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에르나와 레오노라가 다가와 황녀의 드레스 벗는 것을 도왔다.에르나가 조심스레 물었다.“오늘 유독 피곤해 보이세요, 황녀 전하.”“예상치 못한 일들이 연이어 있었어.”연회에 함께하지 못한 레오노라는 두 사람의 대화를 따라오지 못한 눈치였다. 시녀로서 제 몫을 못 했다는 자책이 얼굴에 어렸다.지빌라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조심스러운 거리감을 두었다. 레오노라가 제 시녀로 곁에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지빌라가 짊어진 빚이었다. 아직은 입에 올릴 수 없는, 저 혼자만 아는 빚.‘아직은, 마음의 정리가 필요하겠지.’지빌라는 북부에서 머무는 기간이 베라트 가문의 저주가 끝날 때까지일 거라 여겼다. 전쟁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대공이 그 운명을 이겨낼 희망도 있었다.하지만 만약 프레데리크가 그 저주를 피하지 못한다면, 그때 레오노라를 책임질 사람은 저뿐이라는 각오도 이미 품고 있었다.지빌라가 바라는 결말은 단 하나였다. 대공이 저주를 이기고 살아남아, 제국을 오래도록 지키는 것.그때가 되면, 대공비의 자리를 미련 없이 레오노라에게 넘겨줄 생각이었다.***황녀가 한동안 몸이 좋지 않다며 궁에서 모습을 감추자, 모두가 수상히 여겼다. 매일같이 연회에 빠지지 않던 그녀였기에, 정말 병이라도 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퍼졌다.하지만 사실 지빌라는 줄곧 비밀리에 신전에 드나들고 있었다.신전의 깊은 지하창고.고대 유물들이 잠들어 있는 곳.그녀는 제 손에 반응했던 '고대 카드'처럼, 또 다른 유물이 있을지 몰라, 회귀 후 신전과 연이 닿은 순간부터 계속해서 탐색을 이어왔다.신전의 깊숙한 통로를 추기경과 함께 걸으며, 지빌라는 목소리를 낮췄다.“결혼 후 북부로 향하게 되면, 신전에 자주 올 수 없을 거예요.”“고대 유물을 하나씩 시험하시는 일도, 여기까지겠지요.”“…아쉽지만 어쩔 수 없네요.”젊은 추기경은 지빌라를 아무도 드나들지 않은 깊은 지하로 안내했다. 지빌라는 어둑한 계단을 내려가면서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물었다.“…여기는
Last Updated : 2026-08-0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