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화 먼저 나온 이는 호위도, 시종도 아니었다. 문 너머의 어둠을 쪼개고, 프레데리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침빛이 그를 비추는 순간,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시선을 멈췄다. 빛이 난다, 정말로. 햇빛이 희미하게 번진 겨울 아침, 그 한 줄기가 그의 어깨와 얼굴을 스치며 서늘한 공기와 대비되는 기묘한 따뜻함을 만들어냈다. 검은 외투 자락은 바람에 천천히 흔들렸고, 깊은 눈동자에는 밤새 단 한순간도 흐트러지지 않았던 어떤 결정이 고여 있었다. 표정은 늘 그렇듯 무겁고 침착했지만…… 그가 문턱을 넘는 동작에는 알 수 없는 가벼움이 있었다. 얼어붙은 아침 공기에서 혼자만 온기를 품은 사람처럼. 피엘은 숨을 삼켰다. 랑베르는 시선을 피하며, 이유 없이 말방울을 한 번 더 고쳐 쥐었다. 시녀들은 고개를 동시에 숙였지만, 눈동자는 자신도 모르게 그를 훔쳐보았다. 그의 곁에서는 미세하게, 말로 옮기기 어려운 빛이 감돌았다. 단단한 기세, 긴 밤을 지새운 사람 특유의 차분한 자신감. 그 밤의 결과를 굳이 숨기지 않은 남자의 여유. 그 순간, 아무 말도 필요 없었다. 풍경은 그대로인데, 그가 달라져 있었다. 모두가, 그것을 느꼈다. 지금 이 남자는… 단지 여정을 재개하려 나온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 이미 손에 넣은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밭 위로 드리운 그림자조차 이제 무언가 깊고 은밀한 비밀을 알고 있는 듯 길게 이어졌다. ***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2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