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에서의 석 달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다.처음 한 달은 정신이 없었다.생산 라인.독일 유통사 재협상.오스트리아 신규 계약.마르틴의 업무 이관.두 번째 달부터는 내가 없어도 돌아가는 일이 조금씩 늘었다.마지막 달에는 일부러 한 걸음 물러섰다.내가 모든 메일에 답하지 않았고,모든 회의에 들어가지도 않았다.내가 한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돌아가야 하는 조직이었으니까.그리고 마지막 출근 날.마르틴이 내게 최종 보고서를 건넸다.“이제 가는군요.”“왜 그렇게 슬픈 얼굴이에요?”“한 책임자가 없으면 좀 불안합니다.”“그 말 취소해요.”“왜요?”“제가 석 달 동안 잘못 가르친 것 같잖아요.”마르틴이 웃었다.“농담입니다.”그가 손을 내밀었다.“다음에는 출장으로 오세요.”나는 그 손을 잡았다.“그러려고요.”이제 이곳은 내가 반드시 상주해야 돌아가는 곳이 아니었다.그게 이번 파견에서 얻은 가장 큰 결과였다.*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도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출발해요.]답장은 바로 왔다.[도착 시간 다시 확인했습니다.][공항 오지 마요.]한참 답이 없었다.그러다.[이유를 물어봐도 됩니까?]나는 웃으며 답했다.[집에서 기다려요.][왜요?][제가 돌아가 보고 싶어요.]이번에는 조금 더 오래 걸렸다.[알겠습니다.]아마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그래도 이번만큼은 그러고 싶었다.누군가가 데리러 와서 함께 들어가는 게 아니라,내가 직접 돌아가고 싶었다.우리가 같이 살기로 했던 집으로.*한국에 도착했을 때는 저녁이었다.짐을 찾고,택시를 타고,익숙한 동네로 들어섰다.프라하에 있을 때 수없이 화면으로 봤던 길이었다.도현과 영상통화를 할 때마다 뒤로 보이던 거실.내가 비워 둔 작업실.분홍색 오리 머그잔.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는 손이 이상하게 떨렸다.삐빅.문이 열렸다.“왔어요.”말이 먼저 나왔다.거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도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정말 있었다.셔츠 소매를 걷은 채,그대로.
Last Updated : 2026-08-0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