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가장 큰 후회는 너였다: Chapter 11 - Chapter 20

95 Chapters

제11화

모던한 미니멀 스타일의 저택은 시티 B의 최고급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었다.그곳은 엘레나의 개인 저택에서 불과 1킬로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불이 꺼진 2층 발코니.찰리는 손에 위스키 잔을 들고 서 있었지만, 단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았다.그의 시선은 오직 한곳에만 고정되어 있었다.언덕 아래 따뜻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집.엘레나와 레오가 살고 있는 집이었다.단 24시간 만에 레이는 시세의 세 배를 지불하고 이 저택을 손에 넣었다.이제 찰리에게 돈은 아무 의미도 없었다.전 재산을 잃는 것보다 엘레나의 모습을 바라볼 기회를 잃는 것이 훨씬 더 두려웠다.발코니 문이 조용히 열렸다.레이가 태블릿을 손에 든 채 안으로 들어왔다.“베인 회장님, 엘레나 여사와 레오 도련님의 일정을 확인했습니다.”레이는 최근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예민해진 찰리를 자극하지 않으려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매일 오전 8시가 되면 엘레나 여사께서 레오를 시티 B 국제유치원에 데려다주신 뒤 에셀 코퍼레이션 본사로 출근하십니다.”찰리는 뒤돌아보지 않았다.여전히 엘레나의 집만 바라본 채 물었다.“경호는?”“매우 삼엄합니다, 회장님.”“최고 수준의 민간 보안업체 소속 무장 경호원 여덟 명이 레오를 24시간 보호하고 있습니다.”“또한 엘레나 여사께서 내리신 즉각 대응 명령은 스토킹 위협에 대한 보호 조치로 정식 법적 절차까지 마쳤습니다.”찰리는 짧게 숨을 들이마셨다.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엘레나는 이제 자신을 아들을 납치하려는 괴물처럼 여기고 있었다.“그대로 둬.”찰리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내일 아침엔 평범한 차를 준비해.”“평소 타던 고급차 말고.”“난... 멀리서라도 내 아들을 보고 싶을 뿐이야.”---다음 날 오전 7시 45분.평범한 검은색 세단 한 대가 시티 B 국제유치원 맞은편에 조용히 주차되어 있었다.어둑한 차 안.찰리는 뒷좌석에 앉아 짙은 선팅 너머로 학교 정문을 바라보고 있었다.그의 심장은 그리움과 두려움이 뒤섞인 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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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시티 B의 저녁노을이 서서히 저물어 갔다.에셀 코퍼레이션 본사 위로 붉게 타오르는 주황빛 노을이 하늘을 물들이고 있었다.고요한 집무실 안.엘레나는 임원용 책상 뒤에 앉아 아리아가 방금 가져온 조사 보고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언덕 위 저택은 이틀 전에 베인 코퍼레이션의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매입됐습니다.”아리아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묻어 있었다.“그리고 어제 레오 도련님 학교 앞에서 마담께서 의심하셨던 검은 세단도… 찰리의 개인 비서인 레이가 렌트한 차량으로 확인됐습니다.”엘레나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가늘게 좁혀진 눈동자에서는 짙은 살기가 번뜩였다.“정말 포기할 줄을 모르는 사람이군.”엘레나가 차갑게 내뱉었다.“짙은 선팅 뒤에 숨어 있으면, 그 역겨운 후회의 냄새까지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한 건가?”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에 걸쳐 둔 검은 코트를 집어 들었다.“아리아, 차 준비하세요.”“더 이상 그 쥐새끼가 내 아들을 몰래 지켜보게 둘 생각은 없어요.”아리아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마담, 직접 만나러 가시려는 겁니까?”“접근 시 즉각 대응 명령은—”“레오 학교 앞에서 내 손을 더럽힐 생각은 없어요.”엘레나가 차갑게 말을 끊었다.“하지만 내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는 건 분명히 알려 줘야겠죠.”---오후 8시.시티 B 언덕 위의 최고급 주택 단지는 적막에 휩싸여 있었다.찰리는 새로 산 저택 로비에 서 있었다.그때, 흰색 메탈릭 SUV의 헤드라이트가 어둠을 가르며 그의 저택 유리벽을 환하게 비추었다.차는 열린 정문 앞에서 멈춰 섰다.찰리의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그는 그 차를 한눈에 알아보았다.레이가 움직이기도 전에 찰리는 주차장으로 뛰쳐나갔다.SUV의 뒷문이 열리고,엘레나가 천천히 내렸다.오늘 밤의 그녀는 마치 죽음의 여신 같았다.우아하면서도 차갑고,온몸을 검은 옷으로 감싼 채 치명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엘레나…”찰리가 쉰 목소리로 불렀다.그는 그녀 앞에서 세 걸음 정도 떨어진 곳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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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엘레나의 손바닥에는 방금 전 찰리를 때렸던 감각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뜨거운 열기가 손끝에서 가슴 깊숙한 곳까지 번져 갔다.언덕 아래 저택으로 향하는 SUV 안.엘레나는 계기판의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살짝 붉어진 자신의 오른손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운전석에 앉은 아리아는 룸미러를 통해 그녀를 몇 번이고 조심스럽게 살폈다.“마담, 괜찮으십니까?”“표정이 많이 굳어 보이십니다.”엘레나는 손을 꽉 쥐며 아직도 남아 있는 미세한 떨림을 감췄다.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천천히 내쉬며, 분노로 거칠게 뛰던 심장을 억눌렀다.“괜찮아요.”그녀의 목소리는 다시 얼음처럼 차갑고 담담했다.“내일 아침부터 레오 학교 경호 인원을 두 배로 늘리세요.”“오늘 같은 일이 다시 생기는 위험은 절대 감수하지 않겠어요.”“알겠습니다, 마담.”아리아가 곧바로 대답했다.“학교 외곽에는 추가 감시 카메라도 모두 설치했습니다. 중앙 보안 시스템과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엘레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뒤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시티 B의 밤을 감싼 나무들의 그림자가 빠르게 뒤로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찰리의 뺨을 때렸다.그 남자의 자존심을 바닥까지 짓밟았다.그런데도 마음은 조금도 후련하지 않았다.5년 전의 상처는 너무 깊었다.독이 든 뿌리처럼 가슴속 깊이 파고들어, 단 한 번의 복수로는 결코 뽑아낼 수 없는 상처였다.---같은 시각.언덕 위 저택의 주차장.엘레나의 차량 소리가 이미 오래전에 어둠 속으로 사라졌음에도,찰리는 여전히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입가에서 흘러나온 피는 이미 말라붙어 쇠비린내만 진하게 남아 있었다.레이는 조심스럽게 다가와 그의 곁에 무릎을 꿇었다.“회장님…”“이제 일어나십시오.”“밤공기가 점점 차가워지고 있습니다.”“어젯밤 충격에서 몸도 아직 회복되지 않았습니다.”찰리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늘 냉정하고 강인하던 얼굴은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말라붙은 눈물 자국이 뺨을 따라 선명하게 남아 있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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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새벽이 밝아오면 시티 B의 에셀 코퍼레이션 본사는 언제나 숨 가쁜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하지만 오늘 아침, 임원층의 분위기는 평소보다 훨씬 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엘레나는 집무실 책상 뒤에 앉아 환하게 켜진 태블릿 화면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앞에는 아리아가 서 있었고, 손에는 30분 전에 막 출력한 최신 재무 및 법무 보고서가 들려 있었다.“남부 지역의 허브 원료 공급업체 지분 40%가 누군가에게 매입됐습니다.”아리아의 목소리에는 긴장감이 어려 있었다.“새로 설립된 ‘피닉스 로지스틱스’라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아주 조용히 움직였습니다.”엘레나는 태블릿을 조용히 내려놓았다.대리석 책상 위로 낮고 단단한 소리가 울렸다.그녀의 눈빛이 차갑게 가늘어졌다.“피닉스 로지스틱스의 배후가 누구죠?”맑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곧장 핵심을 꿰뚫었다.아리아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대답했다.“찰리 베인입니다, 마담.”“베인 코퍼레이션 자금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개인 명의의 유동 자산을 거의 모두 처분해 우리 공급망을 장악하려는 것 같습니다.”엘레나는 코로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가까스로 억눌렀다.어젯밤 자신에게 뺨을 맞은 남자가,오늘 아침에는 벌써 에셀 코퍼레이션의 핵심 공급망에 손을 뻗고 있었다.“공급망 전쟁을 하자는 건가?”엘레나가 차갑게 내뱉었다.“아리아.”“남부 항만청에 연락하세요.”“모든 운송 계약을 서부 지역 대체 공급업체로 전환합니다.”“새로 사들인 그 주식들과 함께 썩게 내버려 두세요.”아리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하지만 마담, 서부 지역으로 공급선을 바꾸면 첫 달 생산비가 15% 정도 상승합니다.”“15% 따위는 상관없어요.”엘레나가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그녀의 눈빛에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절대적인 권위가 담겨 있었다.“찰리 베인의 돈 한 푼도 내 아들의 미래에 닿게 두지 않을 겁니다.”---같은 시각.시티 B 비즈니스 지구에 새로 설립된 피닉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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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에델 코퍼레이션(Aethel Corp) 본사 대회의실의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긴 컨퍼런스 테이블 위로 눈이 부실 만큼 차가운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오늘 아침, 이 공간은 마치 처형을 기다리는 법정 같았다. 구매 담당 임원 여섯 명은 등줄기를 곧게 편 채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고, 그 누구도 감히 테이블 끝을 향해 고개를 들지 못했다.그곳에는 엘레나가 흔들림 없는 여왕의 우아함을 두른 채 앉아 있었다. 단정한 핏의 칠흑 같은 맞춤 정장이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었고, 그에 맞추어 깊고 차가운 아우라가 그녀의 눈동자에서 뿜어져 나왔다. 대리석 테이블 수면을 일정한 리듬으로 두드리는 그녀의 긴 손가락 소리가 장내에 흐르는 정적을 조금씩 갉아먹으며 모두의 숨통을 죄어왔다."그래서."엘레나가 입을 열었다. 맑고 낮게 깔린 그녀의 목소리는 숨 막히는 침묵을 단칼에 베어 버릴 듯 날카로웠다."스물네 시간도 되지 않아서, 피닉스 로지스틱스가 남부 지역에 이어 서부 지역의 대체 원자재 공급처까지 빼앗아 갔다? 지금 그걸 보고라고 하는 건가요?"식은땀으로 이마를 적시던 구매총괄팀장이 극도로 조심스럽게 목을 가다듬었다."마, 마담… 저들의 움직임은 상식적인 수준을 벗어났습니다. 피닉스 로지스틱스는 정상적인 비즈니스 협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시가의 두 배가 넘는 매입가를 전액 현금으로 제시했습니다. 서부의 공급업체들 입장에서는 그 미친 제안을 거절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었습니다."엘레나가 짧게 실소를 터뜨렸다.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단 한 뼘의 유머조차 담기지 않은 차가운 웃음이었다. 그녀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이건 더 이상 비즈니스도, 기업 전략도, 금전적 이익을 위한 싸움도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후회 속에서 맞아 죽어가는 한 남자의 광기 어린 발악일 뿐이었다.찰리 베인은 자신의 모든 개인 재산을 쏟아부어 에델 코퍼레이션의 주변에 높은 성벽을 쌓고 있었다. 엘레나가 돌아서서 자신을 직면할 수밖에 없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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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제네바를 향해 이륙하는 에델 코퍼레이션 전용기의 제트 엔진 소리가 최상층에 위치한 엘레나의 집무실까지 희미하게 울려 퍼졌다. 그녀는 통유리창 가에 침묵을 지킨 채 서서, 은빛 비행기의 실루엣이 B시 노을녘의 주황빛 구름을 갈라놓는 장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막 서명한 국제 유통망 전환 보고서는 찰리 베인이 시도했던 미친 단수를 상대로 거둔 완벽한 승리를 고하고 있었다.하지만 엘레나의 얼굴에는 승자의 미소 따위는 없었다. 그녀의 시선은 광활한 하늘을 꿰뚫을 듯 여전히 얼음처럼 차가웠다.며칠 전보다 한결 진정된 걸음걸이로 아리아가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마담, 1차 화물 수송기 전부가 성공적으로 국제 영공에 진입했습니다. 마담의 예상대로 서부 지역의 원자재 재고를 처분하지 못한 피닉스 로지스틱스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습니다."엘레나가 어깨를 짓누르는 피로감을 털어내려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 남자는, 더 이상 다른 움직임이 없나?"아리아가 대답을 망설였다. "정보원에 따르면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마담. 찰리 베인이 방금 수도 베인 그룹의 대주주 지분 10%를 서둘러 매각하는 계약서에 서명했습니다. 자신을 축출하려던 이사회에 시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지분을 넘겨버렸습니다."커피잔을 들고 있던 엘레나의 손가락이 순간 굳어졌다. 그녀가 천천히 몸을 돌려 날카롭게 조인 눈빛으로 아리아를 stare했다. "가문의 유산인 지분을 팔았다고? 도대체 무엇 때문에?""B시 민간 공항의 항공 물류 운영권을 사들이기 위해서입니다, 마담." 아리아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들이 직면한 광기에 소름이 돋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유럽으로 향할 때 자주 이용하는 전용기 항로를 노린 겁니다. 그는… 마담이 지나는 하늘마저 사들이려 하고 있습니다."그 말을 들은 엘레나의 관자놀이에 격렬한 분노의 맥박이 뛰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커피잔이 탁자 위에 쾅 소리를 내며 놓였고, 그 차가운 마찰음이 정적을 깨부쉈다."미친 자식."단 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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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다시 밤이 B시를 감싸 안으며, 국제 항구의 바닷물을 격렬하게 요동치게 만드는 해일이 몰아쳤다. 에델 코퍼레이션(Aethel Corp) 최상층 집무실 안, 엘레나는 여전히 퇴근을 미룬 채 서 있었다. 그녀는 주식의 움직임과 항구의 상황이 떠 있는 대형 모니터 화면을 가만히 주시하고 있었다.아리아가 소리 없이 들어왔다. 엘레나의 비서로 일해 온 커리어 전체를 통틀어 가장 절망적인 보고서를 손에 쥔 채였다."마담," 불안감으로 아리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찰리 베인이… 완전히 이성을 잃었습니다. 한 시간 전 항구 인수 서류가 최종 승인되었습니다. 그자는 이 미친 짓에 자금을 대기 위해 수도 베인 그룹의 대주주 지분 20%를 추가로 매각했습니다. 이제 그자가 B시 항만청의 대주주가 되었습니다."대리석 탁자 위에 놓인 엘레나의 손이 천천히 말려 들어가더니, 손톱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제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지독한 역겨움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 남자는 그녀를 놓아주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찰리는 마치 자신이 엘레나가 어디로 발을 디뎌야 할지 통제할 수 있는 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굴고 있었다."내 배를 막아서겠다고 제 가문의 가업마저 팔아치웠다?"단 한 번의 짧은 호흡에 치명적인 극지의 바람 같은 서늘함이 실려 있었다."내 발밑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되기 위해 제 제국을 스스로 짓밟았단 말이지?""맞습니다, 마담. 유럽으로 향할 예정이던 우리 '아우라 허브' 화물선이 현재 3번 선창에 억류되어 있습니다. 찰리의 통제하에 들어간 신임 항만청이 긴급 보안 점검을 구실로 출항 허가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아리아가 보고했다. "이사회도 패닉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명백한 영업 방해입니다."엘레나는 몇 초간 눈을 감았다. 눈꺼풀 뒤의 어둠 속에서 과거의 잔상이 다시 휘몰아쳤다. 빗속에서 제발 자신을 버리지 말아 달라고 빌었던 밤, 찰리가 방관했던 사라의 음모 때문에 제 아이가 죽을 위기에 처했던 그 밤.엘레나가 눈을 떴을 때, 더 이상 들끓는 분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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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오늘 아침, 찰리 베인의 왕좌가 베인 코퍼레이션에서 무너져 내렸다는 소식이 전 금융 언론을 들불처럼 번져가며 뜨겁게 달구었다. 시티-B의 개인 저택, 조용한 새 집무실에 앉은 엘레나는 캘피탈에서 생중계되는 기자회견을 모니터 화면으로 지시하듯 바라보고 있었다.에이델 코퍼레이션의 비밀 자금 지원을 받은 반대파 이사회는 방금 찰리의 총괄 CEO 직위 불명예 해임을 공식 발표했다. 수십 년간 캘피탈의 경제 기둥을 거머쥐고 있던 남자가 마침내 자신의 제국을 공식적으로 잃어버린 순간이었다."마담." 아리아가 문을 가볍게 두드린 뒤 걸어 들어왔다. "캘피탈에서의 합법적 쿠데타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찰리 베인은 주주총회에 참석하지도, 그 어떤 변명도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자산과 의결권이 그대로 청산되도록 방치했습니다."엘레나는 찻잔을 들어 올려 극도로 침착한 동작으로 한 모금 머금었다. 그녀의 가면 같은 얼굴에는 그 어떤 과도한 만족감의 기색도 없었다. 오직 완전한 허무만이 감돌 뿐이었다. "시티-B에 남아있는 그의 자산은 어떻게 됐죠?""항구를 떠나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마담." 아리아가 약간의 소름이 돋은 표정으로 답했다. "어제 우리가 원료를 던져버린 바다를 바라보며, 3번 선창에 세워둔 차 안에서 밤을 지새웠다고 합니다. 경호팀 보고에 따르면 찰리 베인의 의식이… 주기적으로 희미해지고 있다고 합니다."엘레나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깊고 긴 숨을 한 번 내쉬며, 한때 자신의 생사와 삶을 쥐락펴락했던 남자에 대한 기억의 잔재를 차갑게 털어냈다. "그건 그 남자가 선택한 삶이야, 아리아. 자신의 왕좌를 지킬 줄 모르는 자가 길거리에 나앉는 건 당연한 귀결이지."같은 시각, 시티-B 항구 3번 선창을 가득 메운 흩날리는 가랑비 아래.찰리는 이제 퀴퀴한 냄새가 나는 검은색 세단 뒷좌석에 뻣뻣하게 앉아 있었다. 그의 고급 수트는 찌그러지고 항구의 흙탕물 때로 더러워져 있었다. 붉게 충혈되고 퉁퉁 부은 그의 두 눈은 잿빛 바다 표면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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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시티-B 언덕 아래 자리 잡은 에이델 코퍼레이션의 엘리트 주거 단지 위로 아침 해가 떠올랐다. 엘레나의 저택을 둘러싼 3미터 높이의 검은색 철제 울타리는 굳건했으며, 모퉁이마다 전술 유니폼을 입은 경호원 네 명이 지키고 서 있었다. 그 고요한 풍경은 무성한 참나무 아래, 길 건너편에 낡은 택시 한 대가 멈춰 서면서 깨졌다.택시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 찰리 베인의 체구는 일주일 전보다 훨씬 더 수척해져 있었다. 캘피탈 이사회에 의해 전 계좌가 강제 동결된 어젯밤 이후, 작은 소매점프에서 직접 구입한 헐렁한 패턴의 검은색 셔츠와 평범한 면바지가 그의 비싼 수트를 대신하고 있었다.이제 그에게는 고급 승용차도 없었고, 남은 마지막 현금으로 레이를 임무에서 해제한 후로는 개인 비서조차 없었다. 찰리는 이제 완전히 혼자였다.그는 도로 경계석으로 다가갔고, 그의 시선은 엘레나 저택의 대문을 향해 곧게 꽂혔다. 손가락으로 바지 주머니를 꽉 쥐었다. 이 세상에 남은 유일한 유산인 엘레나의 은색 펜던트 조각이 손끝에 닿았다."거기서 멈추시죠, 베인 님."엄숙한 바리톤 목소리가 찰리의 발걸음을 가로막았다. 엘레나의 저택 인도에 발을 들이기 정확히 2미터 전이었다. 에이델 코퍼레이션의 경호원 두 명이 재빨리 앞으로 나서며 총기가 꽂힌 허리춤에 손을 갖다 댔다."출입 금지 구역입니다. 마담 엘레나께서는 더 이상 접근할 시 강경 진압하라는 엄명을 내리셨습니다."찰리는 걸음을 멈추었다. 당황하거나 분노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수척해진 그의 얼굴에는 체념만이 짙게 배어 있었다. 건조하게 타들어 가는 목구멍을 비집고 나오는 그의 숨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안으로 들어가지 않겠습니다."찰리가 쉰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불어오는 아침 바람 속에 목소리가 흩어졌다."레오에게 이걸 전해주고 싶을 뿐입니다. 이건… 자산 매각 대금 중 일부로 만든 아이 명의의 영구 장학 재단 공식 서류입니다. 그 아이의 어머니에게 전해 주십시오."찰리가 가볍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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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아침부터 시티-B를 적시던 이슬비는 어느덧 차가운 소폭풍으로 변해 있었다. 어두운 빗물이 인도 위로 거세게 흘러내리며 찰리의 신발과 검은색 셔츠를 적셨고, 젖은 옷가지는 수척해진 그의 몸에 딱 붙어버렸다. 그는 더 이상 날씨의 기세를 막아주지 못하는 참나무 아래에 여전히 서 있었다.레오를 위한 영구 장학 재단 서류가 들어있는 갈색 봉투는 젖어버려 귀퉁이가 찢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찰리는 마치 그 봉투가 자신의 심장이라도 되는 것처럼 가슴에 꼭 품고 있었다. 그의 몸은 지독하게 떨렸고, 입술은 파랗게 질려갔으며, 미동도 없는 엘레나 저택의 검은 철제 대문을 바라보는 그의 시야는 점차 흐려져 갔다.길 건너편, 에이델 코퍼레이션의 경호원들은 전술 우비를 입은 채 초소에 서서 단 한 조각의 동정심도 없이 찰리의 일주일투족을 감시했다. 그들에게 길 건너편의 사내는 한때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캘피탈의 전 지배자가 아니라, 그저 경계해야 할 위협 요소일 뿐이었다."베인 님, 이만 가십시오."바람과 빗소리를 뚫고 경호원 중 한 명이 마침내 소리쳤다."마담 엘레나께서는 방금 삼엄한 경호 속에 후문으로 출발하셨습니다. 여기서 시간 낭비해 봤자 소용없습니다!"그 말을 들은 찰리의 몸이 흠칫 떨렸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충격이 가슴을 후려치는 듯 그는 심하게 기침을 해댔고, 옅은 혈흔을 토해냈다. 그 핏자국은 아스팔트 위로 떨어진 빗물에 즉시 씻겨 내려갔다.엘레나는 찰리의 그림자조차 마주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정문으로 나서는 것조차 거부한 것이었다. 그 여자는 찰리라는 존재를 자신과 레오의 삶에서 완전히 치워버려야 할 오염 물질로 여기고 있었다.한편, 도심의 정체를 뚫고 시티-B 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메탈릭 화이트 SUV 차량 안.엘레나는 앞을 정면으로 응시한 채 뒷좌석에 앉아 있었고, 그녀의 곁에서는 레오가 엄마의 다리에 머리를 기대고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아리아는 백미러를 통해 간간이 상사의 표정을 살폈다. 너무나 침착한, 침착하다 못해 기이하게 느껴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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