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열두 번째 명령이 끝나면: Chapter 581 - Chapter 590

817 Chapters

580화: 우리 집에 없던 자리

수요일 오후 6시 35분.“도현 씨! 나 왔어!”현관문이 열리자 호두가 가장 먼저 달려왔다.서윤은 신발을 벗기도 전에 발치로 다가온 호두를 내려다봤다.“호두야, 엄마 보고 싶었어?”“냐아옹.”“그랬어?”서윤은 웃으며 호두를 쓰다듬었다.그때 거실에서 도현이 걸어 나왔다.“다녀오셨습니까?”“응. 그리고 이것도 찾아왔어.”서윤은 손에 들고 있던 종이봉투를 흔들었다.도현의 시선이 봉투로 향했다.“가족사진입니까?”“응!”서윤은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갔다.“빨리 열어 보자.”도현은 식탁 위를 정리했다.서윤은 봉투에서 인화된 사진을 조심스럽게 꺼냈다.가장 먼저 나온 건 두 사람이 러그에 앉아 찍은 사진이었다.서윤은 도현의 어깨에 기대 웃고 있었고, 도현은 호두를 품에 안은 채 서윤을 바라보고 있었다.구름이는 서윤의 무릎 옆에서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봤다.“와…….”서윤은 사진을 한참 들여다봤다.“휴대전화로 볼 때보다 훨씬 좋다.”도현도 옆으로 다가왔다.“그러네요.”“우리 애들 너무 예쁘지?”“네.”“당신도 잘 나왔어.”도현은 사진을 바라보다 웃었다.“저는 카메라를 보고 있지 않은데요.”“그래서 좋아.”서윤은 그의 팔을 붙잡았다.“당신이 나 보고 있잖아.”도현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그때도 아내가 웃고 있어서요.”서윤은 웃음을 터뜨렸다.“알았어. 이제 사진 걸 자리부터 찾자!”오후 7시 10분.서윤은 사진을 들고 거실을 돌아다녔다.“여기는 어때?”그녀가 소파 위쪽 벽을 가리켰다.도현은 고개를 들었다.“괜찮습니다.”“근데 여기 걸면 햇빛이 너무 들어오려나?”“직사광선이 닿는 시간은 확인해야겠습니다.”서윤은 곧장 방향을 바꿨다.“그럼 저기는?”이번에는 복도 입구였다.도현은 잠시 살펴봤다.“지나다니면서 보기 좋겠군요.”“그치?”그런데 서윤이 고개를 갸웃했다.“아니야. 뭔가 아쉬워.”도현은 웃었다.“아내가 저보다 더 신중하신 것 같습니다.”“그럴 수도 있지.”서윤은 사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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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1화: 결혼 후 첫 외출의 비밀

토요일 오전 9시 15분.“차도현 씨.”서윤은 침실 문 앞에 서서 팔짱을 꼈다.도현은 옷장 앞에서 셔츠를 고르고 있었다.“네.”“오늘 무슨 날인지 알아?”“토요일입니다.”“그거 말고.”“주말이군요.”서윤의 눈이 가늘어졌다.“일부러 그러지?”도현은 웃으며 셔츠를 옷걸이에 걸었다.“오늘을 남기는 방을 정리하기로 한 날입니다.”“맞아. 그리고?”“제가 보관해 둔 물건을 보여 드리기로 했죠.”서윤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정확해.”그녀는 도현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그럼 빨리 보여 줘.”“아침부터요?”“나 몇일이나 기다렸는데.”도현은 시계를 확인했다.“아침 식사부터 하시죠.”“차도현!”그가 웃음을 터뜨렸다.“물건은 도망가지 않습니다.”“내 궁금증은 계속 커진다고!”오전 10시 20분.두 사람은 서재에 들어왔다.도현은 책장 아래쪽 서랍에서 작은 나무 상자를 꺼냈다.서윤은 곧장 옆으로 다가갔다.“그 안에 있어?”“네.”“열어 봐도 돼?”도현은 상자를 그녀에게 건넸다.“직접 열어 보세요.”서윤은 조심스럽게 뚜껑을 열었다.안에는 오래된 영화표 2장과 작은 종이봉투가 들어 있었다.“……영화표?”서윤은 날짜를 확인했다.결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우리 결혼하고 영화 보러 갔었어?”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기억나지 않습니까?”서윤은 한참 생각했다.“잠깐. 그때 비 오는 날이었나?”“아닙니다. 아주 맑은 날이었습니다.”“그럼…….”그녀는 영화 제목을 확인했다.순간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아!”도현이 웃었다.“기억나셨습니까?”“그날 당신 영화 시작하고 20분 만에 졸았잖아!”도현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그것부터 기억하시는군요.”서윤은 웃음을 터뜨렸다.“당연하지! 내가 옆에서 얼마나 황당했는데!”오전 10시 40분.서윤은 영화표를 들고 소파에 앉았다.“그때 우리 분위기 엄청 어색했잖아.”“그랬죠.”“결혼은 했는데 둘이 뭘 해야 할지 몰라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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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2화: 남편이 혼자 찾아가던 곳

일요일 오전 9시 20분.“도현 씨, 여기 맞아?”서윤은 자동차 창밖을 바라보며 물었다.도심을 벗어난 지 40분.차는 오래된 주택과 작은 상점들이 늘어선 동네로 들어서고 있었다.“네. 거의 다 왔습니다.”“당신이 어릴 때부터 다녔다는 곳이 여기야?”“조금만 기다려 보세요.”서윤은 웃으며 안전벨트를 고쳐 맸다.“오늘은 당신이 안내하는 날이니까 얌전히 따라갈게.”“정말입니까?”“응. 대신 재미없으면 솔직하게 말할 거야.”도현이 웃음을 터뜨렸다.“그 정도는 각오했습니다.”잠시 후 차가 작은 공영주차장에 멈췄다.서윤은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봤다.낮은 건물들 사이로 좁은 골목이 이어져 있었다.“여기서 걸어가?”“네. 5분 정도면 됩니다.”도현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오전 10시.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작은 천문대였다.정확히는 오래된 시민 관측소였다.건물 입구에는 빛이 바랜 별자리 안내판이 걸려 있었다.서윤은 놀란 눈으로 도현을 바라봤다.“천문대?”“네.”“당신이 좋아하던 곳이 여기였어?”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어릴 때부터 가끔 왔습니다.”“왜?”“조용해서요.”그는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어릴 때는 생각할 일이 많으면 여기로 왔습니다. 밤에는 별을 보고, 낮에는 전시실에 앉아 있었죠.”서윤은 그의 옆에서 걸음을 늦췄다.“혼자?”“대부분은요.”그 대답에 서윤은 잠시 말이 없어졌다.하지만 도현은 웃고 있었다.“그때는 혼자 오는 게 편했습니다.”서윤은 그의 손을 조금 더 꼭 잡았다.“그럼 오늘은?”도현이 그녀를 바라봤다.“오늘은 함께 오고 싶었습니다.”오전 10시 25분.전시실에는 태양계 모형과 오래된 관측 장비가 놓여 있었다.서윤은 유리 진열장 앞에 멈춰 섰다.“이거 진짜 오래됐다.”“제가 처음 왔을 때도 있었습니다.”“그럼 당신보다 나이가 많을 수도 있겠네?”“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서윤은 장난스럽게 웃었다.“도현 씨보다 오래된 물건이라니 귀하다.”“제가 그렇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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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3화: 어린 차도현이 남긴 별

일요일 오후 12시 55분.“도현 씨, 빨리!”서윤은 관측소 입구에서 남편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도현은 그녀에게 다가오며 웃었다.“아직 5분 남았습니다.”“좋은 자리 앉으려면 일찍 가야지.”“전시 기록을 보는 건데 자리까지 중요합니까?”“중요하지. 오늘은 당신 어린 시절을 조사하는 날이니까.”도현이 웃음을 터뜨렸다.“조사라니요.”“차도현 어린이의 비밀을 밝혀내겠습니다.”서윤은 장난스럽게 경례했다.도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협조하겠습니다.”오후 1시.관측소 안쪽의 작은 자료실이 개방됐다.벽면에는 오래전 방문객들이 작성한 관측 일지가 연도별로 전시되어 있었다.당시에는 시민들이 관측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날짜와 관찰한 천체, 느낀 점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했다.서윤은 유리 진열장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우와. 다 손글씨네.”“예전에는 직접 적었습니다.”“당신도?”“몇 번 작성했던 기억이 있습니다.”서윤의 눈이 커졌다.“진짜?”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다만 여기 남아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서윤은 안내된 연도를 확인했다.그리고 도현이 어린 시절 방문했던 시기의 기록을 찾아갔다.“도현 씨, 여기!”그녀가 가리킨 진열장에는 오래된 관측 일지의 복제본이 펼쳐져 있었다.서윤은 이름들을 천천히 살펴봤다.그러다 한 줄에서 시선이 멈췄다.차도현.“……어?”도현도 옆으로 다가왔다.“왜 그러십니까?”서윤은 유리 너머를 가리켰다.“당신 이름이 있어.”도현은 기록을 내려다봤다.잠시 후 그의 표정이 달라졌다.“정말 있군요.”오후 1시 20분.서윤은 기록에 적힌 내용을 읽었다.관측 대상은 토성이었다.어린 도현은 토성의 고리가 생각보다 선명하지 않았다고 적어 놓았다.그 아래에는 짧은 감상문이 있었다.망원경으로 보면 멀리 있는 것도 가까워진다. 그런데 가까이 있다고 다 잘 보이는 건 아닌 것 같다.서윤은 문장을 읽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도현 씨.”“네.”“이거 당신이 쓴 거야?”도현은 고개를 끄덕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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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4화: 남편의 첫 번째 망원경

그다음주 금요일 오후 6시 40분.“도현 씨, 오늘 데이트 장소 알아?”서윤은 현관에서 운동화를 신으며 물었다.도현은 차 열쇠를 챙기다가 고개를 저었다.“아내가 끝까지 비밀이라고 하셨잖습니까.”“맞아. 오늘은 내가 준비했어.”“망원경을 만든다는 것까지는 알고 있습니다.”서윤은 웃었다.“그런데 그냥 만드는 게 아니야.”“그럼요?”“당신이 직접 조립하고, 관측까지 해 보는 거야.”도현의 눈빛이 달라졌다.“관측도 가능합니까?”“응. 날씨가 괜찮으면.”서윤은 그의 손을 잡았다.“오늘은 차도현 의장님 말고, 천문학자가 꿈이었던 차도현 어린이로 돌아가는 날이야.”도현이 웃음을 터뜨렸다.“그럼 아내는요?”“나는 옆에서 응원하는 보호자.”“보호자라니요.”“우리 도현이 잘 부탁드립니다.”서윤이 장난스럽게 허리를 숙이자 도현도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잘 부탁드립니다.”오후 7시 20분.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소규모 천문 교육 공방이었다.서윤은 미리 예약한 초급 굴절망원경 조립 프로그램을 확인했다.작업대 위에는 삼각대와 경통, 접안렌즈, 설명서가 준비되어 있었다.도현은 부품들을 살펴보며 물었다.“이걸 전부 조립하는 겁니까?”“응. 오늘은 당신 작품이야.”“생각보다 본격적이군요.”서윤은 앞치마를 건넸다.“일단 이거부터 입어.”도현이 앞치마를 두르자 서윤은 휴대전화를 들었다.찰칵.“한 총괄님.”“네, 의장님.”“방금 사진 찍으셨습니까?”“네. 역사적인 순간이라서요.”“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요.”“시작 전 모습도 중요하지.”도현은 결국 웃으며 작업대에 앉았다.오후 7시 45분.강사의 설명이 끝나자 조립이 시작됐다.도현은 설명서를 꼼꼼하게 읽었다.서윤은 옆에서 부품을 건넸다.“이거?”“아니요. 조금 더 짧은 나사입니다.”“이거는?”“그건 삼각대 고정용입니다.”서윤은 나사들을 내려다봤다.“다 똑같이 생겼는데?”도현은 웃었다.“길이가 조금씩 다릅니다.”“역시 차도현.”“칭찬입니까?”“응. 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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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5화: 아내가 꿈꾸었던 작은 무대

토요일 오전 9시 10분. “서윤.” 침실 커튼을 열던 도현이 뒤를 돌아봤다. “네?” 서윤은 이불을 끌어안은 채 눈만 내밀었다. “어제 말씀하신 꿈 말입니다.” “무슨 꿈?” “어릴 때 아무에게도 말씀하지 않았다는 꿈이요.” 서윤은 눈을 감았다. “아, 그거.” “오늘 알려 주시기로 했습니다.” “벌써 궁금해?” “어젯밤부터 궁금했습니다.” 서윤은 웃음을 터뜨렸다. “차도현 씨, 생각보다 호기심 많네.” 도현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아내에 관한 일이니까요.” 서윤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 몸을 일으켰다. “그럼 아침 먹으면서 이야기해 줄게.” 오전 9시 45분. 식탁에는 달걀 샌드위치와 따뜻한 우유가 놓여 있었다. 서윤은 샌드위치를 한입 먹고 입을 열었다. “나 어릴 때 인형극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 도현의 손이 멈췄다. “인형극이요?” “응. 손으로 움직이는 인형 있잖아. 작은 무대 뒤에서 목소리도 바꾸고.” “의외군요.” 서윤은 웃었다. “그치? 나도 지금 생각하면 신기해.” 그녀는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렸다. 학교에 작은 인형극 공연팀이 찾아온 적이 있었다. 낡은 천막 같은 무대였지만, 막이 열리자 종이로 만든 숲과 동물 인형들이 나타났다. “그때 여우 인형이 있었거든. 꼬리가 엄청 길었어.” “기억이 선명하군요.” “응. 공연 끝나고도 한참 무대 앞에 있었으니까.” 서윤은 우유잔을 내려놓았다. “집에 와서 양말로 인형도 만들었어. 눈은 단추로 붙이고.” 도현이 웃었다. “공연도 하셨습니까?” “혼자 했지. 관객은 베개 3개.” “반응은 어땠습니까?” “아주 조용했어.” 도현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오전 11시. 두 사람은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서윤은 오래된 사진첩을 휴대전화로 넘기다가 한 장을 발견했다. “어? 이거 봐.” 사진 속 어린 서윤은 손에 양말 인형을 끼고 있었다. 눈의 크기가 서로 달랐고, 귀는 한쪽만 길었다. 도현은 사진을 확대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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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6화: 남편이 객석에 앉은 날

기대하던 그다음 주 토요일 오전 10시 15분.“도현 씨, 나 이상해?”서윤은 현관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를 정리했다.연한 하늘색 블라우스에 편안한 청바지.도현은 그녀를 바라보며 웃었다.“전혀요. 잘 어울립니다.”“너무 꾸민 것 같지는 않아?”“인형극을 보러 가는데 꾸미면 안 됩니까?”“그건 아닌데.”서윤은 거울을 다시 들여다봤다.“오늘 내가 인형도 직접 움직여 볼 거잖아.”“네.”“괜히 긴장돼.”도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아내는 공연하러 가는 게 아니라 체험하러 가는 겁니다.”“알아. 그런데 어릴 때 꿈이었으니까.”도현은 미소를 지었다.“그럼 더 즐겁게 다녀오면 되겠군요.”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출발!”오전 11시 5분.작은 인형극 공연장은 동네 문화센터 2층에 있었다.입구에는 토끼와 여우가 그려진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그림자를 잃어버린 토끼》서윤은 포스터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도현 씨, 사진 찍어 줘.”“여기서요?”“응. 오늘 기념으로.”도현은 휴대전화를 들었다.서윤은 포스터 속 토끼와 똑같이 양손으로 귀를 만들었다.찰칵.사진을 확인한 도현이 웃음을 터뜨렸다.“잘 나왔습니다.”“보여 줘.”서윤은 화면을 보고 만족스럽게 웃었다.“이건 기록집에 넣어야지.”오전 11시 30분.공연장 조명이 어두워졌다.작은 무대에 파란색 천으로 만든 숲이 나타났다.곧이어 토끼 인형 하나가 고개를 내밀었다.“어? 내 그림자가 어디 갔지?”서윤은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토끼가 나무 뒤를 살피고, 여우에게 길을 물으며, 잃어버린 그림자를 찾아다녔다.도현은 옆자리의 서윤을 슬쩍 바라봤다.그녀는 어린아이처럼 집중하고 있었다.공연 중간, 토끼가 객석을 향해 물었다.“여러분! 제 그림자 보셨어요?”서윤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뒤에 있잖아.”도현은 웃음을 참았다.“서윤.”“응?”“토끼가 들을 수 있게 말씀하셔야죠.”서윤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 웃었다.그리고 다른 관객들과 함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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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7화: 우리 둘 다 처음인 하루

일요일 오전 9시 30분.“도현 씨, 오늘 일정 있어?”서윤은 식탁에 앉아 달력을 확인했다.도현은 커피를 내려놓으며 고개를 저었다.“특별한 일정은 없습니다.”“그럼 나랑 어디 좀 갈래?”“어디로요?”“아직 비밀.”도현은 웃음을 터뜨렸다.“어제도 새로운 걸 해 보고 싶다고 하셨죠.”“응. 그래서 찾아봤어.”서윤은 휴대전화 화면을 보여 줬다.실내 암벽등반 초보자 체험.도현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클라이밍입니까?”“응. 우리 둘 다 안 해 봤잖아.”“그렇긴 합니다만.”서윤은 그를 빤히 바라봤다.“왜? 무서워?”“높은 곳이 무섭지는 않습니다.”“그럼 결정!”도현은 웃으며 물었다.“아내는 괜찮으시겠습니까?”서윤은 당당하게 대답했다.“물론이지.”하지만 그 자신감은 정확히 2시간 뒤 흔들리게 됐다.오전 11시 40분.실내 클라이밍 센터에 도착한 서윤은 벽을 올려다봤다.알록달록한 홀드가 붙은 벽이 생각보다 높았다.“……어?”도현이 그녀를 바라봤다.“왜 그러십니까?”“사진으로 볼 때는 낮아 보였는데.”“생각보다 높군요.”서윤은 잠시 침묵했다.그러더니 남편을 바라봤다.“도현 씨.”“네.”“우리 오늘은 체험만 하는 거지?”“그렇습니다.”“꼭 맨 위까지 올라갈 필요는 없지?”도현은 웃음을 참았다.“아내가 원하시는 만큼만 하면 됩니다.”서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좋아. 그럼 해 보자.”오후 12시.안전교육과 준비운동을 마친 두 사람은 초보자용 낮은 볼더링 구역으로 이동했다.바닥에는 두꺼운 매트가 깔려 있었다.강사는 내려올 때 무리하게 뛰지 말고, 가능한 낮은 위치에서 내려오도록 안내했다.서윤은 손에 초크를 묻히며 도현을 바라봤다.“나 먼저 해 볼게.”“네. 천천히 하세요.”서윤은 첫 번째 홀드를 잡았다.오른발을 올리고, 왼손을 뻗었다.“오!”생각보다 쉽게 몸이 올라갔다.“도현 씨! 나 올라간다!”“잘하고 계십니다.”그런데 다음 홀드에서 문제가 생겼다.서윤은 오른손을 뻗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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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8화: 남편과 노를 저으면 생기는 일

그다음 주 토요일 오전 9시 40분.“도현 씨, 구명조끼는 꼭 입어야 해.”서윤은 자동차 조수석에서 휴대전화 화면을 확인하며 말했다.도현은 웃었다.“당연합니다.”“그리고 배에서 갑자기 일어나면 안 돼.”“알고 있습니다.”“물에 빠지면 어떡해?”“안전교육을 받고 타면 됩니다.”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오늘은 안전이 제일 중요해.”도현이 그녀를 슬쩍 바라봤다.“아내가 저보다 더 긴장하신 것 같습니다.”“당연하지. 우리 둘 다 처음이잖아.”“그래서 함께 배우기로 했죠.”서윤은 그의 손등을 톡 건드렸다.“오늘 당신이 방향 담당이야.”“그럼 아내는요?”“나는 응원 담당.”도현이 웃음을 터뜨렸다.“노는 함께 저으셔야 합니다.”“아, 들켰네.”오전 10시 30분.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잔잔한 호수에 마련된 체험장었다.수면 위에는 2인용 노 젓는 보트들이 떠 있었다.서윤은 선착장에서 배를 내려다봤다.“생각보다 작네.”도현도 옆에 섰다.“둘이 타기에는 충분해 보입니다.”“당신 다리 안 불편하겠어?”“괜찮습니다.”안전요원은 구명조끼 착용 상태를 확인한 뒤 승하선 방법과 노 사용법을 설명했다.체험 구역은 부표로 구분되어 있었고, 안전요원이 계속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서윤은 설명을 듣고 도현을 바라봤다.“우리 천천히 하자.”“네. 서두르지 않겠습니다.”오전 11시.두 사람은 마주 보는 좌석에 앉았다.서윤은 노를 잡고 도현을 바라봤다.“준비됐어?”“네.”“하나, 둘!”두 사람이 동시에 노를 저었다.배가 움직였다.그런데 곧바로 오른쪽으로 방향이 틀어졌다.“어?”서윤이 눈을 크게 떴다.“도현 씨! 우리 왜 저쪽으로 가?”도현은 노를 멈췄다.“양쪽 힘이 달랐던 것 같습니다.”“누가 더 세게 저었는데?”“아마 저인 것 같습니다.”서윤은 웃음을 터뜨렸다.“차도현 씨, 여기서까지 힘자랑하면 어떡해!”“그럴 의도는 없었습니다.”“그럼 다시!”두 사람은 노를 맞춰 움직였다.이번에는 배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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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9화: 퇴근 시간은 누가 정하나요?

월요일 오전 8시 35분.“도현 씨, 오늘 몇 시에 퇴근해?”서윤은 현관에서 구두를 신으며 물었다.도현은 넥타이를 정리하다 고개를 들었다.“오후 6시쯤 예상하고 있습니다.”“예상?”“확정이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워서요.”서윤은 눈을 가늘게 떴다.“차도현 의장님, 벌써 불안한데?”도현이 웃었다.“오늘은 특별한 변수가 없을 겁니다.”“그 말이 제일 위험해.”서윤은 그의 넥타이를 살짝 바로잡았다.“오늘 저녁은 같이 먹자. 주말에 계속 밖에서 먹었잖아.”“좋습니다. 무엇을 드시고 싶습니까?”“퇴근할 때 정하자.”도현은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그럼 저녁에 뵙겠습니다.”오전 10시 20분.서윤은 사무실에서 직원 교육 프로그램의 하반기 운영안을 검토하고 있었다.문제는 예산이 아니라 참여 방식이었다.지난 분기 교육 만족도는 높았지만, 현장 근무자들의 참석률은 낮았다.서윤은 보고서를 넘기다가 담당 직원에게 물었다.“교육 시간을 전부 오후 3시로 잡았네요?”“네. 강사 일정에 맞췄습니다.”“그 시간에 현장 직원들이 자리를 비울 수 있나요?”직원은 잠시 머뭇거렸다.“교대 근무 때문에 어려운 부서도 있습니다.”서윤은 펜을 내려놓았다.“그럼 참석률이 낮은 게 교육 내용 때문만은 아니겠네요.”그녀는 운영안을 다시 펼쳤다.“같은 교육을 오전과 오후로 나눠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해 주세요. 현장 근무표부터 확인하고요.”“알겠습니다, 총괄님.”“교육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들을 수 있게 만드는 게 먼저예요.”직원이 나간 뒤 서윤은 창밖을 바라봤다.오전부터 일정이 빽빽했다.그래도 오늘은 제시간에 퇴근하고 싶었다.오후 2시 10분.도현은 회의실에서 임원들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한 임원이 새로운 내부 회의 운영안을 설명했다.“앞으로 매주 수요일 오후 6시 30분에 부서별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정례회의를 신설하려고 합니다.”도현이 자료를 넘기던 손을 멈췄다.“왜 하필 그 시간입니까?”“대부분의 실무가 끝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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