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도현은 이상하게 조용했다.회사 일 때문은 아니었다.집에서도 평소처럼 밥을 먹고, 책을 보고, 내 얘기를 들었다.그런데 밤이 되면 한 번씩 나를 오래 봤다.뭔가 말하려다가 접는 얼굴.결국 내가 먼저 물었다.“왜요?”도현이 책을 덮었다.“하나 바꾸고 싶은 게 있습니다.”“뭔데요?”그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제가 원하는 걸 매번 당신에게 먼저 묻는 방식.”나는 눈썹을 올렸다.“그게 왜요?”“필요한 순간도 있습니다.”“응.”“하지만 요즘은 제가 뭘 원하는지 말하기 전에 당신에게 계속 선택지를 넘기고 있습니다.”나는 조용히 들었다.“손목 괜찮습니까.”“응.”“목소리는 어떻습니까.”“응.”“어디까지 원합니까.”“응.”도현이 내 눈을 봤다.“그런 확인이 필요할 때는 계속 할 겁니다.”“그럼 뭐가 달라져요?”“시작.”짧은 대답이었다.“오늘은 제가 먼저 정하고 싶습니다.”나는 잠시 말이 없었다.“뭘요?”“전부는 아닙니다.”도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당신이 허용한 범위 안에서.”“응.”“제가 뭘 할지 하나하나 미리 묻지 않고.”“응.”“제가 하고 싶은 방식으로 이끌고 싶습니다.”그 말이 생각보다 묵직하게 들렸다.요즘 우리는 너무 잘 물었다.너무 잘 확인했고.너무 잘 멈췄다.그게 나쁜 건 아니었다.오히려 필요했다.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도현이 매번 내게 선택지를 돌려주는 일이 많아졌다.내가 원하는 걸 묻고.내가 범위를 정하고.내가 다음 행동까지 말해줘야 하는 날도 있었다.나는 웃었다.“주인님답지 않았죠?”도현의 눈빛이 달라졌다.“조금.”“본인도 그렇게 생각했어요?”“네.”“그래서?”그가 아주 천천히 말했다.“오늘은 주도권을 주십시오.”심장이 조금 빨라졌다.“그냥?”“아닙니다.”“그럼?”“먼저 범위는 정합니다.”역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도현은 바로 물었다.“싫은 것부터.”나는 생각했다.“안대 싫어요.”“네.”“묶어서 저온초 하는것도 오늘은
Last Updated : 2026-08-3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