봤는데.”순간 내 손이 굳었다.“뭐라고?”“이런 거.”서준이는 화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엄마 이름으로 온 문자.”태경과 나는 동시에 아이를 바라봤다.“언제?”“옛날에.”서준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엄마가 아빠한테 보내는 거라고 했던 문자랑 비슷했어.”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서준아. 그 문자를 네가 직접 봤어?”“응.”“어디서?”“아빠 핸드폰에서.”태경이 조용히 노트북을 닫았다.나는 서준이 앞에 몸을 낮췄다.“엄마가 뭐라고 적혀 있었는지 기억나?”서준이는 고개를 저었다.“다 기억은 안 나.”“그럼 뭐가 기억나?”아이의 대답은 의외로 단순했다.“엄마가 화내면서 나가라고 했던 것.”숨이 멎는 것 같았다.나는 그런 문자를 보낸 기억이 없었다.하지만 그것보다 더 이상한 건 서준이가 그 문자를 ‘한 번’ 본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서준아.”나는 최대한 천천히 물었다.“그 문자… 한 번만 본 거 아니야?”서준이가 고개를 갸웃했다.“여러 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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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화

서준이의 말 이후, 나는 과거의 메시지를 다시 확인하기 시작했다.누가 보냈는지보다 먼저 봐야 할 게 있었다. 그 기록이 정말 그때 만들어진 것인지였다.태경은 내가 보관하고 있던 휴대전화와 외장하드에서 오래된 자료를 하나씩 꺼냈다. 문자 캡처, 통화 기록, 사진, 동영상. 나는 그동안 그것들을 기억을 증명해주는 조각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제는 달랐다.기록이 있다고 해서 진실인 건 아니었다.“이 영상부터 볼게요.”태경이 화면에 파일 하나를 띄웠다.나는 숨을 삼켰다.일곱 년 전 영상이었다.적어도 나는 그렇게 알고 있었다.화면 속 나는 지금보다 훨씬 앳돼 보였다. 머리를 묶은 방식도, 입고 있던 옷도 기억났다. 영상이 찍힌 장소 역시 내가 일곱 년 전 자주 드나들던 집이었다.나는 화면을 보면서 말했다.“이건 확실히 그때 찍힌 거야.”태경은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마우스를 움직여 파일 정보를 열었다.촬영 날짜.수정 날짜.생성 날짜.나는 무심코 화면을 바라보다가 눈을 좁혔다.“잠깐.”생성 날짜가 이상했다.“이게 왜 이 날짜야?”태경이 화면을 확대했다.“영상에 표시된 촬영 시점은 7년 전입니다.”“그건 나도 알아.”“그런데 파일 생성일은 최근이에요.”순간 머리가 멍해졌다.“최근?”“네.”나는 날짜를 다시 확인했다.분명 일곱 년 전 영상이라고 믿었던 파일이었다. 그런데 파일 자체가 만들어진 건 최근이었다.“복사된 거 아니야?”“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만으로 누가 조작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원본은?”태경이 잠시 말을 멈췄다.“그걸 찾아야 합니다.”나는 화면 속 나를 다시 바라봤다.영상 속 나는 카메라를 똑바로 보지 못하고 있었다. 누군가를 의식하는 것처럼 몇 번이나 화면 밖을 바라봤다.그 장면을 보자 이상한 감각이 올라왔다.나는 이 영상을 본 적이 있었다.한두 번이 아니었다.준혁이 내게 보여줬던 기억도 있었다.그때 준혁은 말했다.‘봐. 네가 얼마나 힘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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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화

준혁에게서 온 메시지를 읽은 뒤에도 나는 한동안 휴대전화를 내려놓지 못했다.일곱 년 전이라고 믿었던 영상의 파일 생성일은 최근이었다.그리고 그 사실을 내가 확인하고 있다는 것까지 준혁은 알고 있었다.나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신호음이 세 번 울리고 준혁이 받았다.“왜.”평소와 다르지 않은 목소리였다.나는 바로 물었다.“일주일 전 일 기억해?”잠시 침묵이 흘렀다.“무슨 일.”“내가 너한테 무슨 부탁을 했는지.”이번에는 준혁이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그리고 아주 차분하게 말했다.“이제 기억났어?”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무슨 말이야?”“네가 나한테 부탁했잖아.”“뭘?”준혁의 목소리가 낮아졌다.“네가 기억을 잃은 것처럼 행동해 달라고.”손끝이 차가워졌다.“내가?”“그래.”“내가 너한테 그런 부탁을 했다고?”“일주일 전이었어.”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준혁은 기다렸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네가 그날 나한테 직접 말했어. 당분간 네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행동해야 한다고.”“왜?”“나도 물었지.”“그래서?”“네가 아이들 때문이라고 했어.”아이들이라는 말에 심장이 내려앉았다.“무슨 뜻이었는데?”“그건 네가 말하지 않았어.”준혁은 아주 자연스럽게 말했다.“대신 나한테 하나만 약속해 달라고 했어.”“뭔데?”“네가 기억을 되찾은 것처럼 보여도 모르는 척해 달라고.”나는 손에 힘을 줬다.“왜 그런 부탁을 했는지 설명은?”“없었어.”“그런데 넌 그대로 믿었다고?”“믿은 게 아니야.”준혁의 목소리가 낮아졌다.“네가 그렇게 해달라고 했으니까 따른 거야.”나는 입술을 깨물었다.이상했다.너무 이상했다.일주일 전의 내가 정말 그런 부탁을 했다면 이유가 있어야 했다.그런데 내 기억에는 아무것도 없었다.준혁은 계속 말했다.“그리고 네가 오늘까지도 모르는 척하는 걸 보고 있었어.”“내가 모르는 척하는 게 아니라 정말 기억이 안 나는 거라면?”“그것도 네가 원한 거잖아.”“내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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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화

나는 준혁의 말을 믿지 않기로 했다.그렇다고 거짓말이라고 단정하지도 않았다.지금 내게 필요한 건 판단이 아니라 확인이었다.“일주일 전 기록부터 찾아줘.”태경이 노트북을 열었다.“어느 범위까지요?”“영상, 통화기록, 문자. 전부.”“계정 접속 기록도 같이 볼까요?”“응. 그날 내가 어디에 있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해.”태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날짜를 입력했다.일주일 전.준혁이 내가 자신에게 기억을 잃은 사람처럼 행동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주장한 바로 그날이었다.나는 그날을 아무리 떠올려도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몇 장면이 흐릿하게 떠올랐다가 사라질 뿐이었다.차 안.휴대전화.누군가와 마주 앉아 있던 것 같은 느낌.하지만 장소도, 시간도 확실하지 않았다.예전 같았으면 그 빈틈을 준혁의 설명으로 채웠을 것이다.하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았다.“찾았습니다.”태경의 목소리에 나는 화면을 바라봤다.“오전 9시 12분.”내 계정에서 접속 기록이 하나 있었다.“회사 보안망은 아니네요.”“네. 외부 네트워크입니다.”태경은 다음 기록을 열었다.오후 1시 48분.그리고 오후 6시 17분.그날 나는 세 번 다른 장소에서 접속한 흔적을 남겼다.“그런데 이상합니다.”“뭐가?”“준혁 씨가 말한 시간대가 비어 있어요.”나는 화면을 바라봤다.준혁은 밤 열한 시쯤 우리 집에서 나와 대화했다고 했다.그런데 그 시간대의 내 휴대전화에는 통화도, 메시지도, 계정 접속도 없었다.“그럼 집에 있었다는 건 확인할 수 없어?”“현재 기록만으로는 어렵습니다.”나는 잠시 생각했다.“영상은?”태경이 폴더를 열었다.일주일 전 생성된 영상 파일들이 나타났다.나는 하나씩 확인했다.대부분 짧은 영상이었다.주변을 찍은 것.차 안에서 찍은 것.누군가와 통화하기 직전 촬영한 것.그런데 내가 찾던 영상은 없었다.“원본이 삭제된 걸까?”“그럴 수도 있지만 아직 단정하면 안 됩니다.”태경은 파일의 복구 기록을 확인했다.그때 화면 한쪽에 작은 파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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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화

영상 속 내 얼굴을 한참 바라봤다.일주일 전의 나는 계속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누군가에게 들키지 않으려는 사람처럼.태경이 복구한 원본 영상은 길지 않았다. 하지만 이전에 확인했던 영상들과 달랐다. 이 파일에는 편집 흔적이 거의 없었고, 생성일과 촬영일도 일치했다.나는 다시 재생 버튼을 눌렀다.화면 속 내가 입을 열었다.“시간이 없어.”그리고 잠시 카메라 밖을 바라봤다.“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야 해.”내 손가락이 멈췄다.태경도 아무 말 없이 화면을 바라봤다.영상 속 나는 숨을 고른 뒤 다시 말했다.“준혁이 눈치채면 못 나가.”그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하지만 울고 있지는 않았다.오히려 이상할 만큼 차분했다.나는 영상을 멈췄다.“다시.”태경이 처음부터 재생했다.이번에는 말보다 주변을 봤다.영상이 촬영된 장소는 집이 아니었다.창문 밖으로 낯선 건물의 일부가 보였고, 테이블 위에는 내가 평소 사용하지 않는 검은색 가방이 놓여 있었다.그리고 그 옆에 서류 봉투 하나가 있었다.나는 화면을 확대했다.“저거 뭐야?”태경이 영상을 멈췄다.“서류 봉투 같습니다.”“글자가 보여?”화면을 확대했지만 선명하지 않았다.그때 영상 속 내가 다시 말했다.“이걸 들키면 끝이야.”나는 숨을 삼켰다.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했다.나는 누군가를 죽이려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나는 도망치려는 사람처럼 보였다.태경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서윤 씨.”“응.”“준혁 씨가 왜 기억을 잃은 척해 달라고 했다는 말을 했는지 이해가 되십니까?”나는 고개를 저었다.“아직.”“그렇다면 이 영상과 연결될 가능성이…”“있어.”나는 말을 끊었다.“하지만 준혁이 거짓말한다고 단정하지는 말자.”태경이 나를 바라봤다.“왜요?”“내가 정말 그에게 부탁했을 수도 있으니까.”그 말을 하는 순간에도 이상했다.내가 왜 준혁에게 그런 부탁을 했을까.무엇을 숨기려고 했을까.그런데 영상 속의 나는 답을 알고 있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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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화

영상이 끝난 뒤에도 나는 한동안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일주일 전의 내가 남긴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반복됐다.‘나는 준혁을 죽일 생각 없어.’그 한마디가 내가 알고 있던 모든 전제를 흔들었다.준혁은 내가 자신을 해칠까 봐 두려워했다고 말했다.내가 기억을 잃은 척해 달라고 부탁했다고도 했다.하지만 원본 영상 속 나는 달랐다.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도망치려고 했다.준혁에게서 벗어나려고 했다.그리고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서윤 씨.”태경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네.”“영상 마지막 부분에 이상한 게 하나 있습니다.”태경이 화면을 다시 돌렸다.영상이 끝나기 직전, 내 손이 화면 아래쪽으로 내려갔다.그리고 책상 위에 있던 작은 메모지가 화면에 잠깐 잡혔다.나는 화면을 확대했다.글자는 흐릿했지만 몇 단어는 읽을 수 있었다.‘수아.’나는 눈을 좁혔다.“김수아?”태경이 고개를 끄덕였다.“이름처럼 보입니다.”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수아.지금까지 나를 도와준 사람.내가 믿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그런데 왜 일주일 전의 내가 수아의 이름을 남겼을까.태경이 말했다.“확대해보겠습니다.”화면이 커졌다.이번에는 메모지의 문장이 조금 더 보였다.나는 천천히 읽었다.‘수아에게 맡기지 마.’가슴이 내려앉았다.“잠깐.”나는 손으로 화면을 가리켰다.“이거 확실해?”“화질이 낮아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다른 프레임도 확인해.”태경이 영상을 몇 차례 앞뒤로 움직였다.메모지는 단 세 프레임 동안만 보였다.그런데 그 짧은 순간에도 글자는 분명했다.‘수아에게 맡기지 마.’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수아한테 전화하지 마.”태경이 나를 바라봤다.“왜요?”“지금은 아무것도 묻지 말자.”수아가 범인이라는 뜻은 아니었다.오히려 그 반대였다.나는 너무 많은 것을 모르는 상태였다.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본 증거들은 계속 누군가의 손을 거친 뒤 내 앞에 나타났다.메시지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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