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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통제 불능: Chapter 81 - Chapter 90

110 Chapters

81화

“그 아이가 바로 3년 전 사고를 일으킨 이유야.”박정희의 말이 끝나자 나는 아이를 바라봤다.작은 손이 내 손가락을 꼭 붙잡고 있었다.“하윤이가?”“그래.”박정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 아이를 없애려고 했어.”준혁이 바로 소리쳤다.“누가!”박정희가 나를 바라봤다.“서윤이 너.”내 머릿속이 하얘졌다.“내가?”“사고 나기 전날 네가 나한테 전화했어.”“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하윤이를 데려가겠다고.”나는 고개를 저었다.“난 그 아이를 처음 봤어.”박정희가 씁쓸하게 웃었다.“그래.”“…….”“네 기억에서는.”수진이 욕을 뱉었다.“또 기억 타령이야?”박정희가 수진을 노려봤다.“네가 제일 잘 알잖아.”“뭘!”“서윤이 기억을 누가 지웠는지.”수진의 얼굴이 굳었다.나는 천천히 수진을 바라봤다.“너?”“아니야.”“그럼 누구야.”수진이 입을 다물었다.박정희가 말했다.“수진이는 약을 가져왔고.”수진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엄마!”“수아는 병원 기록을 바꿨고.”수아가 얼굴을 감쌌다.“그건 서윤이를 살리려고—”“준혁이는 아이를 데려갔어.”준혁이 소리쳤다.“내가 언제!”박정희가 웃었다.“하윤이를 네가 세강병원으로 옮겼잖아.”준혁이 멈췄다.나는 그를 봤다.“진짜야?”“기억 안 나.”“너도?”나는 허탈하게 웃었다.“다들 기억이 안 난대.”재욱이 갑자기 말했다.“아니.”모두 그를 봤다.“나 기억나.”준혁이 재욱을 노려봤다.“뭘.”“그날.”재욱이 나를 바라봤다.“서윤이가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어.”나는 숨을 멈췄다.“내가?”“응.”“왜?”재욱은 대답하지 못했다.“말해.”“하윤이가 아니라.”그가 낮게 말했다.“다른 아이였어.”방 안이 얼어붙었다.나는 박정희를 봤다.“무슨 소리야?”박정희는 입술을 떨었다.“그 아이가…….”그때 하윤이가 갑자기 내 뒤로 숨었다.“엄마.”“응.”“저 아줌마 거짓말해.”박정희 얼굴이 굳었다.“하윤아.”아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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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화

“내가 네 딸이라고 믿었던 아이야.”준혁의 말이 끝나자 나는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믿었던?”“응.”“그럼 지금은 아니야?”준혁이 입술을 깨물었다.“아니야.”나는 사진을 다시 확대했다.3년 전.병원 복도.준혁 품에 안긴 갓난아기.그리고 내 옆에 서 있는 수아.“왜 내가 저기 있어?”수아가 고개를 숙였다.“사고 직전이었으니까.”“그건 알아.”나는 수아를 노려봤다.“그런데 왜 네가 저 아기를 보고 있어?”수아는 대답하지 않았다.“말해.”“서윤 씨가 데려온 아이였어요.”“하윤이?”“아니요.”수아가 고개를 들었다.“그때는 이름이 없었어요.”나는 숨을 삼켰다.“그럼 저 아기는 누구야?”준혁이 말했다.“네가 낳았다고 생각했던 아이.”“내가 낳았다고?”“그날 모두 그렇게 알고 있었어.”나는 헛웃음을 쳤다.“난 임신한 기억도 없는데?”“그러니까 문제가 된 거야.”재욱이 사진을 빼앗아 들었다.“잠깐.”그가 사진 구석을 가리켰다.“이거 날짜 이상해.”나는 그가 가리킨 곳을 봤다.사진 촬영 시간.오전 8시 12분.그리고 내 사고 신고 시간.오전 7시 48분.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사고가 먼저인데.”재욱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그럼 저 아기는 사고 전에 태어난 거야?”수아가 대답했다.“아니요.”“그럼?”“사진 시간이 조작됐어요.”나는 멍해졌다.“누가?”수아가 휴대전화를 내밀었다.원본 메타데이터.촬영 날짜는 3년 전이 아니었다.사고 발생 6개월 후.나는 그대로 굳었다.“이 사진 가짜야?”“사진 자체는 진짜예요.”“그런데 날짜만 바꿨다고?”“네.”준혁이 얼굴을 감쌌다.“그럼 내가 3년 전에 아기를 안고 있었다는 것도 거짓말이네.”나는 그를 바라봤다.“누가 네 사진을 조작했어?”그때 한서윤이 말했다.“내가 알아.”모두 그녀를 봤다.“뭔데.”“그 사진을 만든 사람.”그녀가 내게 다가왔다.“우리 엄마야.”박정희가 고개를 숙였다.나는 그녀를 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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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화

[하윤이는 네 딸이 맞아.][하지만 네가 낳은 아이는 하윤이가 아니야.]나는 한동안 화면을 바라봤다.“이게 무슨 개소리야.”준혁이 내 옆으로 다가왔다.“누가 보낸 거야?”“몰라.”“사진 줘.”나는 휴대전화를 내밀지 않았다.“이번엔 내가 직접 확인해.”나는 사진 속 아기를 확대했다.작은 손목.점 하나.하윤이와 같은 위치였다.그런데 사진 구석에 날짜와 함께 적힌 문장이 있었다.출생 직후 사망.나는 숨을 삼켰다.“죽었다고?”박정희가 고개를 숙였다.“그래.”“누가 낳았어?”대답이 없었다.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누가 낳았냐고.”박정희가 입술을 떨었다.“너.”순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내가?”“응.”“난 아이를 낳은 적 없어.”“기억하지 못하는 거야.”나는 헛웃음을 쳤다.“그럼 또 기억을 잃었다고 하면 끝이야?”박정희가 울면서 말했다.“네가 사고 나기 전에 아이를 낳았어.”“언제.”“사고 나기 열흘 전.”나는 그대로 굳었다.수진이 소리쳤다.“말도 안 돼! 그때 서윤이는 나랑 계속 있었어!”박정희가 수진을 바라봤다.“밤에는 아니었어.”수진의 얼굴이 굳었다.“무슨 뜻이야.”“서윤이는 열흘 동안 매일 밤 사라졌어.”나는 고개를 저었다.“내가?”준혁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맞아.”나는 그를 봤다.“너도 알아?”“그때 네가 자꾸 새벽에 나갔어.”“어디로?”준혁이 대답하지 않았다.나는 그의 멱살을 잡았다.“어디로 갔냐고!”“병원.”“무슨 병원?”“세강병원.”나는 손을 놓았다.또 세강병원이었다.수아가 낮게 말했다.“기록을 찾아볼게요.”“찾아.”잠시 후 수아의 표정이 굳었다.“서윤 씨.”“왜.”“출산 기록이 있어요.”내 심장이 내려앉았다.“정말?”“네.”수아가 화면을 돌렸다.내 이름.그리고 출산일.3년 전 6월 11일.나는 날짜를 한참 바라봤다.“사고는 6월 21일.”“네.”“열흘 전.”수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그녀가 다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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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

“그럼 나는 누구 딸이야?”하윤이의 목소리가 떨렸다.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아이를 바라보는 것조차 괴로웠다.준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하윤아.”“아빠.”“그건…….”“나 엄마 딸 아니야?”준혁은 입을 다물었다.하윤이가 나를 바라봤다.“엄마.”나는 아이 앞에 무릎을 꿇었다.“하윤아.”“응.”“나는 아직 아무것도 몰라.”“거짓말.”아이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엄마는 다 알잖아.”“아니야.”“알면서 나한테 모르는 척했잖아.”나는 얼어붙었다.“누가 그런 말을 했어?”하윤이가 대답했다.“엄마가.”“내가?”“응.”아이의 작은 손이 내 얼굴을 만졌다.“엄마가 나한테 계속 연습시켰어.”나는 숨을 멈췄다.“뭘?”“엄마를 못 알아보는 척하는 거.”방 안의 모든 사람이 굳었다.수진이 먼저 말했다.“잠깐.”그녀가 나를 바라봤다.“서윤아.”“왜.”“하윤이가 지금 하는 말.”수진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사고 전 기억이야.”나는 아이를 바라봤다.“하윤아.”“응.”“나랑 어디서 연습했어?”아이가 대답했다.“병원.”또 세강병원이었다.나는 수아에게 물었다.“세강병원 기록 전부 가져와.”수아가 고개를 저었다.“이미 대부분 삭제됐어요.”“복구해.”“해볼게요.”그때 태경이 말했다.“복구하지 마.”모두 그를 바라봤다.“왜?”태경은 한참 침묵했다.“거기엔 내가 지운 기록도 있어.”나는 그에게 다가갔다.“무슨 기록.”“출산 기록.”“또?”“하윤이 것도.”나는 숨을 삼켰다.“네가 지웠어?”“내가 아니라.”태경이 고개를 저었다.“서윤이가 직접 지우라고 했어.”나는 헛웃음을 쳤다.“내가?”“응.”“왜?”태경이 말했다.“하윤이 친모가 들키면 안 된다고.”나는 하윤이를 바라봤다.“그럼 진짜 엄마는 누구야?”태경은 대답하지 않았다.그때 재욱이 말했다.“나야.”모두가 재욱을 봤다.“뭐?”재욱이 나를 바라봤다.“하윤이 친부.”준혁이 욕을 뱉었다.“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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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화

“이 아이의 아버지는 강준혁이다.”한성호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준혁이 그대로 굳었다.“……뭐?”재욱의 얼굴도 하얗게 질렸다.“아버지.”한성호는 재욱을 보지도 않았다.“왜 놀라느냐.”“내 동생이라고요?”“그래.”재욱이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말도 안 돼.”나는 품에 안긴 아기를 바라봤다.“잠깐.”내 목소리가 떨렸다.“이 아이가 내 아들이라고?”“맞다.”“그럼 왜 지금까지 죽었다고 했어?”한성호가 웃었다.“죽었다고 해야 네가 포기하니까.”“누가?”“너희 모두.”나는 이를 악물었다.“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준혁이 한성호에게 달려들었다.“내 아들이라는 걸 어떻게 증명해!”한성호는 피하지 않았다.“이미 검사했다.”“언제?”“네가 모르는 사이.”준혁이 멈췄다.“무슨 검사.”한성호가 봉투 하나를 던졌다.준혁이 받아 펼쳤다.나는 결과지를 빼앗아 확인했다.강준혁 / 남아.친자 확률.99.99%.나는 천천히 준혁을 바라봤다.“너 알고 있었어?”“아니.”“정말?”“진짜 몰랐어.”“그럼 왜 네 친자인데?”준혁은 대답하지 못했다.재욱이 비웃었다.“너 기억 못 하는 거야?”준혁이 그를 노려봤다.“뭘.”“그날 밤.”재욱의 목소리가 떨렸다.“서윤이가 아니라 다른 여자를 만났잖아.”나는 준혁을 바라봤다.“다른 여자?”준혁의 얼굴이 굳었다.“그건…….”“누구.”“기억 안 나.”나는 헛웃음을 쳤다.“또 기억 안 나.”준혁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그때 내가 술에 취했어.”“그래서?”“누군가 나를 호텔로 데려갔어.”“누가?”준혁이 고개를 들었다.시선이 수진에게 향했다.수진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왜 나 봐?”“네가 데려갔잖아.”수진의 입술이 떨렸다.“아니야.”“네가 내 방 앞에 있었어.”“그건…….”준혁이 다가갔다.“그날 나한테 무슨 약 먹였어?”수진이 뒤로 물러났다.“준혁 오빠.”“대답해.”“기억 안 나.”나는 수진을 보며 웃었다.“이제 네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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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화

“할아버지가 나를 강서윤으로 만들었잖아.”하윤이의 말에 한성호의 얼굴이 굳었다.나는 아이를 바라봤다.“무슨 뜻이야?”하윤이는 내 손을 꼭 잡았다.“할아버지가 이름 바꿨어.”“언제?”“내가 어릴 때.”나는 한성호를 노려봤다.“아이 이름을 왜 바꿨어?”한성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재욱이 그에게 다가갔다.“아버지.”“…….”“하윤이가 왜 당신을 기억해?”한성호가 이를 악물었다.“그 아이가 착각하는 거다.”“일곱 살짜리가 뭘 착각해!”수진이 소리쳤다.“당신 대체 애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한성호는 오히려 수진을 노려봤다.“네가 그걸 물을 자격이 있느냐?”“뭐?”“네가 그 아이를 버리려고 했잖아.”수진 얼굴이 굳었다.“내가?”“그래.”나는 수진을 바라봤다.“또 뭔데.”수진이 고개를 저었다.“난 하윤이 처음 봤어.”하윤이가 바로 말했다.“아니야.”모두 아이를 봤다.“수진 이모가 나한테 왔었어.”수진이 굳었다.“언제?”“내가 병원에 있을 때.”나는 수진을 바라봤다.“뭘 했는데?”하윤이가 말했다.“나한테 엄마가 죽었다고 했어.”내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뭐?”“그리고 엄마가 나를 버렸다고 했어.”수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아니야!”“거짓말하지 마.”하윤이가 처음으로 수진에게 소리쳤다.“이모가 그랬어.”수진은 입을 다물었다.나는 수진에게 다가갔다.“왜?”“서윤아.”“왜 하윤이한테 그런 말을 했어?”수진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네가 그렇게 시켰어.”나는 굳었다.“내가?”“응.”“내가 아이한테 나를 죽었다고 하라고 했다고?”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윤이를 숨기려고.”나는 하윤이를 바라봤다.“누구한테서?”수진이 대답했다.“한성호.”나는 한성호를 봤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수진이 말했다.“그 사람이 하윤이를 데려가려고 했어.”“왜?”“상속 때문이야.”“또 상속?”나는 헛웃음을 쳤다.“사람 목숨보다 돈이 먼저인 집안이네.”한성호가 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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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화

“왜 나를 버리고 아빠랑 하윤이만 데리고 갔어?”아이의 말이 끝나자 준혁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나는 아이에게 다가갔다.“이안아.”아이의 눈이 흔들렸다.“내 이름 어떻게 알아?”“네가 내 아들이니까.”“아니.”아이가 고개를 저었다.“엄마는 나를 이안이라고 부른 적 없어.”나는 그대로 굳었다.“뭐?”“나한테 엄마가 붙여준 이름은 따로 있어.”“뭔데?”아이가 입술을 깨물었다.“준.”준혁이 움찔했다.“준…….”아이가 준혁을 바라봤다.“아빠가 나한테 그 이름 쓰지 말라고 했어.”나는 천천히 준혁을 돌아봤다.“왜?”“서윤아.”“대답해.”준혁은 입을 다물었다.나는 그의 멱살을 잡았다.“왜 내 아들 이름을 바꿨어?”“네가 부탁했어.”“또 내 탓?”“진짜야.”“그럼 내가 왜?”준혁이 눈을 감았다.“네가 아이를 숨기려고 했으니까.”“누구한테서?”“한성호.”뒤에서 한성호가 말했다.“그건 맞다.”나는 그를 노려봤다.“당신은 빠져.”“이안은 내가 숨겼다.”“왜?”“죽은 사람으로 만들어야 했으니까.”아이의 얼굴이 굳었다.“할아버지.”한성호가 아이를 바라봤다.“왜 나한테 죽었다고 했어?”한성호가 입을 다물었다.아이가 울먹였다.“나는 엄마가 나를 버린 줄 알았어.”그 말에 가슴이 내려앉았다.나는 아이 앞에 무릎을 꿇었다.“이안아.”“내 이름 이안 아니야.”“…….”“준이라고 했잖아.”“그래.”“그런데 엄마는 왜 나를 이안이라고 불러?”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때 수아가 서류를 뒤지다가 갑자기 굳었다.“잠깐.”모두 그녀를 봤다.“뭐야.”수아가 출생기록을 내밀었다.“이 아이 출생기록에는 이름이 없어요.”나는 서류를 받아 들었다.산모.강서윤.출생아.남아.이름.공란.“그럼 강이안이라는 이름은 누가 붙인 거야?”수아가 다른 문서를 꺼냈다.“이건 친권 포기 각서예요.”나는 서류를 확인했다.그런데 이번엔 서명이 달랐다.강준혁.나는 준혁을 바라봤다.“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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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화

계단 위에 선 아이를 보는 순간,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하윤과 이안을 섞어놓은 것 같은 얼굴.하지만 나를 바라보는 눈빛만큼은 낯설었다.“너…… 누구야?”아이가 계단 난간을 잡은 채 나를 내려다봤다.“엄마잖아.”“내가 네 엄마라고?”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응.”준혁이 갑자기 달려갔다.“안 돼.”아이의 몸이 움찔했다.준혁이 한 걸음 더 다가가자 아이가 뒷걸음질 쳤다.“아빠가 그러지 말랬는데.”준혁이 멈췄다.“누가?”“아빠.”아이가 나를 가리켰다.“저 사람 말고.”순간 방 안의 모든 시선이 준혁에게 쏠렸다.나는 낮게 물었다.“아이한테 네가 아빠라고 가르친 사람이 따로 있어?”준혁의 얼굴이 굳었다.“서윤아.”“대답해.”“나도 몰라.”“몰라?”“저 아이는 내가 데리고 온 적 없어.”그때 이안이 앞으로 나섰다.“거짓말.”준혁이 아이를 바라봤다.“이안아.”“아빠가 저 애도 숨겼잖아.”“아니야.”“맞아.”이안이 이를 악물었다.“아빠가 나한테 그랬어.”“뭘.”“동생이 있다는 걸 절대 엄마한테 말하면 안 된다고.”나는 숨을 삼켰다.“동생?”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응.”하윤이 아이에게 다가갔다.“너 이름이 뭐야?”아이가 한참을 망설이다 말했다.“서준.”나는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심장이 내려앉았다.서준.내가 기억하는 이름이었다.아주 오래전, 누군가 내게 말했던 이름.하지만 아이의 이름이 아니었다.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죽었다고 들었던 아이의 이름.나는 재욱을 바라봤다.“재욱아.”그가 내 표정을 보고 물었다.“왜?”“서준이라는 이름…… 기억나?”재욱의 얼굴이 굳었다.“기억나.”“누가 지어준 이름이야?”재욱이 대답하지 못했다.그때 한성호가 조용히 말했다.“내가 지었다.”나는 그를 돌아봤다.“왜?”“그 이름은 원래 네 아이의 이름이 아니었으니까.”“무슨 소리야?”한성호가 서류 하나를 꺼냈다.“이건 네가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기록이다.”나는 종이를 받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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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내 앞에 서 있는 사람.수아였다.“……나?”수아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서윤아.”“아니지?”내 목소리가 떨렸다.“설마 너야?”수아는 입술을 깨물었다.“내가 낳은 아이 아니야.”“그럼 왜 네 얼굴을 보고 저 아이가 울어?”서준이 갑자기 수아에게 달려갔다.“엄마!”수아가 움찔하며 아이를 밀어냈다.“오지 마.”그 한마디에 아이가 멈췄다.나는 수아를 바라봤다.“방금 뭐라고 했어?”“…….”“아이한테 왜 오지 말라고 해?”수아는 눈을 감았다.“내가 낳은 아이 아니야.”“그럼?”“내가 키웠어.”순간 한성호가 말했다.“정확히는 네가 키우라고 맡겼지.”수아가 고개를 들었다.“그만해요.”“이제 와서 그만둘 수 있을 것 같나?”나는 한성호를 노려봤다.“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서준의 친모는 따로 있다.”“누구?”한성호는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수아가 울먹이며 말했다.“서윤아.”“왜.”“네가 믿어야 할 사람이 있어.”“누구?”“나 말고.”수아가 떨리는 손으로 뒤를 가리켰다.나는 천천히 돌아봤다.준혁이 서 있었다.“……준혁이?”수아가 고개를 저었다.“아니.”그녀의 시선이 준혁 옆으로 향했다.나는 그곳에 서 있는 여자를 보고 굳어버렸다.지연이었다.“말도 안 돼.”지연이 입을 열었다.“맞아.”“네가 서준의 엄마라고?”지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낳았어.”준혁이 소리쳤다.“지연아!”“왜?”지연이 차갑게 웃었다.“이제 와서 숨길 이유도 없잖아.”나는 준혁을 바라봤다.“너 알고 있었어?”준혁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지연이 대신 말했다.“알고 있었어.”“얼마나?”“처음부터.”“그럼 왜 나한테 숨겼어?”지연이 웃었다.“네가 기억을 잃었으니까.”나는 눈을 찌푸렸다.“내가 기억을 잃었다고?”“그래.”“무슨 기억?”지연이 천천히 내 앞으로 걸어왔다.“서준을 낳던 날.”나는 순간 숨이 막혔다.“내가 서준을 낳았다고 했잖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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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화

전화가 끊긴 뒤에도 나는 휴대전화를 귀에서 떼지 못했다.“서윤아.”수아가 내 어깨를 잡았다.“괜찮아?”“나…….”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나는 준혁을 바라봤다.“내가 너를 죽이려고 했대.”준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왜 아무 말도 안 해?”“…….”“너도 알고 있었잖아.”그제야 준혁이 입을 열었다.“알고 있었어.”“뭘?”“네가 일주일 전에 나를 죽이려고 했다는 거.”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럼 왜 나한테 말 안 했어?”“네가 기억을 잃었으니까.”“또 그 말이야.”나는 헛웃음을 흘렸다.“나 기억 잃은 거 아니잖아.”준혁이 눈을 피했다.“그래.”“그럼?”그가 낮게 말했다.“네가 기억을 잃은 게 아니라…… 내가 네 기억을 없애려고 했어.”방 안이 조용해졌다.나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무슨 뜻이야?”“일주일 전.”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나한테 모든 걸 알고 있다고 했어.”“뭘?”“아이들.”나는 숨을 멈췄다.“이안이도, 하윤이도, 서준이도.”“…….”“네가 아이들을 어디에 숨겼는지 알고 있다고 했어.”나는 고개를 저었다.“난 아이들을 숨긴 적 없어.”“그게 문제였어.”준혁이 나를 바라봤다.“너는 아이들을 숨긴 사람이 누군지 알아냈으니까.”“누구?”그가 대답하지 않았다.나는 소리쳤다.“누구냐고!”그 순간 서준이 내 앞으로 나왔다.“엄마.”나는 아이를 바라봤다.“왜?”“그 사람 알아.”“누구?”서준은 준혁을 보지 않았다.대신 한성호를 바라봤다.“할아버지가 아니야.”한성호의 눈이 흔들렸다.“그럼?”서준이 말했다.“우리한테 먹을 거 가져오던 아저씨.”나는 눈살을 찌푸렸다.“어떤 아저씨?”“엄마가 제일 싫어했던 사람.”그 말에 머릿속이 순간 멈췄다.엄마가 제일 싫어했던 사람.나는 기억을 더듬었다.그러자 한 얼굴이 떠올랐다.“……김태경.”준혁의 표정이 굳었다.수아도 숨을 삼켰다.“태경 씨?”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 사람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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