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격이 짧아졌어요.”간호사가 시간을 확인했다.나는 침대 난간을 잡았다.조금 전까지 손에 들고 있던 HIV 추적검사 결과지는 가방 안에 들어가 있었다.음성.그 단어를 확인한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제는 다른 숫자들이 눈앞에 있었다.진통 간격.태아 심박수.출산 예정 시각.배가 다시 조여왔다.이번에는 말할 여유도 없었다.눈을 감고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간호사가 옆에서 말했다.“호흡 천천히 하세요.”통증이 풀리자 나는 가장 먼저 물었다.“아이는 괜찮아요?”“네. 지금은 잘 버티고 있어요.”그 말 하나에 다시 힘이 들어갔다.휴대전화가 울렸다.도현이었다.간호사가 화면을 확인해 내게 보여줬다.“받으실래요?”고개를 저었다.“문자만 보내주세요. 분만 들어간다고.”잠시 뒤 화면에 답장이 왔다.알겠습니다.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아이만 봐요.그 뒤로 연락은 오지 않았다.그게 고마웠다.준혁이었다면 몇 번째 병실인지, 누가 옆에 있는지, 아이가 자기 아이인지부터 확인하려 했을 것이다.도현은 기다렸다.진통이 다시 시작됐다.나는 이불을 움켜쥐었다.이번 임신 내내 아이는 한 번도 온전히 아이로만 존재하지 못했다.처음에는 누구 아이인지가 문제였다.준혁은 친자부터 확인하려 했고, 나는 검사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그다음에는 HIV였다.내 몸이 괜찮은지.아이에게 위험은 없는지.추적검사 날짜가 올 때마다 임신보다 검사표를 먼저 봤다.오늘에서야 그 공포 하나를 내려놓았다.그리고 아이가 나오려 하고 있었다.“한서윤 산모님, 분만 준비하겠습니다.”의료진이 움직였다.나는 천장을 봤다.이상하게 준혁 얼굴은 떠오르지 않았다.누구 아이인지도 그 순간에는 중요하지 않았다.지금 필요한 건 아이가 안전하게 태어나는 것뿐이었다.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통증이 오고 지나가기를 반복했고, 몸은 내 의지보다 먼저 움직였다.“조금만 더 하시면 됩니다.”누군가 내 손을 잡아줬다.나는 그 손이 누구 것인지 확인하
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2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