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계좌의 압류 예정 표시가 사라지기도 전에 등기가 도착했다.한 통이 아니었다.준혁은 현관 바닥에 놓인 봉투들을 한참 내려다봤다.문세라.윤채린.오유진.최라희.배지아.이름만 달랐고 봉투 윗부분에는 비슷한 문구가 찍혀 있었다.손해배상 청구 및 합의 제안.“미친년들이 단체로 짰나.”첫 번째 봉투를 뜯었다.세라 측은 회사 내부자료를 제공받는 과정에서 발생한 법적 분쟁과 평판 손실에 대해 준혁의 책임을 주장했다.두 번째는 채린이었다.관계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협박성 연락과 게시물 삭제를 요구했던 메시지들이 붙어 있었다.유진 쪽에는 투자와 병원 관련 약속을 둘러싼 자료가 들어 있었고, 라희는 호텔 기록과 법인카드 사용 문제에 자신까지 끌어들인 책임을 물었다.지아까지 읽고 나자 준혁은 다섯 장을 바닥에 던졌다.“받을 때는 다 받아 처먹어놓고.”그는 곧바로 변호사에게 전화했다.“나도 청구하면 되죠?”“무엇을요?”“내가 쟤들한테 쓴 돈.”잠깐 침묵이 흘렀다.“선물한 거요?”“선물만 있어요? 가방, 시계, 호텔비, 여행, 밥값. 내가 쓴 게 얼만데.”“증여로 볼 수 있는 건 반환 청구가 쉽지 않습니다.”준혁의 눈썹이 올라갔다.“헤어졌는데도?”“교제 중 자발적으로 준 선물이라면 관계가 끝났다는 이유만으로 돌려달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그럼 사기라고 하면 되잖아요.”“어떤 사기요?”“나 좋아하는 척했잖아.”변호사가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강 전무님.”“전무 아니라고 하지 마요.”“그 부분부터 감정적으로 대응하시면 소송만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준혁은 전화를 끊었다.곧장 세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내가 사준 거 다 돌려줘.차단이었다.다른 번호로 다시 보냈다.가방, 시계, 차량 비용까지 전부 정산할 거야.답장은 한 시간 뒤 변호사를 통해 왔다.향후 모든 연락은 대리인을 통하시기 바랍니다.준혁이 휴대전화를 소파에 던졌다.그날 오후에는 전 비서에게서 내용증명이 도착했다.개인적인 심부름과 사생활
Última atualização : 2026-09-23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