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전날처럼 시선을 오래 붙잡지도 않았고. 내가 손을 올리는 순간을 자기 타이밍으로 정하지도 않았다. 퇴근해서 집에 들어온 뒤. 그는 평소처럼 저녁을 먹고, 식탁을 정리하고, 소파에 앉았다. 나는 괜히 한 번씩 그를 봤다. 도현은 정말 모르는 척했다. 결국 내가 먼저 물었다. “오늘은 없어요?” 그가 책에서 눈을 들었다. “왜요?” “그냥.” “어제 했는데 오늘도 해야 합니까?” “그건 아닌데.” “그럼?”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도현이 나를 잠시 보더니 책을 덮었다. “기대했습니까?” “…조금.” “왜?” 나는 잠깐 생각했다. “요즘 주인님이 먼저 정하는 게 좋아서.” 그의 눈빛이 아주 미세하게 달라졌다. “그럼 오늘도 맡깁니까?” “네.” “확실합니까?” “응.” 도현은 바로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아주 차분하게 말했다. “오늘은 다른 방식으로 하겠습니다.” “뭔데요?” “말을 줄입니다.” 나는 눈썹을 올렸다. “또 침묵?” “전에 했던 방식과는 다릅니다.” “어떻게?” 도현이 나를 봤다. “오늘은 제가 명령을 적게 합니다.” “그럼 뭐가 세요?” “당신이 먼저 채우지 않는 것.” 나는 잠깐 이해하지 못했다. 도현이 천천히 설명했다. “제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순간마다.” “응.” “당신이 알아서 다음 행동을 하지 마십시오.” “아.” “제가 침묵한다고.” 그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허락으로 받아들이지 마십시오.” 그 말이 생각보다 강하게 들어왔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먼저 범위.” “네.” “피곤합니까?” “보통.” “통증.” “약하게.” “손목.” “가능.” “결박.” “싫어요.” “시야 제한.” “싫어요.” “강도.” 나는 잠시 생각했다. “높게.” 도현은
Last Updated : 2026-09-0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