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게시글은 몇 시간 만에 기사로 번졌다.처음에는 이름이 없었다.하지만 ‘유명 기업 의장’, ‘해외 독립 법인장’, ‘결혼 준비 중’이라는 단서만으로 사람들은 우리를 특정했다.기사에는 흐릿한 카드 사진과 함께 문장 하나가 적혀 있었다.[명령이 아닌 선택.]손목의 팔찌 안쪽에 새긴 문장이었다.나는 화면을 보자마자 숨이 멎었다.“이 문장은 카드에 없었어요.”도현이 내 손목을 바라봤다.“팔찌를 촬영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언제요?”“서유진 실장이 집에 왔을 때.”“그분은 제 손목 가까이 온 적 없어요.”“그럼 이전에 들어온 사람입니다.”도현은 보안팀에 집 출입 기록 전체를 요청했다.결혼 업체뿐 아니라 청소 직원, 수리 기사, 배송 기사까지 조사 대상에 넣었다.“잠깐만요.”내가 막았다.“그 사람들을 전부 의심할 거예요?”“외부인이 알 수 없는 문장입니다.”“우리 사진에 팔찌가 찍혔을 수도 있어요.”“각인까지 보일 정도의 사진은 없습니다.”도현의 말이 맞았다.기사 내용은 더 자극적으로 변했다.[차도현 의장, 약혼녀와 사적 지배 계약 의혹.][해외 법인장 인사 과정에 강압적 관계가 영향 미쳤나.]내가 강제로 통제당하고 있다는 추측까지 나왔다.회사 이사회는 긴급 해명을 요구했다.윤세라 대표에게서 전화가 왔다.“프라하 법인 이사회도 설명을 원합니다.”“사생활입니다.”“알고 있어요. 하지만 강압 관계라는 의혹이 붙었습니다.”“제가 직접 말하겠습니다.”도현이 내 휴대전화를 가져가려 했다.“제가 책임지겠습니다.”“무슨 책임이요?”“모든 관계가 제 요구로 시작됐다고 밝히겠습니다.”나는 휴대전화를 그의 손에서 빼앗았다.“그렇게 말하면 기사가 사실이 되잖아요.”“당신이 피해자로 몰리는 것보다 낫습니다.”“제 선택을 도현 씨 잘못으로 만들지 마요.”도현의 표정이 굳었다.“당신의 자리까지 위험합니다.”“그래서 제가 말해야 해요.”“세상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그러니까 숨기자고요?”“당신을 보
Last Updated : 2026-08-1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