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위에 선 아이를 보는 순간,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하윤과 이안을 섞어놓은 것 같은 얼굴.하지만 나를 바라보는 눈빛만큼은 낯설었다.“너…… 누구야?”아이가 계단 난간을 잡은 채 나를 내려다봤다.“엄마잖아.”“내가 네 엄마라고?”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응.”준혁이 갑자기 달려갔다.“안 돼.”아이의 몸이 움찔했다.준혁이 한 걸음 더 다가가자 아이가 뒷걸음질 쳤다.“아빠가 그러지 말랬는데.”준혁이 멈췄다.“누가?”“아빠.”아이가 나를 가리켰다.“저 사람 말고.”순간 방 안의 모든 시선이 준혁에게 쏠렸다.나는 낮게 물었다.“아이한테 네가 아빠라고 가르친 사람이 따로 있어?”준혁의 얼굴이 굳었다.“서윤아.”“대답해.”“나도 몰라.”“몰라?”“저 아이는 내가 데리고 온 적 없어.”그때 이안이 앞으로 나섰다.“거짓말.”준혁이 아이를 바라봤다.“이안아.”“아빠가 저 애도 숨겼잖아.”“아니야.”“맞아.”이안이 이를 악물었다.“아빠가 나한테 그랬어.”“뭘.”“동생이 있다는 걸 절대 엄마한테 말하면 안 된다고.”나는 숨을 삼켰다.“동생?”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응.”하윤이 아이에게 다가갔다.“너 이름이 뭐야?”아이가 한참을 망설이다 말했다.“서준.”나는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심장이 내려앉았다.서준.내가 기억하는 이름이었다.아주 오래전, 누군가 내게 말했던 이름.하지만 아이의 이름이 아니었다.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죽었다고 들었던 아이의 이름.나는 재욱을 바라봤다.“재욱아.”그가 내 표정을 보고 물었다.“왜?”“서준이라는 이름…… 기억나?”재욱의 얼굴이 굳었다.“기억나.”“누가 지어준 이름이야?”재욱이 대답하지 못했다.그때 한성호가 조용히 말했다.“내가 지었다.”나는 그를 돌아봤다.“왜?”“그 이름은 원래 네 아이의 이름이 아니었으니까.”“무슨 소리야?”한성호가 서류 하나를 꺼냈다.“이건 네가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기록이다.”나는 종이를 받
Last Updated : 2026-09-0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