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109화북부의 대공비가 된 황녀, 어느 쪽으로 기울어도 판이 달라질 존재였다. 그들 모두에게 지빌라는 변수였지만, 그녀에게는 이미 답이 정해져 있었다.누누이 되뇌어도 모자라지 않았다.북부 대공 프레데리크를 살리는 것.제국을 폐망하게 두지 않는 것.그리고 황제의 자리에 이황자를 세우는 것.성실하고 유능한 황녀는 가장 위험한 존재라는 걸 알면서도, 그녀는 북부에 힘이 되고 싶었다.‘어떻게 해야 할까?’북부에 부족한 것이 있다면 오직 하나, 대공의 후계자뿐이었다. 한 나라로 서기에도 부족함 없는 군비와 경제력, 축적된 노동력과 통제 가능한 통치 체계, 풍부한 광물과 금까지, 북부는 독립국에 가깝다고 해도 무방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그래서 지빌라는 결심했다.수도식 사치와 수도식 감정으로 행동하는 황녀가 되기로. 북부가 경계하지 않는 방식으로, 그러나 분명히 북부의 힘이 되도록.황실이 기억하는 지빌라는 사치스럽고 변덕스러웠으며, 정치에는 깊이 관여하지 않는 황녀였다. 감정에 쉽게 휘둘리고, 사랑에 빠지고, 북부의 추위보다 황금빛 장식에 더 익숙한 여자.그 이미지가 유지되는 한 황후도, 일황자도 북부를 당장 위협으로 여기지 않을 것이다. 그 가면을, 지빌라는 벗을 수 없었다.그래서 대공성에 도착한 다음 날, 지빌라는 의도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체계를 살피지도 않았고, 사람을 부르지도 않았다. 대신 방 안에 값비싼 상자들만 풀게 했다.
108화엘제는 늦은 밤 계단의 등불에 기름을 채우고 있었다. 레오노라와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여의치가 않았다.“제가 하던 일이 있어서요. 불을 꺼트리면 혼이 나서….”“엘제… 혹시 대공비 전하의 전담 하녀가 되어줄래? 내가 시녀장님께 부탁해 볼게.”“정말요? 저야… 너무 좋아요! 하지만… 제가 주제넘게 그럴 수 있을까요?”엘제는 어릴 때부터 대공성에 버려진 아이였다. 키워주는 대가로 허드렛일을 하며 대공성에서 살아가는 하녀들 중 하나였다.“내가 너를 가까이 두고 싶어서 그래. 그리고 여러 소식도 전해 듣고 싶기도 하고.”“제가 모르는 것은 단 하나도 없어요!”“그래. 종종 내 말벗이 되어주렴.”레오노라는 부드럽게 웃었지만, 그 미소 아래에는 다른 계산이 있었다. 대공성 안에서 자신의 눈과 귀가 되어줄 사람. 누구의 의심도 사지 않을, 어리고 순박한 얼굴을 한 사람이 필요했다. 엘제라면 충분했다.엘제는 어릴 적 보았던 레오노라를 언제나 공주님이라 여겼다. 하지만 들려오는 소문 속에서 그 공주님은, 황녀를 모시는 시녀가 되어 있었다. 엘제는 낙담했다.‘대공 각하는 눈도 없으신가? 이런 아름다운 공주님을 두고 어째서 청혼하지 않으신 거야?’엘제는 순진했고, 단순했다. 
107화대공성 시종장과 시녀장을 중심으로 시종과 시녀, 하인과 하녀, 대공성에서 일하는 이들이 가지런히 늘어서 있었다.시종장과 시녀장은 그들을 향해 낮게 경고했다. 황녀이자 대공비를 둘러싼 세간의 소문을 누구도 입에 올리지 말라는 뜻이었다.“허튼소리하는 것이 발각되면… 가만두지 않겠다.”숨 막히는 침묵이 흘렀다. 그때 바닥을 스치는 드레스 자락 소리가 가까워지자, 줄지어 선 사람들의 표정이 일제히 굳어졌다.“레오노라 아가씨…….”한때 대공비가 되리라 모두가 믿었던, 동부의 영애 레오노라였다. 그녀는 평소보다 한층 검소한 차림으로 그들 앞에 서 있었다.“토르벤, 릴리아트. 오랜만이에요. 모두 잘 지냈나요?”“대공성을 지키는 데 소임을 다했습니다. 영애께서는….”시종장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레오노라는 잠시 시선을 떨구며 처연한 표정을 지었다.“보시는 대로예요. 황녀 전하께서 시녀로서의 제의를 하셔서… 기꺼이 받아들였어요. 자애로운 분이시죠. 모시는 일에 보람이 있어요.”“그러시다면 다행입니다만….”토르벤이 끝내지 못한 말을 삼키자, 곁의 릴리아트가 부드럽게 끼어들었다.“레오노라님께서 예전에 쓰시던 방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r
106화새벽, 밤의 열기가 가라앉고 방 안에는 옅은 온기와 느린 숨결만 남았다.지빌라는 어둠 속에서 그의 숨소리를 가만히 들었다. 이 평온이 얼마나 이어질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희망보다 불길함이 먼저 찾아왔다. 스물다섯. 그에게 남은 시간은 이미 정해져 있었으니까.그럼에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걱정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는 걸.프레데리크는 잠든 지빌라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작은 움직임조차 아꼈다. 지금의 고요가 깨질까 두려운 듯.이 새벽이 곧 닥칠 폭풍 전의 마지막 평온이라는 것을 모른 채.아침 햇살이 스며들었다. 지빌라는 전날 밤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채, 몸이 묵직하고 마음이 한 겹 벗겨진 듯 나른했다. 프레데리크 역시 말하지 않아도 둘 사이에 설렘과 평온이 감돌았다.그러나 그 여운은 오래가지 않았다. 문이 거칠게 두드려지고, 날 선 목소리가 공기를 찢었다.“각하!”프레데리크의 표정이 단숨에 굳었다. 가운만 급히 걸치고 나가 급보를 들은 그는 곧 돌아왔다.밤의 부드러움은 순식간에 가려지고, 대공의 얼굴이 되살아났다.지빌라는 몸을 일으켜 물었다.“…심각한 일인가요?”그는 답을 아꼈다. 숨길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당장 가야 해.”망설인 끝에 그녀의 손목을 부드럽게
105화지빌라는 그의 턱을 살짝 깨물었다. 키스를 요구하듯. 그 순간 그의 것이 극점에 닿을 듯 쿡쿡 밀고 들어왔다.‘조금만 더…….’더 깊은 자극을 갈망했지만, 스스로의 움직임만으론 부족했다. 그때 그의 손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 그녀의 허리를 붙잡았다. 그녀를 대신 이끌어주려는 듯, 그의 손길에 힘이 실렸다.그의 복근이 그녀의 손끝 아래서 팽팽하게 조여드는 게 느껴졌다. 그 반응 하나에도, 그녀는 묘하게 도취되었다.프레데리크는 내벽 안에서 꿈틀대며 사정을 억눌렀다.“큭!”그의 반응 하나하나가 그녀를 더 깊이 끌어당겼다. 의식하지 못한 채, 그녀의 몸이 그에게 매달렸다. 그리고 허리를 눌러 귀두가 자궁 입구에 닿도록 짓이겼다. 뿌리까지 삼켜도 부족해 천천히 휘저었다.젖은 소리가 낮게, 끊임없이 울렸다. 그녀는 허리 짓을 멈추지 않았다. 그를 더 깊이 밀어붙이듯, 조금씩 더 대담하게.“…지빌라.”그가 낮게 신음처럼 그녀의 이름을 뱉었다. 평소라면 절대 흐트러지지 않았을 목소리가, 지금은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 그 사실이 그녀를 더 대담하게 만들었다.“으으… 읏… 아!"지빌라는 자신의 신음이 낯설 정도였다. 멍한 시야로 흔들리는 그를 얼마나 바라봤을까.프레데리크는 말없이 그녀를 안았다. 다리 사이의 뜨거운 감각은 또렷했다
104화프레데리크의 숨이 짧게 흔들렸다. 그는 몸을 일으켜 침대에 등을 기댄 채 앉았다. 그리고 머뭇거림 없이 그녀의 허리를 끌어 제 위로 앉혔다. 그녀의 무릎이 그의 양옆에 자리 잡자, 젖은 틈새가 벌어지며 그의 성기가 조금씩 비집고 들어왔다.“으, 아!”지빌라의 짧은 외침이 침실에 울렸다. 그 음은 고통이 아니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밀려드는 감각에 가까웠다.프레데리크의 이마가 그녀의 어깨에 깊숙이 닿았다. 그는 잠시 숨을 멈춘 듯, 두 팔로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끌어안으며 속삭였다.“오늘 밤은… 더욱 놓지 않을 거야.”지빌라는 숨을 삼켰다.몸 안쪽에서 압박감이 치밀어 올라 미간을 찡그렸지만 곧 뿌리까지 지체 없이 삼켜냈다. 굵은 성기가 안을 가득 채우자 뻐근한 고통이 스쳤지만 그뿐이었다. 더 놓지 않으려 내벽에 힘을 줬다. 가만히 있지 못하는 쪽은 오히려 그녀였다.몸이 제멋대로 끓어올랐다.프레데리크는 그 변화를 누구보다 빨리 알아차렸다. 지빌라의 호흡, 근육의 떨림, 작은 흔들림까지 손끝으로 읽어낸 그가 즉시 움직임을 멈췄다. 그러나 멈춘다고 가라앉을 게 아니었다.“큭…!”얼굴이 일그러진 채 신음을 삼켰다. 자신을 조여 왔다. 그녀의 몸이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그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눅눅해진 눈동자로 그녀를 태울 듯 바라보며, 그녀 안을 채운 채 그대로 버텼다. 눈을 내리깔고 숨을 억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