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정략 결혼은 끝냈어야 했다: Chapter 71 - Chapter 80

103 Chapters

71화 지빌라를 향한 질투와 시샘

71화 조프루아는 순간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다. “신부 수업이라뇨… 아직 성인이 되려면 먼 아이입니다.” 지빌라는 잔을 내려놓고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아니에요. 곧 성숙한 여인이 될 거예요. 준비는 일찍 할수록 좋지요. 그리고 홀로 여동생을 돌보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테니까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요.” 조프루아는 잠시 말을 잃었다. 지빌라의 제안은 뜻밖이었다. 아니, 그녀는 언제나 예상 밖의 말을 건넸다. 황녀이자 대공비가 된 여인이 이토록 서부를 위해 스스로를 내어준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서부는 이미 큰 빚을 진 셈이었다. 그는 입을 열려다 문득, 지빌라 곁에서 묵묵히 술잔을 들고 있는 프레데리크의 눈빛을 느꼈다. 그 시선이, 물끄러미 그녀의 옆모습에 박혀 있었다. 조프루아는 괜히 목이 간질거려 말을 삼키고 짧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그 말은 진심이었다. 조프루아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클로리스는,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황녀 전하께서 내 신부 수업을… 맙소사!’ 벌어진 입을 간신히 다문 클로리스는 싱글벙글한 미소를 애써 누르며 자세를 바르게 고쳤다. 수도에 있는 친구들에게 당장 이 소식을 전하고 싶어 손끝이 근질거렸다. 하지만 지빌라가 건넨 ‘신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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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화 잊힌 이름이, 살아 움직이는 듯

73화 클로리스는 아침부터 눈을 반짝이며 열의를 보였다. 하지만 장부를 펴고 숫자와 씨름한 지 반나절이 지나자, 어느새 기운이 쭉 빠져 있었다. 지빌라는 그런 그녀를 보고 부드럽게 웃었다. “조금 쉬는 게 좋겠구나. 머리도 식힐 겸 바람이나 쐴까?” 두 사람은 후원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햇살이 유리창 너머로 부서지며, 묘하게 따뜻한 냄새가 공기 중에 섞여들었다. 마구간에 다다르자, 짚내와 말의 구수한 숨결이 코끝을 스쳤다. 마구간지기는 지빌라를 알아보고는 즉시 부드러운 털빛의 말을 두 마리 끌고 나왔다. “두 분이서 타시기에 순한 녀석들입니다.” 지빌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의 갈기를 쓸어내렸다. 그때, 시야 끝에서 반사된 한 줄기 흰빛이 눈을 스쳤다. 그녀의 시선이 저절로 그곳으로 향했다. 후원 한구석, 볕을 받은 듯 눈부신 백마 한 마리가 서 있었다. 빛을 머금은 듯 윤기 나는 털, 고요하고도 오만한 눈매. 요제파. 그 이름이, 오래된 기억처럼 마음속 깊은 곳에서 천천히 스며올랐다. 회귀 전, 그녀가 직접 붙여줬던 이름이었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사라진 과거의 잔향. 지빌라는 잠시 눈을 가늘게 뜨며 숨을 골랐다. 요제파의 기억 속에 지금의 그녀는 없을 터였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시선을 거두려는 순간이었다. 요제파가 움직였다. 부드러운 바람이 일었다. 백마의 앞발이 사뿐히 흙을 디뎠고, 햇살 아래서 흰 갈기가 물결처럼 흔들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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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화 당신이 원한다면

74화 조용한 목소리였지만, 부정할 수 없는 단호함이 실려 있었다. 조프루아의 눈빛이 순간 굳었고, 지빌라는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 “프레데리크…….” “나와 함께 타지.” 짧은 말. 이유도 설명도 없었다. 지빌라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에요. 제가 괜한 억지를 부렸나 봐요. 백마가… 친근하게 굴어서, 괜히 기특하게 여겨졌을 뿐이에요.” 그 말을 듣던 요제파가 머리를 들었다. 그 눈동자가 흔들림 없이 그녀를 향했다. 그녀가 자신을 말하고 있다는 걸 알아듣기라도 한 듯, 콧잔등을 살짝 그녀의 손에 갖다 댔다. 지빌라는 웃음을 띠며 그 부드러운 털을 손끝으로 쓸어내렸다. 그러자 요제파가 슬며시 시선을 돌렸다. 하얀 속눈썹 아래로, 깊고 맑은 눈이 프레데리크를 향했다. 마치 그녀는 맡길 수 있는지를, 조용히 시험하듯. 혹은 제 주인을 지키도록 나름의 ‘허락’을 보내는 것처럼. 프레데리크는 곧바로 마구간지기를 향해 짧게 명령했다. “이인용 안장을 얹어라.” 명령은 간결했고, 행동은 빠르고 단호했다. 그는 말 한마디 덧붙이지 않고 지빌라의 허리를 감싸 들어 올렸다. 동작은 거침없었지만, 손끝의 힘은 의외로 부드러웠다. 지빌라가 안장 위에 오르자, 그는 곧장 그녀 뒤를 따라 올라탔다. &ldq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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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화 합방 거부

77화 겨울의 초입. 지빌라는 북부로 향하는 마차에 올랐다. 목에는 황실에서 하사한 흰 여우털 목도리, 어깨에는 두툼한 은빛 망토가 감겨 있었다. 멀리서 본다면 설인처럼 보일 정도로 새하얗고 정갈한 차림이었다. 마차 안은 따뜻했지만, 서부에서 북부로 향하는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계절은 완연히 바뀌어 있었고, 공기는 매섭게 싸늘했으며 길은 얼어붙어 있었다. 회귀한 이후 처음으로 지빌라는 실감했다. ‘북부는 참, 멀구나.’ 벌써 보름째 이동 중이었다. 마차 안에서 에르나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전하… 춥진 않으세요?” 지빌라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나는 털외투도 많고, 안감도 두꺼운 걸. 오히려 너희들이 걱정이야. 짐 속에 따뜻한 옷이 더 있을 테니 꺼내 입어.” “아니에요, 전하. 저희도 충분히 껴입었습니다.” 그렇다 해도, 지빌라의 눈에 비친 에르나의 얼굴은 창백했다. 해가 저물 무렵, 북부 기사단은 숲 아래서 야영지를 마련했다. 모닥불이 피워지고, 간단한 저녁 식사가 준비되고 있었다. 지빌라는 잠시 망설이다가 마차 밖으로 나섰다. 시녀들을 불가 근처로 데려가 몸을 녹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불 피운 곳으로 안내해 줄 수 있나요?” 그녀가 조용히 묻자, 경계를 서던 기사들이 재빠르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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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화 달빛 아래의 고백

79화 지빌라는 낯선 기분에 눈을 떴다. 포근한 이불과, 따뜻한 기운. 그러나 그것만이 아니었다. 잠깐, 아주 잠깐 — 마치 프레데리크의 품 안에서 깨어난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설마, 그 사람이…?’ 요제파 곁에서 잠든 것이 분명한데, 침대 위였다. 부드럽게 눌린 손목 자국과 따뜻한 체온의 잔향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그녀가 누군가에 의해 옮겨졌다는 걸. 그 사람은 프레데리크였음을. “우연이었겠지.” 혼잣말처럼 내뱉었지만, 가슴 한구석이 서늘하게 저려왔다. 민낯을 들킨 기분이었다. 감추고 감춰왔던 감정, 기억, 그리고 눈물까지. 그 모든 것이 그에게 보였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서걱거렸다. 어젯밤. 달이 유난히도 둥글고 밝았던 그 밤. 지빌라는 조용히 침실을 빠져나가 요제파가 머문 마구간을 찾았다. 그 밤하늘은 요제파가 유난히도 좋아했던 하늘이었다. 회귀 전, 출산을 앞둔 요제파를 정성스레 돌보던 날들이 떠올랐다. 새끼 말이 태어났을 때, 그녀는 진심으로 기뻐했고, 요제파는 그런 그녀 곁에 조용히 머물러 있었다. 조용히 마구간 문을 밀자, 먼발치에서 요제파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발소리를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이. 안으로 들어서자 달빛이 마구간 천창을 통해 은빛처럼 쏟아져 내렸다. 지빌라는 낮게 읊조렸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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