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은 우리가 함께 사는 집의 테라스에서 열렸다.하객은 많지 않았다.윤세라와 재하, 루카, 프라하 법인 직원 몇 명과 가까운 가족들.차명희 이사장은 가장 앞줄에 앉아 있었지만 어떤 조건도 내밀지 않았다.나는 프라하 법인장이라는 직책을 그대로 유지한 채 식장에 들어섰다.도현은 흰 꽃으로 장식된 단상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눈이 마주친 순간, 그의 굳어 있던 표정이 아주 조금 풀렸다.내가 끝까지 나타날지 정말 걱정했던 얼굴이었다.주례는 없었다.우리는 서로에게 직접 약속을 읽었다.도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한서윤 씨의 일을 존중하겠습니다.”차분한 목소리였지만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당신의 선택을 제 불안보다 먼저 듣겠습니다.”그가 잠시 숨을 골랐다.“붙잡고 싶은 마음 때문에 가두지 않겠습니다.”재하가 뒤쪽에서 낮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도현은 그쪽을 보지 않았다.“하지만 떠날까 두려울 때는 숨기지 않고 말하겠습니다.”이번에는 내 차례였다.“차도현 씨가 완벽해서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하객들 사이에 작게 웃음이 번졌다.도현의 눈썹이 미세하게 올라갔다.“불안하면 욱하고, 질투하면 표정부터 달라지고, 가끔 제 일정까지 마음대로 바꾸려 하니까요.”“서윤.”그가 낮게 불렀다.“아직 안 끝났어요.”나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래도 잘못했을 때 돌아와서 다시 배우는 사람이기 때문에 선택합니다.”도현의 시선이 부드러워졌다.“저 역시 도현 씨의 불안을 이용하지 않겠습니다. 중요한 일을 숨기지 않고, 혼자 모든 책임을 지려 하지 않겠습니다.”나는 그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웠다.“그리고 도현 씨가 저를 필요로 해서가 아니라, 원해서 곁에 있다는 말을 믿겠습니다.”그는 내 손에 반지를 끼워 주었다.“믿기 어려울 때는 다시 말해 주십시오.”“몇 번이나요?”“믿을 때까지.”서약이 끝난 뒤 도현은 바로 입을 맞추지 않았다.내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지금 해도 됩니까?”하객들 앞인데도 끝까지 확인하는 모습에 웃음
Last Updated : 2026-08-1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