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지빌라는 이대로는 모두 전멸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미 쓰러진 병사들은 되살릴 수 없었다. 그녀의 명령으로 싸운 기사단이 하나둘 피를 흘리며 쓰러지고 있었다.‘더는 안 돼. 퇴각해야 해!’그러나 입을 떼기도 전에, 울창한 숲 너머에서 또 다른 짐승 떼가 밀려들었다. 그 수는 이전보다 두 배— 아니, 가늠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지빌라는 활시위를 내려놓고 허리춤에서 검을 뽑았다. 하지만 그 순간, 시야 한가운데에서 거대한 붉은 곰이 그녀를 향해 돌진했다.‘……저건!’돌처럼 단단한 발 구르는 소리, 땅을 울리는 파열음. 그녀는 곧바로 자세를 낮추고 칼을 휘둘렀지만, 그 두꺼운 가죽은 칼끝조차 깊이 파고들지 못했다. 반격은커녕, 충격에 검이 튕겨나갈 뻔했다.곰의 앞발이 휘둘러 오는 것을 간신히 피했지만, 균형을 잃은 그녀는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그때……퍼억!곰의 앞발이 그녀의 두 발목을 세차게 내리쳤다.“아악!”터질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 다리에 감각이 무너졌다. 그 순간, 머릿속을 번갯불처럼 스쳐간 생각—‘이대로라면 회귀하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또 죽는다.’ 였다.절망이 그녀의 시야를 어둡게 덮쳤다. 싸움도, 제국도, 지키고자 했던 모든 것이 눈앞에서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바로 그 순간, 끔찍한 신음과 함께 고꾸라졌다. 거대한 짐승이 옆으로 쓰러지며 땅을 울리자, 지빌라는 본능적으로 몸을 피하려 움찔했지만, 두 다리가 상해 그 자리에 꼼짝 없이 쓰러져 있을 뿐이었다.시선이 닿는 끝자리, 역광 속에 카이사르가 서 있었다. 피를 뒤집어쓴 채 검을 든 실루엣은 짐승보다 위협적이면서도, 어딘가 지옥의 사신을 닮아 있었다.“카이사르……?”그녀가 힘겹게 이름을 부르자, 그는 한걸음에 다가와 그녀를 부축했다. 거리가 있었지만, 그는 자신의 이름을 불러 준 그녀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았다.“내 이름을 불러 주어서 고맙군.”“……여기는 어떻게…….”그녀는 카이사르가 사냥대회에 나타나지 않아서 안도했었다. 그런데 역시나…
Last Updated : 2026-08-0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