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화“프레데리크…….”지빌라가 머뭇거리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신부를 오래 기다리게 했군.”그의 목소리는 잠긴 듯, 낮게 울렸다.“아니에요. 제 시간에 오셨어요. 그리고… 결혼에 동의해 주셔서 감사해요.”지빌라가 조용히 미소 지었다. 안도와 고마움, 그리고 어디선가 피어나는 기쁨이 섞인 미소였다.“그대는 내게 살아남으라 했으니…….”프레데리크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왔다.“책임을 져.”“네……?”지빌라가 눈을 깜빡였다.그 순간, 신전 상단에서 교황의 가벼운 헛기침이 울렸다.“…이로써 결혼 서약을 마치며, 증인들 앞에서 거짓 없는 맹세의 입맞춤을 하시길 바랍니다.”프레데리크는 천천히 그녀의 베일을 걷어 올렸다. 달빛이 스며든 그 아래, 그의 눈동자는 짙고 어두웠다.“내 얼굴이… 더러워 미안하지만…….”그는 낮게 속삭이며, 아주 잠깐 숨을 고르듯 멈췄다.“실례하지.”지빌라가 숨을 삼키기도 전에, 그가 다가왔다. 피비린내와 불타는 쇠의 냄새, 그리고 그 사이에 묻어 있던 익숙한 향.그의 입술이 격식 없는 방식으로, 거칠고 무겁게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 피와 흙먼지 냄새 사이로, 그의 숨결만은 뜨거웠다. 단지 형식일 줄 알았다. 하지만 그 키스는 명백한 의지였다. 지킬 것을 지키겠다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무게는 결코 짧지 않았다지빌라는 회귀 전 두 번의 결혼식을 겪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얼굴은 이상하게도 붉게 달아올랐다. 입술에 남은 그의 체온이, 오래도록 가시지 않았다. 형식이기 때문이라고, 그녀는 속으로 잘라냈다.결혼식이 끝나고, 신전의 조명이 하나둘 꺼져갈 무렵.랑베르가 조심스레 프레데리크에게 다가와, 귀에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황후께서 알현을 청하셨습니다. 또한 의회가 자정 회의를 소집했습니다.”프레데리크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를 돌아보고는 입을 열었다.“황후 폐하를 먼저 뵙고 오지.”“함께 가겠어요.”지빌라가 나서려 했다.그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더니 부드러운 말투로 제지했다.“지금은…
Last Updated : 2026-08-0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