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열두 번째 명령이 끝나면: Chapter 111 - Chapter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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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화. 대표가 없는 자리

도현이 서울로 돌아간 다음 날, 프라하 법인에 신규 유통사 실무진이 방문했다.대표로 온 사람은 강현우였다.한국계 독일인으로, 유럽 대형 편집숍 세 곳의 유통을 담당하는 본부장이었다.“한서윤 대표님 맞으시죠?”그는 내민 손을 쉽게 놓지 않았다.“생각보다 훨씬 젊으시네요.”“계약에 나이는 중요하지 않을 텐데요.”“능력도 중요하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중요하죠.”강현우는 웃으며 손을 거뒀다.첫인상은 가벼웠지만 협상은 날카로웠다.그가 요구한 것은 유럽 지역 독점 판매권이었다.“독점은 어렵습니다.”“대신 최소 주문량은 두 배로 보장하겠습니다.”“판매가 예상보다 낮으면요?”“그 위험은 우리가 부담합니다.”조건만 보면 나쁘지 않았다.하지만 특정 유통사에 전 지역을 맡기면 프라하 법인의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었다.“검토 후 답변드리겠습니다.”“그럼 저녁 식사하면서 이어서 이야기하시죠.”“회의실에서 충분합니다.”“업무 이야기만 하자는 뜻입니다.”그의 말투에는 업무 이상의 의미가 섞여 있었다.나는 일정을 확인했다.법무 담당자도 함께 참석하는 조건으로 저녁 미팅을 수락했다.문제는 도현에게 그 사실을 말했을 때였다.영상 통화 속 그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었다.“강현우 본부장과 저녁을 먹습니까?”“법무 담당자도 같이 가요.”“그 사람이 먼저 제안했고요?”“네.”“회의실에서는 안 된답니까?”“도현 씨.”내가 이름을 부르자 그가 입을 다물었다.“업무 미팅이에요.”“알고 있습니다.”“그런데 왜 심문하듯 물어요?”도현은 잠시 시선을 내렸다.“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렇습니다.”의외로 빠른 인정이었다.“제가 그 사람이랑 밥 먹는 게요?”“그 사람이 업무 외의 의도를 가진 것처럼 들립니다.”나도 그렇게 느꼈지만 도현의 질투에 맞장구치고 싶지는 않았다.“제가 알아서 선을 지킬게요.”“당신을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알아요.”“하지만 상대까지 믿을 이유는 없습니다.”그 말에는 반박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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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화. 선을 넘는 명함

나는 강현우의 차량 제안을 거절하고 회사 차량을 불렀다.영상 통화는 끊지 않았다.도현은 아무 말 없이 내가 차에 타는 것을 확인했다.“이제 됐어요?”“네.”“제가 강 본부장 차를 탔어도 문제없었어요.”“알고 있습니다.”“표정은 전혀 아닌데요.”도현이 낮게 숨을 내쉬었다.“당신이 다른 남자의 차에 타는 장면을 좋아해야 합니까?”“좋아하라는 게 아니라 믿어 달라는 거예요.”“믿고 있습니다.”그가 다시 말했다.“그래도 싫습니다.”솔직한 질투에 화를 내기가 어려웠다.숙소에 도착해 가방을 정리하던 중 명함 한 장이 떨어졌다.강현우의 명함이었다.뒷면에는 개인 휴대전화 번호와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법인장이 아닌 한서윤 씨와도 만나고 싶습니다.]아까 악수할 때 가방 옆 주머니에 넣은 모양이었다.나는 사진을 찍어 도현에게 보내려다가 멈췄다.괜히 질투만 키울 것 같았다.하지만 숨겼다가 나중에 알게 되는 편이 더 나빴다.사진을 전송하자 곧바로 전화가 왔다.“언제 받은 겁니까?”“저도 방금 발견했어요.”“답장했습니까?”“연락처도 저장 안 했어요.”“명함을 버리십시오.”명령처럼 들렸다.“도현 씨.”그가 바로 말을 고쳤다.“버렸으면 좋겠습니다.”“업무 연락처이기도 해요.”“회사 연락처가 따로 있지 않습니까?”“있어요.”“그럼 개인 번호는 필요 없습니다.”논리적으로는 맞았다.나는 명함을 찢지 않고 서랍 안에 넣었다.“지금 안 버려요?”“내일 강 본부장한테 직접 돌려줄 거예요.”도현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다시 만납니까?”“계약 회의가 남았잖아요.”“제가 프라하로 갈까요?”“안 돼요. 임시 대표 맡은 지 며칠 됐다고 자리를 비워요?”“화상으로 참석할 수 있습니다.”“제 계약이에요.”도현은 더 이상 개입하지 않았다.“알겠습니다.”하지만 짧은 대답 안에 억눌린 감정이 느껴졌다.다음 날 회의가 시작되기 전, 나는 강현우에게 명함을 돌려줬다.“개인적인 연락은 받지 않겠습니다.”“차 의장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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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화. 주말의 방문자

도현이 프라하에 도착한 날, 공교롭게도 강현우와의 계약 조정 회의가 잡혀 있었다.“호텔에서 기다릴까요?”공항에서 도현이 물었다.“회의 같이 들어오려고 온 거 아니죠?”“아닙니다.”“정말요?”“당신이 원하지 않으면 들어가지 않습니다.”그는 약속을 지켰다.회의 시간 동안 근처 카페에서 기다렸다.강현우는 수정된 계약안을 내밀었다.독점 조항은 사라졌고 개인적인 상주 조건도 삭제돼 있었다.“이번에는 문제없을 겁니다.”“담당자는 계속 강 본부장님입니까?”“그게 불편합니까?”“업무만 지키신다면 상관없습니다.”강현우가 웃었다.“차 의장이 왔다고 들었습니다.”“누구에게 들었죠?”“이곳은 좁습니다.”그는 의자에 등을 기댔다.“멀리 있는 연인을 감시하러 직접 온 겁니까?”“그 질문은 계약과 상관없습니다.”“한서윤 씨는 저한테 전혀 관심이 없습니까?”법무 담당자가 바로 옆에 있는 자리였다.노골적인 질문에 회의실 분위기가 굳었다.“없습니다.”나는 서류를 덮었다.“또 개인적인 질문을 하시면 담당자 교체 전에는 협상을 중단하겠습니다.”강현우의 표정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알겠습니다.”회의가 끝난 뒤 건물 밖으로 나오자 도현이 길 건너편에 서 있었다.강현우도 그를 발견했다.“저 사람이 차도현 의장이군요.”나는 대답하지 않고 도현에게 걸어갔다.도현의 시선은 내 뒤쪽을 향해 있었다.“회의 끝났어요.”“네.”“계약 조건도 정리됐고요.”“잘했습니다.”도현은 강현우에게 다가가지 않았다.대신 내 가방을 받아 들고 손을 잡았다.평소보다 손에 힘이 강했다.숙소로 돌아오는 동안 그는 강현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그 침묵이 오히려 불편했다.문이 닫히자 내가 먼저 물었다.“왜 아무 말도 안 해요?”“무슨 말을 원합니까?”“질투 안 해요?”도현은 재킷을 벗어 의자에 걸었다.“하고 있습니다.”“얼마나요?”그가 나를 바라봤다.“그 사람이 당신 옆에 서 있는 것만 봐도 끌어내고 싶을 정도로.”차분한 목소리였지만 내용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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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화. 질투의 규칙

도현의 손이 허리를 감싼 채 멈췄다.그는 바로 다음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색깔.”“초록색.”“불편한 곳은?”“없어요.”확인하고 나서야 도현은 내 손목을 등 뒤로 모았다.커프끼리 연결하지 않고 자신의 손으로만 붙잡았다.“오늘 규칙은 하나입니다.”“뭔데요?”“제가 묻는 것에 숨기지 않고 대답합니다.”“또 질문이에요?”“질투하는 사람에게는 확인이 필요합니다.”“저를 못 믿어서요?”손에 들어간 힘이 바로 풀렸다.“그렇게 느껴졌다면 중단하겠습니다.”나는 몸을 돌려 그를 마주 봤다.“못 믿는 거랑 불안한 건 다르잖아요.”도현은 잠시 침묵했다.“불안합니다.”“무엇이요?”“제가 없는 시간에 다른 사람이 당신 곁을 채우는 것.”“강현우는 제 곁을 채우지 않았어요.”“알고 있습니다.”“도현 씨가 없는 동안에도 계속 도현 씨 생각했어요.”“그것도 알고 싶었습니다.”나는 다시 벽을 향해 섰다.“계속해요.”도현은 이번에는 손목을 짧은 연결 끈으로 고정했다.“손을 내리고 싶으면 말하십시오.”“네.”그의 입술이 목덜미 가까이 닿았다.“강현우가 당신을 만났을 때 웃었습니까?”“업무상으로요.”“사적인 연락을 받았고?”“답장 안 했어요.”“그의 차를 탔습니까?”“안 탔어요.”질문이 이어질수록 도현의 목소리는 낮아졌다.“저 때문에 거절했습니까?”“아니요.”손길이 멈췄다.“그럼?”“제가 싫어서 거절했어요.”그 대답에 도현의 눈빛이 조금 풀렸다.“제가 없어도 같은 선택을 했겠군요.”“당연하죠.”“그 사실을 알고 있는데도 질투가 사라지지 않습니다.”“사라지라고 안 했어요.”나는 연결된 손을 움직여 커프를 흔들었다.“대신 저를 벌주면 안 돼요.”도현은 즉시 고리를 풀었다.“당신을 벌할 생각은 없습니다.”그는 자유로워진 손목을 천천히 문질렀다.“오늘의 통제는 제 감정을 당신에게 떠넘기는 일이 아니어야 합니다.”“그럼 뭐예요?”도현은 붉은 리본을 집어 자신의 손목에 감았다.“질투한 사람이 솔직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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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화. 공개된 도발

강현우는 개인적인 접근을 멈춘 듯 보였다.회의에서는 계약 이야기만 했고, 사적인 메시지도 보내지 않았다.그러나 신규 매장 오픈 행사에서 다시 문제가 생겼다.현지 기자가 나와 강현우에게 함께 사진을 요청했다.“이번 계약의 두 주역이니까 가까이 서 주십시오.”나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섰다.그 순간 강현우의 손이 내 허리 뒤로 향했다.닿기 직전 내가 옆으로 물러났다.“손은 필요 없습니다.”그는 웃으며 손을 거뒀다.“사진 때문에 그런 겁니다.”“말로 요청하셨어야죠.”행사가 끝난 뒤 해당 장면이 짧은 영상으로 퍼졌다.문제는 편집이었다.내가 물러나는 부분은 잘리고 강현우가 나를 감싸려는 순간만 남았다.제목은 더 노골적이었다.[프라하의 젊은 대표와 유통 재벌 후계자의 특별한 관계.]강현우가 재벌가 출신이라는 사실도 그때 처음 알았다.기사에는 차도현과 장거리 관계가 끝났다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까지 포함됐다.도현에게 먼저 연락하려 했지만, 서울 임시 주주총회가 진행 중이었다.방해하고 싶지 않았다.나는 법무팀과 함께 즉시 정정 요청을 준비했다.그런데 강현우는 기사 삭제에 소극적이었다.“홍보 효과는 나쁘지 않습니다.”“허위 내용입니다.”“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면 판매에도 도움이 됩니다.”“제 관계를 상품처럼 사용하지 마세요.”그의 웃음이 사라졌다.“차도현에게 그렇게까지 충실해야 합니까?”“이건 도현 씨 때문이 아닙니다.”“그 사람은 서울에서 다른 여자들과 회의하고 있을 텐데요.”“강 본부장님.”나는 녹음 기능을 켜고 휴대전화를 테이블 위에 놓았다.“방금 발언을 공식 입장으로 남겨도 됩니까?”그는 더 이상 말하지 못했다.저녁 늦게 도현에게 전화가 왔다.“기사를 봤습니다.”목소리가 지나치게 차분했다.“편집된 영상이에요.”“알고 있습니다.”“제가 바로 피했어요.”“원본도 확인했습니다.”“그런데 왜 목소리가 그래요?”침묵이 흘렀다.“그 사람의 손이 당신에게 닿을 뻔한 장면을 반복해서 봤습니다.”“도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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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화. 검은 장갑

행사가 끝난 뒤 차 안에서 도현은 내 손을 잡고도 한동안 말이 없었다.“아직 화났어요?”“네.”“강현우한테요?”“그 사람과 저 자신에게.”“도현 씨가 왜요?”“영상을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당신이 괜찮은지가 아니었습니다.”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그 손을 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였습니다.”“그게 이상한 건 아니잖아요.”“당신의 불편함보다 제 질투가 앞선 것이 문제입니다.”나는 손가락을 맞물렸다.“그래도 와서 제 의견 무시하고 싸움 걸지는 않았잖아요.”“참았습니다.”“많이?”“매우.”집에 도착하자 도현은 작은 케이스를 테이블 위에 놓았다.안에는 검은 장갑과 넓은 가죽 커프가 들어 있었다.“오늘 하려고 가져온 거예요?”“사용할 생각은 없었습니다.”“그럼 왜 들고 왔어요?”“질투를 다룰 자신이 없으면 열지 않으려고 했습니다.”도현은 케이스를 닫으려 했다.나는 손으로 막았다.“저는 열고 싶어요.”“오늘은 감정이 강합니다.”“알아요.”“제가 평소보다 거칠어질 수 있습니다.”“그래서 범위부터 정하면 되잖아요.”나는 커프만 꺼냈다.“손목 고정. 자세 통제. 안대는 빼고.”“압박감이 생기면?”“노란색.”“중단은?”“빨간색.”도현은 마지막으로 물었다.“제가 질투한 것을 확인받기 위해 하는 겁니까?”“아니요.”나는 그의 장갑을 직접 끼워 줬다.“도현 씨가 참은 걸 저한테 솔직하게 보여 달라고 하는 거예요.”그의 눈빛이 짙어졌다.커프가 손목을 감쌌다.양손은 머리 위가 아니라 가슴 앞에 모였다.도현은 연결 끈을 자신의 손에 쥔 채 나를 거울 앞에 세웠다.“저를 보십시오.”검은 장갑 낀 손이 턱을 들어 올렸다.“기사 속 장면이 사실입니까?”“아니요.”“강현우에게 마음이 있습니까?”“없어요.”“그 사람이 다시 접근하면?”“분명히 거절할 거예요.”“저를 위해서입니까?”“제 선택이에요.”도현의 손길이 멈췄다.원했던 답을 들은 얼굴이었다.“그런데도 질투가 납니다.”“알아요.”“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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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화. 계약을 이용한 접근

강현우는 도현의 경고 이후 공식 행사에서는 거리를 지켰다.그러나 계약 최종 서명을 앞두고 예상하지 못한 조건을 제시했다.“계약 기간 동안 한서윤 대표가 직접 브랜드 홍보대사를 맡아 주십시오.”“저는 경영자입니다.”“이번 브랜드는 대표의 성공 이야기도 함께 판매하려 합니다.”홍보대사가 되면 강현우와 함께 촬영과 인터뷰를 진행해야 했다.계약서에는 월 2회 공동 행사 참석까지 적혀 있었다.“이 조건은 받아들이지 않겠습니다.”“그러면 최소 주문량 보장은 어렵습니다.”그가 업무를 이용해 접근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었다.하지만 확실한 증거는 없었다.윤세라 대표는 계약 규모 때문에 완전한 거절보다 대안을 찾자고 했다.“다른 홍보 모델을 제안하세요.”나는 프라하 법인 직원과 현지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캠페인을 기획했다.대표 개인이 아니라 제품을 실제로 만드는 사람들을 보여 주는 방식이었다.강현우는 처음에는 거절했다.“대중은 평범한 직원보다 화제성 있는 인물을 원합니다.”“우리는 스캔들을 판매하지 않습니다.”“한 대표가 차 의장과 공개적으로 관계를 인정했을 때는요?”“그건 대응이었지 홍보가 아니었습니다.”협상은 막혔다.최소 주문량 보장을 포기하면 법인의 상환 계획이 흔들릴 수 있었다.그날 밤 나는 도현에게 말하지 않고 혼자 계산표를 들여다봤다.휴대전화가 울렸다.“아직 회사입니까?”“네.”“문제가 있습니까?”“별거 아니에요.”“거짓말하지 않기로 했습니다.”결국 조건을 설명했다.도현의 표정이 즉시 굳었다.“계약을 중단하십시오.”“그렇게 쉽게 말하지 마요.”“당신을 계약 조건으로 요구하는 업체와 거래할 이유가 없습니다.”“직원들 월급도 걸려 있어요.”“다른 유통사를 찾으면 됩니다.”“시간이 없어요.”내 목소리가 높아졌다.“도현 씨는 돈을 빌려줬으니까 실패해도 기다릴 수 있겠지만, 저는 매달 결과를 만들어야 해요.”통화가 조용해졌다.또다시 그의 지원을 약점처럼 말해 버렸다.“미안해요.”“사과하지 마십시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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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화. 질투하는 사람의 벌

계약 규모는 절반으로 줄었지만, 직원 중심 캠페인은 예상보다 큰 반응을 얻었다.영상이 공개된 지 일주일 만에 자체 주문이 급증했다.강현우의 최소 주문량 보장이 없어도 목표 매출을 채울 수 있는 수준이었다.그는 결국 원래 규모로 계약을 복구하겠다고 연락했다.단, 담당자는 다른 사람으로 교체됐다.개인적인 접근도 더는 없었다.모든 문제가 정리된 날 도현이 다시 프라하에 왔다.이번에는 내가 공항에 나가지 않았다.대신 아파트 테이블 위에 검은 카드 한 장을 놓고 기다렸다.도현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카드부터 발견했다.“오늘은 당신 차례입니까?”“네.”“이유를 물어도 됩니까?”“질투한 사람이 저를 계속 심문했으니까.”“불편했다면 사과하겠습니다.”“사과만으로 끝내기 싫어요.”나는 의자를 가리켰다.“앉아요.”도현은 재킷을 벗고 순순히 앉았다.나는 붉은 리본으로 그의 손목을 앞으로 모았다.이번에는 단단히 묶지 않았다.“불편해요?”“아닙니다.”“색깔.”“초록색.”나는 그의 넥타이를 풀어 눈 위에 느슨하게 감았다.도현의 시야가 가려졌다.“오늘은 제가 질문할 거예요.”“알겠습니다.”“제가 강현우를 좋아할까 봐 진짜 걱정했어요?”“네.”“얼마나요?”“당신이 제게 말하지 않고 그 사람을 선택하는 꿈을 꿀 정도로.”예상보다 깊은 불안이었다.“왜 저한테 말 안 했어요?”“당신을 믿지 않는 것처럼 들릴까 봐.”“그래서 대신 질문만 했어요?”“네.”“그건 더 의심받는 느낌이었어요.”도현의 손가락이 리본 아래에서 굳었다.“미안합니다.”“오늘은 사과 금지.”“그럼 무엇을 해야 합니까?”나는 그의 무릎 앞에 서서 턱을 들어 올렸다.“질투했다고 끝까지 인정해요.”“질투했습니다.”“제가 다른 남자와 사진 찍힌 것도 싫었고요?”“싫었습니다.”“그 사람이 저한테 관심 보인 것도?”“견디기 어려웠습니다.”“저를 데려가고 싶었어요?”“네.”도현의 호흡이 조금씩 거칠어졌다.통제받는 상태보다 자신의 약한 감정을 말하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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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화. 마지막 도발

강현우가 담당자에서 물러난 뒤, 유통사 본사에서 공식 사과문이 도착했다.이제 다시 마주칠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프라하 독립 법인 출범식 날 그가 개인 자격으로 나타났다.“초대장은 보내지 않았는데요.”내가 말하자 그가 잔을 들어 보였다.“유통사 주주로 참석할 권한은 있습니다.”“업무 외 대화는 하지 않겠습니다.”“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묻죠.”강현우는 도현이 다른 참석자와 이야기하는 쪽을 바라봤다.“정말 저 사람 때문에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습니까?”“도현 씨 때문이 아니라, 강 본부장님에게 마음이 없었습니다.”“그게 더 잔인한 대답이군요.”그는 씁쓸하게 웃었다.“내가 먼저 만났다면 달라졌을까요?”“아니요.”이번에도 망설이지 않았다.강현우의 얼굴에서 마지막 기대가 사라졌다.“알겠습니다.”그가 물러나는 순간 뒤에서 도현의 목소리가 들렸다.“대화를 전부 들었습니다.”“엿들었어요?”“가까이 있었을 뿐입니다.”“또 질투해요?”“네.”도현의 대답은 너무 빨랐다.“제가 완전히 거절했잖아요.”“그 사람이 ‘먼저 만났다면’이라고 묻는 것까지 좋아할 수는 없습니다.”“이번에는 심문 안 할 거죠?”“하지 않겠습니다.”하지만 그의 시선은 밤새 내게서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행사가 끝난 뒤 호텔 방으로 돌아오자 도현은 문을 잠그고도 바로 다가오지 않았다.“오늘은 제가 선택할게요.”내가 먼저 붉은 카드를 꺼냈다.“질투하는 사람한테 주도권을 주는 겁니까?”“대신 조건이 있어요.”“말하십시오.”“강현우 이야기는 세 번까지만.”도현의 눈썹이 올라갔다.“횟수를 정합니까?”“네. 그 이상은 질투가 아니라 집착이에요.”“동의합니다.”그는 넓은 커프와 검은 안대를 꺼냈다.나는 안대를 거절했다.“오늘도 보고 싶어요.”“무엇을?”“질투 참는 얼굴.”도현의 입가에 짧은 웃음이 스쳤다.손목은 앞쪽으로 모아 고정됐다.그가 첫 번째 질문을 했다.“먼저 만났어도 정말 달라지지 않았습니까?”“네.”두 번째.“그 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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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화. 선택받은 사람

프라하 독립 법인의 첫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강현우의 유통사는 계약대로 제품을 판매했지만, 담당자는 완전히 교체됐다.새 담당자는 업무 외 연락을 하지 않았고 회의도 깔끔했다.며칠 동안 모든 것이 평온했다.도현은 서울로 돌아가기 전날 내 사무실을 찾았다.“잠깐 이야기할 수 있습니까, 한서윤 대표?”“회사에서는 공식적으로 말해요.”“공식적인 제안입니다.”그가 내민 서류에는 서울 본사와 프라하 법인의 공동 프로젝트가 적혀 있었다.프로젝트 기간은 일 년.총괄 책임자는 차도현.현지 책임자는 한서윤.“이거 도현 씨가 만든 거예요?”“사업성이 있어서 제안했습니다.”“저랑 같이 있으려고 만든 건 아니고요?”“그 이유도 조금 있습니다.”나는 서류를 내려놓았다.“공과 사를 구분해야죠.”“외부 심사도 통과했습니다.”실제로 프로젝트는 프라하 법인의 기술과 서울 본사의 자본을 결합하는 합리적인 계획이었다.승인되면 도현은 한 달 중 절반을 프라하에서 근무하게 된다.“제가 강현우 때문에 질투해서 만든 계획처럼 보입니까?”“조금요.”“그럼 거절할 겁니까?”나는 서류를 다시 펼쳤다.“사업성이 있으면 받아야죠.”“개인적으로는요?”“좋아요.”도현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그날 밤 우리는 프라하 아파트에서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붉은색도 검은색도 아닌 은색 카드였다.앞면에는 숫자 17.뒷면에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선택받았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누가 만든 거예요?”“제가 만들었습니다.”“질투하던 사람이요?”“그래서 필요했습니다.”도현은 카드 옆에 두 개의 커프를 놓았다.하나는 내 손목 크기.다른 하나는 도현의 손목 크기였다.“오늘은 둘 다 해요?”“네.”“누가 누구를 묶는데요?”“서로 하나씩.”나는 도현의 오른손에 커프를 채웠다.그는 내 왼손에 같은 모양의 커프를 채웠다.두 커프 사이에는 짧은 은색 연결 고리가 걸렸다.완전히 움직일 수 없는 구속이 아니었다.대신 한 사람이 멀어지면 다른 사람도 함께 움직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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