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에서 연락이 온 건 오전 아홉 시가 조금 넘어서였다.화면에 뜬 이름을 보자 나는 바로 이어폰을 꽂았다.마르틴 노박.내가 한국으로 돌아온 뒤,마르틴은 프라하 법인의 현지 운영 책임자를 거쳐 임시 법인장으로 올라가 있었다.정식 인사 발표가 난 지 이제 겨우 열흘.그런 그가 아침부터 전화를 걸어 온 이유는 단순하지 않았다.“한 책임자님.”평소보다 목소리가 무거웠다.“무슨 일 있어요?”잠깐 침묵이 흘렀다.“직원을 해고해야 할 것 같습니다.”나는 손을 멈췄다.“누구를요?”“생산관리 담당자입니다.”마르틴이 화면을 공유했다.자료는 이미 정리돼 있었다.지난 석 달 동안 같은 절차 위반이 세 번.생산 수량 변경을 승인 없이 처리한 것 한 번.품질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 출고 일정을 확정한 것 한 번.그리고 이번에는 현지 거래처의 납기 요청을 먼저 수락한 뒤,본사와 생산팀에 뒤늦게 통보했다.다행히 출고 전 발견해서 손실은 없었다.하지만 이미 두 번의 공식 경고가 있었다.교육 기록도 있었다.“본인은 뭐래요?”“일을 빨리 처리하려고 했다고 합니다.”“고의로 회사에 손해를 주려고 한 건 아니고요?”“그건 아닙니다.”나는 자료를 천천히 넘겼다.그게 오히려 더 어려웠다.명백한 악의가 있다면 판단하기 쉬웠을 것이다.하지만 이것은 달랐다.잘하려고 했고,결과적으로 같은 기준을 계속 어겼다.마르틴이 물었다.“한 책임자님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예전 같으면 자료부터 다시 확인했을 것이다.본사 기록과 대조하고,당사자 인터뷰까지 보겠다고 했을지도 몰랐다.그런데 며칠 전 받은 평가가 떠올랐다.**본인이 직접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영역까지 관여하려는 경향.**나는 의자에 등을 기댔다.“마르틴.”“네.”“지금 저한테 결정해 달라는 거예요?”그가 잠시 굳었다.“…조언을 받고 싶었습니다.”“조언은 할 수 있어요.”나는 화면의 자료를 가리켰다.“그런데 해고 여부는 현지 인사 절차랑 법인
Last Updated : 2026-08-1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