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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Chapters

제41화

나는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 바닥에 던졌다.십 년 동안 내 결혼이라고 믿었던 반지가 준혁 발끝까지 굴러갔다.“주워.”준혁이 나를 봤다.“서윤아.”“네 전처 거라며. 주워서 다시 끼워줘. 너 재활용 좋아하잖아.”가영이 헛웃음을 터뜨렸다.준혁이 이를 악물었다.“윤가영 말 다 믿지 마.”“반지 안쪽까지 똑같은데 뭘 안 믿어, 이 개자식아.”나는 발로 반지를 밟았다.“침대도 중고였어?”준혁 얼굴이 굳었다.가영이 피식 웃었다.“그건 새로 샀을걸요.”“다행이네요. 인생에서 새것도 하나는 샀네.”“강서윤!”“왜 소리쳐? 내가 전처 팬티까지 물려받았냐고 물어보기 전에 닥쳐.”방 안에서 웃음인지 욕인지 모를 소리가 터졌다.그때 강우가 가영을 빤히 쳐다봤다.가영도 강우를 봤다.둘 사이가 이상했다.나는 바로 알아챘다.“두 사람도 알아?”준혁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서윤아, 그건—”“넌 닥쳐.”가영이 아주 태연하게 말했다.“알죠.”“어떻게.”“같이 사니까.”순간 준혁 얼굴이 새하얘졌다.나는 가영과 강우를 번갈아 봤다.“같이 살아?”강우가 눈을 감았다.가영은 가방에서 지갑을 꺼냈다.안쪽에 결혼사진이 있었다.신랑 이강우.신부 윤가영.나는 말을 잃었다.“둘이 부부야?”수진이 먼저 욕을 뱉었다.“와, 씨….”준혁이 강우에게 달려들었다.“너 지금까지 나한테 말 안 했어?”강우가 준혁을 밀쳐냈다.“네가 할 말이냐?”“내 전처랑 결혼해?”“전처는 개뿔. 네가 버린 사람이잖아.”준혁이 강우 멱살을 잡았다.“그러면서 나랑 3년을 만나?”가영이 옆에서 웃었다.“3년?”준혁과 강우가 동시에 멈췄다.가영이 강우를 봤다.“당신은 나한테 1년이라고 했잖아.”강우 얼굴이 굳었다.“가영아.”짝!가영이 강우 뺨을 후려쳤다.“이 개새끼야. 결혼하고도 전남편이랑 3년을 처만나?”강우도 버럭 소리쳤다.“너도 준혁이 만났잖아!”이번엔 내가 굳었다.“잠깐.”가영이 강우를 노려봤다.“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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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너는 대체 남의 결혼식만 가면 신랑을 건드리는 병이라도 있어?”내가 수진을 노려보자 수아가 웃었다.“병 맞아요.”수진이 언니를 노려봤다.“닥쳐.”“왜? 네 취미잖아.”“오수아!”수아는 휴대전화를 꺼냈다.“얘 남의 결혼식 가서 신랑 건드린 게 강우 씨가 처음인 줄 알아요?”나는 수진을 바라봤다.“또 있어?”수진이 이를 악물었다.“옛날 일이야.”수아가 손가락 네 개를 펼쳤다.“확인된 것만 넷.”도훈이 욕을 뱉었다.“미친년아.”수진이 남편을 노려봤다.“당신은 닥쳐. 내 쌍둥이 언니까지 처먹은 새끼가 누구한테 욕해?”“먹었다는 표현 좀 하지 마!”“그럼 시식했냐, 개자식아?”방 안에서 헛웃음이 터졌다.나는 수아에게 물었다.“왜 하필 결혼식인데요?”수아의 표정이 묘해졌다.“우리 둘이 어릴 때부터 하던 놀이가 있었거든요.”“무슨 놀이.”“서로 대신 나가기.”등골이 서늘해졌다.“소개팅, 데이트, 여행.”수진이 소리쳤다.“언니, 그만하라고!”수아는 멈추지 않았다.“그리고 스물다섯부터는 결혼식.”“결혼식을 어떻게 바꿔요?”“본식 말고 그 전후.”수아가 사진을 보여줬다.결혼식을 앞둔 수진이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같은 드레스를 입은 수아도 옆에 서 있었다.“신랑이 둘을 구별하는지 보는 거예요.”준혁이 욕을 내뱉었다.“개또라이들이네.”수아가 바로 받아쳤다.“당신은 좋다고 참가했잖아.”준혁 얼굴이 굳었다.“뭐?”나는 준혁을 봤다.“너도 했어?”수진이 입술을 깨물었다.수아가 말했다.“서윤 씨 결혼하기 한 달 전.”휴대전화에 영상 하나가 떴다.준혁 앞에 수진과 수아가 똑같은 옷을 입고 서 있었다.영상 속 준혁이 웃었다.“맞히면 뭐 주는데?”수진이 대답했다.“맞힌 사람이 원하는 거.”“틀리면?”수아가 웃었다.“틀린 여자랑 데이트.”나는 기가 막혔다.“결혼 한 달 앞둔 새끼가 쌍둥이 구별 게임이나 처하고 있었네?”준혁이 버럭 소리쳤다.“그냥 술자리였어!”“술 마시면 네 결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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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나예요.”강우의 입에서 그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이 조용해졌다.나는 사진 속 턱시도 남자를 다시 봤다.“내 결혼식 날 신랑 옷 입고 돌아다닌 게 너라고?”강우가 고개를 숙였다.“준혁이가 잠깐 부탁했어.”내가 웃었다.“잠깐?”수아가 바로 끼어들었다.“한 시간 반.”준혁이 욕을 뱉었다.“오수아, 작작 해.”“왜? 사실인데.”나는 준혁을 노려봤다.“넌 그 시간에 어디 있었어?”준혁이 입을 다물었다.가영이 피식 웃었다.“호텔 지하 주차장.”“누구랑?”수진과 가영이 동시에 시선을 피했다.내 속에서 뭔가 끊어졌다.“둘 다?”준혁이 버럭 소리쳤다.“셋이 이야기만 했어!”“결혼식 시작 직전에 전처랑 애인 데리고 지하 주차장에서 무슨 가족회의를 처했는데?”수아가 휴대전화 영상을 틀었다.준혁이 턱시도 차림으로 차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양옆에는 가영과 수진.수진이 웃었다.“진짜 올라갈 거야?”준혁이 대답했다.“결혼식은 해야지.”가영이 물었다.“그럼 우리는?”준혁이 두 사람 어깨를 끌어안았다.“결혼한다고 내가 달라져?”나는 영상을 끄고 준혁 얼굴을 후려쳤다.짝!“내가 위층에서 신부대기실에 처앉아 있을 때 셋이서 이 지랄을 했어?”준혁이 뺨을 감싸며 소리쳤다.“결국 식 올렸잖아!”“그게 지금 할 말이야, 이 개쓰레기야?”강우가 나지막이 말했다.“그래서 내가 대신 올라갔어.”나는 그를 돌아봤다.“뭘 대신했는데.”“신랑 대기실.”숨이 턱 막혔다.수아가 사진을 넘겼다.신랑 대기실. 턱시도 차림의 강우가 등을 돌린 채 하객들과 사진을 찍고 있었다.얼굴이 정면으로 나온 사진은 거의 없었다.“사람들이 몰랐어?”강우가 씁쓸하게 웃었다.“준혁이랑 체격 비슷했고, 멀리서 찍었으니까.”수진이 말했다.“준혁 친구라고 아는 사람들은 옆모습 보고도 그냥 준혁인 줄 알았어.”나는 헛웃음을 터뜨렸다.“내 결혼식에서 신랑 대역까지 썼네.”준혁이 소리쳤다.“십오 분만 부탁한 거야!”“한 시간 반이라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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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신부도 한 번 바뀌었어요.”수아의 말에 나는 화면 속 흰 드레스 여자를 다시 확대했다.“누구야?”준혁이 입을 다물었다.“강준혁. 누구냐고.”“별거 아니야.”“내 결혼식에 내 드레스 입은 년이 하나 더 있는데 별거 아니라고?”수아가 비웃었다.“드레스만 입은 게 아닌데.”준혁이 소리쳤다.“오수아!”“왜? 여기까지 다 깠는데 이것만 숨겨?”나는 수아를 봤다.“말해요.”수아가 영상을 돌렸다.본식이 끝난 뒤였다.나는 옷을 갈아입으러 신부대기실로 들어갔고, 준혁은 하객 인사를 한다며 밖에 남았다.그런데 영상 속 준혁은 연회장이 아니라 호텔 3층 작은 예식실로 들어갔다.그곳에 흰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기다리고 있었다.수진도 있었다.가영도 있었다.강우는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이게 뭐야?”수아가 말했다.“두 번째 결혼식.”숨이 멎었다.영상 속 수진이 장난스럽게 외쳤다.“신랑 입장!”준혁이 웃으며 들어갔다.뒤이어 흰 드레스 여자가 준혁 팔짱을 꼈다.나는 준혁을 쳐다봤다.“내 결혼식 날 또 결혼식을 했어?”“결혼식 아니야!”“신랑 입장하고 신부 드레스 입고 반지 끼우면 씨발 돌잔치냐?”짝!내 손이 준혁 뺨을 갈겼다.수진이 얼굴을 가렸다.“서윤아, 그건 술 먹고 장난으로—”“입 닥쳐, 미친년아. 너는 내 결혼식만 생각하면 발정이라도 났어?”수진이 울먹였다.“나도 저 여자가 누군지 그때 처음 봤어.”나는 다시 화면을 봤다.준혁이 여자에게 반지를 끼워줬다.그리고 말했다.“오늘부터 밖에서는 서윤이 남편.”여자가 웃으며 대답했다.“안에서는?”준혁이 여자의 허리를 끌어당겼다.“네 남편.”속이 뒤집혔다.“똑같네.”나는 수진을 봤다.“너한테 했던 말이랑 똑같잖아.”수진 얼굴이 굳었다.가영이 헛웃음을 터뜨렸다.“나한테도 했어.”강우가 중얼거렸다.“나한테도.”나는 미친 듯이 웃었다.“와. 이 새끼 사랑고백도 복붙이네.”준혁이 소리쳤다.“술 취해서 한 말이야!”“넌 술만 처먹으면 결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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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하은이 돌잔치 전날까지도 나랑 만났어.”지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 손이 날아갔다.짝!준혁의 고개가 돌아갔다.“내가 애 돌잔치 준비하던 날?”“서윤아, 들어봐.”“뭘 들어, 이 개잡놈아. 누나라고 부르던 여자랑 처붙어 있었으면서!”지연이 울면서 말했다.“서윤아, 나도 잘한 거 없어.”“언니는 더 닥쳐.”나는 지연을 노려봤다.“내 앞에서는 좋은 시누이인 척했잖아.”지연이 입술을 깨물었다.“처음엔 미안해서 잘해준 거야.”“처음엔?”수진이 갑자기 헛웃음을 쳤다.“미안해서만은 아니잖아요, 언니.”지연 얼굴이 굳었다.준혁이 수진을 노려봤다.“너 또 뭘 알아?”수진은 가방에서 낡은 휴대전화를 꺼냈다.“강지연이 네 여자들 관리했잖아.”방 안이 얼어붙었다.“뭐?”지연이 소리쳤다.“오수진!”수진이 화면을 켰다.단체방 이름.[언니 검수방]사진 수십 장이 있었다.여자 얼굴. 이름. 성격. 준혁과 만난 날짜.그리고 지연의 평가.[이 여자는 입 가벼움. 집에는 들이지 마.] [얘는 서윤이랑 동선 겹침. 위험.] [얘는 가능. 유부녀라 서로 입 다물 확률 높음.]속이 뒤집혔다.“이게 뭐야?”준혁이 다급하게 말했다.“지연이가 걱정돼서—”“걱정?”나는 지연에게 다가갔다.“내 남편 불륜녀 면접 봐준 게 걱정이야?”지연이 울음을 터뜨렸다.“준혁이가 아무 여자나 만나니까 사고 날까 봐!”“그 사고에서 나는 빼고?”“서윤아….”“내가 알아채는 건 사고가 아니었어?”지연은 아무 말도 못 했다.수진이 말했다.“집에 들여보낼 여자도 언니가 골랐어요.”나는 천천히 지연을 봤다.“우리 집?”“네가 친정 가거나 여행 가면 지연 언니가 먼저 와서 확인했어.”“뭘.”“사진 치울 거, 서랍 잠글 거, 네 향수 손대지 말라고 할 거.”숨이 막혔다.“그래서 우리 집 구조를 그렇게 잘 알았구나.”지연이 고개를 숙였다.“미안해.”나는 기가 막혀 웃었다.“내가 언니한테 집 비밀번호 알려준 날 기억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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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직접 망가뜨려보라고.”수진의 말이 끝나자 준혁이 지연에게 달려들었다.“네가 수진이 나한테 붙였어?”지연이 물러서지 않았다.“그래.”“이 미친년아!”“왜? 여자 돌려 만나던 새끼가 여자 하나 붙었다고 억울해?”준혁이 손을 들려는 순간 내가 팔을 쳐냈다.“손 내려, 개새끼야.”준혁이 나를 노려봤다.“너까지 왜 지랄이야!”“네가 지금 피해자 행세하는 꼴이 역겨워서.”수진이 코웃음을 쳤다.“근데 준혁 오빠도 금방 눈치챘어.”지연 얼굴이 굳었다.“무슨 소리야?”“내가 언니 때문에 접근한 거.”준혁이 천천히 웃었다.“두 번째 만났을 때 알았지.”지연이 준혁을 노려봤다.“알면서 계속 만났어?”“재밌잖아.”수진이 욕을 뱉었다.“개또라이.”준혁은 수진을 가리켰다.“그래서 내가 역으로 시켰어.”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뭘.”수진이 입을 다물었다.준혁이 대신 말했다.“너랑 더 친해지라고.”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뭐?”“수진이 네 친구잖아. 네가 어디 가는지, 누구 만나는지, 나 욕은 얼마나 하는지 다 알 수 있으니까.”나는 수진을 바라봤다.“너 설마.”수진이 고개를 저었다.“처음부터는 아니야.”“언제부터.”“네가 준혁이랑 사귀고 석 달쯤 뒤.”나는 헛웃음을 터뜨렸다.“그래서 나랑 갑자기 매일 붙어 다녔어?”수진이 울먹였다.“그때는 너도 진짜 좋아했어.”“좋아?”내 손이 수진의 뺨을 갈겼다.짝!“좋아하는 친구 남친이랑 처자고 그 남친한테 친구 일거수일투족 보고해?”“미안해.”“그 말 좀 작작 해, 미친년아!”준혁이 말했다.“서윤아, 수진이만 그런 거 아니야.”나는 그를 돌아봤다.“또 누구.”준혁이 지연을 봤다.“지연이도 너 감시했어.”지연이 소리쳤다.“감시는 아니었어!”“네가 서윤이한테 나 욕한 거 다 나한테 말했잖아.”나는 지연을 봤다.기억이 쏟아졌다.준혁과 싸운 날마다 지연에게 전화했다.언니는 내 편인 척했다.‘준혁이 진짜 못됐다.’ ‘네가 참지 마.’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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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네 남편 자리 절반을 주기로 했어.”나는 수진의 머리채를 놓지 않았다.“절반이 뭔데.”수진이 울면서 말했다.“일주일에 사흘.”준혁이 욕을 내뱉었다.“오수진, 닥쳐.”“왜? 네가 먼저 약속했잖아.”나는 준혁을 봤다.“일주일에 사흘은 저년 남편이었어?”준혁이 소리쳤다.“그런 뜻 아니야!”수진이 비웃었다.“맞아.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내 머릿속에서 지난 십 년의 빈칸들이 한꺼번에 맞아 들어갔다.야근. 회식. 운동. 출장.이상하게 늘 같은 요일이었다.“그래서 화요일마다 늦었구나.”준혁의 얼굴이 굳었다.“서윤아, 예전 얘기야.”“몇 년.”수진이 대답했다.“7년.”내 손이 그대로 준혁 뺨을 갈겼다.짝!“7년이 예전이야, 이 개자식아?”준혁이 이를 악물었다.“중간에 끊은 적도 있어!”“개근상이라도 달라는 거냐?”수진이 휴대전화를 내밀었다.달력 하나가 떴다.빨간색은 ‘SY’. 파란색은 ‘SJ’.월요일 SY. 화요일 SJ. 수요일 SY. 목요일 SJ.주말에는 ‘협의’.수진이 고개를 숙였다.“처음엔 장난이었어.”“너희 입에서 장난 소리 한 번만 더 나오면 입을 찢어버릴 거야.”그때 지연이 화면을 보더니 얼굴이 굳었다.“잠깐. 이 달력 나도 본 적 있어.”나는 지연을 봤다.“언니도 알았어?”“요일만. 근데….”지연이 화면을 확대했다.달력 아래 메모가 있었다.[SY 기분관리] [화해 필요] [싸움 유도] [의심 낮추기]나는 숨을 멈췄다.“이게 뭐야?”준혁이 수진을 노려봤다.“그걸 왜 아직도 갖고 있어?”수진이 웃었다.“증거니까.”“무슨 뜻이냐고.”수진은 채팅방 하나를 열었다.[수진] 이번 주 서윤이 너 의심하더라. [준혁] 알아. [수진] 먼저 싸워. 돈 문제로. [준혁] 그러면? [수진] 걔 자기 탓 하는 성격이잖아. 화내고 이틀 연락 끊어. [준혁] 그다음? [수진] 꽃 사가. 울면서 미안하다고 하면 끝.손이 떨렸다.“이것도 너희가 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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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사진 속 강태식은 잠든 내 침대 옆에 앉아 웃고 있었다.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아버님.”영상통화 화면 속 태식이 입을 다물었다.“왜 내 침실에 있었어요?”준혁이 먼저 끼어들었다.“아버지가 너한테 뭘 한 건 아니야.”나는 준혁을 노려봤다.“내가 물었냐, 개새끼야?”태식이 한숨을 내쉬었다.“사진만 찍었다.”“남의 며느리 자는 방에 몰래 들어와서?”“지연이가 부탁했다.”모두가 지연을 봤다.지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아버지.”“네가 이제 와서 나까지 끌고 들어갔잖아.”나는 지연에게 다가갔다.“언니가 시켰어?”“서윤아, 그건….”“대답해.”지연이 눈을 감았다.“응.”짝!내 손이 지연 뺨을 갈겼다.“왜!”“준혁이 네가 이혼할까 봐 무서워했어.”“그래서 나를 불륜녀로 만들려고?”“실제로 쓰려고 한 건 아니야!”나는 기가 막혀 웃었다.“마흔세 장을 기념사진으로 찍었어?”수진이 폴더를 뒤지다가 멈췄다.“잠깐.”“왜.”“촬영 지시서가 있어.”파일을 열었다.[서윤 유지 프로젝트.]작성자.강지연.준혁 얼굴까지 굳었다.“누나, 이게 뭐야?”지연이 입술을 떨었다.“너도 알고 있었잖아.”“난 사진 몇 장만 찍는 줄 알았어!”지연이 갑자기 웃었다.“이제 와서 깨끗한 척하지 마, 이 병신아.”준혁이 멈췄다.지연은 울면서 웃었다.“네가 나한테 그랬잖아. 서윤이만 안 나가면 우리는 계속 만날 수 있다고.”심장이 내려앉았다.“뭐?”지연이 나를 봤다.“서윤아.”“계속해.”“네가 준혁 옆에 있어야 했어.”“왜.”지연이 고개를 숙였다.“그래야 준혁이 정상인 척 살 수 있으니까.”나는 헛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위장막이었네.”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수진이 지시서를 넘겼다.[강서윤 이혼 요구 시 대응.]1단계. 아이 이야기. 2단계. 가족 설득. 3단계. 친구를 통한 회유. 4단계. 실패 시 사진 사용.내 손끝이 떨렸다.“친구를 통한 회유.”수진 얼굴이 굳었다.나는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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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준혁 오빠랑 제일 오래 연락한 사람, 사실 나야.”수아가 웃었다.수진의 얼굴이 굳었다.“무슨 개소리야.”“네가 준혁 오빠 처음 만난 게 언제였지?”“열두 해 전.”수아가 고개를 저었다.“난 열세 해 전.”준혁이 욕을 삼켰다.“오수아.”“왜. 이제 와서 쪽팔려?”수진이 준혁을 봤다.“너 언니를 나보다 먼저 알았어?”준혁은 대답하지 않았다.수아가 대신 말했다.“알기만 했겠어?”짝!수진이 준혁 뺨을 갈겼다.“이 개자식아!”“너도 네 언니인 척하고 나 만난 적 있잖아!”“난 네가 언니랑 먼저 붙어먹은 줄 몰랐어!”나는 둘을 번갈아 봤다.“잠깐. 그럼 수진이가 준혁을 만난 것도 우연이 아니야?”수아가 웃었다.“그것도 내가 만들었어요.”수진이 소리쳤다.“언니!”수아는 오래된 휴대전화를 켰다.계정 이름은 ‘오수진’.그런데 로그인 기록에는 수아의 번호가 연결돼 있었다.[수진] 내 동생인데 나랑 똑같이 생겼어. [준혁] 진짜? [수진] 한번 맞혀봐. [준혁] 틀리면? [수진] 틀린 쪽이랑 자는 거지.수진이 휴대전화를 낚아채려 했다.“미친년아, 이거 네가 보낸 거야?”수아가 손을 피했다.“응.”“내 이름으로?”“응.”수진이 수아 머리채를 잡았다.“개같은 년아!”둘이 엉키자 지연과 가영이 떼어냈다.준혁은 벽에 기대 욕을 내뱉었다.“진짜 미친 자매네.”수아가 준혁을 노려봤다.“넌 좋아했잖아. 둘 다 가져보겠다고.”나는 준혁을 봤다.“둘인 줄 알고도 만났어?”준혁이 입을 다물었다.수아가 웃었다.“처음엔 나만 만났어요.”“얼마나.”“여덟 달.”수진의 눈이 뒤집혔다.“나랑 만나면서도 언니랑 잤어?”수아가 고개를 저었다.“반대야.”수진이 멈췄다.“뭐?”“네가 내 남자한테 들어온 거야.”수진이 그대로 수아 뺨을 후려쳤다.“닥쳐!”수아도 바로 수진 뺨을 갈겼다.“왜? 평생 네가 먼저인 줄 알았어?”준혁이 소리쳤다.“둘 다 그만해!”“넌 아가리 닥쳐, 개잡놈아!”쌍둥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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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처음부터 나를 저 새끼랑 결혼시키자고 한 사람.”나는 수진을 똑바로 바라봤다.“너였네.”수진이 입술을 떨었다.“서윤아, 그때는—”“그때는 뭐.”“준혁이가 너랑 오래 갈 줄 몰랐어.”준혁이 수진을 노려봤다.“야.”수진이 갑자기 웃었다.“왜? 이제 와서 네가 사랑해서 결혼한 척하려고?”“닥쳐.”“너도 내기했잖아.”내가 멈췄다.“내기?”방 안의 몇몇 얼굴이 동시에 굳었다.수아가 욕을 뱉었다.“설마 그것까지 있었어?”수진이 오래된 단체방을 열었다.방 이름.[10 YEARS]가슴이 서늘해졌다.참가자 여덟 명.강준혁. 오수진. 윤가영. 이강우. 박도훈.그리고 이미 본 이름들이 더 있었다.첫 메시지는 내 결혼식 날 올라와 있었다.[준혁] 강서윤 몇 년 버틸 것 같냐.나는 숨을 멈췄다.도훈.[3년.]가영.[5년.]강우.[준혁 하는 짓 보면 2년.]그리고 수진.[10년.]나는 수진을 봤다.“너만 십 년?”수진이 웃으며 울었다.“너니까.”“뭐?”“너는 사람 한번 믿으면 끝까지 믿잖아.”손끝이 떨렸다.메시지를 더 내렸다.[준혁] 10년 버티면 내가 인정한다. [수진] 뭘 줄 건데? [준혁] 원하는 거. [수진] 진짜? [준혁] 대신 10년 전에 네가 직접 까발리면 무효.나는 천천히 화면을 올려다봤다.“직접 까발리면 무효.”수진이 고개를 숙였다.순간 첫날의 전화가 머릿속에서 다시 울렸다.‘오빠, 그 돼지년 이제 잤어?’나는 그대로 굳었다.“잠깐.”준혁 얼굴이 변했다.수진은 울고 있었다.“그 전화.”아무도 말하지 않았다.나는 수진에게 다가갔다.“실수 아니었지?”수진의 입술이 떨렸다.“서윤아.”“내가 받을 줄 알고 전화했어?”수진이 끝내 고개를 끄덕였다.짝!내 손이 수진 뺨을 후려쳤다.“이 미친년아!”수진이 비틀거렸다.“십 년 됐으니까!”“그래서?”“내가 이겼으니까!”방 안에서 욕설이 터졌다.“개또라이네.” “사람 결혼을 내기로 했다고?”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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