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주문이 성공한 뒤 프라하 법인은 빠르게 안정됐다.자금 상환 일정도 예상보다 앞당겨졌다.이사회는 독립 법인 전환을 정식으로 승인하면서, 내게 수정된 대표 계약서를 보냈다.임기 삼 년.하지만 일 년마다 재계약 여부를 선택할 수 있고, 서울 순환 근무도 보장됐다.개인 배상 조항은 완전히 삭제됐다.나는 계약서를 들고 도현에게 물었다.“이제 서명해도 될까요?”“제 허락을 묻는 겁니까?”“아니요.”나는 웃으며 펜을 들었다.“같이 결정한 사람이 마지막으로 확인해 달라는 거예요.”도현은 계약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문제없습니다.”“그럼 서명할게요.”펜촉이 종이에 닿기 직전, 휴대전화가 울렸다.서울 본사 인사위원회였다.윤세라 대표가 건강상의 이유로 한 달간 자리를 비우게 됐고, 임시 대표 대행 후보로 도현이 추천됐다는 내용이었다.“대표로 다시 돌아가요?”“한 달 동안만입니다.”“거절할 수도 있어요?”“네.”도현은 쉽게 답하지 않았다.대표 자리에서 내려온 뒤 그는 기다리는 삶을 배웠다.하지만 회사를 이끄는 일 역시 여전히 그의 일부였다.“하고 싶어요?”“조금.”내가 계약서를 내려놓았다.“그럼 해요.”“당신은 프라하에 남아야 합니다.”“한 달이잖아요.”“그 한 달 동안 만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이번에는 제가 기다릴게요.”도현의 눈빛이 흔들렸다.“괜찮습니까?”“안 괜찮을 수도 있어요.”나는 솔직하게 말했다.“그래도 도현 씨가 하고 싶은 걸 포기하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도현은 임시 대표직을 받아들였다.나는 독립 법인 대표 계약서에 서명했다.같은 날, 우리는 서로 다른 회사의 대표가 됐다.서울로 돌아가기 전날 밤, 도현은 작은 상자를 내게 건넸다.안에는 새로운 카드 한 장이 들어 있었다.앞면에는 숫자 16.뒷면에는 날짜를 적는 빈칸이 두 개 있었다.“이건 무슨 카드예요?”“다시 만날 날짜를 정하는 카드입니다.”“명령 카드 아니에요?”“이번에는 약속에 가깝습니다.”나는 첫 번째 빈칸
Last Updated : 2026-08-1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