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네 시. 파리 쪽에서 두 번째 진행 보고가 올라왔다. 새 외주 업체가 첫 현장 일정까지 문제없이 맞췄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파일을 열어 끝까지 읽었다. 특이사항 없음. 비용 초과 없음. 일정 지연 없음. 그게 전부였다. 예전 같으면 담당 팀장에게 한 번쯤 메시지를 보냈을 것이다. ‘현장 반응은?’ ‘다른 후보와 비교하면?’ ‘다음 일정도 같은 업체로 갈 건가요?’ 그런데 이번에는 하지 않았다. 파일을 닫았다. 한예린이 맞은편에서 물었다. “끝?” “응.” “아무 말도 안 해?” “뭘.” “네가 처음에 다른 업체가 낫다고 했잖아.” “그랬지.” “지금은 잘하고 있고.” “응.” “그럼 인정한다든지.” 나는 잠깐 생각했다. “굳이?” 한예린의 눈썹이 올라갔다. “웬일.” “내가 선택 안 한 업체가 잘한다고 매번 내가 인정 도장 찍어줘야 해?” “그건 아니지.” “그 사람들이 이미 결과 내고 있는데.” 나는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 “그냥 잘 돌아가면 됐지.” 한예린이 나를 한참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제일 낫겠다.” “뭐가?” “이제 모든 결과를 네 판단이랑 비교하지 않는 거.” 나는 바로 반박하려다가 멈췄다. 완전히 안 하는 건 아니었다. 파일을 처음 열었을 때도. 속으로는 분명 생각했다. ‘내가 고른 업체였으면 어땠을까.’ 그런데 거기까지만 했다. 비교할 수는 있었다. 다만. 그 비교를 다시 팀의 결정 위에 올릴 필요는 없었다. 그때 카렐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총괄님.” “왜?” 그가 태블릿을 내밀었다. “바르샤바 쪽 운영안입니다.” “결재?” “아닙니다.” 나는 화면을 봤다. “그럼 왜 나한테 줘.” 카렐이 아주 담담하게 대답했다. “참고용입니다.” “참고?” “결정은 현지 책임자가 합니다.” 나는 다시 화면을 봤다. 자료 상단에도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참고 공유 / 승인 불필요] 괜히 웃음이 나왔다. “이런 표시까지 해야
ปรับปรุงล่าสุด : 2026-09-06 อ่านเพิ่มเติ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